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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12화 (112/225)
  • 112화. 포교.

    교당으로 돌아온 교주는 참을 수 없는 분노에 몸을 떨었다.

    “으아아아!!!”

    악에 받친 고함이 터져 나오고, 그는 제 늙어버린 손을 몇 번이나 바라보다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다시는…! 다시는 잃지 않을 것이다.”

    하얗게 새어버린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긴 그가 방 한구석을 바라봤다.

    “파멜라…….”

    “…나의 얀테시여.”

    구석에서 교주의 광기 어린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던 파멜라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더욱 조아렸다.

    “계획이 틀어졌구나…….”

    파멜라에게 천천히 다가간 교주의 눈동자에 욕망이 피어올랐다.

    바닥에 엎드린 그녀를 향해 몸을 천천히 숙이는 교주.

    다가오는 노인의 그림자에 파멜라는 바닥에 댄 손에 힘을 꽉 주어 손이 떨리는 것을 막았다.

    “우리 파멜라를 교인들의 성모로 만들어 주려 했건만…….”

    “…….”

    파멜라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 넘기는 교주의 손길에 그녀의 등줄기에는 작은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다.

    “그러려거든 내가 우리 파멜라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저는 얀테께서 어떤 모습이시든, 믿고 따르며 사랑하겠습니다.”

    “클클클… 그래 우리 파멜라. 예쁘구나. 예뻐…….”

    가녀린 음성이 그녀의 목을 타고 예쁜 말들을 뱉어내자, 교주의 입꼬리가 만족에 한껏 올라갔다.

    “그래… 우리 파멜라.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느냐?”

    “…예.”

    “그래. 너는 그 말만 잘 기억하면 된다.”

    “예. 얀테시여.”

    교주의 말에 파멜라는 이마를 땅에 바짝 붙여 복종을 내보였다.

    “나를 믿고 따르면 네게 영생을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자리를 약속하지.”

    한 손을 넓게 펼쳐 제 말을 강조하는 교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렸다.

    조금 전 패악을 부렸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상기된 목소리였다.

    “감사합니다.”

    “일어나 보거라.”

    파멜라의 머리를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던 교주가 돌연 그녀에게 일어나라 명령하자, 그녀는 주춤거리기만 할 뿐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

    “일어나 보래도!!!”

    교주가 결국 고함을 버럭 내지르자,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그녀가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클클… 언제 보아도 곱구나. 고와…….”

    쭈뼛거리며 선 파멜라의 뺨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교주.

    그의 손길에 파멜라는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자, 한 바퀴 돌아보아라…….”

    그녀의 손을 붙잡은 노인이 파멜라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

    “아니, 아니지…….”

    하지만 교주는 돌아보라는 그의 말에 맞춰 어색하게 발을 떼던 파멜라를 멈춰 세웠다.

    “그래, 춤을 춰보아라. 춤을!”

    춤을 추라 명령하는 교주. 그의 명령에 따라 파멜라는 사제복 끝자락을 살짝 붙잡더니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마치 인형극에 선 인형처럼 영혼 없는 춤사위를 펼치는 그녀의 표정은 웃고 있었으나 어딘가 슬펐다.

    “클클… 좋구나… 좋아…….”

    파멜라의 춤사위를 보는 교주의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

    아만과 하셀은 떠나버린 용병 단원들을 찾기 위해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니, 도대체! 하루 만에 이것들이 어디로 이렇게 갔답니까!?”

    “그러게나 말이다. 하… 도대체 마차도 타지 않은 자들이 어디까지 갔다는 말이냐?”

    분명 루카스는 그들이 마차도 타지 않고, 도보로 이곳을 떠났다고 말했었다.

    그들이 가진 짐은 동료들을 떠나보낼 때 모두 함께 태웠다고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하루 안에 갈 수 있는 거리를 모두 샅샅이 뒤져보아도 그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디 있냐!!!”

    숲속 한복판에 선 아만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를 버럭 지르자, 놀란 하셀이 제 귀를 얼른 틀어막았다.

    “이게!?”

    “아니, 아버지. 그렇지 않습니까? 이것들이 마을에도 없고… 추적할 수 있는 물건 하나조차도 들고 가지를 않았으니…….”

    놀란 하셀이 그를 째려보자 아만은 제 양팔을 옆구리에 척 얹으며 발을 쾅 굴렀다.

    “나도 그게 궁금하다 이놈아. 그놈들 중에 마법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 마법사는 있습니다.”

    “뭐!?”

    시큰둥한 아만의 대답에 하셀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라이트 마법도 못 쓰는 그런 사람이라구요.”

