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97화 (97/225)
  • 97화. 돌아온 아이들 (2)

    “로드!!!”

    “……너 이 자식!”

    방에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루카스는 제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아만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찾으러 오지 않을 거면 제한이라도 풀어두든가 했어야 할 거 아니냐!”

    “제 말씀 좀 들어… 윽! 악! 엑!”

    손을 뻗는 루카스의 모습에 얼른 무어라 입을 떼던 아만.

    하지만 그는 연달아 쏘아진 마력에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으아아… 로드 제가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닙니다.”

    인간인 루카스가 쏘아 보낸 마력 따위는 사실 피하려고 마음을 먹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루카스의 화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이 정도의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떨어졌는지 알아?”

    “…….”

    루카스 역시도 아만을 후드러 패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라스칸! 라스칸 사막 한복판에 떨어졌다! 그리고 왜 이제야 온 거냐! 차라리 내가 죽고 나면 오지 그랬느냐. 응?”

    “라, 라스칸이요?”

    아만의 얼굴을 보자 라스칸 사막 한복판에 떨어졌던 그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루카스의 분노 게이지 역시 상승하고 있었다.

    “이 옘병할 퍼런 도마뱀 자식아! 너 이거 직무 유기야! 그리고 왜 이제야 온 거냐고 물었다.”

    안 그래도 찔려오던 아만의 양심에 대바늘을 꽂아 넣는 루카스.

    “계약의 인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혹시 몰라 마나 제한은 진즉 풀어뒀다구요. 문장 보십시오. 지금도 희미하지 않습니까.”

    “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다는 말이냐. 아니, 있다 한들 문제다. 그럼 발로 뛰어서라도 찾았어야지!”

    루카스가 제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대자 아만은 풀이 푹 죽어있었다.

    “내가 거기서 죽었으면 어떡할 뻔했는가? 어떡할 뻔했느냐고!”

    “……로, 로드.”

    아만 역시도 루카스가 사라진 그 시점부터 어찌나 전전긍긍했는지 모른다.

    루카스는 그런 아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작은 변명조차도 듣지 않으려 하고 있었다.

    “꼴도 보기 싫다!”

    “로드!!!”

    꼴도 보기 싫다는 루카스의 말에, 아만은 거의 죽상이 되어 울기 직전이었다.

    “뭘 잘했다고! 엉!? 뭘 잘했다고!!!”

    입술을 삐죽이는 아만을 향해 삿대질하는 루카스.

    “로드는… 끼힝…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다고요!”

    “우, 울어!? 그래. 울어라! 울어!”

    “안 웁니다! 제가… 끼힝…! 왜 웁니까! 저도 로드 미워요! 밉다고요!”

    “이놈 자식이 미쳤나……!”

    “미워요!”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아만.

    그가 사라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루카스는 어이가 없었다.

    “……허, 저거 미쳤나 봐.”

    아만의 행동은 마치 부모에게 혼난 다음에 토라져 버린 아이와도 같은 모양새였다.

    루카스는 생전 들은 적도 본적도 없는 아만의 캐릭터에 종종 넋이 나가곤 했다.

    하지만 아만이 저렇게 눈물까지 울망울망 지으며 떠나고 나자,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 오기 시작했다.

    옛날에 시공간을 비트는 대형 사고를 쳤을 때에도 저 퍼런 도마뱀은 뻔뻔한 태도를 고수했었다.

    그때 뭐라더라…… ‘위험한 물건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라.’라고 했던가?

    그때부터 아만의 싹이 어떤지는 대충 보아도 알만했었다.

    하지만 오늘 보이는 저 태도는 무척이나 서럽고 억울해 보였다.

    ‘하… 짜증 나는군. 게다가 계약의 인이 희미해졌다니?’

    폴리모프를 풀어 제 손등의 문장을 잠시 바라본 루카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진짜였군.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한참을 생각하던 루카스는 머리가 아픈지 침대에 털썩 누워버렸다.

    “다음에 만나거든 뭐라고 하는지 정도는 들어봐야겠군. 이런 일이 흔한 것이 아니니…….”

    아만의 울망울망한 눈빛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

    아카데미로 돌아온 아만은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

    어찌나 서러운지 눈에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혔다.

    “끼힝! 로드는 내 맘 몰라! 쪼꼼도 몰라!”

