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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33화 (133/225)
  • 133화. 알리타의 유물 (3)

    눈곱을 덕지덕지 붙인 족장은 루카스를 보며 미심쩍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에와르 발다님 친구의 계약자? 이 비리비리하게 생긴 인간이?”

    “그렇습니다.”

    루카스가 손을 내밀어 문장을 보이자, 그제야 족장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를 긁던 손을 멈췄다.

    “그래서 뭔 일인디?”

    족장의 반말에 루카스 역시 눈을 척 내리깔며 대답했다.

    “물건을 좀 찾으러 왔는데.”

    “허? 물건? 뭔 물건.”

    “알리타의 유물.”

    루카스의 말에 족장은 눈곱을 떼던 손을 잠시 멈췄다.

    “그걸 왜 여기서 찾어?”

    “여기 있으니까.”

    “없는디?”

    “거짓말하지 마라.”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말을 주고받는 둘.

    “거짓말 아닌디?”

    “여기 있는 거 다 알고 왔다.”

    “허? 없는디?”

    “있는 거 다 안다고.”

    루카스는 오르는 혈압을 잠시 누르기 위해 숨을 골랐다.

    “있으믄 뭐. 달라고?”

    “그래.”

    “안 줄 건디?”

    루카스는 혈압이 올라 죽을 지경이었다. 제 허리춤까지밖에 오지 않는 드워프 족장은 약 올리기 대회가 있다면 우승감이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지.”

    올라오는 화를 겨우 참아내며 한 말이었다.

    “없는디?”

    하지만 족장은 그것을 깡그리 무시하고는 제 귀를 후비적거린 뒤 손가락을 후 불었다.

    “……그렇다면 나도 어쩔 수 없겠군.”

    루카스가 한 손을 척 들어 올리자, 족장은 조금 전 기세와는 달리 몸을 웅크렸다.

    “쫄긴.”

    “이, 이런 씨부X!”

    루카스가 피식 웃으며 농락하자, 족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지금 쫄아야지.”

    루카스의 등 뒤로 생겨난 수십 개의 얼음 창이 족장을 조준했다.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제야 족장은 양팔을 번쩍 들며 항복의 표시를 해 보였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루카스가 들었던 손을 휙 내저어 얼음 창을 모두 없애자, 족장은 눈을 부라리며 그를 째려봤다.

    “내놔.”

    “마법사여? 하긴, 드래곤의 계약자면 마법사겠지.”

    “알리타의 유물. 내놓으라고.”

    더 이상 귀찮은 말다툼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봐. 뭐 강도여? 내놔 막 그러게? 그런 인간 아니잖아? 그치?”

    하지만 족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루카스에게 친근하게 굴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빨리 끝낼 수만 있다면 강도가 아닌 더한 것도 될 수 있다. 그러니 허튼수작 부리지 말고 얼른 내놔라.”

    “아이! 이 사람도 참. 그러지 말고 내 말 좀 들어보라니까 그러네.”

    급기야 족장은 루카스의 허리춤에 손까지 슬쩍 얹어가며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지?”

    “이건 분명 자네한테도 나쁜 거래가 아니여. 응? 그니께 한번 들어나 봐봐. 자, 보자고. 자네는 알리타의 유물이 필요해서 왔잖여. 그치?”

    “그런데?”

    “우리한테는 자네가 찾는 그것이 딱 있어. 그런디 말여? 아까 자네가 했던 말 기억하는가 몰라? 필요한 것이 있으믄 들어주겠다고 했던 말 말여.”

    “그건 이미 물 건너간 일이다. 내 물음에 너는 이미 없다고 대답하지 않았나?”

    루카스의 말에 족장은 ‘크험, 홋, 헛’ 하는 이상한 추임새를 몇 번 넣더니 말을 이어갔다.

    “흐험! 그건 또 그렇게 되었지만은? 우리네 사는 일이 다~ 그렇다 아니여? 그럼 이것은 어뗘? 알리타의 유물은 당연히 주는 것이고. 응? 거기에 드워프 족장제 아티팩트를 하나 떡 얹어 주믄 어떻것어?”

    족장은 루카스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제 덥수룩한 눈썹을 들었다 놨다 했다.

    “거기에 하나 더.”

    “잉? 하나 더? 족장 제 아티팩트만 해도 어마~ 어마한 것인디?”

