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34화 (134/225)
  • 134화. 알리타의 유물 (4)

    아만이 실망한 기색과 함께 제 기운을 흩뿌렸다.

    -끼힝! 낑!

    아만을 찢어 죽일 듯 달려오던 만티코어는 드래곤의 기운을 마주하자마자 몸을 낮게 웅크리고 비맞은 강아지 소리를 냈다.

    “하…… 뽀삐가 아닙니다.”

    “하지만 만티코어는 분명 두 마리라고 했다.”

    “어! 맞네요. 게다가 쟤는 암컷입니다! 우리 뽀삐는 수컷입니다. 그럼 쟤가 바로…… 우리 순진한 뽀삐를 꼬여내 집을 나가게 한 요망한 만티코어로군요.”

    아만의 눈이 세로로 길게 찢어지더니 제 앞에 낮게 웅크린 만티코어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요망한 것…….”

    아만은 마치 제 독살스러운 시어머니처럼 만티코어를 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때 안쪽에서 다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릉! 크르릉…….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만티코어.

    “호오…….”

    그를 보는 루카스의 얼굴에 놀라움이 서렸다.

    “드래곤의 기운을 마주하면서도 달려온다라…… 세기의 사랑이 아닐 수 없군. 그래.”

    “우, 우리 뽀삐가 아닐 겁니다! 우리 뽀삐는 제 기운을 정확히 알아요. 그러니까 저건 우리…… 뽀삐네?”

    -크르릉!

    달려온 만티코어는 덜덜 떨고 있는 암컷 만티코어의 앞을 막아서며 아만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그를 보는 아만의 표정이 순식간에 슬픔으로 물들었다.

    “뽀삐…….”

    -크르르릉…….

    “뽀삐야. 왜 그래… 나야…….”

    -크릉!

    아만이 뽀삐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렀지만, 뽀삐는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세를 더욱 낮추며 당장에라도 공격할 태세를 취했다.

    “이런 나쁜 자식!”

    아만이 발을 쾅 구르며 제 기운을 더욱 강하게 흩뿌리자, 뽀삐는 움찔하며 몸을 살짝 떨었다.

    “너! 내가 어?! 와이번 떼한테 잡아먹힐 뻔한 거 구해다가 먹이고 재우고 얼마나 지극 정성을 돌봤는데! 나를 감히 잊어버려?”

    슬픈 목소리로 윽박지르는 아만.

    -크르르릉…….

    하지만 뽀삐는 떨면서도 이빨을 드러냈다.

    “나라고…… 이 나쁜 자식아! 야, 너는 도대체 우리 뽀삐를 어떻게 꼬셨길래 애가 저렇게 변해? 응?!”

    -끼힝! 끼이이잉…….

    그러자 암컷 만티코어는 제 머리를 다리 사이로 숨기고는 덜덜 떨었다.

    “뽀삐 이 자식! 너 집 나갔을 때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기나 해?! 이리 와!”

    -크릉!

    하지만 뽀삐는 아만에게 갈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이리 안 와?!”

    아만이 자세를 낮추고 양팔을 벌렸다.

    -크릉…! 킁… 킁…….

    그러자 잠시 경계를 늦춘 뽀삐가 멀리서 아만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래! 나라고!”

    아만을 알아본 것일까. 뽀삐가 몸을 천천히 일으켜 아만에게 조심스레 다가오기 시작했다.

    “뽀삐 이 자식아! 아무리 암컷이 좋아도 그렇지 어떻게 나를 잊어버릴 수가 있냐고! 너 내가 일부러 안 잡아 온 거 알아 몰라!”

    -킁… 킁…….

    아만의 손 끝에 뽀삐의 커다랗고 촉촉한 코가 닿았다.

    -끼옹? 끼오옹?

    “그래! 나라고!”

    그러자 뽀삐는 언제 경계했냐는 듯 배를 까뒤집고 온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허.”

    그 모습을 본 루카스가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하하! 뽀삐 이 나쁜 놈!”

    -끼옹! 끼오오옹!

    집채만 한 만티코어가 바닥에 흙먼지를 일으키며 구르고 있고, 인간의 모습인 아만은 그런 만티코어의 배 위에 올라타 미친 듯이 쓰다듬고 있었다.

    “이산가족 상봉이 따로 없군.”

    마치 오래전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 듯 둘은 한참을 바닥을 뒹굴며 애정행각을 벌였다.

    ***

    “에휴. 저희 뽀삐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저를 안 본 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또 지켜야 하는 가족이 생겼으니 경계했나 봐요.”

