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31화 (131/225)

131화. 알리타의 유물 (1)

하셀의 레어를 빠져나온 루카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기로 했다.

‘하셀이 장로들과 함께 움직이겠다고 했으니…….’

하셀은 마족들을 지상으로 영영 올라오지 않게 할 방법을 먼저 찾겠다고 했다.

때문에 드래곤들은 지금부터 열띤 회의에 돌입할 것이다. 그들이 영영 지상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지만, 또 어려웠다.

‘게이트를 통해 오는 방법이 유일하다면 그것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된다. 만들었다 해도 즉각 파괴하면 되겠지.’

사실 마계에서 지상으로 올라 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상에 남겨진 가족을 보기 위해서, 또는 새로운 마계에 적응하지 못해서 종종 지상에 발을 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드래곤들은 그런 그들을 찾아내어 무참히 살해했다.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앞에 루카스가 있었다. 그들에게 틈을 보이거나 지상으로 올라올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서는 안 됐다.

‘그랬다면 지금도 이 땅엔 마족이 살고 있었겠지.’

그때는 그것이 맞는 줄로만 알았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금은 여지를 남겨둘 것을 그랬나…….’

하지만 루카스가 다시금 생각을 고쳤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 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것이다.’

후회는 언제나 독이었다. 그러니 지금은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을 바로 잡는 데에 집중해야 했다.

‘세이렌.’

아모레가 알려준 대로라면 알리타의 유물 중 두 개는 세이렌과 드워프가 가지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루카스는 지금 세이렌 해역에 발을 들일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사는 곳이 대충 어딘지는 아는데…….’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그들이 사는 곳은 물론 바다였지만, 그들이 정확히 어디에 거주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바닷속 어딘지를 모른다는 거지.’

인간들을 비롯한 다른 종족들은 세이렌이 종종 출몰하는 지역을 두고 세이렌 해역이라 불렀다.

루카스는 먼저 그들이 있는 해역으로 나가기 위해 배를 한 척 빌리기로 했다.

‘바다 위로 바로 떨어질 수는 없으니.’

세이렌 해역과 그나마 가장 가까우며 발달이 된 항구가 있는 곳은 바마라스였다.

항구에 도착한 루카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배를 빌릴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저기 있군.’

항구에 정박한 배들 사이에 작은 팻말이 보였다.

-배 빌려드립니다.-

그곳으로 다가가자 사람 한 명이 들어갈 만한 작은 부스가 보였다.

“배를 빌리고 싶네만.”

루카스의 목소리에 부스 안에서 작은 책을 읽던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예. 어디까지 가시는데요? 그리고 몇 명이나 가시죠?”

사내는 책장을 넘기며 시큰둥하게 물어왔다.

“큰 바위 섬. 그 앞까지만 가면 되네.”

“그쪽은 위험수당이 붙어요. 그리고 작은 배는 들어가지도 못하고요.”

큰 바위섬은 바마라스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 정도를 나가면 볼 수 있는 작은 무인도였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선원들은 그 바위섬이 보이면 바마라스에 다 도착했다고 할 만큼 좌표 역할을 하는 곳이었지만, 주변 해류가 사나워 그만큼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때문에 뱃사람들은 큰 바위섬이 보이면 그곳을 빙 돌아 바마라스로 향했다.

“나 혼자일세. 돈은 괜찮으니 노련한 사공으로 부탁하지.”

그러자 사내는 그제야 읽던 책을 내려두고 수첩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언제 출발하십니까?”

“지금 갈 것이네.”

“흠…….”

잠시 수첩을 보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스를 빠져나왔다.

“일단 따라오십쇼. 이 자식이 어제는 술을 안 먹었나 모르겠네…….”

앞장서는 사내가 중얼거렸다.

“어이!!! 데니!!!”

사내의 큰 목소리가 항구를 쩌렁쩌렁 울렸다.

“왜!”

그러자 뱃머리에서 다른 사내 하나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소리쳤다.

“거기 안에 토니 있어?”

“없어!”

“어디 갔어!”

사내들은 거리가 가까워짐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로 대화했다.

“술 처먹고 뻗었겠지!”

뱃머리 사내의 대답에 앞장서던 사내가 루카스를 흘끗 돌아봤다.

“흐음…… 술 처먹고 뻗었다는데요?”

“다른 배는 없는가?”