    그의 말이 맞았다. 드워프 족장은 오로지 실력 하나만을 두고 뽑는 자리였으니, 그가 만드는 아티팩트는 드워프들이 만들 수 있는 것 중에 단연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루카스는 그에 조건을 하나 더 건 것이다.

    ‘네 놈이 필요한 것이 있으니 내게 이런 조건을 내걸겠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드워프의 족장이 제 마법 실력을 보자마자 꼬리를 내린 것은 분명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가 필요한 것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내 계약자라든지 말이야. 그러니 나는 네가 제안한 것 외에 하나 더 받아야겠다.”

    “쳇.”

    제 수를 들켜버린 족장이 루카스의 허리춤에서 손을 떼고는 다시 삐딱한 자세로 돌아왔다.

    “그래서 뭐. 뭘 달라는 거여? 아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엉? 그래, 도움이 필요한 것은 맞어! 근디 우리도 마법사는 뭐 고용하면 된다 그거여! 우리 돈 많은 거 몰러?”

    그에 루카스가 말없이 얼음 창을 소환했다.

    -촤촤촤촤촥.

    “그. 런. 데! 이렇~ 게 실력이 좋은 마법사는 드무니께 나는 무엇이든 주고 싶다~ 그거여! 응? 자, 들어가서 우리가 천천히 얘기를 해보까?”

    순식간에 바뀌는 족장의 태도에 루카스는 헛웃음이 다 나왔다.

    ‘어이가 없군. 게다가 이번엔 다들 왜 이 모양이야?’

    전생에는 분명 세이렌의 왕도 그렇고 상태가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엔 어찌 된 영문인지 다들 상태가 안 좋았다.

    “그래서 우리 인간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이라고?”

    “내가 가져오는 물건들을 융합해 주게.”

    “흐음. 융합? 그건 완전히 새로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디? 그럴 바엔 그냥 새로 만들지 그려?”

    “그럴만한 물건들이 아니다.”

    드워프의 제작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것은 새로 만드는 것뿐 아니라 수리와 융합 또한 물론 포함이었다.

    “흠…… 이미 알것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거여.”

    족장이 제 턱수염을 한번 쓸었다.

    “나는 드워프의 제작 기술을 누구보다 믿는다.”

    그러자 족장의 표정이 단숨에 밝아졌다.

    “크하하하! 말이 통하는 인간인줄 알았으믄 내가 처음부터 그 알리타인지 갈리타인지 얼른 내줬을 것인디!”

    루카스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족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혀?! 알리타의 유물 달라믄서?!”

    족장이 짧고 통통한 다리를 열심히 놀려 앞장섰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 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작은 건물로 족장이 들어갔다.

    “여어! 찾았네.”

    몇 분 지나지 않아 건물에서 나오는 족장의 손에는 작은 은빛 잔이 들려있었다.

    “근데 이건 뭐 할라고 찾어? 이거 아무런 기능도 없는 거 알지?”

    족장에게서 그것을 건네받은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안다. 약속을 먼저 지켜줬으니, 그쪽 부탁도 한번 들어보지.”

    “아! 맞네. 사실은 말여…….”

    족장은 우물쭈물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

    “하이고야… 이것을 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에 루카스가 미간을 좁히며 빨리 말하라는 듯 손을 두어 바퀴 돌렸다.

    “크흠… 사실은 이것은 우리 종족의 존폐가 걸린 문제란 말이여……. 당신이 해결만 해준다면야 우리한텐 엄청난 이득이지. 그러니께 당신이 말한 융합이고 수리고 우리가 전부 해줄 수 있다는 거여. 응?”

    그럼에도 족장은 자꾸만 말을 빙빙 돌리며 루카스의 표정을 살폈다.

    “괜찮으니 말해라.”

    “크흠… 만티코어라고 혹시 아나?”

    “안다.”

    만티코어. 그것은 사자 형상의 커다란 몬스터였다.

    게다가 꼬리는 전갈의 꼬리와 같아 독을 지녔으며, 날개까지 달려있어 비행 속도 역시 엄청났다.

    “그것들이 지금 쌍으로 우리 영역에 들어왔다고. 응? 우리 광산에 자리를 떡하니 잡고 그곳에 신혼집을 차려버렸다니께!”

    족장은 말을 하면서도 발을 동동 굴렀다.

