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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87화 (87/225)
  • 87화. 사고뭉치들.

    아만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전해 들은 루카스는 하셀이 기특했다.

    ‘나보다 일을 더 잘하는군.’

    루카스 역시 걱정했던 것이 종족전쟁이었다.

    ‘하셀이 아니었다면 분명 겨울 여우족은 거사를 준비했을 것이다.’

    누구 하나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만 한다면, 불만이 쌓여있던 다른 이종족들 역시 쉽게 타오를 것이었다.

    그런데 하셀은 그것을 너무 현명한 방법으로 대처해 낸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자, 어느새 기숙사 앞이었다.

    “루키!!!”

    처음 자신을 발견한 것은 폴라였다.

    “루카스! 돌아온 것인가!”

    “교수님께서 너 왔다고 얘기해 주셨어! 도대체 말도 없이 어디 갔던 거야?”

    “그래, 교수님께서 어째서 내가 아닌 널 심부름 보내셨는지 알아야겠다.”

    루카스는 와다다 쏟아지는 아이들의 질문에 정신이 없었지만, 기분이 좋았다.

    “뭐야? 왜 웃어? 그렇게 재밌었어?”

    “그렇다기엔 얼굴이 핼쑥해진 것 같군.”

    스키르와 폴라 옆에 선 넬라 역시 반가운지 웃으며 루카스를 올려봤다.

    “재미없었다. 여기가 훨씬 재밌군.”

    “윽! 뭐야? 말투가 스키르 같아졌어.”

    “하하. 그런가.”

    폴라의 말에 루카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으악! 재수 없어!”

    그러자 폴라는 몸을 떨며 제 귀를 틀어막았다.

    루카스는 드디어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편하군.’

    “왜 이래? 얘 뭐 잘못 먹었나 봐. 루키… 괜찮아?”

    “하하하!”

    “미, 미쳤나 보군. 폴라. 루카스가 미친 것 같다.”

    “헤헤…… 오빠 미쳤어?”

    스키르와 폴라의 말을 들은 넬라가 해맑게 물어오자, 루카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 느끼곤 다시 표정을 풀어냈다.

    “안 미쳤어. 밥 먹었어?”

    다시 돌아온 듯한 루카스의 말투에 아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안 미쳤나 보군.”

    “응. 잠깐 미쳤던 건가 봐.”

    ***

    에스카르 산맥 초입.

    “진짜 이쪽이 맞는가?”

    의심스럽다는 듯 묻는 스키르의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

    “그래, 맞다니까! 내가 지도에서 봤어. 여기 봐.”

    폴라와 스키르 그리고 넬라는 아카데미 뒤편에 난 길을 따라 숲으로 향하고 있었다.

    “언니, 근데 나는 왜 가야 해……?”

    “넬라. 그럼 너는 루카스 생일에 아무것도 안 줄 거야?”

    “……줄 거야.”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마법약 만들어 주자!”

    아이들이 모두 숲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곧 돌아오는 루카스의 생일 선물을 마련해 돌아가는 것.

    “아니, 그냥 하나 사주면 되는 것…… 아야!”

    폴라는 스키르의 팔을 꼬집어 비틀었다.

    “야, 너나 사서 줘. 나랑 넬라는 만들어서 줄 테니까.”

    꼬집힌 팔을 열심히 비벼대는 스키르는 입이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그래서, 뭘 만들어서 줄 건데?”

    “행복의 묘약.”

    “……행복의 묘약?”

    “응! 여기 책에 보면 행복의 묘약 제조법이 나와 있어. 어렵지도 않아!”

    행복의 묘약. 이름 그대로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묘약이었다.

    남용하게 되면 그 효과가 점차 떨어져 행복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지는 약이었지만, 적정량을 사용하게 된다면 기분 좋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묘약이었다.

    폴라는 루카스에게 그런 행복의 묘약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었다.

    “……만들 수 있어?”

    제조법을 살펴보던 넬라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폴라가 자신만만하게, 어렵지도 않다고 말한 그 묘약의 레시피는 꽤나 복잡했다.

    계량을 하는 숫자 역시도 어렵기 그지없었다.

    “언니… 1.179 프리키의 눈물을 어떻게 계량해?”

    “……야, 다 할 수 있어.”

    넬라의 날카로운 일침에, 폴라는 마법약 책을 탁 소리 나게 덮어 보였다.

    “자, 가자!”

    아이들은 하는 수 없이 폴라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흐음… 이쯤에 있어야 맞는데…….”

    마법약 책을 연신 폈다 덮었다 하는 폴라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언니 그냥 가자.”

    그런 폴라의 손을 불안한 듯 잡아끄는 넬라.

