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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02화 (102/225)
  • 102화. 부활교 (3)

    “마셔! 도련님도 마셔!!!”

    “빼지마! 쭉 마셔!!!”

    “끄으어어어…….”

    식당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키르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지난번에 한번 마셔봤다고 꽤나 잘 버티는 듯 싶었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용병 단원들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들이붓고 있었다.

    “잘한다! 잘 마셔! 아주 잘 마셔!”

    게다가 단원들이 스키르를 제 손바닥 위에 두고 놀듯 가지고 놀고 있었다.

    칭찬에 약한 스키르는 그들이 칭찬을 한 숟가락 얹을 때마다 헤실헤실 웃으며 다시 잔을 집어 들었다.

    “쟤 좀 봐… 미쳤나 봐.”

    그를 바라보는 폴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인간이 아무리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폴라의 눈에는 스키르가 거의 바보나 다름없어 보였다.

    “언니… 오빠 말려야 되는 거 아니야?”

    “야, 내버려 둬. 저거 아직 덜 혼나서 그래.”

    넬라의 말을 짧게 일축한 폴라가 메뉴판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우리 이거 먹어볼까?”

    “응, 좋아! 나 이번에 용돈도 받았어.”

    넬라가 용돈을 받은 주머니를 들어 흔들어 보이자, 폴라가 기특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으유! 귀여운 것. 됐어. 이번에는 언니가 사줄게.”

    “아니야! 내가 사주고 싶어.”

    종종 일어나는 귀여운 다툼에 루카스가 싱긋 웃었다.

    “다 됐어.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너네는 그냥 먹기나 해.”

    “나도 됐거든? 야! 나도 용돈 받았어!”

    “맞아! 나도 용돈 받았어!”

    루카스와 일행들이 누가 돈을 내는지에 대해 다툼을 한참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안녕? 또 만나네?”

    테이블에 갑자기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앨리였다.

    금발 머리를 허리까지 풀어헤친 앨리는 식당을 한번 주욱 훑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 오늘은 제가 다 삽니다!”

    사람들은 손까지 높게 들어 외쳐 보이는 앨리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오오!!! 상단주님!!!”

    시타타에 앨리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것은 드물었다.

    “…갑자기?”

    그 얘기인즉, 저 돈 많은 상단주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 또한 드물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돈을 아끼는 상단주가 갑자기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의 몫을 계산을 해준다?

    환호를 하면서도 내심 찝찝한 것이 사실이었다.

    “우, 우선 먹자고!”

    사람들은 저 뒤에 숨은 속내가 없길 바랄 뿐이었다.

    “갑자기 뭡니까?”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금발이 왜 갑자기 모든 테이블의 음식값을 계산한다는 것인지 말이다.

    음식값을 두고 귀여운 다툼을 하고 있으니, 자신이 나서서 그 다툼을 끝내고 환심을 사보려는 것이겠지.

    “뭐긴요. 우리 도련님 환심 좀 사보려고.”

    속내를 숨기지 않는 뻔뻔함까지!

    “그러든지.”

    “루, 루키… 우리 이거 먹어도 되는 거야?”

    폴라가 루카스의 옆구리를 살짝 찔러왔다.

    “먹어. 여기 있는 거 다 시켜.”

    “…어?”

    저 금발이 이렇게 나온다면 기꺼이 먹어줄 생각이었다. 어차피 이 식당을 통째로 털어먹어도 저 여자에게 타격이 있을 리는 없으니 말이다.

    “신경 쓰지 말고 먹어. 괜찮으니까.”

    “그, 그래도…….”

    머뭇거리며 앨리를 슬쩍 바라보는 넬라.

    하지만 앨리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나 돈 많거든.”

    찡긋 윙크해 보이는 앨리.

    그런 그녀를 보자, 루카스는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쟤 왜 이렇게 꼴 보기가 싫지?’

    루카스는 앨리가 이유 없이 꼴 보기가 싫었다.

    마치 아만을 처음 봤던 그때처럼 말이다.

    ‘어쩐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루카스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한 사람.

    ‘아니. 도마뱀이지.’

    금발 머리에 찬란한 금안. 게다가 보기 드문 미인이기까지.

    “우리 도련님. 많이 먹어요.”

