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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29화 (129/225)

129화. 이 정도면 죽었겠지? (2)

루카스는 허세를 떨며 저들을 한 방에 보내버릴 방법을 생각했다.

‘젠장 할.’

저들을 가장 확실하게 보내버릴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단 하나였다.

‘꼭 그거여야만 하나.’

마음속으로 그들이 다가오는 타이밍을 재면서도 루카스는 오직 하나만을 생각했다.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는가? 하고 말이다.

‘없군.’

하지만 애석하게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들의 마력이 들끓으며 루카스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그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외쳐지는 주문.

“……사랑의 힘으로 뾰롱뾰롱.”

제 옆을 날던 풀벌레조차 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소리로 외쳐진 주문이었지만, 아모레의 걸작은 기가 막히게 발동됐다.

[자기야. 뭐양? 다시는 보지 말자더니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습을 드러낸 아모레 역시 루카스의 옆에 딱 붙어 속삭였다.

[우리 자기가 도움이 필요하구나?]

아모레는 제 금발 머리를 요사스럽게 꼬며 루카스의 볼에 턱을 비벼댔다.

‘죽고 싶다.’

죽고 싶을 만큼 싫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도와죵?]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오소소 돋아나는 소름. 그럼에도 루카스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발만 묶어주면 된다.”

[어머 우리 자기 많이 급했나 보다! 홍홍홍!]

루카스가 눈을 흘기려 했지만, 이미 아모레는 사라진 뒤였다.

‘아모레가 저들을 잠시 묶어놓으면 한 방에 보내주지.’

희뿌연 연기 속에서 루카스가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하던 때였다.

[애들아, 안녕?]

하늘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당황한 루카스가 고개를 들었다.

‘저런 미친……!’

하늘에서 내려오는 아모레와 그 곁에서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핑크빛 꽃가루를 흩날리는 천사 둘.

아모레가 말 그대로 강림하고 있었다.

“끄으으윽…….”

그와 동시에 마족들은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고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우리 자기가 도와달래서 왔지! 자기야~ 나 잘해쪙?]

하늘에서 내려오며 신력을 미친 듯이 뿜어대는 아모레. 그 덕에 마족들은 신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발만 묶어달랬더니 현신을 해?’

아모레가 자신을 찾아왔을 땐 언제나 현신이 아닌 제게 귀속된 유물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유물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도 웬만한 종족들은 신력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현신, 그것도 저렇게 신력을 누르지도 않은 채 지상으로 내려온다면 누구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끄어어어어.”

둘은 이미 아모레의 신력을 이기지 못하고 까무룩 혼절을 하고 말았다.

“하…….”

아모레의 유물 덕분에 루카스는 괜찮았지만, 한숨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준비하던 강력한 한 방 대신 루카스가 얼음으로 된 창을 소환했다.

-투카카캉! 캉! 카캉!

수십 개의 얼음 창이 그들을 꿰뚫자, 아모레의 표정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어쩜! 어쩜! 우리 자기는 어쩜 이렇게 멋있을까앙!]

날이 가면 갈수록 아모레의 추태는 점점 심해졌다.

“도와줘서 고맙군.”

[어머! 어머! 우리 자기는 어쩜 이렇게 신사다울까앙!]

손뼉을 짝짝치며 루카스의 주위를 빙빙 도는 아모레. 그 주위로 끊임없이 분홍 꽃가루를 흩뿌리는 무표정의 천사들.

‘너희도 참 극한 직업이다.’

속으로 그들의 근무 환경을 가엾게 여긴 루카스가 억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 이제 가도 된다. 그리고 지난번에 네가 준 쪽지는 잘 받았다.”

[홍! 홍! 홍! 이것 참 민망하네. 하지만 이번엔 진짜 좋은 힌트를 줄게. 자기야.]

억지 웃음을 짓는 루카스의 입가가 파르르 떨려왔다.

‘개 같은 자식. 이번엔 무슨 개 같은 정보를 주려고!’

지난번 쪽지에 대한 앙금이 덜 풀린 탓인지 루카스는 왠지 모르게 분했다.

[자기가 찾는 것들 있잖아? 그중에 두 개는 모르는 거잖아. 그치?]

