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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84화 (84/225)
  • 84화. 어마어마한 썅X (1)

    넓은 지하 공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토끼 발로 보이는 것들이 한 무더기를 이뤄 천장을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샹들리에를 장식하듯 주렁주렁 달린 토끼 발들. 그 사이에 박힌 발광석까지. 영락없는 샹들리에의 모습이었다.

    ‘소름이 끼치는군.’

    그것을 본 루카스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탄식을 내뱉었다.

    “허…….”

    “놀랐나 보네. 하긴… 이만한 수집품은 보기 드무니까.”

    남작 부인이 자랑스러운 듯 싱긋 웃었다.

    ‘저건… 또…….’

    그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태피스트리였다.

    아니, 태피스트리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픽시… 로군…….’

    벽에 걸린 커다란 양탄자에는 마치 나비나 곤충을 박제하듯, 날개를 핀으로 꽂아놓은 픽시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

    그리고 한가운데에 놓인 화려한 장식품.

    그것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겨울 여우족의 눈동자로군…….’

    그것도 하나도 아닌 수십 개의 눈동자로 장식되어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호호. 천천히 둘러봐도 좋네.”

    멍한 눈으로 둘러보는 루카스를 본 남작 부인은 그저 좋은 듯 호호거렸다.

    정말이지 이 모든 사태는 참담하다는 말로는 표현하기에 모자랐다.

    “이것까지 보면 놀라서 자빠지는 거 아닌가 몰라?”

    아직 입구에 서서 눈만 굴리는 루카스를 보며,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촤르륵!

    부인이 천장에서 내려오는 긴 손잡이를 한번 잡아당기자, 벽면에 죽 둘러있던 커튼이 한 번에 걷혔다.

    “아아…….”

    커튼이 걷히자, 루카스는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크고 작은 철창 안에 갇힌 수많은 생명체들.

    루카스의 손에 들린 케이지에서는 알린의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케이지를 내려본 루카스가 알린과 눈을 맞춘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을 거라는 듯.

    “오, 그렇지. 이번에 어렵게 구해온 거네. 아직 길들이기가 덜 되어 조금 난폭하긴 하지만 뭐. 곧 고분고분해지겠지.”

    부인이 가리킨 곳을 보자, 온몸에 생채기와 피딱지가 가득한 겨울 여우족 하나가 보였다.

    “크르르르…….”

    겨울 여우족은 케이지 구석에서 몸을 낮춘 채 낮게 으르렁거렸다.

    “쯧쯔… 밥도 먹지 않아 힘도 없을 텐데.”

    그 모습에 부인은 낮게 혀를 차며 고개를 내저었다.

    “아, 저긴 볼 필요 없네. 어차피 곧 죽을 아이들이라 말이야. 저것들은 영 생긴 거랑 달리 귀여운 맛이 떨어진다는 말이야. 자네도 토토족은 있겠지?”

    그녀가 가리킨 다른 곳에는, 비쩍 마르고 털이 군데군데 빠져있는 토토족 한 무리가 있었다.

    “저기 있는 엘프는 곧 정신교육이 끝날 거라 기대하고 있지. 지난번 블루엘프 하나는 마지막에 가서 픽 죽어버리는 바람에… 쯧.”

    또 다른 곳에는 눈에 빛을 잃은 채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는 엘프가 있었으며.

    “그나마 요즘 저게 있어 조금 기분이 난달까?”

    또 다른 곳에는 새장에 갇힌 새처럼 얌전히 앉아 부인을 응시하는 픽시가 있었다.

    “자, 그래서 자네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뭐가 있지?”

    “…….”

    부인의 물음에 루카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아, 너를 잊을 뻔했구나! 그래, 귀염둥이야. 무서워할 필요 전혀 없단다. 자, 저기 가보자꾸나. 네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우당탕!

    “저, 저리가……! 이 악마야!!!”

    부인이 손을 뻗자, 알린은 좁은 케이지 안에서 어떻게든 도망치려 안간힘을 썼다.

    “호호! 그래, 이러니 내가 말 못 하는 짐승을 데려오지 않는 거야. 자네도 비슷한 이유겠지만 말이야.”

    겁에 질린 픽시의 모습에, 그녀는 뭐가 그리 재밌는지 자지러지게 웃었다.

    “자, 맛있는 거 먹을까?”