    한쪽 눈을 찡긋해 보이는 저 폼까지.

    분명히 자신이 아는 인물임이 틀림없었다.

    루카스는 앨리의 웃는 얼굴에 침을 뱉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앨리가 몸을 돌려 빠져나가자, 입맛이 뚝 떨어진 루카스는 들었던 포크를 내려놓고 말았다.

    “왜 안 먹어?”

    “그냥. 속이 좀 안 좋아서.”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폴라의 말에 괜찮다는 듯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인 루카스가 음료가 든 잔을 집어 들었다.

    저 앨리가 누구인지 알아차리고 난 뒤 진짜로 속이 좋지 않았다.

    아니, 좋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메스껍기까지 했다.

    “그럼 수프라도 좀 먹어봐.”

    “고마워.”

    폴라의 정성에 억지로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가져갔다.

    ‘아만 이 자식을 그냥!’

    이제야 모든 퍼즐이 꿰맞춰지기 시작했다.

    어째서 3년 동안 시타타의 모든 일을 맡아 하던 앨리를 여태 마주친 적이 없었는지부터 말이다.

    방학을 맞아 시타타에 돌아왔을 때마다 골드 나인 상단주인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언제나 부재중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에는 분명 아만이 있을 것이다.

    ‘잘도 빼돌렸구먼.’

    그런데 이번에는 갑작스럽게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고, 아만 역시도 정신이 없어 앨리를 이곳에서 벗어나게 하지 못한 것이리라.

    수프를 떠서 입에 가져가는 루카스의 얼굴이 짜증으로 일그러졌다.

    “…많이 안 좋으면 먹지 마.”

    “아, 아냐.”

    그 모습을 본 폴라가 눈치를 살피며 물어오자, 루카스는 얼른 표정을 풀고 웃어 보였다.

    “오빠 이상해.”

    오히려 그 모습이 더욱 이상해 보인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

    “아니, 없어요?”

    루카스가 가르쳐 준 상점으로 찾아 들어온 용병 단장 알렉은, 찾는 물건이 없다는 소식에 울상이 되어있었다.

    “예. 그 발모제가 워낙 유명한 거라… 들어오는 족족 다 빠져버리고 없어요.”

    “하아… 안 되는데…….”

    “그런데 손님은 발모제가 필요 없으실 것 같은데요.”

    상점 주인은 단장의 풍성한 머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필요한 게 아닙니다. 제 동료한테 좀 필요한데…….”

    “크흠… 저도 그 아픔을 잘 알지요.”

    헛기침을 해 보이는 상점 주인.

    “그러고 보니 주인 양반은 그 발모제를 안 쓴 겝니까?”

    이제 보니 상점 주인 역시도 머리가 텅 비어있었다.

    “…썼습니다.”

    “…효과가 없습니까?”

    알렉은 발모제가 모두 가짜라는 루카스의 말이 제발 아니길 빌었다.

    하지만 그는 설마 했던 작은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기 직전이었다.

    “아닙니다! 있어요. 있어. 여기 봐보세요.”

    알렉의 말에 상점 주인은 얼른 제 머리를 들이밀며 손가락으로 가리켜보았다.

    “……?”

    “여기가 원래는 반짝반짝했었는데 지금은 솜털이 자라고 있지 않습니까?”

    “…….”

    큰일이었다. 상점 주인이 가리켜 보인 곳에는 정말로 아주 작은 솜털들만이 자라나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머리가 아닌 것 같은데……!’

    알렉은 그 뒤로 상점 주인과 몇 마디를 더 주고받고는 시무룩하게 상점을 빠져나왔다.

    “하아… 어떡하냐…….”

    가장 걱정인 것은 발모제 받기를 고대하고 있을 피르칸이었다.

    “피르칸 자식… 발모제 엄청 기다릴 텐데…….”

    알렉은 고개를 푹 박은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하아…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하냐…….”

    피르칸에게 발모제를 사주겠다며 호언장담했던 지난날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안녕하십니까.”

    한참을 그렇게 고개를 처박고 길을 걷는데,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누구쇼?”

    제 눈앞에 선 사제복을 입은 사내들을 본 알렉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저희는 부활교단의 사제들입니다.”

    “아아, 부활교. 알지, 알지. 그런데 무슨 일이신지?”

