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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07화 (107/225)

107화. 운수 좋은 날 (4)

백작저를 나선 아만과 루카스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쪽으로는 내가 가볼 테니까 너는 저쪽으로 가봐라.”

“로드. 추적마법은 제가 쓸 테니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어찌나 마음이 급했는지 루카스가 먼저 나서 마법을 시전하자, 아만이 그를 말렸다.

“아, 맞네. 그럼 얼른 좀 찾아봐라. 뭔가 불길하니까.”

“끄응… 잠시만 기다려 보십쇼.”

자신이 선 곳에서 추적마법을 넓게 펼친 아만이 정신을 집중했다.

“이 근처엔 없는 것 같습니다. 하… 이렇게 해서 언제 찾는답니까? 혹시 짐작 가는 곳 없으세요?”

“…짐작 가는 곳? 어? 잠깐만.”

무언가 생각난 듯 루카스가 재빠르게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어딜 가신…….”

“가시죠.”

순식간에 다시 제 눈앞에 나타난 루카스의 곁에는 넬라가 서 있었다.

“넬라. 설명은 이따 할게. 어디쯤인지 먼저 얘기해 줘.”

“잠깐만…….”

루카스의 머릿속을 스친 것은 넬라가 부릴 수 있는 정령이었다.

정령들은 어디에나 존재했으니, 맨땅에 헤딩하듯 쓰는 추적 마법보다 빨리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오, 넬라 양. 그럼 좀 부탁할게요.”

아만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넬라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아스. 언니와 오빠가 어딨는지 말해줄 수 있어?”

-우리는 알아.

-알아.

-그런데… 다 죽었어.

-맞아. 몬스터가 왔어.

나이아스가 쏟아내는 말에 넬라는 정신이 없다는 듯 고개를 한번 내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죽었어.

-까맣게 타버렸어.

-그래도 괜찮아?

“… 까맣게 타버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루카스의 다그침에 넬라는 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어디야?”

-길 위에 있어.

-맞아. 마을로 가는 길.

-우리가 알고 있어.

“그게 어딘데?”

답답한 것은 넬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이아스가 쏟아내는 정보들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하나씩 쏟아내는 조합되지 않은 정보에 넬라는 항상 골머리를 썩이었다.

-안내할게.

“나이아스가 뭐라고 해?”

“…모두 까맣게 타버렸대. 다 죽었다고… 하는데.”

“말도 안 돼.”

루카스의 이빨이 부득 갈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응. 아닐 거야. 그렇죠, 교수님?”

“그럼요. 아닐 겁니다.”

넬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오자, 아만 역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가 어디래?”

“나이아스. 그래서 거기가 어디야?”

“아뇨. 제가 안내받겠습니다. 넬라 양은 여기에 있는 게 좋겠어요. 혹시 운디네를 불러줄 수 있나요?”

아만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넬라가 운디네를 소환하자, 그들의 앞에 늑대 형상을 한 투명한 운디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마워요. 넬라 양. 잠시만 마력을 유지해 주세요.”

말을 마친 아만이 운디네에게 무어라 말을 건네는 듯 보였지만, 그의 말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용언인가.’

루카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본래 자연 친화력이 높은 드래곤은 별도의 계약 없이도 하위 정령들과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아만은 유희에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들을 어느 정도 차단하고 있었기에, 그런 행동들을 모두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빠. 운디네가 왜 저렇게 기가 죽었지?”

“음… 모르겠네…….”

그런데 지금 운디네의 상태를 보아하니… 아만은 그보다 상위 정령과 계약이 되어있는 듯했다.

‘저 자식. 안 할 거면 끝까지 하질 말든가! 계약이 돼 있으면 있다고 얘길 하든가!’

그 모습을 보는 루카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아만의 정체를 넬라에게 들키지 않으려면 운디네의 입단속도 잘해야 할 것이다.

“이상하네…….”

옛날에는 해츨링 시절부터 정령왕을 소환해 계약을 맺는 것이 유행이었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꼬장꼬장한 정령왕에게 얽매이고 싶지 않다며 계약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엘라임인가.’