    “저리 가라고 이 악마 같은 미친X아!!!”

    알린이 버럭 소리치며 욕지거리를 하자, 부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다.

    “저급한 동물 주제에……! 그 입버릇을 당장 고쳐줘야겠구나!”

    화가 난 듯 소리친 그녀가 벽면에 세워져 있던 쇠꼬챙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자네도 잘 봐두게! 어떻게 해야 이 저급한 동물의 버르장머리를 고칠 수 있는지 말이야!”

    그러고는 루카스의 손에 들려있던 케이지를 홱 낚아채려 했지만.

    -덜컹!

    루카스의 손에서 케이지를 뺏을 수는 없었다.

    “그만.”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당장 내놓으래도?”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루카스의 싸늘한 음성에 그녀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이, 이게 지금 무슨…! 하! 설마 내 수집품을 훔치러 온 것은…! 그, 그런 거라면 꿈도 꾸지 않는 게 좋을 거다! 너는 모르겠지만 내 하인들이 이곳을 계속 주시하고 있으니!”

    그녀가 소리치자, 이내 바깥에서 사람이 움직이는 소리가 옅게 들려왔다.

    “훔치러 왔다…라.”

    “보았느냐? 아, 그게 아니라면 왕국에서 나온 사람인가. 흥! 그런 거라면 더 잘못 짚었구나. 내가 누구인 줄은 아느냐?”

    그녀의 말 같지도 않은 말에, 루카스의 미간이 구겨졌다.

    “하! 그래. 그럴 줄 알았지.”

    루카스의 표정을 본 그녀는 자신의 말이 맞았다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누군지 모르고 정의의 사도처럼 이민족 관리국 따위에서 나왔나 본데! 나는 라스칸 국왕 폐하의 성총을 받는 몸이시다!”

    “호오…….”

    “그래. 이제야 네놈이 저지르려던 짓이 무엇인지 짐작이 되느냐? 지금이라도 손에 든 그걸 놓고 썩 꺼진다면, 정상 참작은 해주도록 하지!”

    어느새 팔짱까지 척 껴 보인 그녀가 얼른 꺼지라는 듯 턱짓했다.

    “그래.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

    “그걸 아는 자가 그런 꼿꼿한 자세로 내 앞에 서 있단 말이냐?! 당장 꺼지든지, 그게 아니라면 무릎이라도 꿇고 용서를 구해라.”

    그녀의 말을 듣던 루카스가 결국 피식하며 조소했다.

    “우, 웃어!? 가… 감히!”

    “한참 잘못 생각했어.”

    루카스의 싸늘한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네깟 것도 사람 취급을 하려 했으니 말이야.”

    “…이, 이게! 거기 누구 없느냐!!!”

    결국 참다못한 그녀가 바깥에 소리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잘못된 선택을 한 줄로만 알아라. 도망치게 놔둔 다음 잡아 와 예뻐해 주려 했는데…… 그 시간이 조금 앞당겨졌구나.”

    그녀가 제 손에 든 쇠꼬챙이를 들어 루카스의 턱 아래 대는 순간이었다.

    -콰직!

    “으… 으아아악!!!”

    쇠꼬챙이와 함께 터져버린 손.

    “건방지군. 감히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 흉내를 내다니 말이야.”

    “내, 내 손… 내 손!!! 꺄아아악!”

    그녀는 순식간에 사라진 제 손이 있던 자리를 보며 혼비백산했다.

    -쿠당탕! 쿵!

    그때 몰려온 사람들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이, 이게 무슨!!! 부인! 부인!”

    “이런 개 같은 자식이! 뭣들 하고 있어! 공격해라!”

    “어서 부인을 안전한 곳으로 모셔라!”

    몰려온 이들은 주인의 팔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 분수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루카스에게 맞섰다.

    “절대 살려두지 마라!”

    “끄아아악! 내 손!!!”

    “부인! 어서 이쪽으로.”

    -서겅

    한줄기 섬광이 스치는가 싶더니.

    -투둑… 쿵. 쿵!

    달려들던 이들의 머리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마, 마법사다…….”

    부인을 부축하던 사내의 눈에서 희망이 사라졌다.

    “끄으!”

    그 소리를 들은 여자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을 재빨리 품에 넣어 얇은 종이를 하나 꺼내 입에 물었다.

    -쫘악! 파앗!