    하셀의 격한 반응에 아만은 얼른 말을 덧붙였다. 아만이 말한 새먼트는 분명 마법사가 맞았다.

    하지만 그 수준이 너무 미미했을 뿐.

    “그게 무슨 마법사냐! 저번에 보니까 지나가던 누렁이도 라이트 마법은 쓰더라!”

    아만의 말에 하셀은 고개를 팩 돌리며 성질을 냈다.

    하셀의 말에 아만은 기가 찼다.

    지나가던 누렁이도 쓰는 라이트 마법이라니?

    “…그건 무슨 썰렁한 농담이십니까?”

    “시끄러워.”

    한쪽 눈썹을 치켜든 아만이 이죽거리자, 하셀은 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얼른 막았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또 어떤 식으로 아만이 깝죽거릴지 몰랐다.

    “하… 그 구슬을 누가 줬는지 알아야 하는데.”

    사건 현장에 다시 가서 혹여 남은 흔적들이 있는지 이미 샅샅이 확인까지 모두 마쳤다.

    하지만 그 뒤로도 누군가 와서 흔적을 더 지워냈는지, 현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너무나도 말끔했다.

    “…돌아가자.”

    “에? 돌아가신다구요?”

    혹시 몰라 다시 한번 추적 마법을 펼치던 아만이 당장 마법을 끊어냈다.

    돌아간다니? 아무것도 찾은 게 없는데!

    “그래. 어쩌겠느냐? 지금 당장 흔적이 나오질 않으니. 그리고 그 정도의 물건을 만들 만큼 간 큰 자식들이면 곧 모습을 다시 드러낼 거다.”

    하셀은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물러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좀처럼 생각나지 않고 입안을 맴도는 단어를 억지로 생각해 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 그 구슬이 몇 개나 더 있는지 누가 압니까?”

    하지만 아만은 그 자식들을 당장이라도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아니, 없다. 그건 마왕이 와서 빚었다 해도 몇 달은 걸릴만한 구슬이었어.”

    “그래서요?”

    하셀의 단호한 말에 아만은 입을 삐죽였다. 하셀의 말이 맞을 것이다.

    아만은 여태 마족에 관해 이야기만 들었을 뿐 실제로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아만의 머릿속에 든 지식들은 책으로만 읽고 들은 지식과도 같은 수준이었지만, 하셀은 그 시간들을 모두 직접 보고 겪은 장본인이었다.

    “그런데 마족들도 지상에 없는 지금, 그만한 구슬을 만들었다? 어떤 아티팩트를 가졌는지 몰라도 단기간에 만들긴 힘들었을 게다.”

    담담하게 설명하는 하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펴지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 역시도 마족에 관한 것이라면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만큼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겠지.

    “그걸 어떻게 장담하십니까?”

    “…또 까불래?”

    의문을 반복하는 물음표 살인마와도 같은 아만의 행동에 하셀은 혈압이 점점 차올랐다.

    “맞잖습니까! 그런 구슬을 몇 년에 걸쳐 몇 개씩 만든 거면 어떡합니까?”

    -콰쾅!

    “끄아악!”

    결국 멈출 줄 모르는 아만의 주둥이를 무력으로 막아낸 하셀이 제 손을 탁탁 털어냈다.

    “몇 개를 만들었든 상관없다. 찾아내서 모두 파괴하면 되니까.”

    그는 손을 털어내며 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바닥을 뒹굴며 엄살을 피우는 아만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말이다.

    “…하, 참 쉬우시네요.”

    [우리 종족이 하는 일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

    아만의 말에 하셀의 입에서 용언이 흘러나왔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용언은 마치 노랫말처럼 고요한 숲에 울려 퍼졌다.

    [우리를 만든 주신도… 다 뜻이 있으시겠지.]

    말을 마친 하셀이 조용히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그 뜻이 무엇이든…….]

    “왜 갑자기 폼은 잡고 그러신대?”

    그런 하셀의 모습에 느끼함을 참을 수 없던 아만이 결국 제 무덤을 팠다.

    “너 이리 와. 이 자식아.”

    “으아아악!!!”

    ***

    “그때 그 부활 교단에서 나누어 준 성수 말일세.”

    “오, 성수!”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지난번 부활교에서 받았던 성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나는 그 성수를 하루에 한 방울씩 요리에 넣어 먹었더니 머리 아프던 것이 싹 나았다니까?”

    “역시 자네도 그렇구먼? 나도 맨 처음에 어깨가 낫길래 그저 일을 조금 쉬어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다 성수 덕분인 것 같아.”