    아만이 제 옆에 앉은 뽀삐의 커다란 앞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끼옹~

    그러자 뽀삐는 제 큰 덩치에 맞지 않는 귀여운 소리를 내며 코를 씰룩였다.

    “하하하. 그래, 그래. 잘 지내니까 됐어.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여긴 용암이 들끓는 아주 위험한 곳이라구.”

    아만이 타박하자, 뽀삐는 제 짝을 한번, 벽에 박힌 보석을 한번 바라봤다.

    “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마도 암컷 만티코어가 원했던 보금자리인 듯했다.

    “그래서 거처는 옮기겠다는 건가 아니라는 건가.”

    “옮길 겁니다. 아무리 저 암컷이 고집해도 안 됩니다. 여긴 우리 뽀삐가 있기엔 너무 위험하니까요.”

    “허.”

    루카스는 어이가 없었다. 아만이 저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만티코어를 ‘우리 뽀삐’라고 부르는 것도, 마치 작고 귀여운 생명을 대하듯 하는 것도 말이다.

    “오구오구 우리 뽀삐~ 털이 왜 이렇게 푸석해. 응? 맛있는 거 못 먹었어? 온천수에 목욕하러 갈까?”

    이러다가는 끝이 없을 것 같았다.

    “그만하고 가지.”

    “네.”

    결국 루카스가 채근하자 아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떨고 있는 암컷 만티코어를 향해 손짓했다.

    “야. 너도 이리 와. 뽀삐랑 같이 가야지.”

    -끼힝…….

    “콱 씨. 빨리 안 와?!”

    그러자 뽀삐가 제 큰 발을 들어 아만을 툭 건들며 그러지 말라는 듯 몸을 바짝 숙였다.

    -끼오옹~

    “오구 우리 뽀삐~ 마음씨도 착하지.”

    뽀삐의 코를 쓰다듬은 아만이 암컷 만티코어를 째려보고는 그 곁으로 다가갔다.

    “그럼 우리 뽀삐가 이쪽으로 와.”

    “하…… 적당히 하고 가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얘도 데려가야 될 거 아닙니까. 우리 뽀삐가 얘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간답니다. 저런 요망한 것 같으니.”

    다시 눈을 흘기는 아만.

    “그래…….”

    “자, 그럼 가보겠습니다!”

    -파앗!

    뽀삐가 암컷 만티코어 옆에 바짝 붙어 서자 아만이 둘을 데리고 사라졌다.

    “하나 해결했군.”

    이로써 큰 문제가 해결되었다. 물론 힘든 상대긴 하지만, 만티코어 두 마리 정도 죽이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죄 없는, 그것도 나름대로 상위 몬스터인 만티코어를 냉큼 죽여버리기엔 조금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만이 길들였던 만티코어인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해결되었다.

    -파앗!

    동굴을 빠져나온 루카스가 곧장 드워프 족장을 찾았다.

    “어어? 벌써 오신 거여? 이렇게나 빨리? 아니, 드래곤님은?”

    족장은 루카스를 발견하자마자 속사포처럼 질문을 쏟아냈다.

    “만티코어는 이주했다.”

    “에에에!? 그것이 정말이여? 이렇게나 쉽게? 아니, 드래곤님이 만티코어를 처치해 준 것이여? 그려?”

    족장의 질문에 루카스는 잠시 고민했다.

    ‘처치라…… 뭐 비슷하긴 하니까.’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마나! 이게 무슨 경사여?!”

    그러자 족장은 제 짧은 팔을 들어 두툼한 손바닥을 짝짝 쳐대며 방방 뛰었다.

    “하…….”

    루카스가 한숨을 푹 내쉬자, 족장은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드는지 뛰던 것을 멈추곤 헛기침을 해 보였다.

    “크흠! 흠! 아니, 내가 너무 기쁜 나머지…… 쪼까 그랬지? 아, 그보다 우리 통성명도 안 했네 그려?”

    그러더니 자세를 고쳐 섰다.

    “나는 위대하신 에와르 발다의 후손이자 불의 수호자인 드워프들의 족장을 맡고 있는 투르캄 우르두르. 자네는?”

    그에 루카스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루카스 로드리고.”

    “영웅스러운 이름이여. 아주 영웅이여! 영웅!”

    그러자 투르캄은 제 짤뚱한 엄지를 척 치켜들며 루카스 앞에 들이밀었다.

