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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81화 (81/225)
  • 81화. 마법이란 무엇인가.

    “스, 스크롤… 스크롤……!”

    다급한 목소리로 스크롤을 외치는 하워드의 말에 조니가 얼른 배낭을 뒤적여 스크롤을 꺼내 들었다.

    “여, 여기.”

    “하, 뭐 하시는 겁니까? 제가 상대할 테니 다들 비키세요.”

    하지만 세라노가 그들을 저지하고 마차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동생. 괘, 괜찮겠어?”

    “약을 오래된 걸 썼더니, 이런 문제가 생겼나 보네요.”

    세라노는 귀찮다는 표정을 한번 지어 보이고는 제 크로스백을 어깨에 툭 걸쳤다.

    “야. 살았으면 그냥 돌아가지, 뭣 하러 여기까지 기어왔어? 죽여달라는 거냐?”

    마차에서 내린 세라노가 루카스를 보며 이죽거렸다.

    “오늘은 어딜 가나 즐거워 좋구나.”

    그런 세라노를 보는 루카스의 눈동자가 즐거움에 반짝였다.

    “하, 병신. 넌 오늘 뒈졌어.”

    -달칵!

    빠른 손놀림으로 가방을 척 열어 보인 세라노가 약병을 하나 꺼내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

    “크으-! 이게 바로 자양 강장제지.”

    -쨍그랑!

    다 마신 약병을 땅에 홱 던진 그가 씨익 웃었다.

    “호오. 마나 증폭제라. 약쟁이 놈이로군.”

    “그래. 내가 바로 미친 약쟁이 세라노다! 넌 사람 잘못 건드렸어!”

    마나 증폭제. 말 그대로 마나를 일시적으로 증폭시켜주는 마법 약이었다. 하지만 몸에 없는 마나를 억지로 생성해 내는 만큼 부작용이 컸다.

    그로 인해 잘 사용되지 않는 약인데, 세라노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털어 넣었다.

    “워터 밤! 에너지 볼트!”

    -포옹! 파지지지직!

    사람 머리통만 한 물방울에 실린 에너지 볼트는 루카스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귀엽군.”

    세라노의 마법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물과 전기의 융합은 가장 쉬운 시너지였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공격 마법 하나보다 못했다.

    -쿠르릉!

    루카스가 한 손을 들자, 순식간에 흙으로 된 벽이 나타났다.

    -파앙!

    벽에 가로막힌 세라노의 마법은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 채, 그저 벽을 촉촉하게 만들었을 뿐.

    루카스의 옷자락 하나 적시지 못했다.

    “어? 씨X!”

    호기롭게 시전한 마법이 너무나도 쉽게 가로막히자, 당황한 세라노는 얼른 제 가방을 뒤져 약병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크-! 오랜만에 두 병 마셔보네. 넌 이제 진짜 뒈졌어.”

    세라노가 자신 있는 것은 속도와 응용이었다. 때문에 3서클밖에 되지 않는 실력임에도 대륙 수배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고.

    분명 루카스가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마법사라는 걸 알았지만, 세라노는 자신 있었다.

    “내가 씨X 너 같은 새X 황천길로 보낸 게 얼만 줄 알아!?”

    긴 수련에도 늘어나지 않던 서클에, 세라노 역시 서럽고 힘든 세월을 보냈었다. 그렇기에 그는 다른 방식으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소리를 바락 지른 세라노는 약병 하나를 더 꺼내 루카스가 있는 방향으로 힘차게 던졌다.

    “에너지 볼트!”

    -쨍그랑!

    마법에 맞은 병은 허공에서 깨어져 내용물이 흩뿌려졌다.

    “워터 스프레이!”

    빗방울보다 더 작은 물방울이 허공에 흩날리는 독을 품고 루카스를 덮쳤다.

    ‘응용력 하나는 끝내주는군. 머리가 아까워.’

    세라노의 응용력에 루카스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앱솔루트 배리어.”

    -파츠츠츠츠츠…….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씨X! 씨X! 씨X!”

    공들였던 공격마저 힘없이 가로막히자, 세라노는 분해 죽겠는지 다섯 살 난 아이처럼 악다구니를 썼다.

    “칭찬은 해주지. 하지만 너에게 하나 모자란 게 있다.”

    “하, 모자란 거? 모자란 거!? 모자란 건 네 목숨이다. 이런 씨, 씨, 씨X놈아!”

    “하하.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쳐있군. 하긴 모자란 걸 말해줘서 뭐 하겠나. 어차피 오늘 죽을 텐데.”