하지만 아모레는 너무나도 상세히 루카스가 찾는 것에 대한 정보를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그중 두 개가 어디 있는지 알려줄게. 그건 다른 드래곤들도 몰라.]

루카스가 잠자코 다음 말을 기다렸다.

[말 해줄깡?]

“…….”

다시 한번 걸어오는 아모레의 장난에, 루카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농담~ 농담~ 표정 풀어용!]

그러자 아모레가 잔망스레 손을 파닥이며 루카스를 달랬다.

[하나는 세이렌이, 다른 하나는 드워프가 가지고 있어!]

“세이렌과 드워프?”

[응! 이번엔 진짜니까 잘해봐 자기야~ 그럼 우리 다음에 또 봐용! 언제든 그대의 사랑을 찾아주세요옹~]

아모레가 눈을 찡긋하며 손으로 커다란 하트를 그렸다.

‘너무 안타깝군.’

그럼에도 루카스는 천사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아모레의 몸짓이 커질 때마다 더욱 열정적으로 꽃가루를 흩날리고 있었다.

처음 왔던 것과 같이 아모레가 천천히 떠올라 사라졌다.

‘이번엔 좀 일찍 갔군.’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저런 아모레의 모습을 견디기 힘들긴 했지만, 처음보다는 훨씬 나았다.

“으윽.”

루카스가 신경질적으로 제 귀를 후볐다.

“아직도 들리는 것 같군.”

아모레의 간드러진 음성이 왠지 귓가를 맴돌았다.

***

픽시들의 마을로 돌아가 그들의 상태를 잠시 확인한 루카스가 곧장 아만에게 향했다.

“하셀에게 가야겠다.”

드래곤의 레어는 인간의 몸으로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의 주인이 결계를 열어줘야 하기도 했으며, 허락되지 않은 자에겐 엄청난 대가가 따르기 때문.

“아버지께요?”

“급하다.”

때문에 루카스는 아만을 찾아온 것이었다.

“네.”

루카스의 심각한 표정을 본 아만이 두말없이 곧장 텔레포트했다.

하셀의 레어에 도착한 아만이 장막을 걷어냈다. 그 뒤를 따라 들어서자 그곳엔 이미 나와있는 하셀이 보였다.

“하셀.”

“로드.”

짧게 눈인사를 나눈 그들이 자리에 앉아 서로를 마주 봤다.

“하하…….”

“하하하…….”

하셀과 루카스는 서로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전생에서 둘이 의견 차이가 있었을 때와 같은 패턴이었다.

누군가 먼저 자존심을 조금 굽히고 찾아오면 짧은 눈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는 것. 때문에 둘은 웃음이 나왔다.

“먼저 사과하지. 내가 생각이 짧았다.”

“……아닙니다. 저 또한 로드께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루카스의 사과에 하셀 역시 사과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마음이 복잡했다. 전생과 같이 이런 잔잔한 감동이 이는 구간에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한다니.

“후우…….”

잠시 숨을 고른 루카스가 하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자 하셀 역시 자세를 고쳐 잡으며 몸을 앞으로 세웠다.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그래. 마족들이 돌아왔다.”

“…….”

하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나?”

“저도 조금 전에 알았습니다.”

“그렇군.”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고 있는가?”

“아직 거기까지는 모릅니다만 마족들이 지상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여는 데 성공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게이트를 열었다고?”

“예.”

하셀과 루카스의 대화에 놀란 아만이 작게 딸꾹질을 했다. 그만큼 모두가 놀랄만한 사실이었다.

“아만?”

하셀이 눈을 흘겼다.

“아, 죄송합니다. 너무 놀라, 히끅! 는 바람에 말이죠.”

아만이 얼른 제 입을 틀어막았다.

“괜찮다. 그보다 게이트를 열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입니다. 그들이 마계와 지상으로 향하는 문을 여는 것을 성공했습니다. 물론 게이트는 곧 닫힌 듯합니다만 점점 유지 시간이 늘어날 것입니다.”

하셀이 입술을 잘근 씹었다.

“게이트가 열린 곳은?”

“델러다칸입니다.”

마족들이 그들이 살던 땅에 게이트를 열었다.

“어떻게 알았나?”

