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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15화 (115/225)
  • 115화. 앨리의 소중한 개미집 (2)

    루마타 남작령.

    “오늘 말씀도 참 좋지 않았습니까?”

    “그러게요. 아, 그리고 남작 부인께서도 오늘 예배에 참석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정말이지 교주님의 힘은… 대단합니다.”

    남작령에 위치한 부활교당에서 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예배에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남작 부인에 관한 이야기 등이 주를 이루었다.

    “아참! 저번에 받으셨다던 축언 말입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축언을 받은 이후로 아침에 일어나는 기분부터가 남다릅니다. 뭐랄까… 힘이 넘친달까요?”

    축언을 받았다는 사내는 그 뒤로도 하루하루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안녕?”

    “누구…….”

    그런 그들의 앞에 나타난 금발의 여인.

    “내가 지금부터 3분이라는 엄청난 시간을 줄게.”

    “예?”

    그녀는 어리둥절한 교인들 앞에 손가락 세 개를 해맑게 펼쳐 보였다.

    “자, 지금부터 시… 작!”

    “무, 무슨 말씀을…….”

    -쿠릉… 쿵…….

    하지만 그는 땅을 뒤흔드는 진동에, 질문을 채 마치지 못한 채 머리를 냉큼 수그렸다.

    “교인들은 나가 있어. 뒈지기 싫으면.”

    “으, 으악! 도망쳐!!”

    교당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는 앨리를 따라 움직이는 진동에, 교인들은 물론 사제들까지 모두 혼비백산하여 날뛰고 있었다.

    “교인들만… 나가 있으라고…….”

    그르렁거리는 앨리의 낮은 음성이 교당을 울리고.

    -쿠궁… 쿠궁…….

    그녀의 목소리에 따라 대지 역시 그르렁거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으아악! 얀테님께서 널 가만두실 것 같으냐!!”

    그녀가 교인을 제외한 사제들의 발을 모두 묶어버리자, 사제들은 옴짝달싹 못 한 채 연신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하, 어이가 없네. 누가 날 가만 안 둔다고?”

    -콰콰쾅!!!

    앨리가 제 머리를 한번 쓱 쓸어내리더니 제 손목에서 머리 끈을 빼내어 머릴 높게 올려 묶기 시작했다.

    “이런 미, 미친년!!! 네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으아아악! 끄아아악!”

    푸른색 띠를 두른 사제의 팔이 기이하게 비틀렸다.

    “거참. 하여튼 인간들한테 말을 가르친 주신이 문제야.”

    제 머리를 높다랗게 묶어 올린 앨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을 한다니까? 하, 참… 그러니까 이것들이 고등 생물인 줄 알고. 응?”

    -쿠르릉… 쿠궁…….

    “자꾸 까불어요.”

    -콰콰콰쾅! 콰쾅!

    대지가 뒤엎어지기 시작하고.

    “끄아아악!”

    발이 묶인 사제들이 흙 속으로 파묻혀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피… 뭐, 그런 거 진짜 별로야.”

    제 팔을 감싸 안은 앨리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는 듯 몸을 오소소 떨어 보였다.

    “진짜 별로.”

    -콰쾅! 쾅! 쿠르르르…….

    지진이라도 난 듯 온 대지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진짜… 별로라고.”

    “사… 살려… 주…….”

    흙더미에 파묻힌 사제 하나가 앨리의 발치에 손을 뻗었다.

    “왜? 너네 교주가 어차피 살려줄 거 아닌가? 부활교라며?”

    “살려… 주…….”

    “하하, 정말. 귀여워… 나는 피는 싫은데 이런 건 또 좋더라고.”

    제 발치에 뻗어진 손을 바라보는 앨리의 얼굴에 웃음이 만개했다.

    “그런데 너 혹시 그런 적 있어? 어렸을 때 이유 없이 개미집 부수고, 지나가는 개미 죽였던.”

    “끄으윽…….”

    “있구나?”

    죽어가는 인간 앞에 쪼그려 앉아 시답잖은 말을 뱉어내는 앨리는 너무도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살려… 주세요…….”

    “너 그때 재밌었지?”

    “끄으… 크학!”

    사제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왈칵 쏟아지고.

    “그때 그 개미들도 너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넌 재밌게 죽였잖아. 아무런 죄도 없는 생명체를 말이야.”

    일순 앨리의 표정이 차게 굳었다.

    “그런데, 너희는 죄까지 지었어.”

    -콰르릉…….

    앨리의 차가운 음성에 다시 한번 대지가 진동했다.