    “그래. 서로 문제를 해결했으니, 나는 이만 가보겠네.”

    “에? 맥주 한 잔도 안 하고 가겠다 그거여? 그것은 우리의 깊은 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인디?”

    신이 난 드워프와 술잔을 기울인다? 이것은 제 간을 그대로 빼서 드워프에게 바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드워프는 불과 쇠붙이를 다루는 힘든 작업을 하는 종족이어서인지 항상 술을 가까이했다.

    힘든 일이 있으면 힘들다고 술을 마셨고, 기쁜 일이 있으면 기쁘다고 술을 마셨으며, 슬픈 일이 있어도? 물론 마셨다.

    또한 아무 일도 없다면 아무 일도 없으니 마셨고 한가하면 한가해서 바쁘면 바빠서 마시는 것이 그들이었다. 고로 모든 일에 이유를 붙여 매일같이 마시고 또 마셔댔다.

    오죽하면 술의 신이 드워프들의 수호신이라는 말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나는 됐다. 다음에 함께하지. 갈 길이 바빠서 말이야.”

    “허어~ 이것은 참 안 좋은 것인디~”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다음에 꼭 와서 마신다고 약속하지.”

    “크흠! 그럼 아쉽지만 뭐…… 여하튼 우리 광산을 지켜줘서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하고! 다음에 꼭 한잔 딱! 알지?”

    투르캄이 제 손가락을 튕기며 술잔을 꺾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러지.”

    “그럼 다음 방문을 위해서 내가 자네에게 꼭 맞는 선물을 준비해 두도록 하지.”

    “기대하겠네.”

    그 말을 끝으로 루카스가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

    알리타의 유물은 총 열두 개. 그중에 루카스가 유물과 함께 두 번째 보석까지 찾아낸 것은 두 개뿐이었다.

    ‘하셀이 모아 준 여덟 개와 이것까지 하면 총 열 개. 그럼 유물은 다 모았군.’

    유물은 팬던트와 성배, 성서 등 전설로만 전해오던 것들이었으나, 명성만큼 커다란 능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됐군.”

    동굴로 간 루카스는 나머지 열 개의 유물을 모두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다.

    그러자 전과 같이 기둥이 사라지며 지도가 나타났다.

    “하…….”

    이제 또 두 번째 보물찾기를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

    이틀에 꼬박 걸쳐 모든 보석을 찾아낸 루카스는 지친 표정으로 동굴 가운데에 섰다.

    “지쳐 죽겠군.”

    열 개 모두를 찾아낸 것에 비하면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여정이었다.

    몬스터를 마주친 것은 애교 수준이었다.

    ‘저주에 걸려 죽을 뻔도 했고.’

    다섯 번째로 찾아간 곳이었다. 유물 중 반지가 놓여있던 곳에 있던 지도였는데 그곳은 루카스에게도 극악의 난이도인 던전이었다.

    ‘아모레를 또 불러냈으니…….’

    다음에 간 곳 역시 아모레의 유물을 써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이었다. 마나가 차단되었으며 사방에서 다가오는 벽에 루카스는 깔려 죽을 뻔했다.

    ‘엄청난 물건이야.’

    쓸 때마다 아모레를 마주해야 한다는 큰 단점이 있긴 했지만, 아모레의 유물은 대단했다.

    ‘다가오던 벽이 결국 부숴졌으니.’

    그때를 회상하던 루카스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 이제.”

    열한 개의 보석을 각자의 자리에 가져다 둔 루카스가, 마지막 보석 하나를 손에 들고 잠시 숨을 골랐다.

    “후우!”

    그러고는 마지막 보석 하나를 빈 공간에 끼워넣었다.

    -덜커덕.

    보석이 제자리에 맞물리는 경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웅… 우우웅…….

    그러자 벽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발리마의 심장…… 제발 줘라.’

    지금 루카스는 이 고생을 하고도 발리마의 심장을 얻지 못한다면 폭발할지도 몰랐다.

    -우우웅…….

    “제발!”

    어찌나 간절한지 속마음이 터져 나왔다.

    -우웅…….

    진동하던 벽체가 멈추고.

    -덜컥! 쿠웅! 쿠쿵!

    커다란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마지막이어라.’

    -피우우웅!

    벽에 박힌 보석들이 일제히 한곳을 향해 빛을 쏘아냈다.

    -파칭!

    허공에서 빛이 부딪히고, 그곳에 작은 빛과 함께 생겨난 무언가.

    “하…….”

    그것을 본 루카스가 작게 탄식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