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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75화 (75/225)

75화. 잘못된 선택

여관에 들어서자 아까 그 자리엔 거나하게 취한 베네타 일행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뤈뒈… 행뉨…….”

혀가 꼬부라져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소리가 오갔다.

“우웅…….”

그들 역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일명 개소리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심하군.’

그 장면을 본 루카스는 고개를 저으며 방으로 올라갔다.

‘저런 한심한 인간들에게 영지 한편을 내어 줄 생각을 하다니…… 쯧.’

방에 들어선 루카스가 조금 전 구매했던 아공간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주머니를 열어 손을 집어넣는 루카스의 얼굴에 기대가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분명 손에 잡히는 것들이 있었는데…….’

손을 넣어 뒤적이던 그의 손에 잡힌 무언가가 쑤욱 딸려 올라왔다.

-쑤우욱

“이게…… 뭐야?”

처음 그의 손에 잡혀 올라온 물건은 평범해 보이는 담요 한 장이었다.

요란한 무늬도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담요는 본래 그런 색인지, 때가 탄 것인지 몰라도 희끄무레한 잿빛을 띠었다.

실망한 듯 담요를 바닥에 툭 내려둔 그가 다시 한번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흐음…….”

본래라면 이렇게 손을 집어넣어 뒤적일 필요 없이 생각만으로 물건을 꺼낼 수 있지만, 지금은 아공간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으니 이렇게 손을 넣어 찾는 작업이 필요했다.

-쑤우욱

다시 한번 그의 손이 무언가를 잡아 끄집어 올렸다.

“이건 또 뭐야?”

손에 들린 물건을 보자 다시 한번 실망감이 몰려왔다.

“화구인가.”

손에 들린 물건을 유심히 살펴보니, 그것은 야영을 할 때나 쓸 법한 화구였다.

다시 한번 바닥에 물건을 툭 내려둔 그가 다시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바닥에 쌓인 물건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죄다 특별할 게 없는 물건들뿐이었다.

담요와 화구를 시작으로 냄비와 국자 등 평범도 이런 평범이 없었다.

“아니, 전 주인은 누구길래 이런 쓸데없는 물건들만 죄다 여기 담아놓은 거야?”

물건들을 내려다보는 루카스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했다.

한참을 그렇게 내려다보던 그가 결국 물건들을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이만한 소득도 큰 소득이니.”

주머니를 다시 갈무리한 루카스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주머니를 처음 마주했을 때와 같은 알 수 없는 고대어들이 그의 입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파스스스

그러더니 곧 주머니에서 빛이 일기 시작했다.

“귀속은 끝났으니 잃어버릴 걱정은 덜었군.”

루카스가 조금 전 했던 주문은 귀속의 주문. 상위 마법이었지만, 아만과 계약했으니 마나 걱정은 없다.

침대 위에 주머니를 툭 던져둔 루카스가 제 앞으로 손을 뻗자, 그의 손 위로 주머니가 다시 생겨났다.

“잘 됐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혼자라…….”

옛날엔 혼자인 것이 너무나도 익숙했지만, 인간이 된 지금은 오롯이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조금 어색했다.

‘여느 인간과 다를 것 없이 간사해졌어. 혼자인 게 어색하다니.’

잠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루카스가 피식 웃었다.

***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루카스의 방에 달갑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창문가에 조심스레 발을 내린 사내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조심히 창문을 열었다.

-스륵

고급 여관답게 창문이 여닫히는 소리마저 부드러워 곤히 잠든 사람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창문을 통해 방에 사뿐히 내려앉은 사내가 조심히 걸음을 옮겼다.

사내는 침대에 누운 루카스를 잠시 살펴 잠이 든 것을 확인하더니, 짐이 놓인 한편으로 향했다.

-부스럭… 부스럭…….

조심스러운 손길로 짐을 뒤적이는 사내.

“찾는 게 있나?”

“……!”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사내가 빠른 몸짓으로 벽에 붙어섰다.

