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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45화 (145/225)
  • 145화. 나들이 (2)

    가히 장관이었다.

    아이들은 눈 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풍경에 입을 떡 벌리고 쉼 없이 눈동자를 굴려댔다.

    “진짜, 진짜 엄청나!”

    폴라가 오랜만에 꾸밈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저기 있는 저건 또 뭐라는 말인가!”

    스키르가 유영하는 갖은 생명체들을 보며 소리쳤다.

    “오빠, 여긴 온통 물의 정령들뿐이야.”

    넬라의 입엔 함박웃음이 걸렸다.

    “오셨군요.”

    경비를 서던 세이렌 하나가 다가왔다.

    “세이렌?!”

    아이들 역시 언젠가 책에서 봤던 세이렌을 알고 있었다.

    “하하하! 예. 맞습니다. 세이렌이지요.”

    “헉! 그럼 우리 여기에 있으면…….”

    세이렌에 대한 무시무시한 소문이 떠올랐는지 스키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에 대한 소문은 대부분 진실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에 경비병이 활짝 웃으며 스키르를 안심시켰다.

    “자, 들어가자.”

    그들의 성으로 들어서자 감탄사는 다시 한번 터져나왔다.

    물속에 있는 성이라니! 그것도 대단했지만, 그 위를 유리처럼 감싼 장막이 더욱 장관이었다.

    “우와아아~!”

    아이들의 감탄사를 들으니 루카스의 마음이 뿌듯했다.

    ‘다섯 살 난 아이처럼 좋아하는군.’

    루카스를 뒤따르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조잘거렸다.

    “언니! 저기 봐!”

    “진짜 예쁘다. 넬라 저기, 저기도 봐!”

    “나는 태어나서 저런 색은 처음 봐.”

    “나도 그렇다. 아름답군.”

    장벽 밖을 유영하는 아름다운 색색의 물고기들.

    그것은 심해에 위치한 세이렌 왕국이 만들어 낸 것들이었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이곳에 무리를 이루어 사는 그들은 성을 감싸는 견고한 장막 위로 빛을 만들고 부근의 수압까지 모두 조절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게다가 그 부근으로는 해저 몬스터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결계까지 쳐두었으니, 이곳이 바로 낙원이었다.

    “진짜 엄청나군. 바닷속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세이렌까지 만났잖아. 진짜 엄청나다.”

    아이들은 연신 대단하고 엄청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들어가시지요. 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자 아이들의 눈이 더욱 커다래졌다.

    “왕?”

    “왕이라면 진짜 세이렌의 왕?”

    “우리가 지금 왕을 알현하는 것인가?”

    서로를 번갈아 보는 아이들의 눈에 당혹감이 깃들었다.

    “우리는 이곳의 궁중 예법을 모르지 않는가! 결례를 범하면 어찌하는가.”

    “맞아. 왕이라니…… 나도 무서워.”

    “괜찮으니까 들어가자.”

    싱긋 웃은 루카스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오오오!!!”

    그러자 예상했던 대로 기에스티오가 격하게 반겨주기 시작했다.

    “어서 오시지요. 이 먼 곳까지 걸음을 해주시다니! 이 몸이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그에 아이들은 뒤에서 쭈뼛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세, 세이렌의 왕을 뵙습니다.”

    먼저 스키르가 육지의 예법에 맞춰 인사하자, 그를 따라 넬라와 폴라 역시 엉거주춤 무릎을 따라 굽혔다.

    “허허허! 이러실 것 없습니다. 이름이 왕일 뿐 저 역시 바다를 빌어 사는 한 세이렌일 뿐입니다.”

    “환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드렸던 제 친구들입니다. 이쪽은 제 여동생입니다.”

    루카스의 인사에 기에스티오가 아이들과 차례로 눈 맞췄다.

    “기개가 느껴집니다! 필시 큰일을 하실 분들인 것이 분명합니다.”

    기에스티오의 후한 칭찬에 아이들이 얼굴을 붉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기에스티오 아르다. 세이렌들을 이끌고 있습니다.”

    기에스티오가 먼저 제 소개를 했다.

    “아,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스키르 오닐입니다. 육지에서는…….”

    스키르가 잠시 말을 골라냈다.

    “마법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 소개에 공작가 따위의 말은 넣지 않고 소개를 마무리했다.

    ‘많이 컸군.’