    “내 귀여운 개미들을 죽였거든.”

    -콰콰쾅!

    그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그 자리에 더 이상 교당은 없었다.

    “아, 너네 본진이 어디야?”

    “크윽… 으윽…….”

    괴로운 듯 신음하는 사제의 눈이 하얗게 뒤집혔다.

    “아직 죽진 말고. 말 안 해주면 너희 문양만 보여도 이유 막론하고 다 죽일 거야.”

    “화, 황성… 황성에… 크으억!”

    앨리의 살벌한 말에 사제는 마지막 죽을힘을 다하여 말을 뱉어냈다.

    사실 부활교의 본교청을 알아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지나가는 사람 그 누구를 붙잡고 물어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고마워. 내가 너희 소꿉장난에 관심이 없어서 말이야.”

    -쿠릉!

    “잘 가.”

    -콰콰쾅! 콰쾅!

    교당이 있었던 대지가 순식간에 쩍 갈라지기 시작하더니.

    -콰르르릉… 콰쾅…!

    뒤엎어진 대지 사이로 그 흔적이 말끔하게 지워져 버렸다.

    마치 밭을 갈아엎듯 갈아엎어진 땅은,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말끔히 정돈되어 있었다.

    “으으……. 피 정말 싫어!”

    ***

    부활교의 본교청.

    “얀테님의 말씀에 따라 우리는 언제나 믿음과 신뢰로 씨엘로에 한 발짝 더 나아가야만 합니다.”

    “레니엔토!”

    보라색 띠를 두른 사제 앞에 모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레니엔토’를 외치고 있었다.

    “안녕!”

    하지만 갑작스레 들려온 큰 목소리에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금발 머리의 여자.

    사제 하나가 얼른 달려가 그녀를 만류했다.

    “저, 누구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은 예배 중이니 잠시… 으아악!”

    “어디에 손을 대? 건방진 게?”

    순식간에 사제의 팔이 비틀리고.

    “누구인가!!!”

    단상 위에 선 사제의 고함 소리가 예배당을 가득 울렸다.

    “누구긴. 내 귀여운 개미집 건든 자식들 죽이러 왔지.”

    -쿠르릉…….

    흔들리는 대지 위에 태연하게 선 앨리가 싱긋 웃었다.

    “자, 지금부터 두 번 말 안 해.”

    -쿠르르릉…….

    “교인들은 나가 있어. 다 뒈지기 싫으면.”

    갑자기 흔들리는 대지에 교인들은 모두 혼비백산하여 교당을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어? 너네는 도망가려는 시도조차도 안 하네?”

    하지만 이곳 사제들은 루마타 남작령과는 달리, 도망가려는 시도조차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 나는 좋긴 한데. 믿을 구석이라도?”

    어깨를 한번 으쓱 해 보이는 앨리.

    “네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이라도 도망칠 기회를 주마.”

    “큽… 크하하하! 하하하하하!”

    앨리는 그런 사제의 말에 미친 듯이 웃어 젖혔다.

    “도망칠… 기회, 크흡 기회래!! 하하하하!!! 너무 재밌다. 너 진짜 재밌어.”

    어찌나 웃겼는지 그녀의 눈에는 눈물까지 맺혀있었다.

    “자, 믿을 구석 지금 나올래? 아님…….”

    -콰콰쾅!

    “크아아악!”

    순식간에 솟아오른 땅이 교단을 집어삼키자, 그 위에 선 사제가 비명을 내질렀다.

    “다 뒈지면 나올래?”

    “……이게 무슨 소란인가 했더니.”

    그때 단상 뒤로 난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사내.

    그는 다른 사제들과는 달리 어떠한 띠도 두르지 않은 채 그저 새하얀 로브만 두르고 있었다.

    “오, 나왔네. 너네 믿을 구석이지 저거?”

    앨리는 제 옆에 파묻힌 사제를 툭 건들며 손짓해 보였다.

    “크으윽… 얀테시여… 위험합니다…….”

    그런 교주의 모습에, 사제는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맞네!”

    박수를 짝 쳐 보인 앨리는, 마치 보물찾기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양 신이 나 보였다.

    “클클클… 그래…….”

    해맑은 그녀의 모습에 교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웃어? 어이가 없네?”

    -쿠궁…….

    “야, 웃었어?”

    -쿠구궁…….

    교주에게 천천히 다가서는 앨리를 따라 대지 역시 진동하고 있었다.