루카스 역시도 전생에 정령왕과 계약을 맺었기에, 운디네의 행동만 보아도 아만이 누구와 계약을 맺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오빠. 왜 아만 교수님의 말이 안 들려?”

“음… 사일런스 마법을 쓰신 것 같아.”

“…아.”

루카스의 말에 넬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죠. 루카스 군.”

운디네와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는지 돌아온 아만이 루카스에게 한쪽 팔을 내밀었다.

“넬라. 다녀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 조심히 다녀와.”

-파앗!

아만의 팔을 붙잡자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었다.

“…이게 무슨!”

눈 앞에 펼쳐진 상황에 아만과 루카스는 넋이 나갈 것만 같았다.

온 대지에는 탄내가 진동을 했으며, 곳곳에는 널브러진 와이번의 시체가 즐비했다.

“이런 씨X!!!”

아만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터져 나오고.

“도대체 어떤 자식이…….”

루카스의 몸이 분노에 부들부들 떨려오기 시작했다.

“끄흐윽… 으윽…….”

처참히 부서진 마차 뒤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에, 아만과 루카스가 걸음을 옮겼다.

“끄흑… 으으윽…….”

그곳에는 쓰러진 폴라와 스키르 옆에 앉아 넋이 나간 듯한 사내 둘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아만과 루카스의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폴라? 스키르?”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가는 루카스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끄어어! 안 된다! 너까지… 안 돼… 제발… 가…….”

루카스의 모습을 본 알렉은 귀신이라도 본 듯 미친 듯이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쾅!

루카스의 손에서 터져나간 마력이 알렉의 귓가를 스쳐 폭발했다.

“흐억!”

놀란 알렉이 팔을 뻗더니 재빨리 폴라와 스키르를 감싸 안았다.

“닥쳐. 미친 자식아. 애들이 잘못된 거면… 제발 살려달라고 울부짖게 될 거다.”

폴라와 스키르에게 먼저 다가선 아만이 그들의 목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애들은 무사합니다.”

“하아…….”

그거면 되었다. 폴라와 스키르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됐다.

루카스 역시도 분노에 들끓던 숨을 작게 내뱉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샅샅이 알아 와라.”

“예. 로드.”

루카스의 그르렁거리는 목소리에 아만 역시도 작게 숨을 삼켰다.

“이 개 같은 자식들이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와이번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은 거주지를 옮길 때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난번 사막에서도 그렇고 벌써 이번이 두 번째였다.

게다가 어린 개체는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

“…예. 로드.”

“애들은 내가 데리고 갈 테니 뒷일은 알아서 수습해. 부탁한다.”

“예. 로드.”

아만의 얼굴에도 분노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아만의 기분은 어찌 보면 지금 루카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 영역을 도대체 누가…….”

이곳은 아만의 영역이었다. 시타타와 수도를 잇는 이곳까지는 아만의 영역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자신의 영역을 누군가 또 건드렸다.

루카스가 아이들을 데리고 텔레포트해 사라지자, 참아왔던 아만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개 같은 자식들… 도대체 누가!!!”

-콰콰쾅!

제 눈앞에 떨고 있는 가엾은 인간 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분 같아서는 당장 저 인간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끄아악! 으아아악!”

제 근처에 터져 나오는 엄청난 마법과 마력을 마주한 알렉과 새먼트가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짜증 나는군.”

그제야 아만은 눈앞에 있는 사내중 하나가 자신이 아는 사람인 것을 알아차렸다.

“새먼트.”

“끄어어…….”

제 이름을 부르는 아만의 목소리에 고개를 슬쩍 든 새먼트의 얼굴에 안도감 비슷한 것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아, 아만… 아만 교수님?”

기초반이었을 때 아만에게 배웠기에, 새먼트 역시도 곧바로 그를 알아보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제발…….”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새먼트는, 손이며 다른 곳에는 검댕이가 덕지덕지 붙어 제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하, 인간은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아만은 그런 그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

주변을 보아하니 새먼트와 알렉을 제외한 그의 동료들은 숯검댕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인간은… 그렇지…….”

-사아아

아만이 한 손을 들어 슬립 마법을 시전하자, 둘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그래… 네놈들이 무슨 죄가 있겠느냐.”