    왕의 자리에 있는 기에스티오가 보인 겸손함을 보고는 저 역시 깨달은 바가 조금은 있는 듯 보였다.

    “반가워요! 저는 폴라 펠레브예요. 저도 마법을 배우고 있어요.”

    폴라 역시 해맑게 제 소개를 마쳤다. 예법을 배웠음에도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게 폴라다웠다.

    “안녕하세요. 저는 넬라 로드리고입니다. 마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넬라까지 소개를 마치자 기에스티오의 눈이 활처럼 휘었다.

    “하하하! 역시 제 눈이 틀리지 않았군요. 다들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넬라 양에게서는 정령의 기운이 느껴집니다만 혹시 정령술도 하시는 겁니까?”

    “네. 정령을 좋아합니다.”

    넬라의 대답에 기에스티오의 지느러미가 세차게 흔들렸다.

    “넬라 양께서는 정령을 친구로 생각하시는군요. 정말이지……! 감격스럽습니다.”

    대부분의 정령사는 정령을 제 부하쯤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넬라는 정령을 좋아한다고 대답했으니, 자연을 사랑하는 기에스티오가 저리도 좋아하는 것이었다.

    “하하하! 오늘은 제가 정말 기분이 좋은 날입니다. 이리도 기분이 좋았던 적이 언제인지! 자, 어서 드시지요. 제가 여러분들을 위한 만찬과 더불어 관광까지 알차게 준비해 뒀습니다.”

    기에스티오의 말에 아이들이 활짝 웃었다.

    “신난다!”

    폴라가 먼저 박수를 짝짝 치며 팔짝 뛰자, 그를 따라 스키르와 넬라 역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즐거워했다.

    아이들은 만찬장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온갖 궁금한 것들을 기에스티오에게 묻기 시작했다.

    “진짜요? 우와! 그것도 신기해요.”

    “하하하! 남은 이야기는 만찬을 들면서 하시지요.”

    만찬장의 문이 열리자, 아이들은 또다시 감탄을 뱉어냈다.

    “우와아아아!”

    “모자람 없이 준비하려 애를 썼으나, 육지에서만큼은 아닐지 모릅니다. 그래도 맛있게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다가온 세이렌 하나가 아이들을 안내하며 말했다.

    “저게 도대체 뭐야? 진짜 너무 맛있게 생겼어.”

    아이들은 차려진 만찬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만찬의 종류는 다양했다. 육지에서도 본 적 있던 생선 종류부터 도저히 어떤 생물인지 알 수 없는 것들까지.

    게다가 색색의 해초들로 요리된 갖가지 요리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을 돋웠다.

    “어서 드시지요.”

    식사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말없이 먹는 것에 집중했다.

    “자, 이것도 먹어봐.”

    폴라는 넬라의 접시에 맛있어 보이는 요리들을 덜어주었고, 그 옆에 앉은 스키르는 커다란 문어 다리를 하나 뚝 떼어와 먹기 좋게 썰어 폴라와 넬라의 접시에 놓아줬다.

    ‘귀여운 것들.’

    루카스는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끄앙! 너무 맛있다.”

    생선 요리 하나를 입에 넣은 폴라가 맛있어 미치겠다는 듯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저희가 준비한 음식을 이리도 맛있게 즐겨주시니 요리사 역시 오늘 즐겁겠습니다.”

    기에스티오의 말에 폴라는 입 안 가득 음식을 넣고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딘따 느므 므스쓰여 (진짜 너무 맛있어요.)”

    “포, 폴라! 입 안에 음식을 넣고 말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에 스키르가 폴라를 작게 타박했다.

    “스끄르어! (시끄러워!)”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커다란 타박뿐이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곳에서는 예법도 무엇도 필요치 않으니 그저 편히 머물다 가시지요.”

    “정말 너무 맛있어요.”

    넬라 역시 차분히 앉아 입에 끊임없이 넣으며 칭찬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그에 기에스티오는 어찌나 기쁜지 울먹이기까지 했다.

    폭풍 같은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가자, 아이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숨을 헐떡였다.

    “나 숨이 안 쉬어져…….”

    얼마나 먹은 건지 폴라가 헐떡이며 말했다.

    “그래도 저건 먹어야겠어.”

    그러면서도 디저트 하나에 손을 뻗었다.

    “숨이 안 쉬어진다고 하지 않았나? 그만 먹는 것이…….”

    “시끄러워.”

