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32화 (132/225)
  • 132화. 알리타의 유물 (2)

    세이렌의 왕은 모처럼 찾아온 방문자가 너무나도 반가운 눈치였다.

    ‘세이렌도 신이 나면 이렇게 꼬리를 치는 건가.’

    그도 그럴 것이 세이렌 왕의 꼬리는 너무 신나게 위아래를 저어대고 있었다.

    게다가 허리춤에 달린 작은 지느러미 두 개는 저러다가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러울 정도였다.

    “허허허! 이 얼마만의 방문자인지! 자, 어서 드시지요! 아, 그리고 이것 받으세요.”

    왕은 제 손에 들려있던 큼지막한 목걸이를 루카스에게 건넸다.

    “물속에서 만큼은 이것이 최고입니다! 호흡도 가능하게 해줄 뿐 아니라, 압력도 견딜 수 있게 해주니 말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목걸이는 혹시 모를 방문자를 위해 준비해 둔 아티팩트인 듯 보였다.

    ‘부담스럽군.’

    하지만 그 크기가 심히 부담스러웠다. 아이 손목만 한 두께의 사슬은, 루카스가 목에 걸었을 때 명치까지 내려오는 길이였으니, 물속인데도 불구하고 무겁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옷도 젖지 않게 해준답니다! 완벽한 생활 방수인 셈이지요! 하하하!”

    루카스가 목걸이를 목에 걸자, 왕은 고개를 젖혀가며 크게 웃었다.

    ‘저기에 몇 개가 더 있는 거야?’

    왕좌가 있는 곳 뒤편 벽에는 루카스의 목에 있는 것과 똑같은 목걸이 수십 개가 주렁주렁 걸려있었다.

    “하하하! 보셨군요. 제가 왕위를 물려받으며 손님이 오거든 주려 저만큼이나 만들어 뒀는데 말입니다! 아니, 손님이 도통 찾아오질 않아 저리 장식품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렇군요.”

    루카스가 측은한 눈빛으로 목걸이들을 한번, 왕을 한번 바라봤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아, 그보다 무엇 때문에 이 깊은 바닷속까지 오셨습니까. 오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루카스를 이끄는 왕의 작은 지느러미가 끊임없이 파닥였다.

    “찾는 물건이 있어서 왔습니다.”

    “오오! 찾으시는 물건이라. 안타깝게도 바닷속에 잠겨버린 물건 중 하나인가 봅니다.”

    “예. 혹시 알리타의 유물이 이곳에 있습니까?”

    “알리타의 유물이라…… 혹시 그것의 생김새를 아십니까? 아시다시피 저희에겐 수많은 유실물들이 있어서 말입니다. 아, 그러지 마시고 저희 창고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바닷속으로 흘러들어 온 물건들을 보관하는 곳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호의적인 종족이었다. 아무리 블루 드래곤의 계약자라 하지만, 이토록 아무 의심 없이 소중한 보물창고를 냉큼 보여주겠다니.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하하하! 감사는요. 자,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그보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저희 바닷속 진미들을 바다 한가운데서 맛보시면 맛이 아주 기가 막히실 겁니다.”

    루카스는 하마터면 아직 식사 전이라고 대답할 뻔했다.

    ‘잡혀서 못 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왕과 같이 식사라도 하게 된다면 몇 시간이고 붙잡혀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아니, 며칠이 될지도 모른다.’

    루카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조금 전 음식을 먹고 온 길입니다. 식사는 다음에 해야겠군요.”

    “저런…… 아, 혹시 소용돌이를 타고 오신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속이 많이 메스꺼우실 텐데 혹시 구토는 안 하셨습니까? 그렇다면 속이 비어서 많이 상할 텐데요…….”

    왕이 커다란 덩치에 맞지 않게 가련한 눈매를 하곤 루카스를 바라봤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좌표를 알만한 것을 주신다면 다음에 다시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저도 계약자가 급히 부탁한 일인지라…….”

    거기에 루카스가 계약자를 덧붙여 팔자, 왕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에 꼭 방문하겠습니다.”

    그러자 느려졌던 왕의 지느러미가 다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하하! 아주 좋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블루 드래곤님도 모시고 오십시오! 블루 드래곤님이 새로 태어나셨다고 들었는데, 아직 뵙질 못해서 아쉬웠던 참입니다!”

    “물론입니다.”

    루카스가 웃자, 왕은 더욱 세차게 꼬리를 휘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곳입니다!”

    보물창고라는 곳에 도착했지만, 그 앞에는 누구 하나 지키는 이도 없었다.

