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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92화 (92/225)

92화. 탈출 (3)

“루, 루카스!! 진정하게!!”

“다들 물러나.”

바실리스크의 흉흉한 이빨이 햇빛을 받아 번뜩였다.

-키이익! 키에에에!

아이들을 뒤로 물린 루카스는 바실리스크에게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었다.

“오, 오빠!!!”

바실리스크가 제 발치만큼이나 오는 인간을 향해 달려드는 순간.

“이런 씨X. 내가 어?! 평화롭게 좀 살자고! 했! 잖! 아!”

-콰콰쾅! 콰쾅! 쾅!

-키… 키엑… 엑…….

루카스의 목소리가 높아질 때마다 터져 나온 마법에, 바실리스크는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커다란 몸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내가! 어!? 큰 거 달래!? 평! 화! 그게 전부인데!!”

-콰쾅! 콰콰쾅! 쾅! 쾅!

루카스는 그런 바실리스크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법을 퍼붓고 있었다.

“……루, 루키!”

그 모습에 놀란 아이들은 입을 떡 벌린 채 루카스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화가 많이 났나 보군…….”

“많이 났네…….”

“화가 났어… 오빠가 화가 났어…….”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아이들의 표정은 넋이 나간 것 같았다.

“하…….”

한참을 그렇게 마법을 퍼붓던 루카스가 거친 숨을 한번 토해냈다.

“루키 괜찮아?”

폴라의 목소리에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

그제야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이제는 곤죽이 되어버린 바실리스크를 슬쩍 바라봤다.

‘안 좋은 모습을 보였군.’

던전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터져버린 탓에,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3년 동안 너무 평화로웠지.’

아이들은 그런 루카스의 모습에 놀라 눈만 끔뻑거리고 있었다.

“……가자.”

“으응.”

이곳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마을로 간다고 해도 500여 킬로는 더 가야 했다.

혼자의 몸이라면 아무런 무리 없이 텔레포트 할 수 있었지만,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만. 제발 제한을 풀어라.’

제가 했던 괜한 말을 아만은 너무나도 착실히 지키고 있었다.

‘내가 사라진 걸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수 없이 일단은 걸어야 했다.

“하아…….”

발은 모래에 푹푹 빠져 걷는 것을 더욱 힘들게 했고, 찌는듯한 태양 아래에 데워진 모래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그 열기에 아이들은 익어가고 있었다.

“으아… 목말라…….”

“나이아스.”

게다가 어찌나 목은 자주 마른지!

나이아스가 쉴 새 없이 물방울을 가져다줬음에도, 비 오는 듯 흐르는 땀 때문에 아이들은 화장실 한번을 가지 않았다.

“하아… 하아…….”

아이들은 거친 숨을 토해내면서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어디 그늘이라도 하나 있으면 그곳에 앉아 잠시 쉬기라도 할 텐데, 그조차도 여의치가 않았다.

가시가 삐죽삐죽 돋친 선인장에라도 기대어 쉬고 싶다면 그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그 자리에서 푹 익어 죽고 말 것이다.

“안 되겠다.”

“……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렇게 걷다가는 진짜 죽도 밥도 되지 않을 것이다.

“우선 내 팔 잡아.”

몸에 남은 마나의 양을 세심하게 확인한 루카스는 무언가 결심한 듯 제 팔을 내밀었다.

아이들이 모두 루카스의 팔 위에 손을 얹었다.

-파앗!

“으아…….”

“언제나 적응이 안 된다니까… 으으…….”

갑작스럽게 뒤틀린 시공간에 아이들은 어지러움을 호소했다.

“후우…….”

마나를 거의 바닥까지 써버린 탓에, 루카스는 탈진 직전이었다.

“……스키르 이리 와 봐.”

“어? 나, 나 말인가?”

되묻는 스키르의 말에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아아아

“으아아악!”

갑작스럽게 빨려 나가는 마나에 스키르가 비명을 질렀다.

“됐다…….”

마나드레인.

루카스는 그나마 비전투 포지션인 스키르의 마나를 조금 뺏어오는 것이 일단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그럼 나 여기서 쓰러져?”

“그, 그건 아니지만…….”

“고마워. 잘 쓸게.”

스키르의 엄살과는 달리 루카스는 그저 잠시 버틸만한 마나만 가져왔을 뿐이었다.