    “어느 같잖은 재주를 부리려고 왔는지는 몰라도 여기는 안 되지… 앨리.”

    “에? 나를 아네?”

    교주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앨리는 잠시 멈칫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알다마다…….”

    교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짓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뭐… 아는 사람한테 죽는 거지.”

    -쿠구궁… 쿠궁… 콰콰쾅!

    진동하던 대지는 교주를 집어삼킬 듯 솟아올랐다.

    “클클… 이런 재주로는 어림도 없을 텐데.”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단상에 선 교주의 새하얀 로브에 티끌조차 묻히지 못했다.

    “하하하하! 야, 너 진짜 재밌네.”

    “……뭐라?”

    “재밌어. 좋네.”

    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상황이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자, 그럼 이건 어때?”

    앨리가 한 손을 높게 들어 올리자, 손 끝에 마나가 결집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콰쾅! 쾅!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시작된 마법이 점점 커지더니, 그대로 교주를 집어삼켰다.

    “오, 이것도 흥미롭군…….”

    하지만 그녀의 마법에도, 교주는 희뿌연 연기 속에서 제 모습을 유유히 드러냈다.

    “이건 무슨 개 같은 경우야?”

    앨리는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의 마법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막아내는 인간이라니?

    그녀는 지금 당황스러웠다.

    “클클클… 말했지 않았느냐. 앨리.”

    “너 씨X 누구야? 어?”

    분명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드래곤이나 다른 무엇이 아니었다.

    “아, 인간이 아니네?”

    하지만 인간도 아니었다.

    “클클클… 감이 좋구나.”

    앨리의 말에 비릿하게 웃어 보인 교주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교주의 시선이 느릿하게 교당을 주욱 훑었다.

    “내 사제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니…….”

    쑥대밭이 된 교당을 훑던 교주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벌을 내려야겠군…….”

    “미친. 뭐라는 거야?”

    교주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는 앨리.

    “벌을… 내려야겠어…….”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어 보인 교주가 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손에 쥐었다.

    “저게 뭐…….”

    손에 쥔 물건에 대고 깊은숨을 불어넣는 교주.

    그런 그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email protected]&;*!”

    “뭐라는 거…….”

    -콰지직… 콰직…….

    교주의 손에 들린 물건에서 검붉은 빛이 번쩍였다.

    “저게 뭐야? 씨X!”

    -파파파파팟! 파팟!

    검붉은 빛은 수십 갈래로 나뉘어 앨리를 향해 쏘아지기 시작했다.

    “옘병! 어디서 저런 개 같은걸……!”

    앨리는 자신에게 쏘아진 수십 갈래의 빛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마기… 이런 씨X…….”

    제 곁을 스쳐 지나간 빛에 담긴 힘을 알아차린 앨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분노가 몸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너희 이제 안 귀여워. 재미도 없고.”

    -쿠구구구구구… 쿠구…… 쿠궁!

    커다란 굉음과 함께 앨리의 몸이 밝은 빛에 휩싸였다.

    “저, 저건……!”

    교주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다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이라니….”

    금빛 갑주를 입은 듯한 단단한 피부.

    높은 교당 천장을 뚫고 나갈 듯 거대한 몸.

    그녀가 숨을 내쉴 때마다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로 작게 뿜어져 나오는 화염까지.

    찬란한 금빛의 골드 드래곤이었다.

    [너희 이제 안 귀여우니까, 나도 안 귀여워도 되지?]

    교당을 모두 감싸고도 남을 거대한 날개를 쭉 펼쳐 보인 그녀가 엄청난 크기의 발을 한번 쿵 구르자, 교당의 벽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콰콰쾅!

    무릎을 살짝 굽힌 앨리가 교당 천장을 뚫고 순식간에 날아올랐다.

    “…드, 드래곤이다!!!”

    무너져 가는 교당을 멀리서 바라보던 사람들은 그곳에서 튀어나온 상상하지도 못한 정체에 놀라 소리쳤다.

    그녀의 황금빛 몸체는 햇빛 아래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

    [너희 이제 안 귀여워. 이 X자식들아.]

    천지를 뒤흔드는 듯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사람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재앙이다. 재앙이야…….”

    완전한 굴복감. 마치 신을 마주한 듯,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추어 선 채 무엇에 홀린 듯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윽! 일이 잘못되었어.”

    갑작스레 나타난 드래곤의 모습에 교주 역시도 상황이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절절히 느끼고 있었다.

    [죽어.]

    앨리의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빛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쿠와아아앙!

    그대로 쏘아져 교당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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