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00화 (100/225)
  • 100화. 부활교 (1)

    황제의 집무실.

    “그래. 물을 게 있어 왔다고?”

    “예.”

    아만은 황성에 있는 사람들을 비롯해 마탑에까지 알베르토의 장례가 어찌 되었는지 물었지만,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황제인 그래드뿐이었다.

    황제가 손을 뻗어 앞자리를 권하자, 고개를 살짝 저어 거절해 보인 아만이 입을 뗐다.

    “바쁘실 텐데 용건만 말하고 가겠습니다.”

    아무리 아카데미의 학장 자리를 지내고 있다 한들 제국의 황제에게 보이기에는 건방진 행동이었지만, 그래드는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편할 대로 하게.”

    “5년 전. 알베르토. 그러니까 마탑주님의 장례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허허, 갑자기 그게 궁금해서 온겐가?”

    아만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에 그래드가 실소했다.

    “네.”

    건조한 아만의 대답에 그래드의 미간이 살짝 꿈틀거렸다.

    그래도 한 나라의 황제인데, 아만의 태도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하지만 그래드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작게 미소까지 지어 보였다.

    “흐음… 학장도 알다시피 그때는 내가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 않았는가? 나 또한 그 일을 크게 신경 쓰질 못했네마는 뭐 어련히 잘 치렀겠지.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묻지?”

    “…그렇습니까. 그저 갑자기 궁금증이 들어서요. 별일 아닙니다.”

    고개를 살짝 끄덕여 보인 황제가 문가를 향해 살짝 턱짓했다.

    마치 나도 네게 잘 대해줄 이유가 없다는 듯 말이다.

    조금은 유치한 그래드의 행동에 아만은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뻔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아만의 인사에도 황제는 고개만 작게 끄덕일 뿐, 보고 있는 서류 더미에서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황제의 집무실을 빠져나온 아만은 궁금증을 해결하려다 더욱 미궁에 빠져버린 기분이었다.

    ‘…아무도 모른다?’

    말도 안 됐다. 시정잡배가 죽어 나간 것도 아니고, 마탑주이자 아카데미의 학장을 지내던 사람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그에게 아무리 가족이 없었다 한들 마탑에 있는 마법사가 몇인데, 그 누구도 알베르토의 장례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다니?

    아무리 그 당시에 황제궁이 습격을 받았어도 황제가 죽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알베르토는 제국이 사랑하는 마탑주였다.

    알베르토가 죽었을 때 황제궁이 습격당하지 않았더라면, 제국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는데 그 누구도 장례조차 치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장례를 궁금해하는 이조차 없었던 듯하다.

    사람들에게 알베르토의 장례를 물었을때의 반응은… 마치 상점가를 돌아다니는 예쁨받던 고양이 한 마리가 마차에 치여 죽은 것과도 같은 반응이었다.

    ‘아~ 나비? 예쁜 고양이었지. 언젠가 마차에 치여 죽었다던데... 안타까워.’ 하는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마치 누군가 일부러 알베르토의 존재를 희미하게 만든 것만 같았다.

    ‘이상해.’

    복도를 걷는 아만의 미간이 좁아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시타타에 찾아온 부활교의 사제들을 보며 저마다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 부활교 사제님들이시지?”

    “맞네, 맞아. 문양을 보니 그렇네.”

    사제들의 가슴께에 수놓아진 부활교의 문양.

    태양을 연상시키는 큰 원 앞에 양팔을 넓게 벌린 남자의 형상이 있는 문양이었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자.

    그를 믿고 따르면 구원을 내리고 죄를 씻겨준다는 교주.

    실제로 그가 행한 기적과도 같은 행보에 제국이 들썩이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신전들과는 달리 지참금을 내지 않더라도, 신실한 믿음을 보이는 자에게만 내린다는 사제들의 축복 역시도 엄청난 인기였다.

    “그거 들었어? 부활교단에 가면 나눠준다는 성수 말이야.”

    “아, 알지. 그게 그렇게 효능이 좋다며?”

    “그래, 게다가 교인이 아니면 안 준다더라고.”

    부활교에서 때가 되면 나누어 주는 성수는 그 효능이 엄청난 것으로 유명했다.

    무릎이 아픈 사람도, 손목이 아픈 사람도 그 성수를 조금만 발라도 씻은 듯이 낫는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시타타에 들어오는 건가?”

    “땅은? 부활교는 신전이 아니잖아?”

    그의 물음에 사람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신을 모시는 신전이라면 어느 나라에서든 기꺼이 땅을 내주겠지만, 부활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그저 개인이 만든 종교이기에 들어오고 싶다고 한들, 땅이 없다면 허사가 아닌가.