    집무실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더미를 이리저리 내팽개치는 아만은 입이 댓 발이나 나와 있었다.

    루카스와 아이들이 사라진 이후에 아만은 단 한 순간도 그들을 찾는 것을 게을리한 적이 없었다.

    교수진들을 비롯한 마탑의 마법사들, 게다가 제 아버지인 하셀에게까지 도움을 청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고 또 찾아봐도 루카스는커녕 그의 머리털 하나도 찾기가 어려웠다.

    마치 백사장에 떨어진 바늘, 아니, 다른 모양의 모래 찾기와도 같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루카스는 자신을 꼴도 보기 싫다며 변명 한마디도 허락하지를 않았다.

    이렇게 서러운 적은 700여 년의 용생 동안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번 사고는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또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해둔 계약마저 그 힘을 발휘하지 못했으니, 여간 서러운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아카데미에서 일어난 일이니만큼 학장인 자신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루카스를 라스칸 한복판에 던진 것은 아니었지 않은가.

    “내가! 라스칸도 갔는데!!!”

    분명히 라스칸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루카스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누가 그랬어?”

    한참이나 입이 나와서 무어라 궁시렁거리던 아만은 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앨리?”

    “아니 왜 그러냐고.”

    아만의 눈가가 붉은 것을 본 앨리가 아만의 몸을 홱 돌리더니 따져 묻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아냐.”

    해츨링 시절의 대부분을 함께 보낸 앨리는 아만을 병적으로 아꼈다.

    “아무것도 아닌 얼굴이 아닌데? 너 이런 표정 지었을 때가… 너 옛날에 키우던 만티코어 집 나갔을 때 이런 표정이었어.”

    “…….”

    “그 만티코어가 다른 수컷 쫓아서 집 나갔을 때. 그때 이런 표정이었다고. 이번엔 뭐야? 너 나 몰래 뭐 키우고 있었어?”

    “……아냐.”

    “그런 게 아니면 지금 네 상태가 왜 그런지 설명을 해.”

    앨리가 보이는 반응은 명백한 분노였다.

    예전에 아만이 키우던 만티코어가 집을 나가버렸을 때, 앨리는 온 산을 쥐잡듯 뒤져 만티코어를 찾아냈었다.

    아만을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 만티코어가 집을 나간 이유가 수컷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고 나서는, 집을 나간 암컷 만티코어를 죽이는 대신에 그 수컷 만티코어까지 같이 잡아 아만의 레어에 떡하니 가져다줬었다.

    하지만 아만은 그런 만티코어 두 마리를 다시 돌려보냈다.

    자신이 싫어 나간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며 말이다.

    “뭔지 내가 알아야 도와줄 거 아냐. 그런 표정 짓지 말고 말해봐.”

    앨리가 그 모든 숲을 다 뒤져서 만티코어를 찾아낸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가 속상해하니까.

    “말해. 아마록.”

    아만의 진명을 부르는 앨리. 그녀의 단호한 눈빛을 마주한 아만은 당장이라도 이 모든 것을 다 털어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루카스와 한 약속 중 하나가 ‘누구에게도 그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 것’이었다.

    게다가 작은 힌트도 주지 말라고 했으니.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여기 다 날려버릴 거야.”

    앨리의 눈이 형형하게 빛나더니 그녀의 주변에 마력이 들끓기 시작했다.

    “앨리. 그러지 마.”

    아만이 앨리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끌자, 들끓던 마력이 한층 누그러졌다.

    “그러니까 말해. 난 네가 속상한 걸 보면 참기가 힘들어. 너도 알잖아?”

    “알아. 하지만 이 정도는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네가 뭘 알아서 해? 너 그때 내가 만티코어 찾아서 가져다주기 전까지 레어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았잖아. 나가서 찾으면 되는걸!”

    “……내가 싫어서 간 거일 수도 있잖아.”

    “하…….”

    아만의 대답에 앨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만티코어가 집을 나갔을 때, 아만 역시도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물론 찾으려고 마음먹었다면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만은 아끼던 만티코어가 혹시라도 자신이 싫어 떠난 것일까 걱정이 되어 그마저도 하지 못했었다.

    “진짜 답답하게 하네. 그러니까 이번엔 누가 널 싫어하는 것 같냐고.”