    다들 그 성수의 영험함을 몸소 느꼈는지 이제는 텅 비어 버린 성수병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하… 우리 영지에는 어째서 부활교가 오지 않는 것일까?”

    “그러게나 말일세. 아니, 들리는 말에는 영주님께서 부활교를 오지 못하게 하셨다던데?”

    “허? 그게 정말인가?”

    말을 들은 사내가 기가 찬다는 듯 헛숨을 내뱉었다.

    “어째서? 들어보니 부활교가 나쁜 것도 아닌 듯싶더구먼.”

    사내가 부활교를 옹호하자 그의 곁에 선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그래, 안 그래도 내 친척이 부활교 신자인데 좋은 일을 그렇게도 많이 한다더군.”

    “그 지참금도 내지 않아도 괜찮다지?”

    “에? 지참금도 말인가?”

    모든 신전이 요구하는 지참금조차 받지 않는다니!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니까?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그래, 나도 들었네. 그래서인지 교인들이 삼삼오오 형편이 되는대로 지참금을 낸다고 하더구먼.”

    다들 저마다 가진 부활교에 관한 지식들을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하자, 대화의 장은 열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어디인가? 저쪽 옆 영지에 계시는 루마타 남작께서는 아주 신실한 신자라고 하더구먼.”

    “호오… 귀족 나으리들까지?”

    혹여라도 다른 신들의 노여움을 살까 몸을 사리는 귀족마저도 부활교의 신자라니!

    마치 부잣집에서 쓰는 물건이 무엇이 되었던 좋아 보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그래, 이쪽으로 가까이 와보게.”

    “……?”

    이웃 영지의 남작 이야기를 하던 사내가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히 손짓하자, 사람들이 그의 앞에 조심히 귀를 가져다 댔다.

    “그 남작 부인께서… 지병이 있으셨지 않았는가?”

    사내의 목소리가 더 이상 조용할 수 없을 만큼 낮아졌다.

    “그 지병이 싹 나았다더구먼.”

    마치 이야기의 엄청난 결말을 이야기하듯 마지막 말에 힘을 준 사내가 몸을 일으키며 작게 헛기침을 해 보였다.

    “그, 그게 정말인가? 그… 그 집 여식이 죽고 나서 얻은 심각한 정신증 아니었던가?”

    루마타 남작령에 관한 이야기는 주변 영지에 사는 이들은 물론, 수도에 사는 평민들까지도 모두 알 만큼 유명한 이야기였다.

    루마타 남작의 하나뿐인 여식이 약혼식을 앞두고 파혼을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그것은 평민들에게 멀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이야기를 씹어 나눌 좋은 이야깃거리였고, 귀족들 사이에서는 안타까움을 가장한 좋은 가십거리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니까!”

    그 충격으로 남작가는 나락에 떨어지다시피 했다.

    하나뿐인 여식이 죽은 것도 모자라 상대측 남자가 그녀를 대신해 결혼할 여자가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이유로 장례식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모두에게 충격이었으니 말이다.

    “허, 참… 정신증까지 낫게 하다니!”

    이제 사람들은 부활교에 대해 호기심을 넘어선 호감을 여실히 표출하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광장에 서서 사람들이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들의 뒤에서 예의 바른 음성이 들려왔다.

    “어!? 부, 부활교 사제님 아니십니까?”

    이건 또 무슨 기가 막힌 우연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마치 동경하던 대상을 눈앞에 마주한 듯 극적인 호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하하, 이리도 반겨주시다니… 얀테님의 축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오오, 사제님. 안 그래도 부활교에 관하여 이야길 나누고 있었습니다. 저희 시타타에 드디어 오시는 겁니까?”

    한 사내가 앞에 나서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말에, 사제는 눈꼬리를 접으며 활짝 웃어 보였다.

    “아쉽지만 저희 부활교는… 시타타에 오지 못합니다.”

    “아니, 어째서입니까!?”

    “음… 그저 환영받지 못했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사제의 말에 담긴 의미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며 손뼉을 짝짝 쳐댔다.

    “하지만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사내는 사제의 말에 냉큼 반색을 하며 물어왔다.

    “하하, 너무 성급해 마십시오. 오늘 밤 ‘편안한 여관’에서 저희 부활교가 연설할 예정이니, 꼭 오셔서 좋은 말씀 함께 나누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사제가 품 안에서 작은 성수병을 여러 개 꺼내어 사람들의 손에 쥐여주기 시작했다.

    “꼭 가겠습니다!”

    사람들은 받은 성수병을 손에 꼬옥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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