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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78화 (78/225)

78화. 애완동물.

아침이 밝고 사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루카스 역시 그들을 따라 움직였다.

“우리 다음 마을이 어디더라?”

“어디기는? 바로 켄치 마을 아닌가?”

사내들은 여관 입구에 서서 다음 목적지를 큰 소리로 외쳤다.

‘켄치 마을이라…….’

하지만 루카스는 그들이 풍기는 어색한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곳이라면 나도 티 나지 않게 쫓아갈 수 있겠군.’

지금 있는 도시인 리타에서 켄치까지는 반나절이 걸리는 짧은 거리였다. 그렇기에 같은 동선으로 움직이는 사람 또한 많았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켄치 마을로!”

마지막까지 목적지를 큰 소리로 외친 사내들이 마차에 올라탔다.

‘이번엔 먼저 가 있어 볼까.’

마차가 천천히 마을 어귀를 벗어나자, 루카스는 작은 골목에 들어섰다.

“……내 기억이 맞겠지.”

켄치 마을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의 좌표를 생각한 루카스가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텔레포트했다.

-파앗!

주변을 둘러본 루카스는 자신의 기억과는 판이한 풍경에 잠시 당황한 듯 보였다.

“여기가 아닌가……?”

루카스가 기억하는 이곳의 좌표는 분명 숲이었어야 했다.

그것도 멀리 마을 입구가 보이는 숲길이었어야 했는데…….

“신전?”

매끈한 대리석이 깔린 길. 그 끝에 우뚝 세워진 건물은 지어진 지 얼마 안 된 건지 새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누구의 신전이지? 문양이 어디 있을 텐데…….”

루카스는 이곳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가만히 서서 건물의 모양새를 찬찬히 살피던 중이었다.

[뭐야~ 나 감동~]

“씨X!”

손목 부근에서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 그에 맞서 루카스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어머, 자기 놀랐어?]

잊고 있었다. 제 팔에 심어진 이 짜증 나는 아티팩트의 존재를.

어느새 자신을 ‘자기’라 칭하며 친근하게 물어오는 목소리에 루카스는 순간 제 팔을 잘라낼 뻔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대~? 이번에 새로 지은 신전인데!]

하필 텔레포트한 곳의 좌표가 아모레 신전 앞이라니!

하지만 이미 아모레는 제게 말을 걸고 있었다.

“……하나만 묻지.”

그때 루카스의 머릿속을 스쳐 가는 아주 불길한 생각 하나.

[응응. 뭔데 자기야?]

신이 난 아모레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항상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가?”

[어머, 자기도 참. 나 그렇게 한가한 신 아니야~ 나 아모레라구. 눈앞에 있는 신! 상! 신전 보면 모르겠어? 나 엄청 바빠.]

팔에서 흘러나오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대답을 빙 돌려 회피했다.

“대답은?”

[흠, 흠! 항상은 아니고… 가끔?]

“후우……. 그렇다면 부탁 하나 하지.”

이로써 확실해졌다. 아모레는 가끔이 아닌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는 게.

[응응. 뭔데 자기야?]

“앞으로 나를 지켜보더라도 이렇게 불쑥 나타나지 마라.”

[어머, 나는 자기가 내 신전 앞에 왔길래 나 보고 싶어 그런가~ 싶어서 와본 건데……. 힝!]

차라리 이게 악몽이었으면. 루카스의 잇새에서 ‘빠득’하며 인내심이 새어 나왔다.

“나타나지 마라. 이미 알고 있겠지만, 백 년도 안 남았다. 내가 신이 되어 처음 하는 일이 널 소멸시키러 가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군.”

[호에엑! 자기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처럼 귀엽고 사랑스러운 신이 소멸된다면, 이 세상엔 어둠밖에 남지 않을 거야!]

루카스는 정말이지 돌아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강적 중의 강적. 게다가 이 정신 이상자 같은 신의 주둥이를 닥치게 할 방법도 없다니!

“한 번만 더 나타난다면, 네 놈의 신전을 모조리 찾아내 부숴주지.”