    “나는 진짜 너무나도 깜짝 놀라 버렸어. 응? 어째 그것들이 우리 미스릴 광산에 자리를 잡냐 그 말이여! 하고 많은 동굴 중에 어째 우리 영역이냐 그것이여!”

    “흠…….”

    족장의 말대로 이것은 종족의 존폐가 걸릴만한 문제였다. 만티코어는 한 마리도 상대하기 벅찬데 둘 이라면 그들의 전력으로는 이미 턱도 없었다.

    하지만 루카스 역시 그들을 찾아가 냉큼 처리하기엔 어딘가 찝찝했다.

    ‘만티코어 한 쌍? 설마…….’

    그때 루카스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자네도 역시 힘들것지…? 괜찮어…….”

    족장의 단단한 어깨가 추욱 늘어졌다.

    “해결해 주마. 그런데 잠시 기다려 줄 수 있겠나.”

    “아녀… 그런 희망 남기지 말고 그냥 가도 괜찮어. 어차피 우리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으니께…….”

    루카스는 시무룩해진 족장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녀오지.”

    -파앗!

    루카스가 즉각 자리를 뜨자, 족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을 툭 찼다.

    “에휴… 미스릴은 중요한 것인디…….”

    ***

    “아만.”

    루카스가 찾은 곳은 다름 아닌 아만의 집무실이었다.

    “로드?”

    어쩐 일인지 아만은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중이었다.

    “그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다. 혹시 옛날에 네가 키우던 만티코어 지금도 잘 있나?”

    왠지 모르게 느껴졌던 찝찝한 기분은 이것이었다. 루카스는 옛날에 아만이 만티코어 하나를 데려다 애지중지 키웠던 것을 알고 있었다.

    “아… 우리 뽀삐 말씀이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아만의 눈이 축 처졌다.

    “……걔 이름이 뽀삐였나.”

    만티코어와 어울리지 않는 깜찍한 이름에 잠시 어이가 없었다.

    “아뇨. 걔 집 나갔어요…….”

    “그래?”

    “네. 왜 그러십니까? 혹시 우리 뽀삐가 어디서 밥이라도 굶는 겁니까?!”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만티코어가 밥을 굶는다니?

    이것은 마치 와이번이 고블린에게 당했냐는 질문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다면 네가 확인해 줄 것이 있다. 드워프들의 광산에 만티코어 두 마리가 살기 시작했다는데, 아주 골치라고 하더군. 내게 그들을 처리해 달라 했는데…….”

    “당장 가시죠!”

    아만이 허둥지둥 제 팔을 내밀며 소리쳤다.

    “……그러지.”

    -파앗!

    아만의 팔을 잡은 루카스가 텔레포트했다.

    “에엥? 진짜 왔네? 아니, 이 분은…….”

    족장은 돌아오겠다는 루카스의 말을 믿어보고 싶었던 건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만티코어가 있다고? 어디 있느냐?”

    “드, 드래곤님?”

    “그래, 내가 드래곤인데 만티코어가 어디 있느냐고!”

    족장을 채근하는 아만은 눈이 뒤집히기 직전이었다.

    “저, 저기 보이는 미스릴 광산 안에…….”

    아만은 족장의 손끝이 향하는 방향을 확인하자마자 즉각 텔레포트했다.

    -파앗!

    그와 함께 온 루카스는 아만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집 나간 만티코어가 뭐라고 이리도 흥분을 한다는 말인가.’

    동굴 안에 들어서자, 벽에 빼곡이 박힌 색색의 광물들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크르릉…….

    동굴 안쪽에서 낮게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뽀삐?”

    그것을 들은 아만의 눈이 울망울망해졌다.

    “옘병하네.”

    그를 본 루카스가 결국 작게 욕을 내뱉었다.

    -크르릉!

    “뽀삐!!!”

    안쪽을 향해 크게 소리치는 아만.

    그러자 만티코어가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릉! 크르릉!!!

    ‘뽀삐 아닌 것 같은데.’

    만티코어의 울음소리는 공격적이었다. 게다가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는 소리는 당장에라도 적을 찢어발길 기세였다.

    하지만 아만은 동굴 안쪽을 보며 기대하는 듯 눈을 빛냈다.

    만티코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뽀삐가 아닌데……?”

    아만의 실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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