    “푸른 늑대 용병단의 단장님이 맞으신지요?”

    “예, 맞습니다. 뭐 의뢰라도 하시게?”

    알렉은 종종 이렇게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기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하하, 예. 맞습니다. 의뢰하고 싶은 일이 조금 있습니다만…….”

    “정식으로 용병 길드에 요청을 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보장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쪽도 우리도.”

    용병 길드는 대부분의 용병들이 가입되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단체였다.

    의뢰를 하는 사람과 의뢰를 받는 사람 모두에게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의뢰를 알선해 주는 용병 길드는,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중재자 역할을 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그렇게 어려운 의뢰가 아니라서요. 다음 목적지가 혹시 어떻게 되십니까?”

    “우리야 뭐 의뢰 따라 다음이 정해지는 사람들 아니겠소?”

    사제의 친절한 물음에도 알렉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혹시 황성 쪽으로 가실 예정이 있으시다면 물건을 조금 옮겨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보수는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다.”

    “거참. 길드에 의뢰를 하시라니까? 무슨 꿍꿍이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정식으로 들어오는 의뢰만 합니다.”

    일전에 이런 식으로 의뢰를 받았다가 한번 크게 덴 적이 있는 알렉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몸을 돌렸다.

    “찾으시는 물건이 있으신 것 같던데요.”

    그러자 붉은띠를 두른 사제가 얼른 그의 발을 붙잡았다.

    “엥?”

    “그… 발모제를 찾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그렇소만?”

    ‘발모제’라는 단어에 알렉이 다시 몸을 돌려 그들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저희가 도움을 조금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든 사제가 싱긋 웃어 보였다.

    “그게 뭐요?”

    “음… 만병통치약 정도라고 해두죠.”

    “허, 참.”

    만병통치약이라니. 헛웃음이 나왔다.

    “일단 이거 한 병 받으세요. 저희도 찝찝한 의뢰를 드리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작은 물건 하나를 황성까지 옮겨주시면 됩니다.”

    알렉의 손에 거의 떠넘기다시피 병을 쥐여준 사제가 말을 이었다.

    “오늘 한 병 먼저 써보시고 효과가 있는 것 같으시면 저희를 다시 찾아주세요. 저희는 사거리 쪽 여관에 모레까지 머무를 예정입니다.”

    “흠… 뭐 그럽시다.”

    작은 물건을 운송해 주는 경우라면 또 괜찮을지도 몰랐다.

    게다가 물건의 크기가 작으면 다른 의뢰와 함께 받아서 움직일 수도 있으니, 이득이기도 했고 말이다.

    일단 유리병을 조심스레 품에 넣은 알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를 거치지 않고 들어오는 의뢰 중 대부분은 내역을 남기지 않기 위함인데, 저들 역시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무슨 거지 같은 물건을 줄지는 몰라도 뭐… 교단인데 별거 있겠어?’

    그들을 뒤로한 알렉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효과가 있다면 좋은 것이고 없다면 그저 저들을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효과가 있으면 좋겠는데.”

    품속에서 약병이 찰랑거리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알렉의 마음도 기대로 찰랑거렸다.

    “짜식… 좋아하겠네.”

    ***

    루카스와 일행들이 발견되었던 던전에서 나온 시체를 조사하던 아만은, 교환술이 쓰여진 다른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엔 눈이 바뀌게 된 사람을 찾아 나선 아만은 며칠을 조사한 끝에 황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여긴가……?’

    흔적을 쫓고 쫓아 겨우 찾아낸 곳은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얼마나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잡초가 무성히 자란 마당을 가로질러 들어간 아만은 조심스레 주위를 살폈다.

    -똑똑똑

    “계십니까?”

    -똑똑똑

    “계세요?”

    하지만 문을 두드리고 한참이 지나도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아무도 없나……?’

    -똑똑… 끼이익…….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자, 잠겨있지 않았던 건지 스르르 문이 열렸다.

    “……이런 젠장.”

    문이 열리자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냄새를 무의식적으로 알아차린 아만이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아니, 사람이 안 뒈진 데가 없냐 왜!!!”

    품속에서 자연스럽게 약병을 꺼내 두어 모금 들이켠 아만이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에잇!”

    문을 열고 들어서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언제 죽었는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인영 하나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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