“놀라긴. 찾는 게 뭔지 말해주면 내가 도와주지.”

몸을 옆으로 누인 채 손으로 머리를 받친 루카스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크핫! 엄청난 배짱이구나. 아쉽지만 네가 도울 일은 없을 것 같군.”

그런 루카스의 모습에 사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한번 웃어 보인 뒤 허리춤에 있는 단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핏! 핏! 핏!

사내의 손에서 빠르게 쏘아진 단검들이 루카스를 향했다.

-지잉.

하지만 단검들은 보이지 않는 장막에 막힌 것처럼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빠른 손놀림이군.”

“이, 이게……!”

상대가 마법사라는 소리는 듣지 못했는지, 사내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협상은 결렬됐나.”

“크읏!”

자신의 패배를 짐작한 사내가 몸을 돌려 창문으로 도약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끄악!”

하지만 루카스의 손짓 한 번에 사내는 고통을 호소하며 무릎을 털썩 꿇고 말았다.

“자, 말해봐라.”

사내의 뒤에 선 루카스의 눈동자가 달빛에 형형하게 빛났다.

“누가 시킨 짓인지.”

***

처음엔 그저 좀도둑이 들어 제 짐을 훔치려나 싶었다.

하지만 사내의 허리춤에 채워진 짧은 단도들과 좀도둑 따위가 보일 수 없는 은신술. 때문에 루카스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좀도둑 따위가 아닌 누군가 사주해 도둑질을 하러 온 암살자라는 것을.

때문에 그저 좀도둑이라면 필요한 것만 가지고 도망을 치겠지만, 암살자라면 말이 달랐다.

확실히 원하는 물건이 있다는 뜻이었고,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자신을 해치려 들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직접 나서 범인을 심문하는 것에 이르렀다.

“그래서 내 돈을 노리고 접근했다?”

루카스의 물음에 사내는 곤죽이 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어타…….”

사내는 입이 뭉그러지고 이빨이 우수수 빠진 탓에 제대로 된 대답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게 왜 암살자 따위가 의리를 지킨답시고 입을 늦게 열었는가? 그저 더러운 살수로 살다 생을 마감할 터인데.”

“크윽…….”

“이렇게 살다 보면 네 놈도 역시 누군가에 의해 소리소문없이 죽을 것이다. 잘 알지 않나?”

루카스의 비아냥거림에 사내는 퉁퉁 부은 입을 몇 번 달싹이는가 싶더니 이내 입을 꾹 닫았다.

“네 놈이 가여워 베푸는 마지막 자비다. 모든 정보를 내놓고 간다면 목숨은 살려주지.”

“마도 아 대누 소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야 두겨아 (그냥 죽여라.)”

“돈도 주겠다. 어딜 가든 새 출발 할 만큼 말이지. 그러니 돈을 받고 남의 목숨을 취하는 짓 따위는 그만두고 떠나라.”

루카스의 말에 사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널 쫓는 사람 또한 없을 것이다.”

“으에 무스 마이냐.(그게 무슨 말이냐.)”

“내가 친히 가서 갱생이라는 걸 시켜주지.”

루카스가 싱긋 웃자 사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본래 사람이고 짐승이고 매가 약일 때가 있지.”

***

자신을 찾아왔던 암살자는 루카스가 약속대로 골드를 쥐여주자 다리를 절뚝이며 쏜살같이 사라졌다.

“여긴가.”

그가 말해준 곳에 도착한 루카스가 3층짜리 작은 건물을 눈으로 슥 훑었다.

아무런 간판도 빛도 없는 검은색 건물은 누가 보아도 나쁜 짓을 일삼는 자들의 아지트 같아 보였다.

-똑똑똑

루카스는 최대한 공손한 손짓으로 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잠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문에 난 작은 틈이 철컥 하며 열렸다.

“누구지?”

“이곳이 검은손 길드가 맞습니까?”

루카스가 공손히 질문했다.

“누구냐고 물었다.”

사내가 되묻자 루카스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방문은 이렇게 하는 거다. 창문으로 몰래 들어오는 게 아니라.”