    ‘이제야 느낀 거지만 이곳은 입구를 빼고는 누구도 지키는 이가 없군.’

    이것만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평화롭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하물며 그들은 왕을 지키는 기사도 없었다.

    기사라고는 입구를 지키는 기사 둘뿐이었는데, 그들 역시도 몬스터의 침입을 알리거나, 외지인의 방문을 알리는 역할인 것 같았다.

    ‘평화롭군.’

    그들의 평화로움은 루카스의 마음으로도 금방 옮겨왔다.

    왕이 손수 육중한 문을 당겨 열어주자, 루카스는 고개를 한번 꾸벅여 감사를 표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자, 이곳입니다!”

    “허…….”

    산처럼 쌓인 수많은 금과 보석들. 그 옆으로 높게 지어진 선반에 놓은 수많은 아티팩트들까지.

    진짜 희귀한 아티팩트나 보석들만을 수집하는 드래곤의 보물창고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하하하! 저희에겐 그다지 쓸모가 없는 물건들입니다. 자, 들어가서 편히 구경하시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아마 인간들이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모든 마법사와 아티팩트를 동원해 이곳을 침략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창고 안으로 조심히 발을 들인 루카스가 먼저 선반을 훑기 시작했다.

    ‘이게 여기있었군!’

    그중엔 루카스가 전생에 찾던 아티팩트도 있었으며.

    ‘이건 누구의 성유물이지?’

    신의 성유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살피면 살필수록 감탄이 절로 나왔다. 루카스는 그중에서도 욕심나는 것 몇 개를 눈여겨보며 알리타의 유물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반 끄트머리에 있는 알리타의 유물을 찾을 수 있었다.

    세공된 은 팬던트 안에서 반짝이는 푸른빛 보석.

    “호오! 벌써 찾으신 겁니까!”

    “예. 이것을 가져가도 괜찮겠습니까.”

    알리타의 유물을 손에 든 루카스가 왕에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더 필요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몇 개 더 탐나는 것은 있습니다만.”

    원래대로라면 괜찮다며 사양을 해야 맞지만, 솔직히 탐이 나도 너무 나는 물건이 몇 개 있었다.

    “물론입니다! 물론이에요! 이 먼 길을 방문해 주셨는데요. 인간들이 잃어버린 물건이니 다른 인간이 찾아가는 것이 옳지요! 하하하!”

    호쾌한 왕의 웃음에 루카스는 눈을 반짝이며 선반에서 몇 개를 더 집어 들었다.

    “이것들을 가져가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역시 드래곤님의 계약자답게 안목이 뛰어나십니다! 물론입니다. 가져가셔도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보답을 좀 해드리고 싶은데 도울 일이 있겠습니까?”

    얼른 주머니를 열어 물건들을 챙겨 넣은 루카스가 물었다.

    “오오! 정말이십니까. 그렇다면 손님의 성함을 알려주십시오.”

    “예?”

    “아무래도 무리한 부탁이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조금은 황당한 부탁이었지만, 왕의 말을 듣고서 그제야 이유를 알아차린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이렌을 두고 도는 소문 중 하나.

    그들에게 이름이 알려지면 죽는다는 것.

    때문에 뱃사람들은 세이렌 해역을 지날 때면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미신도 있었다.

    “소개가 늦어 죄송합니다. 저는 루카스 로드리고입니다.”

    “오오! 이름을 알려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세이렌의 왕인 기에스티오 아르다입니다.”

    그에 왕 역시 제 이름을 알려주며 루카스의 손을 다시 한번 맞잡았다.

    “정말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그 모습에 루카스는 마음 한편이 애잔했다.

    ‘전생에 봤던 왕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전생에 블루 드래곤을 따라 이곳을 한번 방문했을 때 역시 왕은 조금 신이 난 기색이었으나, 그들이 드래곤이라서인지 이만큼 기쁨을 표현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기에스티오는 마치 잃어버린 주인이라도 찾은 강아지처럼 신이 나 있었다.

    “환대에 저 역시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다음에 꼭 방문하겠습니다. 여기…….”

    루카스가 목걸이를 벗어 건네려 하자, 기에스티오는 얼른 그의 손을 붙잡으며 만류했다.

    “오오! 아닙니다. 그것은 가지고 계시다가 다음에 방문하기 전에 착용하고 내려오세요.”

    인자하게 웃는 기에스티오의 표정에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그렇다면 조만간 이곳을 또 방문하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아, 그리고 이것도 받으시지요.”

    그가 루카스에게 평범해 보이는 작은 소라 하나를 건넸다.