“근데… 여기도 아까랑 똑같은 사막 아니야……?”

“맞아. 그런데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 이제 조금만 더 가서…… 다시 한번 텔레포트 하자.”

루카스가 생각해 낸 작전은, 야금야금 텔레포트해서 앞으로 나아가기였다.

아이들의 걸음으로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거리였고, 텔레포트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으니 마나를 바닥까지 끌어 쓴 다음, 아이들의 마나를 조금씩 가져다가 버티는 것.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나는 차오를 것이다.

“자, 이제 다시 천천히 가보자.”

“으응…….”

조금 전과 다를 것 없는 풍경에 아이들은 한숨을 삼켰다.

“저기… 오빠, 그럼 내 마나도 가져가.”

“아냐.”

“그럼 내 꺼 가져가.”

폴라와 넬라는 서로 제 마나를 가져가라며 부추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당장 남은 마나도 얼마 없는데, 그나마 공격에 힘을 보탤 수 있는 폴라와 넬라의 마나마저 가져가 버린다면, 위험한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치만…….”

“아냐. 조금만 더 고생하자.”

루카스는 최대한 마나를 운용하며 주변에 있는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마나가 별로 없는 척박한 곳이어서인지 좀처럼 잘 모이지 않았다.

“하아…….”

스키르의 거친 숨이 터져 나왔다.

“어? 저게 뭐야?”

폴라가 눈을 크게 뜨며 가리킨 곳을 보자, 마차 두 대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기다려.”

루카스가 앞으로 나서려는 아이들을 막아섰다.

지나가는 상단의 마차일 수도 있었지만, 혹시 그게 아니라면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도와달라고 하자!”

“야, 바보야! 저게 도적 떼면 어쩌려고 그래? 노예 상인이면!?”

천진한 스키르의 말에 일침을 가하는 폴라.

“……아.”

“‘아’는 무슨… 멍청이.”

***

루카스를 찾는 아만은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디서 비틀린 건지 알 수 없는 던전 틈새로 들어가 버린 루카스와 일행들의 흔적을 쫓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하, 도대체 왜 연결이 끊긴 거지?”

게다가 계약 관계로 엮여 있는 루카스와의 연결이 끊어졌다.

아니, 계약자와 연결이 끊기다니!

이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신 거야!?”

틈새를 찾아 던전 이곳저곳을 수없이 돌았다. 하지만 루카스의 흔적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틈새와 연결된 흔적이 조금이라도 있는 던전은 이미 모두 돌아본 이후였다.

“하아… 이곳에는 계셔야 할 텐데.”

어느새 제라논까지 흘러들어 온 아만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탐색 마법을 넓게 펼쳤다.

“여기도 없네… 없어…….”

수없이 반복한 행동에 아만은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루카스와 함께 간 다른 학생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제 로드인 루카스를 이대로 잃어버릴 수는 없었다.

“설마…….”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불안감이 스멀스멀 그 자리를 뚫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니겠지. 아직 희미하지만 계약의 인이 남아있으니…….”

아만은 일단 아카데미로 돌아가기로 했다.

루카스 혼자서라도 아카데미로 돌아왔다면 분명 자신을 가장 먼저 찾았을 텐데, 집무실과 방에 걸어둔 알람은 단 한 번을 울리지 않았다.

아만은 그저 루카스가 혼자서라도 돌아오길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제발……!’

***

루카스와 일행이 발견한 마차는 점점 그들에게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마차를 피해 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허허벌판인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몸을 숨길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

판단이 선 아이들은 우왕좌왕하는 것을 멈추고 전투태세를 갖췄다.

“스키르. 내가 신호하면 나한테만 버프 넣어.”

“알겠다.”

“그리고 넬라는 내가 시선을 끄는 동안 운디네를 불러내고, 폴라는 운디네의 움직임에 맞춰 전격 마법 시전해.”

“응. 알겠어.”

“나만 믿어!”

아이들에게 모든 오더를 마친 루카스가 주변에 있는 마나를 최대한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아이들을 데리고 모두 텔레포트할 생각이었기에, 마나의 양을 철저히 계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차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자, 스키르 준비해.”

긴장한 표정의 스키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한번 바라본 루카스 역시도 가까워져 오는 마차를 향해 공격 태세를 마쳤다.