“방금 저 친구가 있긴 한데, 노련한 뱃사공은 맞지만 지금 술 먹고 뻗어있는 친구 실력이 더 좋긴 하거든요.”

“괜찮으니 저 사람에게 나갈 수 있는지 물어봐 주게.”

그러자 사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앞을 보며 소리쳤다.

“데니!!!”

“아, 왜!!!”

사내들은 다시 큰 소리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큰 바위섬!!! 갈래?!”

“얼만데!!!”

금액 이야기가 나오자 사내가 얼른 배로 뛰어갔다.

‘언제까지 하나 보려고 했더니만.’

불과 열댓 발자국 정도 되는 거리를 냉큼 뛰어간 사내가, 데니란 사내와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내가 루카스를 보며 손짓했다.

“간답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배로 다가갔다.

“얼마인가.”

“먼저 선금으로 20골드 이 친구에게 주시고 나머지 20골드는 제게 주십쇼. 이 친구가 잘 돌아오면 제가 나머지를 주겠습니다. 총 40골드입니다.”

분명한 바가지였다. 한 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데 40골드라니? 아무리 비싸도 20골드면 충분한데 이건 해도 너무했다.

‘어이가 없군.’

값을 깎으려면 얼마든지 깍을 수 있겠지만, 루카스는 그런 불편한 소동 따위는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여기 있네.”

루카스가 주머니를 열어 값을 치르고는 배로 올라탔다.

“나머지 20골드는 손님을 위해 제가 받아두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분쟁이 생기면 언제든 찾아오십쇼!”

신이 난 듯 외치는 사내와 데니라는 사내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씨익 웃었다.

“어서오십쇼~ 데니 호에 오신 것을 환영하고요. 혼자 가신다고 하니 더 안락하게 모시겠습니다! 자, 거기 앉으시고!”

데니가 능숙하게 자리를 안내하며 밧줄을 풀어냈다.

“큰 바위섬까지 가신다고요?”

“그 앞이면 되네. 아, 그리고 그곳에서 조금 있을 텐데 괜찮은가?”

“물론이지요! 뭐 낚시라도 하시나? 뭐 험한 해역에서 낚시를 하시는 분들은 종종 있긴 합니다만, 혹시 낚시를 하실 거면 제가 진짜 좋은 곳을 압니다. 아주 낚싯대만 던졌다 하면 덜컹! 하고 물어버리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데니는 루카스의 짐을 흘끗 살폈다. 혹시 낚시 장비가 있는 것인지 보려는 듯했다.

“큰 바위섬으로 가면 되네.”

하지만 루카스는 아무런 짐도 없이 로브만 입고 배에 탔다. 그렇기에 데니는 루카스를 더 설득하기를 포기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큰 바위섬으로~!”

신이 난 데니의 목소리만으로도 루카스가 얼마나 호구 취급을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배가 출발하고 한 시간쯤이 지나자, 큰 바위섬의 모습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자, 제 배는 이 안쪽으로는 더 못 들어갑니다. 저 앞에 작은 소용돌이들 보이시죠? 저 조류에 쓸리면 콱! 하고 가니까요. 쩌어기 보면 섬 앞에 나무들 잔뜩 보이시죠? 저게 다~ 난파선 파편입니다.”

“괜찮네. 여기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주게. 세 시간이면 충분하겠군.”

“아니, 그런데 어디로 가시게요? 혹시 바다에 들어가실 건 아니죠?”

루카스는 대답 대신 자신이 기억하는 곳이 확실한지 먼저 주변을 살폈다.

‘맞는 것 같군.’

데니가 불안한 듯 닻을 내리면서 루카스를 살폈다.

“세 시간 뒤에 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떠나도 좋네.”

“예?! 들어가시게요?!”

데니를 뒤로한 루카스가 그대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루카스는 몸에 방어 마법을 둘둘 감았다.

‘보온 마법도 필요하겠군.’

아무리 방어 마법을 감아 익사할 위험은 없다지만, 바닷속은 추워도 너무 추웠다.

방어 마법에 보온 마법까지 두른 루카스가 바닷속으로 잠수하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들어온 곳은 수심이 2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이었다. 어느새 바닥에 발을 디딘 루카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저기군.’