    “이곳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희 왕국의 좌표가 적혀있습니다.”

    그가 가르키는 곳을 보자, 소라 안쪽에 아주 작은 글씨로 좌표가 새겨져 있었다.

    ‘방문자가 오면 언제든 건네줄 생각을 하며 만들었겠군.’

    그것을 보니 루카스의 마음이 더욱 애잔해져 왔다.

    ‘꼭 와야겠어.’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방문하기 전에 이것으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오오! 알겠습니다.”

    기에스티오의 지느러미가 신나게 파닥거리자, 루카스는 괜히 그런 말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라 껍데기 앞에서 매일 죽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얼른 가보십시오!”

    괜히 질척거린다면 루카스가 다음에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 것인지, 그는 먼저 루카스에게 가보라며 얘기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파앗!

    잔잔하게 웃음 짓는 그를 뒤로한 루카스가 텔레포트했다.

    ‘엄청난 수확이군.’

    루카스는 아공간 주머니 안에 들어있을 물건들을 생각하며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이들에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루카스가 욕심낸 물건들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스키르와 폴라 그리고 넬라를 위한 것들이었다.

    지상에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으며, 찾는다 해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 물건들이었다.

    그런데 기에스티오는 그런 물건을 거리낌 없이 그것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턱턱 내어줬다.

    ‘드워프.’

    루카스는 배 위로 가는 대신, 다음 유물이 있을 드워프들에게 곧장 가기로 했다.

    ‘죽었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것이다.’

    어차피 그 험한 바다로 뛰어들었으니, 루카스가 살아 돌아오는 것보다 죽었다고 여기는 게 나았다.

    ‘이그노스라. 오랜만이군. 지난번에 구해준 드워프는 이곳의 변방에 사는 자였으니.’

    드워프들의 마을인 이그노스 중심에 들어선 루카스가, 그들의 키에 맞춰 작게 지어진 건물들을 보며 잠시 추억에 젖었다.

    ‘옛날에 드워프 하나를 잡아다가 아티팩트를 수리하게 했었지.’

    말만 들으면 나쁜 짓이라고 여기겠지만, 그 드워프는 엄청난 영광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드래곤들이 가져다주는 아티팩트는 하나하나가 엄청난 것들이었는데, 그것들을 수리하며 늘어난 경험과 실력은 지금의 드워프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족장을 찾아가면 되려나.’

    루카스의 시선이 곧장 높게 솟은 언덕 꼭대기를 향했다.

    -파앗!

    단숨에 그곳으로 텔레포트한 루카스가 문을 두드리려는 때였다.

    “어이! 키 큰 놈! 여기가 어디라고 찾아와서 감히 문을 두드려? 엉? 아주 그냥 콱 손모가지를 분질러서 용광로 땔감으로 써버릴까 보다!”

    뒤에서 들려오는 험악한 목소리.

    “족장을 좀 만나고 싶네만.”

    “야! 너 같은 자식이 하루에 몇 번이나 찾아오는 줄 알어?! 콱 그냥. 안 꺼져?!”

    그에 루카스는 잠시 고민했다.

    ‘족장을 납치할까.’

    그들은 무기를 만들고 불을 다루는 데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지만, 무력 면에서는 크게 보잘 것이 없었다.

    짧은 팔다리는 검이나 다른 무구를 다루기에 부적합했으며, 마법이나 정령술에도 큰 소질이 없었다.

    “에와르 발다의 후손이여. 나는 블루 드래곤의 계약자이다. 내 계약자의 부탁을 받고 왔으니 족장을 만나게 해주겠나.”

    그러자 욕지거리를 내뱉던 드워프의 눈이 흔들렸다.

    “블루 드래곤의 계약자라고?”

    “그렇다. 에와르 발다의 친구라고 하시더군.”

    에와르 발다는 루카스가 전생에 납치했었던 드워프의 이름이었다. 그는 훗날 드워프의 영웅이자, 그들을 이끈 선생, 그리고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기, 기다려라!”

    화를 내던 드워프는 태도를 바꾸어 곧장 족장의 집 문을 두드렸다.

    “족장님! 나와보십쇼!”

    그러자 문이 열리고, 아직 술이 덜 깬 듯한 족장이 배를 북북 긁으며 나타났다.

    “뭐여? 또 누가 술 대결이라도 하재?”

    “아니, 인간이 왔는데 에와르님의 친구이신 블루 드래곤 님의 계약자랍니다.”

    그러자 족장이 눈을 겨우 뜨더니 루카스를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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