    “그런 거 아냐.”

    “이런 식으로 나온다 그거지?”

    “한 번만 그냥 넘어가 줘. 내가 전부 해결할게. 응?”

    여기서 더 풀죽은 모습을 보였다가는 앨리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지금은 최대한 차분하게 그녀를 달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래. 알겠어.”

    “고마워.”

    “대신 하나만 약속해.”

    “……?”

    “내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 날 찾아오겠다고.”

    “물론이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아만의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앨리의 기준에서 아만은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드래곤이었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드래곤.

    그 때문에 앨리는 아만이 유희를 시작하자 그를 따라 유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만은 앨리가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다며 매번 도망을 다녔다.

    그래서 선택한 차선책이 상단주였다.

    골드 드래곤인 자신보다 보석과 아티팩트에 환장하는 아만을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상단주가 되어 전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희귀한 아티팩트를 수집했다.

    또한 어떻게든 그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간간이 소식을 들을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포지션은 없었다.

    “알겠어. 그보다 저번에 사라졌다는 인간들은 찾았어?”

    “아, 응. 찾았어.”

    “어디서?”

    “시타타.”

    아만의 입에서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곳의 지명이 튀어나오자 앨리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엥? 시타타? 누군데?”

    “로드리고 백작가 아들이랑 딸.”

    “어이가 없네. 그런데도 나한테 얘기를 안 했어?”

    “……미안.”

    “혹시 네 표정이 이렇게 된 데에 걔네가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

    “아, 아니야.”

    얼른 대답하는 아만의 표정을 본 앨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진짜야!”

    큰일이다. 앨리는 아만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었다. 특히나 그가 거짓말을 할 때의 표정은 더욱.

    “……우선 알겠어. 나랑 했던 약속 잊지 마. 아마록.”

    “응…….”

    앨리가 떠나고 나서야 아만은 숨을 한번 크게 몰아 내쉬었다.

    앨리가 추궁을 할 때면 어찌나 긴장되는지, 제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보다 더했다.

    하지만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였다.

    앨리가 몇 년 동안 정성을 쏟고 있는 시타타에 루카스가 있었다.

    게다가 조금 전 했던 것이 거짓말임을 알았을 테니, 앨리는 분명 무언가를 알아내려 할 것이다.

    “하아… 큰일이네.”

    ***

    용병 단원들은 백작저에서 대접한 푸짐한 식사와 고급스러운 술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크으… 단좡…… 그때 기억나?”

    “……언제?”

    혀가 꼬부라질 대로 꼬부라진 사내들은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끊임없이 떠들고 있었다.

    “그 있잖수… 나 머리 빠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뭐래… 네 머리는 열네 살 때부터 빠졌잖아…….”

    -탁!

    단장의 말에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은 피르칸이 눈을 부릅떴다.

    “이, 이게! 어? 너 지금 우냐……?”

    “크흡……! 그땐 남들 빠지는 만큼이었다고! 근데! 왜! 지금은 하~ 나도! 없냐고오!!!”

    피르칸은 어린 나이에 휑하니 드러난 제 정수리가 서러운지 엉엉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적잖이 당황한 듯 우왕좌왕하며 어색하게 그를 달래기 시작했다.

    “야아… 피르칸. 왜 울고 그러냐. 응? 울지 말고 여기 있는 토마토 좀 먹어봐.”

    “안 먹어유! 안 먹는다고!”

    조심스레 토마토를 내민 단장의 손을 홱 뿌리친 피르칸이 식당을 나가버리자, 단원들은 멍하니 문가를 바라봤다.

    “아이고 큰일이네…….”

    “아니, 그러게 단장은 왜 그런 말을 해가지고 참.”

    걱정스러운 마음에 문가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단원들은 다시 취기가 오르는지 흐물흐물 늘어지고 있었다.

    “아줘씨… 여기가 어디예요……?”

    제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단장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고주망태가 된 스키르가 있었다.

    스키르는 백작저에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쭉 뻗어버리고 말았다.

    어찌나 추태를 부리던지 그가 뻗었을 땐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더 자라.”

    “여기가 어디냐고요오… 옥!!”

    단장은 스키르의 추태가 시작되기 전에, 결국 그의 목덜미를 내리쳐 기절시키고 말았다.

    “앞으로 너는 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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