고요했다. 주변은 쑥대밭이 되어 죽음이 만연한데도 빌어먹을 숲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찾아내 주지. 어떤 겁 없는 자식들인지.”

***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온 루카스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뭐가 모자라 백작저를 빠져나가 이 개고생을 했는지, 당장 그들의 뺨이라도 때려 깨워 묻고 싶었다.

“젠장…….”

루카스의 입에서 작게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오빠……?”

인기척을 듣고 루카스의 방으로 들어온 넬라가 눈을 크게 떴다.

“언니…? 언니!?”

방문을 채 닫지도 않은 채 폴라에게로 냅다 뛰어온 넬라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스키르 오빠! 오빠!!!”

그 옆에 나란히 누운 스키르도 미친 듯이 흔들어 깨워보는 넬라.

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편안하게 눈을 감고 누워있을 뿐이었다.

“언니, 언니! 오빠!”

넬라의 목소리가 방을 쩌렁쩌렁 울리자, 루카스는 순간 짜증이 살짝 치밀었다.

이런 철없는 것들을 걱정하는 넬라의 모습에 속이 상했다.

“넬라. 걱정 마. 그냥 잠든 거야.”

“흑… 진짜? 진짜지?”

“그래. 오빠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거짓말이 아니었다. 지금 스키르와 폴라는 마력을 모두 탕진하고 편안하게 누워 잠이 든 것뿐이었다.

“마나를 모두 써서 그래.”

“내가, 내가 나눠줄게.”

넬라의 손에서 하얀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 마!”

하지만 루카스가 나서서 그녀의 손을 가로막았다.

“왜! 언니랑 오빠 아프면 안 되잖아!!!”

루카스에게 버럭 소리치는 넬라.

넬라에게서 처음 보는 격한 반응에 루카스도 놀라 잠시 멈칫했다.

“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깨어날 거야. 그러니까 하지 마.”

“싫어. 할 거야.”

루카스의 몸을 밀쳐내고 그들의 곁에 다시 다가서는 넬라.

“하지 마. 넬라. 오빠 말 들어.”

“싫어.”

하지만 루카스 역시도 그녀의 고집대로 하게 둘 수는 없었다.

자신의 마나를 나눠주는 것은 사실 그리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

“넬라. 이건 극한 상황일 때만 하는 거야. 애들은 괜찮을 거야. 오빠 말 좀 제발 들어.”

루카스는 아이들 때문에 넬라가 힘들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지금은 극한 상황이 아닐뿐더러 이런 것이 자꾸 반복되면 안 되었다.

“싫어… 언니랑 오빠 아픈 거 싫어…….”

“아픈 거 아냐.”

넬라의 어깨가 축 처지더니 고개가 푹 숙여졌다.

“그래도 안 돼.”

넬라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안 돼.”

언제 또 이런 상황이 닥쳐올지 몰랐다.

아이들은 마나를 운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고, 그때마다 넬라가 마나를 나눠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폴라와 스키르 역시 쓰게 배울 필요가 있었다.

“안 돼.”

반복되는 루카스의 단호한 말에 넬라 역시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뿐, 다시 마나를 나눠주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넬라. 오빠 봐.”

“흑… 흑…….”

눈물이 가득 맺힌 커다란 눈망울이 루카스를 향했다.

“마나를 나눠주는 건 위험한 일이야. 그리고 네가 마지막까지 버텨줘야, 위험한 순간이 왔을 때 다 지킬 수 있어.”

“흑…….”

넬라의 어깨를 붙잡은 루카스가 단호하게 얘기하자, 그제야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넬라.

“지금은 네가 애들보다 전력에서는 훨씬 앞서. 그러니 네가 끝까지 버텨야 해.”

“…….”

루카스의 말이 맞았다. 지금부터 넬라에게 이것을 일깨워주지 않는다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러니까. 오빠 말 들어. 애들은 괜찮을 거야.”

“…….”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넬라의 머리를 조심스레 쓸어 넘겨준 루카스가 폴라와 스키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오빠 잠시 다녀올 테니까. 애들 잘 돌봐주고 있어. 마나는 절대 나눠주면 안 되고.”

다시 한번 넬라에게 당부한 루카스가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아만. 제발 잘 참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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