“로드께서 다녀가신 이후로 저희도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중 하나가 델러다칸에 갔는데 그곳에서 마족의 기운과 함께 강한 마력의 잔재가 느껴졌다 하더군요. 그리고 조금 전 그 소식을 전해 들은 참입니다.”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로드께서는 어떻게 아셨습니까?”

“픽시 하나가 나를 찾아왔다. 마족들이 돌아왔다고 말이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에스카르 산맥에 사는 픽시들의 일족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그때 그들이 내게 축복 주술을 걸어뒀다고 하더군. 그 흔적을 쫓아서 나를 찾아온 것이지. 드래곤을 바로 만날 수는 없을 테고, 내가 드래곤의 계약자이니 말이다.”

“하.”

“그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더군. 종족들을 더 이상 잃지 않고 온전히 자신들의 땅 위에서 살아갈 자유를 말이야.”

“더러운 놈들이…….”

하셀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래서 픽시들은 뭐라고 했답니까? 하긴 로드를 찾아갔다면 그들의 만행을 까발리러 온 것이겠군요.”

하셀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자, 루카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들은 마족의 편에 서겠다고 했다.”

“이런 건방진 것들이! 멸족시켜야겠군요.”

하셀이 당장이라도 픽시들을 멸족시킬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셀.”

그런 하셀을 루카스가 부드럽게 불러 세웠다.

“잠시. 아주 잠시만 생각을 해보아라.”

루카스의 눈동자가 깊었다.

“아뇨. 우리는 그런 건방진 종족의 어리광 따위는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것들은 지상에 있으나 마나 티도 안 나는 것들입니다. 오크들 한 끼 식사, 아니, 고블린 간식거리도 안 되는 것들입니다.”

하셀은 루카스의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정말 아주 잠시만 생각해도 되는 일이었다.

하셀의 입장에서 픽시들은 지금 어리광을 부리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들을 봐달라고. 당신들이 우리를 돌아봐 주지 않는다면 우린 삐뚤어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하셀은 그런 그들의 말을 들어주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하셀.”

“건방진 것들입니다. 감히 제깟 것들이 뭐라고 로드를 불러내 협박을 한다는 말입니까?”

하셀이 화가 난 부분은 여기였다. 드래곤인 자신들을 직접 찾아올 수도 없을 만큼 나약한 것들이, 인간이 된 루카스를 찾아가 협박 비슷한 짓을 했다는 것.

하셀은 그 사실이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같잖은 족속들이 감히……!”

“하셀.”

들끓는 하셀의 화에도 루카스는 그저 그의 이름을 나직이 부를 뿐이었다.

“저는 정말… 너무…….”

“안다.”

“로드께서 인간의 모습이신 것도 화가 나는데 그깟 것들의 말에 휘둘리시는 모습도 화가 납니다.”

루카스의 부드러운 음성에 하셀의 진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알고 있다. 그러니 앉아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꾸나.”

자리에 앉은 하셀은 한참이나 제 마음에 대해 토로했다. 약해져 버린 루카스의 모습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게다가 드래곤과 계약까지 한 모습에 자신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왜 제가 아닌 아만입니까?”

“……?”

“서운합니다. 왜 저를 찾아오지 않으신 겁니까?”

“그, 그건 저번에 모두 이야기해 주지 않았느냐.”

갑작스레 마주한 하셀의 날것 그대로의 서운한 감정에 당황한 루카스가 말을 더듬었다.

“됐습니다.”

“미안하다. 그러니 마음 풀거라.”

루카스가 그를 다정히 달랬다.

‘하…… 이건 뭐 전생이랑 다를 게 없구먼.’

루카스의 머리가 잠시 지끈거렸다.

“그렇다면 신이 되신다면 저와 가장 처음 계약해 주세요.”

“그래. 그러자.”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루카스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하셀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그렇게 할 테니 다시 문제로 돌아가자꾸나. 마족들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로드의 뜻대로 다른 종족들을 회유하겠습니다.”

하셀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안다는 듯 먼저 하나의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에 루카스가 만족스러운 듯 웃자, 하셀이 비장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 문제는 마족과의 싸움이 아닐 듯싶으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요.”

“……?”

“우리도 신을 몇 꼬셔야겠습니다.”

하셀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고, 그에 맞춰 루카스 역시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내 자리를 물려 받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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