    그러곤 그 종이를 망설임 없이 죽 찢자, 여자의 신형이 사라졌다.

    “마법사…….”

    -서겅.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주인을 잃은 사내의 머리마저 바닥에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괜찮은가?”

    루카스가 제 손에 들린 케이지를 보며 물었다.

    “으으… 무, 무서워요…….”

    알린은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해버린 현장에, 제 머리를 잡은 채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미안하게 됐군.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은인님. 무서워요…….”

    “그럼 잠시 여기서 기다릴 수 있겠나?”

    “저, 저만 여기서요? 그건 더 무서워요…….”

    루카스의 말에 알린은 자신을 한번 가리킨 뒤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그럼 같이 가지. 눈은 감고 있는 게 좋겠군.”

    그러자 알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꼭 감은 채 양손으로 귀까지 틀어막았다.

    루카스는 자리에 서서 그녀가 사라져 향한 곳이 어딘지 차분히 추적했다.

    ‘가깝군.’

    -파앗!

    마나의 흐름을 읽어 좌표를 찾아낸 그가 텔레포트했다.

    “으으어어… 끄아아…….”

    ‘흠… 어디 정원인 것 같은데.’

    도착한 곳을 살필 필요도, 혈흔을 쫓을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차마 자신을 추적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듯, 괴상한 소리를 내며 미친 사람처럼 걸어가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도망쳐야지.”

    “으어어… 으아아악! 꺄아아악!!!”

    제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돌아본 여자는 루카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시오!”

    그러자 그녀의 비명을 들은 사람이 뛰쳐나왔다.

    “사, 살려주시게!!! 나는 폐하의 성총을 받은 사람일세! 폐하께 어서 암살자가 왔다고 전하시게!!! 어서!!!”

    ‘아하. 왕궁이었나 보군.’

    “그게 무슨… 에구머니나!”

    그제야 여자의 상태를 눈치챘는지, 궁정인으로 보이는 자가 안색이 파리해져 소리쳤다.

    “경비병! 경비병!!!”

    여자의 뒤를 쫓는 루카스의 표정이 심각해져 갔다.

    ‘이렇게 되면 일이 너무 커지는데.’

    여자가 있던 마을은 라스칸 왕국 국경지대였다.

    그러니 이곳은 라스칸 왕국 왕궁이라는 것인데, 저 여자를 잡겠다고 왕궁을 엎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를 어쩌면 좋으려나.’

    궁정인의 뒤로 경비병들이 우르르 나타나고, 남작 부인이 그들 틈으로 냉큼 숨어들었다.

    “제발 구해주시게! 어서 폐하께 전하게. 나 클로이가 왔다고 말일세… 크허엉…….”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부인은 울음을 터트렸다.

    “저, 저자일세! 얼른 잡아들이시게!”

    피 칠갑을 한 채 울음을 터트린 여자를 감싸 안은 궁정인이 소리치자, 라스칸 경비병들이 일제히 루카스를 향해 달려왔다.

    “이걸… 어쩌면 좋으려나…….”

    한 손에 픽시가 든 케이지를 든 검은 머리 사내.

    그자를 피해 도망친, 손이 잘린 여인.

    “누가 봐도 내가 나쁜 놈 같군.”

    달려오는 경비병들을 보며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 루카스가 알린을 슬쩍 바라봤다.

    알린은 처음과 같이 눈을 꼭 감은 채 귀를 틀어막은 상태였다.

    “흐음…….”

    “가만히 있어라!”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경비병이 창을 들이밀며 소리치자, 루카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처음부터 가만히 있었네만.”

    “포박해라!”

    창을 들이민 경비병의 명령에 다른 대원들이 밧줄을 들고 다가왔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루카스의 말에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경비병이 한 걸음 물러나며 소리쳤다.

    “어, 어서 포박해라!”

    “그래도 내가 나쁜 놈은 아닌데 말야. 이런 취급은 곤란하다는 말이지.”

    “우, 움직이면 사살해도 좋다!”

    다시 한 걸음 물러나는 경비병.

    “그러시든가.”

    -파앗!

    순식간에 사라진 루카스의 모습에 경비병들이 벙찐 채로 서로를 바라볼 때였다.

    “꺄아아아악!”

    비명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루카스가 남작 부인 뒤에 서서 웃고 있었다.

    “안녕. 예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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