    “아, 아냐! 이제 다 온 것 같아.”

    “상점에 가서 사서 줄 수는 없는 건가?”

    “시끄러워!”

    아이들은 그렇게 한참을 더 들어가게 되었다.

    -키이익! 키익!

    갑작스레 들려오는 소리에 아이들은 땅에 처박았던 고개를 냉큼 들어 올렸다.

    “이게 무슨 소리…….”

    “……고블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지르는 생명체들은 다름 아닌 고블린이었다.

    “도, 도망쳐!!!”

    아이들은 눈앞에 나타난 한 무리의 고블린을 보자마자 몸을 돌려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풀썩!

    “네, 넬라!!!”

    폴라의 손을 잡고 뛰던 넬라가 나무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일어나! 어서!”

    넬라의 손을 잡아끄는 폴라. 하지만 넬라는 좀처럼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키이이! 키익! 키익!

    그 와중에 고블린 무리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가.”

    넬라는 폴라를 올려다보며 담담히 얘기했다. 자신을 두고 가라고.

    넬라는 자신의 상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건 단순히 넘어진 게 아니었다.

    “나는 못 걸어. 가. 언니랑 오빠가 어른들을 모시고 와.”

    다시 한번 폴라의 손을 밀어내는 넬라.

    “시끄러워! 널 두고 내가 어딜 가! 야! 공작가 영식!!!”

    그런 넬라에게 버럭 소리친 폴라는 스키르를 불렀다.

    “어, 어!?”

    패닉에 빠진 스키르는 점점 가까워져 오는 고블린 무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가! 가서 어른들 모셔 와!!!”

    “……아니, 안 간다.”

    폴라의 외침에 정신이 돌아온 스키르는 무언가 결심한 듯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나의 부름에 응하여 적을 벌하라…….”

    다가오는 고블린 무리를 향해 주문을 시전하는 스키르.

    “파이어볼!!”

    -푱! 푱! 푱!

    우렁차게 외쳤지만 제 손끝에서 쏘아져 나가는 보잘것없는 마법에, 스키르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야! 가라고!!!”

    게다가 주먹만 한 크기의 불꽃은 멀리 가지도 못하고 발치에 떨어져 벌써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아, 안 간다!! 안 갈 거다!!!”

    곧 울음을 터트릴 듯 울먹거리는 스키르는 절대 가지 않을 거라는 듯 양발을 땅에 비벼 꽉 붙였다.

    “가! 언니도, 오빠도 가라고!!!”

    “내가 널 두고 어딜 가!! 야! 얼른 가라고!!!”

    -키이이! 키이이익!

    어느새 목전까지 다가온 고블린 무리.

    “나이아스…! 도와줘…….”

    넬라의 목소리에, 맑고 투명한 형상이 나타났다.

    -우리가 도와줄게.

    -도와줄게.

    넬라의 말에 소환된 나이아스를 비롯한 다른 나이아스들도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이게 뭐야?”

    갑자기 나타난 나이아스의 모습에 폴라와 스키르는 눈이 동그래졌다.

    “내 친구야.”

    눈앞에 모습을 보인 한 마리의 나이아스의 희미한 형태는 신비로웠다.

    팔랑이는 얇은 원피스를 입은 듯한 작은 소녀 형상에 물방울처럼 투명한 몸.

    -파팡! 팡!

    허공에 모인 작은 물방울들이 고블린들에게 쏘아지기 시작했다.

    -키이익! 키익!

    하지만 그 물방울들은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묶기는커녕 화를 더욱 돋우고 말았다.

    “이… 이런! 넬라 내 뒤에 숨어!”

    “……언니 제발 가! 가!!”

    나이아스들의 협공이 고블린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하자, 폴라는 넬라의 앞을 막아섰다.

    그런 폴라의 모습에 넬라는 이제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안 가!!!”

    -콰르릉! 파지직! 파직!

    그때 폴라의 외침과 함께 전격 마법이 터져 나와, 목전까지 다가온 고블린 세 마리의 몸통에 적중했다.

    “……돼, 됐다!”

    폴라는 특기를 개발하기 위해 혼자 무던히도 애썼었다.

    그중 가장 자신과 잘 맞는 마법은 전격 마법이었다.

    극한의 상황에 치닫자 터져 나온 전격 마법은 그 위력 또한 꽤나 대단했다.

    “……나이아스! 언니를 도와줘!!”

    마법의 응용 시간에서 배웠던 물과 전기의 상성.

    물은 전기를 잘 통하게 한다는 사실이 넬라의 머릿속을 번뜩 스치고 지나갔다.