[자기 미워! 내 신전이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저 위에 있는 하트 안 보여? 내가 이번에 대신관한테 신탁까지 내린 거라구!]

“하아…….”

[자기를 향한 내 마음이야.]

결국 인내심에 한계에 다다른 루카스가 손에 마나를 끌어모았다.

[미안, 미안! 제발 부수지 말아줘! 저거 진짜 완전 신상이야. 응? 알았어, 알았다구!]

루카스의 행동이 진심인 것을 알아차린 아모레가 얼른 백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은 루카스가 손에 모았던 마나를 흩어 보냈다.

“다음은 없다.”

[우리 자기 정말이지 너무 과격해. 너무 박력 있어. 너무… 멋있어.]

“다음은 없다고 했을 텐데.”

[알겠어. 자기 그럼 몸 조심하구~ 나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불러~ 아쉽지만 이만 갈게!]

그 말을 끝으로 팔에서 느껴지던 아모레의 기운이 천천히 흩어졌다.

“하…….”

혼이 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신도 담배를 태우나? 목에 가래가 낀 건가? 아니, 아니지.’

피폐해진 정신 속에 쓸데없는 생각마저 떠올랐다.

머리를 한번 흔들어 정신을 차린 루카스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나무 사이로 익숙한 풍경인 켄치 마을의 입구가 보였다.

‘좌표는 틀리지 않았군.’

마을로 향하는 루카스의 걸음이 빨라졌다.

‘얼른 벗어나야겠어.’

***

켄치 마을에 들어선 루카스는 그들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할 일을 생각했다.

‘이곳도 오랜만이긴 한데… 흠…….’

예전에 들렀던 골동품 상점은 사라졌으며, 비교적 규모가 작은 마을이어서인지, 리타에 비해 사람도 적었다.

결국 갈 곳이 없는 루카스가 작은 카페로 들어섰다.

테라스에 앉아 있자 점원이 다가와 메뉴판을 내밀었다.

“주문하시겠어요?”

“따뜻한 홍차 한잔 부탁합니다.”

“네. 따뜻한 홍차에 크림이나 설탕은…….”

“둘 다 됐습니다.”

“네. 금방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점원이 사라지자, 의자에 몸을 기댄 루카스가 주변을 둘러봤다.

오랜만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은 변한 것이 없었다.

광장 앞에 넓게 깔린 좌판에서는 보따리 상인들이 짐을 풀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귀여운 애완동물입니다! 아이에게 선물하셔도 좋습니다! 남방에서 온 앵무새! 앵무새도 있습니다!”

남방에서 온 동물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조금씩 모여들었다.

“뿐만 아닙니다! 부드러운 털을 가진 겨울 다람쥐도 있습니다! 하얀 털이 아주 부드러워요!”

사람들은 종종 애완동물을 기르고는 했다.

가장 보편적인 애완동물로는 강아지나 고양이 그리고 새가 있었지만, 아직 까지는 상황이 넉넉한 집이나 기를 수 있는 사치품쯤으로 여겨졌다.

‘흠… 이런 곳에 애완동물 상인이라.’

상인의 좌판과 수레에는 새장 여러 개와 크고 작은 사육장들이 겹겹이 쌓여있었다.

“엄마! 나도 다람쥐 키우고 싶어. 응?”

“안 돼. 너 저번에도 잘 키우겠다고 해놓고는 밥도 주지 않았잖아? 아무리 작은 동물이라고 해도 생명의 가치는 같은 거야. 책임감 없는 아이는 키울 수 없어.”

치맛자락을 당기며 떼를 쓰던 아이는 엄마의 단호한 거절에 울상이 되고 말았다.

“어머, 우리도 새 한 마리 기를까요?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작은 새장에 갇힌 새가 내는 소리가 무엇이 기분이 좋겠소? 집 주변에서 지저귀는 참새 소리로 만족합시다.”

새를 키우자던 여자는 남편의 단호한 말에 울상이 되었다.