    스키르의 말을 짧게 일축한 폴라가 타르트를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식사가 끝난 스키르가 질문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

    “이곳은 물속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째서 저희가 이렇게 육지에서처럼 행동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부 이 목걸이 덕분인가요?”

    “하하. 예. 그 목걸이 덕분이라고 볼 수 있지요. 물론 이곳에 압력을 낮추는 마법을 걸어두긴 했습니다. 저희 역시 압력이 높은 것보다 낮은 것이 훨씬 편하니 말입니다.”

    그에 스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입에 물이 한 방울도 들어오지 않아 놀랐습니다. 게다가 음식들 역시 물에 뜨지 않고 이렇게 육지에서처럼 있으니…….”

    “이것은 모두 마법의 힘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저희 역시 수많은 세월을 연구했지요.”

    “아.”

    그에 스키르가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학구열이 높으시군요. 그렇다면 저희 세이렌 마법사를 만나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새로운 교류가 될 것 같습니다.”

    “아. 하지만 저는 버퍼인지라 도움이 될지는 잘…….”

    스키르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루카스가 몇 번이나 버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줬지만, 아직 자신감이 부족한 듯 보였다.

    “버퍼시라고요?! 정말 대단한 분이셨군요.”

    하지만 기에스티오가 목소리를 높이자, 스키르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하. 아닙니다. 아직 미약한 재주입니다.”

    루카스는 그런 단순한 스키르를 보며 작게 혀를 찼다.

    ‘허영심 가득한 꼬맹이 같으니라고. 저를 먼저 인정하는 것은 타인이 아닌 본인이어야 하거늘.’

    스키르의 어깨가 한껏 올라가자 옆에 앉은 폴라가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봐. 버퍼는 대단하다고 루키가 몇 번이나 이야기했잖아.”

    “크흠!”

    정곡을 찔렸는지 스키르가 헛기침을 했다.

    “그렇다면 세이렌 최고의 버퍼를 만나보시면 좋겠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에스티오가 루카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저희로서는 감사한 일이지요.”

    정말 감사한 일이었다. 같은 종류의 마법을 쓰는, 그것도 저보다 상위 레벨의 마법사를 만나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넬라 양은 혹시 어떤 정령을 다루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물의 정령입니다.”

    넬라의 대답에 기에스티오가 박수를 짝 쳤다.

    “역시 그렇군요! 제가 느낀 것 역시 물이었으나, 혹시나 하고 여쭸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소환하실 수 있는 정령이……?”

    “운디네입니다.”

    그러자 기에스티오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니, 아직 어린 나이인 것 같으신데……! 대단하십니다. 아주 대단하세요. 그렇다면 저희 최고의 정령사를 만나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 역시 물의 정령사입니다.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을 셋이나 부를 수 있지요.”

    그러자 이번엔 넬라의 눈이 커다래졌다.

    “정말요?”

    상급 정령을 셋이나 불러낼 수 있는 실력자라니!

    그 정도면 지상으로 가더라도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이었다.

    “예. 물론이지요.”

    넬라의 얼굴에 기대감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폴라 양은 어떤 마법을 공부하십니까?”

    이번엔 폴라였다.

    “음~ 저는 전격 마법을 제일 잘하는데, 사실 얼음이나 물 속성도 배우고 싶어요. 할 줄은 알지만, 전격만큼은 아니거든요.”

    물에서 전기를 불러내면 안 될 것 같아서였는지 폴라가 먼저 다른 마법을 내세웠다.

    “하하하!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저희 역시 전격 마법 상위 실력자가 있으니 말입니다.”

    “예?! 여기서 전격 마법을요?”

    “물론이지요. 전격 마법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몇천 년 전에 이미 멸족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세이렌은 물속에서 사는 이들이니 당연히 전격 마법에 취약했다.

    때문에 그들은 가장 먼저 전격과 얼음 속성 마법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론 그들이 다른 이들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일 자체가 드문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명한 종족이지.’

    루카스가 생각했다.

    “다들 식사가 끝나셨으면 관광을 한번 하러 가볼까요?”

    기에스티오의 말에 아이들이 들뜬 표정으로 일어났다.

    루카스는 이제 기에스티오의 뺨에 뽀뽀라도 퍼부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이들의 기분을 조금 풀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인데, 기에스티오는 그보다 더한 것들을 아이들에게 해주고 있었다.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야.’

    그들의 뒤를 따르는 루카스의 얼굴에도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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