그러자 소용돌이가 거세게 일고 있는 곳이 보였다. 그곳은 소용돌이가 빨려 들어가는 곳만 보아도 수심이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카스가 서있는 곳과 이어지다가 푸욱 꺼져 들어가는 그곳은 끝이 보이지 않는 해저였다.

‘후우.’

마음을 가다듬은 루카스가 몸에 두른 방어 마법을 더욱 견고하게 유지했다.

‘압사는 안 되지.’

분명 저 소용돌이를 타고 순식간에 내려가게 되면 받는 압력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때문에 잠시라도 방어 마법이 흔들린다면, 순식간에 죽고 말 것이다.

-우우우웅.

소용돌이에 점점 가까워지자, 온통 고요함뿐인 바다에서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간다.’

루카스가 바닥을 박차고 그대로 소용돌이에 몸을 맡겼다.

‘으윽.’

겉에서 보는 것보다 소용돌이는 어마어마했다.

‘이대로 가다간 기절이라도 하겠어.’

루카스는 얼마나 이어지는지도 모르는 길을 이대로 빙글빙글 돌며 내려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은 루카스가 어두워진 시야에 맞춰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다.

‘한 방에 내려간다.’

좌표를 모르기에 텔레포트를 시전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루카스는 어지러움이라도 빠르게 끝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수우우웅!

루카스가 택한 방법은 무게를 늘리는 마법이었다. 마법을 시전하자 제 몸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과 함께 발 아래를 누가 쑤욱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빠르게 하강하는 루카스.

덕분에 어지러움은 줄었지만,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 해저 생명체들의 모습이 정신을 어지럽혔다.

‘저건 왜 또 저렇게 생겼어?’

수천 년을 살았다지만, 블루 드래곤도 아닌 자신이 굳이 바닷속을 탐험하겠다고 해저를 휘저어 본 적은 없었다.

세이렌의 영역을 아는 것도, 전생에 아는 블루 드래곤을 따라 한번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 루카스 스스로 그들을 찾은 일은 없었다.

‘젠장. 그땐 텔레포트로 왔었는데.’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자 드디어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왔군.’

더 이상 소용돌이는 없었으며, 어둠 또한 없었다.

단단한 성벽과 함께 찬란하게 빛나는 야광석들.

그 위를 감싼 투명한 장막과 그 주위를 맴도는 색색깔의 찬란한 물고기들과 해저 몬스터들.

‘다시 봐도 경이롭군.’

바닷속에 사는 그들은 자신들만의 도시를 만들어 냈다. 난파선의 파편과 잔재를 모아 건설에 보태기도 했으며, 그 안에 실린 물건들을 가져다 쓰기도 했다.

세이렌 도시 입구에 다가서기도 전에 창을 든 세이렌 기사 하나가 다가왔다.

“누구십니까.”

적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 깊은 곳까지 방문할 수 있는 인간이라면 분명 평범한 인간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었다.

“물건을 좀 찾으러 왔습니다.”

루카스가 제 손등 위에 새겨진 아만의 문장을 보였다.

“블루 드래곤님의 계약자이시군요.”

문장 하나만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 간다는 듯, 기사가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가 유려한 꼬리 짓으로 헤엄쳐 루카스를 안내했다.

“들어가시면 다른 일족이 안내를 도울 겁니다.”

“감사합니다.”

기사가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블루 드래곤의 계약자시여.”

그러자 다른 세이렌 하나가 나와 루카스를 맞이했다.

“찾는 물건이 있습니다.”

“왕께 안내하겠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그들의 왕에게 안내했다.

‘세이렌답군.’

그들은 바닷속에 살며 침입이라고는 흉폭한 해저 몬스터들의 침입밖에 겪지 않는 이들이었다.

때문에 이처럼 그들을 직접 찾아오는 다른 종족에게 어떠한 적개심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은 바다를 지배할 수도 있는 강한 종족이지만, 언제나 평화를 택했다.

자신들만의 도시를 구축해 그 안에서 안전하게 살길 원했으며, 필요한 것 이상의 사냥이나 살육도 하지 않았다.

“이곳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내를 맡은 세이렌이 문을 열자, 작은 물방울들이 일어났다.

“오오. 방문자여!”

그러자 왕좌로 보이는 커다란 조개껍데기 위에서부터, 엄청나게 커다란 세이렌 하나가 힘차게 헤엄쳐 다가왔다.

“방문을 환영합니다!”

루카스 손을 덥썩 잡은 그가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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