“자, 자!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아주 귀여운 강아지입니다! 이 품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따뜻한 섬나라 디바노스에서 키워져 아주 온화한 성품을 가진 디바 테리어입니다!”

상인의 손에 붙들린 아기 강아지는 낑낑거리는 소리를 내며 겁에 질린 표정이었다.

“어머나~ 귀여워라. 이 강아지는 얼마예요?”

“10골드입니다!”

“너무 비싸네… 개가 10골드라니.”

“강아지를 사시면 여기, 이 고양이도 함께 드리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목줄에 매어두고 마당에 두면 쥐를 아주 잘 잡을 겁니다!”

상인의 말에 조금 솔깃한 여자가 잠시 고민하는 듯 강아지와 고양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아무것도 모르고 생명을 키우겠다고 하는 꼴이라니. 고양이를 줄에 매어두고 마당에 키워? 쯧.’

그 모습을 바라보는 루카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그때 작은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귀족가의 마차가 멈춰 서자,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양옆으로 물러섰다.

“남작 부인이셔.”

“얼른 이쪽으로 비켜.”

마차 문이 열리자, 그곳에서 귀족 부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내렸다.

“멜튼 남작가의 부인을 뵙습니다!”

“그래. 지난번 얘기했던 것은 혹시 들어왔는가?”

부인의 말에 상인이 얼른 대답하며 수레에 실린 사육장을 바닥에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이따 찾아뵈려 했었는데…….”

“되었네. 이번엔 확실하겠지.”

“예. 물론이지요.”

사육장들 틈에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 든 상인이 활짝 웃자, 주변 사람들 역시 그 상자에 시선을 집중했다.

하지만 상자는 다른 사육장들과 달리 안이 보이지도 않았고, 크기가 크지도 않았다.

성인 손바닥 위에 충분히 올라 갈만한 크기의 검은 상자 위엔 엄지손톱만 한 붉은 보석이 박혀있었다.

‘저건 애완동물이 아닐 텐데.’

루카스의 미간이 점점 더 좁혀졌다.

부인은 받아 든 상자를 귓가에 가져다 댄 채 위아래로 흔들었다.

-퉁, 탕, 퉁, 탕

안에서는 상자가 흔들릴 때마다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그렇게 하시면…….”

당황한 듯 상인이 얼른 한 손을 뻗었다.

-콩콩콩콩!

부인이 흔드는 것을 멈추자, 상자 벽을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아있군.”

“하, 하하……. 물론입니다. 부인께서 부탁하신 건데요. 그보다 구하느라 진짜 힘들었습니다.”

“수고했네.”

말을 마친 부인이 상자를 하녀에게 툭 건넨 뒤 고갯짓을 하자, 얼른 그것을 받아 든 하녀가 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받게.”

“감사합니다!”

주머니를 건네받은 상인이 넙죽 인사했다.

“가지.”

남작 부인이 돌아서려는 때, 주머니를 확인한 상인이 얼른 그녀를 잡아 세웠다.

“어, 어! 부인… 송구하지만 금액이…….”

“물건을 확인한 다음 나머지를 주겠다.”

“……알겠습니다.”

마차가 떠나자, 상인은 주머니를 몇 번이나 만지작거리다 그것을 품에 집어넣었다.

“애완동물 있습니다!”

이내 상인의 호객행위가 이어지자, 상자에 대해 웅성거리던 사람들 역시 다시 상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도 쓰레기 같은 자들은 변하질 않는군.’

루카스는 상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주문하신 홍차… 어? 손님!”

홍차를 들고 오던 점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루카스를 보며 소리쳤다.

“급한 일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돈은 거기 뒀습니다.”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둔 루카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왜 자꾸 피곤한 일이 생기는가.’

이것은 마치 오랫동안 유희를 하지 않다가 나온 기분이었다.

전생에도 오랜만에 인간 세상에 나올 때면 항상 눈에 거슬리는 일들이 처음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마치 네가 와서 해결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쯧.”

작게 혀를 찬 루카스는 마차가 떠난 방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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