“그게 뭔…….”

-콰앙!!!

사내는 말을 차마 마치지 못한 채 문짝과 함께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끄어억…….”

루카스가 마법으로 날려버린 문짝 뒤에 깔린 사내가 신음했다.

“뭐야!!! 누구야!!!”

폭발음을 듣고 나타난 십 수명의 사내들이 엉망이 되어버린 입구를 바라보자, 그곳엔 희뿌연 먼지 속에 우뚝 서서 싱긋 웃고 있는 루카스가 보였다.

“야밤에 이렇게 불쑥 찾아와 미안하게 됐군. 하지만 자네들도 예의를 잊었으니, 나 또한 지킬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런 씨X 자식이! 마법사다!!!”

너무나도 여유로운 루카스의 태도에 정체를 눈치챈 사내의 외침에 다른 사람들 역시 곳곳에서 마도구를 꺼내 챙겨 들었다.

“방어에 힘써라! 우리 쪽 마법사가 올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사내가 건틀릿을 꺼내 손에 착용했다. 손등에 그려진 방패 모양을 보니 마법 방어 기능이 있는 장비인 듯 보였다.

“하하. 귀엽군.”

“네 놈이 몇 서클이나 되는지 몰라도 마나를 아껴두는 게 좋을 거다!”

사내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 역시 마법사를 마주한 것 치고는 꽤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들의 여유에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마법사의 서클을 결정하는 것이 마나의 양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만큼 어지간한 마법은 방어할 자신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가? 그렇다면 아껴 쓰도록 노력하지.”

씨익 웃어 보인 루카스가 한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쿠오오오오

루카스의 손 위로 붉은 화염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하자, 사내들은 저마다 가진 마도구를 꼬옥 붙잡았다.

“쫄지 마라! 저게 뭐가 됐든 5초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다!”

“호오. 꽤 귀한 것들을 가졌군. 그래.”

루카스의 손에 모이던 화염이 소용돌이가 되어 건물 전체를 휘감았다.

-쿠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고 그 안에 버티던 사람들 역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으악!!!!”

“뜨거워!! 뜨거워!!!”

-콰직! 콰직!

손에 들려있던 마도구가 펼쳐낸 방어 장막이 하나씩 깨어지자, 그 안에 몸을 숨겼던 사람들의 몸에 불길이 치솟았다.

“끄아아악! 살려줘!! 아아악!!!”

비명이 하나둘 늘어가는 것을 지켜보던 루카스가 손을 들어 마법을 흩어냈다.

“돼, 됐다!!! 고, 공격해라!!! 남은 자들은 당장 공격 태세를 갖춰라!!!”

사내의 명령에 남은 몇몇 역시 정신을 차리고 공격 태세를 갖췄다.

“동료들이 불에 타 죽어가고 있건만…… 쯧쯔.”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 보인 루카스가 다시 손을 들자, 사내들은 몸을 한껏 웅크렸다.

-촤아악! 치이이익…….

갑작스레 쏟아진 물벼락에 당황한 것도 잠시. 몸에 불이 붙어 날뛰던 사람들 역시 바닥에 모두 풀썩 쓰러졌다.

“도, 도망쳐……!”

이 정도의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자는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님을 알아차린 것일까.

사내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겨우 짜내어 제 부하들에게 외쳤다.

“도망은 안 되겠군. 내 밤잠을 방해했으니, 그에 따른 벌을 받아야 옳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루카스의 손이 허공을 스윽 지나자, 건물에 난 모든 구멍이 흙으로 덮였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것은 잘못된 선택을 한 너희에게 주는 참된 가르침이다. 쓰레기 같은 삶을 청산할 기회를 내가 직접 주마.”

루카스가 한 발짝 다가서자 공포에 질린 사내들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오랜만에 세상에 나온 나의 작은 호의라 생각해라.”

루카스는 오랜만에 느끼는 힘에 웃었고, 그 앞에 선 자들은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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