    -우리가 도와줄게.

    넬라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나이아스들이 물방울들을 재빨리 모으기 시작했다.

    “언니! 이 물방울에 전기를 실어 보내!”

    “응! 한번 해볼게!”

    그렇게 시작된 넬라와 폴라의 협동 공격.

    작은 물방울들이 쏘아져 나갈 때에 맞춰 전격 마법을 일으키는 폴라.

    -파팡! 파직! 파지직!

    물방울들은 전기를 머금고 빠르게 쏘아져 나가 고블린들의 움직임을 묶기 시작했다.

    -키에엑! 키에에에엑!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는 고블린들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돼, 됐어!”

    하지만 그런 넬라와 폴라를 바라보는 스키르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

    저보다 한참이나 어린 넬라마저도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연장자인 자신은 뒷전에 주저앉아 그런 그들을 바라만 보고 있으니, 자괴감이 들었다.

    “넬라 친구들! 지금이야!”

    “응, 지금! 나이아스!”

    나이아스에게 냅다 소리친 폴라는, 물방울이 쏘아져 나가는 방향에 전격 마법을 시전했다.

    폴라는 나이아스의 희미한 형태만 보일 뿐 그들의 말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공격 타이밍은 기가 막히게 맞아 들어갔다.

    -지금……!

    나이아스는 넬라와 폴라의 외침에 맞춰 물방울들을 열심히 쏘아 보내고 있었다.

    ‘나도… 나도 도움이 되고 싶다…….’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는 스키르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도움이… 되고 싶다…….’

    -키에에엑! 키엑!

    큰 데미지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고블린들에게 공격을 하는 폴라와 넬라.

    그들의 뒤에 선 스키르.

    -파아앗!

    그때 스키르의 손에서 순간 빛이 일어났다.

    “어……?”

    “……힘이 넘치는 기분이야.”

    넬라와 폴라의 귓가에 빛이 짤랑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뭘 한 거지?”

    제 손을 멍하니 바라보는 스키르.

    “언니, 지금이야!”

    “응!”

    아이들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공격했다.

    -파지지직!

    -키에에에엑!!

    이전과는 다른 놀라운 위력.

    마치 버프라도 받은 듯한 그들의 마법에, 고블린 떼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해, 해낸 건가?”

    “……해냈다!”

    “해냈어!”

    ***

    다리를 다친 넬라를 조심히 부축해 아카데미로 돌아온 아이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조금만 참아. 다 왔어.”

    넬라의 한쪽 팔을 붙잡은 폴라는, 터져 나오는 거친 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다정히 달랬다.

    “허억… 허억…….”

    맨 처음 숲을 빠져나올 때 스키르가 넬라를 업고 뛰었지만, 이내 체력이 다하고 말았다.

    “미안해… 나 때문에…….”

    넬라는 숲을 빠져나오는 때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그만! 괜찮다니까? 우리 모두 무사하잖아. 그리고 그게 왜 너 때문이야?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이지. 내가 미안해.”

    폴라의 다그침에 배시시 웃어 보이는 넬라.

    “아니다, 우리 모두 무사하니 된 거다.”

    “고마워…….”

    아이들은 보건실에 가기 위해 중앙현관에 들어섰다.

    “넬라? 폴라? 스키르?”

    아이들을 불러세우는 익숙한 목소리.

    “루키!!!”

    “너네 어떻게 된 거야? 도대체 지금 시간이… 넬라! 괜찮아!?”

    루카스는 저녁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중앙현관을 서성였다.

    그런데 돌아온 아이들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넬라는 한쪽 다리가 부러지기라도 했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했으며, 그녀를 부축한 폴라와 스키르 역시도 크게 성한 꼴은 아니었다.

    “너희 모두… 하…….”

    “헤헤, 괜찮아!”

    해맑게 대답해 보이는 폴라를 한번 째려본 루카스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런데 있잖아? 우리 엄청 대단했어!”

    “시끄러워. 우선 보건실 먼저 가자. 자, 업혀 넬라.”

    한 손을 휙 내저은 루카스는 넬라에게 제 등을 내밀었다.

    “으응…….”

    루카스의 등에 업힌 넬라는 하마터면 까무룩 기절할 뻔했다.

    여태 어찌나 긴장했는지 루카스의 등에 업히자마자 몸에 힘이 전부 풀릴 뻔한 것이다.

    “괜찮아. 힘 빼도 돼.”

    업힌 넬라의 몸이 뻣뻣하게 굳은 것을 느낀 루카스가 괜찮다며 몸을 두어 번 흔들자, 그제야 힘을 빼는 넬라.

    “진짜 내가 못 살아.”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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