그런 그들을 향해 점점 가까워져 오던 마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용병단 마크인 것 같은데?”

용병단은 호위하는 마차에 깃발을 부착함으로써 자신들을 나타냈다.

화려하지 않은 마차 위에 달린 용병단 깃발.

화물을 운송하는 마차를 호위하는 듯싶었다.

용병단 깃발 아래 상단의 마크까지 확인하자, 스키르의 몸이 긴장을 놓았다.

“긴장 늦추지 마. 도적들에게 탈취당했을 수도 있으니까.”

“아, 알겠다.”

하지만 루카스의 말에 그는 얼른 자세를 고쳐잡고 다시 전투태세를 취했다.

-달칵

점차 속도를 늦추던 마차가 아이들 앞에 멈춰서고 마차의 문이 열렸다.

루카스는 여차하면 공격할 태세로 마나를 손에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강정 삼총사?”

“……새먼트?”

마차에서 얼굴을 내민 이는 다름 아닌 새먼트 시깃이었다.

기초반에 몇 년간 머무르다가 결국 기초반 고인물이 되어 졸업한 비운의 사내.

“야, 너희 진짜 많이 컸다!”

마차에서 내린 새먼트는 아이들을 주욱 둘러보며 활짝 웃었다.

“근데 너네 여기서 뭐 하냐?”

“…….”

“너네 혹시…….”

“……?”

“배낭여행 같은 거 하냐? 요즘 젊은 애들 그런 거 많이 한다던데.”

배낭여행이라니. 새먼트의 말에 아이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 배낭여행이라니. 테스트 중 일어난 사고로 여기 떨어졌다.”

“아란트에서…… 여기까지?”

루카스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새먼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여! 새미! 아는 사람들이야?”

마차에서 고개를 빼꼼 내민 사내 역시도 용병 특유의 거친 외모와 말투였다.

“어, 어. 아는 애들인데…… 혹시 얘네 좀 태워 가도 되냐?”

“뭐, 어디까지 간다는데?”

“너희 혹시 어디까지 가냐?”

사내의 물음에 새먼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어왔다.

“……마을.”

“뭐? 크하하하! 너희 진짜 답도 없다. 여기가 어딘 줄은 알지?”

아이들은 새먼트가 비웃음에도 어찌할 방도가 없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야, 강정삼…… 아니 이제 사총사네. 얼른 타. 가면서 얘기하자.”

“고맙군.”

“고맙습니다.”

마차에 오른 루카스와 일행은 쏟아지는 질문 세례에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새먼트는 기초반을 졸업하면서 그때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인 에이라 토헤일과도 이별했다고 했다.

“크으… 에이라… 내가 사랑했었지.”

그때를 회상하는 새먼트의 눈이 우수에 차올랐다.

“그런데 에이라는 초급반에 올라가고 나는 기초반에 또 머무르게 생겼으니. 뭐…….”

“그래서 헤어졌다?”

“그렇지 뭐… 어쩌겠어. 내 실력이 거기까지인걸.”

어깨를 으쓱해 보인 새먼트는 최대한 태연한 척하려 애를 쓰고 있는 듯했다.

“사랑했었지…….”

“하하! 새미. 내가 그러니까 그 아카데미 가지 말라고 했지?”

“다~ 지난 일 아니겠냐? 그리고 내가 아카데미에 갔으니 이렇게 사랑도 배워오고 한 거 아니냐.”

“지랄도 풍년이다. 미친놈.”

아이들은 용병단의 거친 말투에 적응이 안 되는지 아까부터 입을 헤 벌리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얘는 못 보던 앤데?”

넬라를 턱짓으로 척 가리킨 새먼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 내 동생이다.”

“동생? 너 동생도 있었냐?”

루카스를 먼저 알던 사람들이 종종 하는 질문이었지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곤욕스러운 것은 사실이었다.

넬라는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한지 배시시 웃기만 할 뿐이었다.

“응. 있었어.”

“오, 그래? 귀여운 꼬마 아가씨네.”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 새먼트가 다른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돌려 무어라 입을 떼려던 때였다.

“전방에 스콜피온! 전원 전투태세!”

-키르르르! 키륵!

“이런 씨X. 한 마리가 아니야. 야, 너네는 여기서 기다려!”

스콜피온 한 무리가 마차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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