    “흐음… 그러게. 영주님께서 땅을 내어주시려나?”

    시타타는 영지 대부분이 영주의 소유였다.

    게다가 제국에서 영구 귀속시켜 준 영지이니만큼, 영주의 허락이 없다면 땅을 임대받지도 못하고 쫓겨날 것이다.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그치? 나도 그 성수 좀 받아보고 싶어서 말이야.”

    “나도 나도. 이 손목이 영 안 낫는단 말이야.”

    시큰거리는 제 손목을 문질러 보이는 여인이 사제들의 행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부활교의 포교 방법 중의 하나가 성수였다.

    교인들만 받을 수 있는 성수는, 신전에 가지 않던 사람들도 부활교를 찾아오게 만들었다.

    게다가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발 벗고 돕기까지 하니, 대외적인 이미지도 무척이나 좋았다.

    “그런데 신전도 아닌 곳에 가면 나중에 벌 받는 거 아냐?”

    “그, 그럴까?”

    “옛날에 생각 안 나? 그 뭐야… 무슨 종교였더라? 거기에 제물 바치던 사람들 말이야.”

    “그건 그래…….”

    처음 부활교를 접한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은 반응이었다.

    혹시라도 벌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부터, 어차피 그런 곳은 전부 거짓말밖에 하질 않으니 모시던 신이나 잘 모시라는 사람까지.

    하지만 부활교는 알고 있었다.

    이런 걱정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안녕하세요.”

    사람들의 앞에 선 부활교의 사제.

    그가 생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지만, 사람들은 눈만 굴릴 뿐 누구 하나 인사를 선뜻 받지 않았다.

    “부활교에서 나왔습니다. 이것 받으세요.”

    “이게 뭡니까?”

    “저희 부활교에서 나는 성수가 첨가된 사탕입니다.”

    사제의 손에서 바스락거리는 것은 다름 아닌 사탕이었다.

    하지만 ‘성수’라는 이름을 듣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의 손에서 사탕을 빼가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프실 때나 속이 불편하실 때 드셔도 좋습니다.”

    “오오…….”

    손에 사탕을 받아 든 사람들이 그제야 사제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성수의 효능보다는 못하지요. 저희 부활교가 시타타에 오게 된다면 한번 찾아오셔서 좋은 말씀 듣고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생긋 웃어 보인 사제가 등을 돌려 떠나자 웅성거리는 사람들.

    “아까 머리 아프다며? 한번 먹어봐.”

    “그럴까?”

    사탕을 하나 까서 입에 넣은 여인이 그것을 오물거리기 시작하자, 다른 사람들 역시 그녀의 반응을 살폈다.

    소문만 무성하던 그 성수가 진짜인지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어? 진짜 안 아픈 것 같은데?”

    “지, 진짜?”

    “어머, 나도 먹어봐야겠네. 아직도 손목이 시큰거리는데…….”

    그렇게 부활교는 벌써 사람들에게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

    루카스와 일행들은 정원에 앉아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하아… 좋긴 좋다. 그치?”

    따스한 볕을 받으며 쿠키를 먹던 폴라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게. 진짜 좋다.”

    넬라 역시도 그런 폴라를 따라 기지개를 쭉 켜며 정원을 바라봤다.

    백작저에 도착한 일행들은 여독이 풀리는 대로 아카데미로 돌아가려 했지만, 시비에 백작의 반대에 그럴 수가 없었다.

    시비에 백작은 아이들을 위험한 아카데미로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의 집 자식인 스키르도 못 간다며 백작저에 꽁꽁 묶어두니, 다른 사람들 역시 하는 수 없이 백작저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너희가 좋으니 되었다. 우리 아버지께서도 푹 쉬었다가 오라고 하셨으니. 그런데 우리 졸업은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 거야.”

    “맞아. 우리 모두 상급반이잖아! 안 되면 그냥 상급반에서 졸업하지 뭐.”

    당연히 졸업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아만이 학장 자리에 앉아있으니, 여차하면 상급반 졸업장이라도 내놓으라고 하면 될 것이다.

    루카스 역시도 아카데미가 지긋지긋했다.

    아이들이 있으니 꾸역꾸역 참고 다녔던 것이지, 아카데미 생활이 즐거운 게 아니었다.

    “어? 저 사람들은 누구야?”

    폴라의 말에 몸에 힘을 쭉 빼고 햇살을 받던 루카스가 고개를 돌렸다.

    “…사제?”

    고개를 돌리니 백작저 입구에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붉은색 띠를 두른 사람 뒤에는 푸른색 띠를 두른 사람 두 명이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근데 저게 어디 신전이야?”