    흥분한 세라노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제게 훈수를 두려는 루카스를 당장이라도 쥐어뜯을 기세였다.

    “입 닥쳐, 이 개새끼야.”

    “동생! 우리가 돕겠네!”

    “그래, 흥분을 가라앉히게!”

    그 모습을 지켜본 조니와 하워드가 검집에서 검을 빼내려는 때였다.

    “너희도 닥쳐. 이 씨X 쓸모없는 벌레 새끼들아!”

    “도, 동생?”

    “동생은 니X! 누가 너희 같은 개 쓰레기 동생이야!? 엉!? 이런 씨X 새끼들.”

    약쟁이 세라노. 그가 가진 별명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세라노가 자신이 직접 만든 약을 마시며 전투에 임하는 모습을 직접 본 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미친 약쟁이’ 혹은 ‘약에 취한 정신병자’라고 말이다.

    세라노의 가장 큰 단점이자 약점. 바로 분노조절장애.

    “뭐, 뭐라고?”

    “미, 미친놈 아니야?”

    그런 세라노의 모습에, 도우려던 사내들은 검을 잡은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니 약은 약사에게, 병은 의사에게 갔어야지. 쯧쯔……. 병자가 약을 스스로 지어 먹으니 저런 사달이 나는 것이다.”

    루카스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세라노의 눈은 더 이상 눈동자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흰자위가 드러났다.

    “이런 씹어먹을 자식. 너는 오늘 뒈졌어.”

    “네 말대로 됐으면 나는 벌써 세 번 뒈졌겠군.”

    “그 입을 놀리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다.”

    흥분한 세라노의 몸에서 검보라색 오라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마나 증폭제의 첫 번째 부작용.

    사용자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오라의 발현.

    “저 상태라면 가만히 놔둬도 죽겠군.”

    루카스의 말이 사실이었다. 눈앞에서 날뛰는 저 미친 약쟁이는 저대로 가다간 그대로 죽고 말 것이다.

    “죽는 건 너다.”

    세라노의 말에 루카스가 어깨를 한번 으쓱였다.

    “다크니스.”

    세라노는 먼저 루카스의 시야를 차단하려는 듯 다크니스 마법을 시전했다.

    -스스슷!

    루카스에게로 뻗치는 검은 기운.

    “컨퓨즈.”

    -스스스슷!

    세라노는 검은 기운이 채 닿기도 전에 두 번째 마법을 시전했다.

    ‘흑마법을 익혔군. 게다가 빠른 속도까지……. 정말이지 재능이 아까워. 마법을 제대로 배웠더라면 크게 됐을 텐데 말이야.’

    마법 생물인 드래곤은 대부분 마법사에게 호의적이었다. 때문에 루카스 역시 세라노에게 작은 연민을 느끼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파스스…….

    이번에도 역시 루카스에게 아무런 타격을 입히지 못하자, 결국 세라노는 폭발하고 말았다.

    “으아아아아!!!”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며 루카스에게 달려드는 세라노.

    그런 그를 바라보던 루카스의 눈꺼풀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법이란 말이다.”

    시를 읊듯 조용히 읊조리는 입에 잔잔한 미소가 번지고, 그가 손을 들어 올리자 마치 석상이 된 양 세라노가 우뚝 멈춰 섰다.

    -두둥!

    그의 손이 땅을 향하자 땅이 울렸으며.

    “쓸 줄 안다고 해서 다 마법인 것이 아니다.”

    -쿠르릉!

    하늘을 향하자 하늘이 울렸다.

    “실력이란 말이다.”

    -콰콰쾅! 쾅!

    땅이 뒤집히자 고목은 힘없이 쓰러졌으며.

    “상대를 봐가며 덤비는 것이 실력이다.”

    -콰지직! 콰직!

    대지에 떨어지는 번개에 천지가 울렸다.

    “어떤가. 진짜 마법을 본 소감이.”

    “세상은 왜 나한테만 지랄인데… 왜 나한테만 지랄이냐고…….”

    뛰어넘을 수 없는 격차에 세라노는 세상을 원망했다.

    ***

    원래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는 않는다.

    루카스 역시 인간이기에 그러했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이었다.

    요즘 무슨 병이라도 걸린 것인지 루카스는 힘을 쏟아내지 못해 안달이었다.

    ‘어차피 살려둬서는 안 될 자들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해하려 한 인간들에게 벌을 내리는 것은 인지상정이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정보는 다 얻지 않았나.’

    그렇게 마차에 앉아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이어가던 중이었다.

    “소, 손님. 이곳에 내려드리면 되겠습니까.”