    “흐음… 나도 저런 문양은 본 기억이 없군.”

    “…….”

    신전을 대표하는 문양들은 아카데미에서도 가르치는 기본 교양에도 들어있었다.

    그 때문에 아이들 역시도 대부분의 신전 문양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들어오는 사제들의 가슴께에 새겨진 문양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저게 부활교인가?”

    루카스의 입에서 나온 말에, 아이들은 모두 ‘아’ 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맞네…… 그래서 우리가 몰랐던 거구나?”

    “맞아. 나도 저거 본 적 있는 것 같아.”

    “저게 부활교인가. 흥, 신도 아닌 인간을 모시는 이상한 종교가 아닌가? 저런 자들이 어째서 백작저에 온 것이지?”

    스키르의 반응은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역사와 전통을 중시하는 귀족 가문의 자제답게, 신전이 아닌 것은 스키르에게 모두 다 이상한 것이었다.

    사실 그 말이 맞기도 했고 말이다.

    “시타타에 들어오려나 보지.”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루카스의 반응에 모두 놀란 듯 입을 헤 벌렸다.

    “…너는 괜찮은가? 영지에 저런 이상한 것들이 들어와도 말이다.”

    “뭐 어때? 나쁜 짓도 안 하는 것 같던데.”

    루카스 역시도 부활교에 대해 얼핏 들었을 때, 반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지켜본 결과 저런 종교들은 오래가질 못했다.

    도대체 이번엔 어떤 대단한 흑마법사가 있기에 이만큼 빠르게 부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저런 건 존재 자체가 나쁜 것 아닌가?”

    “…왜?”

    이번엔 폴라였다. 폴라 역시도 부활교에 대해 들었을 때 크게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보육원을 짓고,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나이든 노인들을 위해 양로원까지 지었다고 했다.

    게다가 아무리 가난한 사람이더라도 지참금을 내지 않으면 거들떠도 안 보는 그런 지체 높은 다른 신전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그, 그건…….”

    “봐. 너도 대답 못 하잖아? 나는 다른 신전들이 더 이상해.”

    “어떻게 그런 말을……!”

    “맞잖아? 맨날 가면 지참금~ 지참금 노래만 부르고! 신을 모시는 종이라는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들 돈만 그렇게 달라고 해?”

    “…….”

    “너도 할 말 없지? 너희 집도 뭐 지참금 엄청 냈다며?”

    “…….”

    “그 지참금이라는 걸 안 내면 신전에서는 감기도 치료 안 해주잖아.”

    무언가 생각났는지 폴라의 얼굴에 잠시 그늘이 내려앉았다.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그런데 저기 부활교라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도 전부 치료해 주고 그렇대.”

    스키르의 말을 냉큼 잘라낸 폴라가 앞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었다.

    “진짜?”

    넬라 역시도 그녀의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응. 우리도 나중에 한번 가볼래?”

    “아, 안 된다! 저런 곳에 가면 천벌을 받을지도 몰라.”

    “웃기시네. 천벌은 무슨.”

    스키르의 말에 콧방귀를 뀌는 폴라.

    한참을 그렇게 투닥거리는데, 사제들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부활교에서 온 사제들입니다.”

    생긋 웃으며 인사하는 사제들.

    “그런데?”

    루카스는 그런 사제들이 달갑지는 않았다.

    ‘건방진 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와서 인사를 해?’

    신전의 사제들도 아닌, 갑자기 생겨난 종교 집단의 가짜 사제들에게 존대를 해줄 이유는 없었다.

    “하하… 백작님을 뵙기 전에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요. 여기…….”

    빨간 띠를 두른 사제가 제 품에서 바스락거리는 뭉치를 내밀었다.

    “사탕입니다.”

    “……?”

    “아, 이것은 저희 부활교에서 나는 성수가 들어있는 사탕입니다.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지요.”

    루카스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투둑’ 하며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을 흉내 내는 건방진 것들이…….’

    조금 전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는 분명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하지만 눈앞에 와서 제게 말을 거는 사제들을 보니 짜증이 치솟았다.

    “여기가 어디라고 약을 파는가. 그런 개소리 할 거면 꺼져라.”

    갑작스러운 루카스의 급발진에 당황한 아이들이 안절부절못했다.

    “루, 루키……!”

    부활교라니. 감히 신을 흉내 내는 건방진 인간 놈들.

    “…예?”

    “개소리하지 말고 당장 꺼져라.”

    “…그, 그게.”

    당황한 사제들이 우물거리자, 결국 루카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자네들은 여기서 뒈져도 괜찮겠군. 여차하면 너희 잘난 교주가 부활시켜 줄 테니 말이야.”

    루카스 주변의 마력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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