    마부의 말에 루카스는 창문을 살짝 열어 주변을 살폈다.

    베네타 일행이 타고 있던 마차는 그들의 시체를 실은 채 루카스와 함께 달려왔다.

    “이쯤이면 되겠네. 고맙군.”

    루카스는 일부러 마부에게 마차를 얻어 타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길로 왔다.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그보다 저는 정말로 입이 무거운 사람입니다. 예, 그렇고 말고요!”

    자신의 손님 셋이 모두 죽은 것을 눈으로 직접 목격한 마부는 벌벌 떨고 있었다.

    “가벼워도 상관없네.”

    “어휴, 아닙니다. 절대! 절대! 어디에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품속에서 금화 몇 개를 꺼내 들었다.

    “300골드일세. 한 사람당 100골드씩이네. 손님을 잃게 해서 미안하군.”

    “이, 이러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300골드라니요. 절대 받을 수 없습니다!”

    마부가 완강히 거부하자, 루카스는 마차 안에 골드를 툭 던져넣었다.

    “그럼 멍청한 손님이 흘리고 간 것이라고 해두지.”

    “아니, 아닙니다!”

    그것을 본 마부가 얼른 마차 안으로 뛰어 들어가자, 루카스는 시체들을 갈무리해 텔레포트했다.

    ***

    약쟁이 세라노는 자신만 죽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가진 모든 정보를 줄줄이 토해내고 자멸했다.

    ‘수고를 덜어줘 고맙다고 인사라도 할 걸 그랬나.’

    덕분에 신분은 정확히 아는 상태였고, 이들이 무엇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그와 관련된 가문이 어디인지까지 모두 알게 되었다.

    루카스의 예상대로 그들은 겨울 여우족에게 손을 댔다.

    겨울의 수호자라 불리는 그들은 다 자라도 130cm를 웃도는 키를 가진 수인형 종족이었다.

    수백 년 전 유행처럼 번졌던 겨울 여우족 사냥.

    그것은 말 그대로 유행이었다.

    겨울 여우족의 눈동자는 맑은 호수에 잠긴 다이아몬드를 연상하게 했다.

    혹자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들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볼 수조차 없다고 표현했다.

    그게 문제였다. 아름다워도 너무 아름다운 눈동자.

    그렇게 그들은 사냥당했다.

    마법으로 박제시킨 겨울 여우족의 눈동자는 다른 보석들과 함께 장식되어 사치품으로 팔려나갔다.

    귀족들 사이에선 누가 더 희귀하고 예쁜 눈동자를 가졌는지에 따라 부의 척도가 결정되기도 했다.

    번져가는 유행에 줄어든 개체 수는 그들을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갔으며, 더욱 척박하고 구석진 곳으로 숨게 만들었다.

    ‘이제야 좀 늘어났나 싶었는데… 또 시작이군.’

    욕심과 탐욕. 인간이 가진 그것은 누군가를 희생함에 거침이 없었다.

    -고오오오오

    베네타에 들어선 루카스는 살을 에는듯한 찬바람에 몸을 흠칫 웅크렸다.

    몸에 마나를 둘러 체온을 유지한 그가 제 발치에 놓인 시체 세 구를 한번 보고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온통 새하얀 눈으로 덮인 건물의 문 앞에는 바르커&놀란 이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여기군.”

    한때는 중앙 귀족이었던 바르커 남작가와 놀란 남작가. 그들이 함께 쓰는 건물이었다.

    문 앞에 선 그가 손을 들었다.

    -콰콰쾅!

    순식간에 부서진 문에서 희뿌연 먼지와 함께 눈이 흩날렸다.

    “누구냐!!!”

    그러자 안에서 병장기를 든 사내들이 뛰쳐나왔다.

    “문을 두드린다는 것이 그만 부수고 말았군.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은데… 가주님 계신가?”

    루카스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저런 또라이를 봤나! 여기가 감히 어딘 줄 알고… 저게… 뭐야?”

    그런 루카스에게 달려들던 사내의 눈이 바닥을 향했다.

    “하워드…님?”

    “조, 조니 님!?”

    “저건… 세라노?”

    희뿌연 먼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던 땅은, 먼지가 가라앉자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사내들이 널브러진 것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데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네가 한 짓이냐?”

    “가주님 계시냐고 물었는데. 보다시피 전해드릴 것도 좀 있고 말이야.”

    사내의 물음에 싱긋 웃어 보인 루카스가 바닥에 놓인 시체를 발로 툭 건들자, 십수 명의 사내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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