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64화 (64/225)
  • 64화. 아카데미 축제 (4)

    마지막으로 폴라까지 시험장을 빠져나오자, 그곳엔 루카스와 함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니! 합격했어?”

    “당연하지! 야, 그보다 공작가 영식. 너 미쳤어?”

    “크, 크흠…….”

    스키르에게 버럭 소리치는 폴라.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는 다른 아이들은 그저 눈만 굴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거야?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 줄 알아!?”

    폴라가 삿대질까지 하며 바락바락 소리치자 스키르의 고개가 푹 떨궈졌다.

    “그, 그저… 네가 힘을 냈으면 좋겠어서…….”

    손가락을 꼼질거리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스키르.

    “…미, 미친놈!”

    그런 스키르를 본 폴라가 고개를 홱 돌리며 욕을 뱉어냈다.

    ‘뭔 일이 있던 거야?’

    그들을 바라보는 루카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언니… 왜그래?”

    “쟤, 쟤가…! 아니, 그러니까…!”

    “…….”

    넬라의 물음에 버벅거린 폴라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몸을 돌려 걸어갔다.

    “어, 어디 가는가!”

    “밥 먹으러!”

    “가, 같이 가!”

    그런 폴라의 뒤를 냉큼 따라가는 스키르. 그걸 보자 루카스는 무슨 일이 있던 건지 대충 짐작이 갔다.

    “오빠. 폴라 언니 왜 화난 거야?”

    “흠… 아마도 스키르가 폴라를 잘못된 방법으로 응원했나 봐. 신경 쓰지 마. 우리도 밥 먹으러 가자.”

    “으응.”

    ***

    아카데미의 회의실.

    “생각 외로 합격자가 꽤 많네요?”

    “그러게요. 학생들이 준비를 많이했나 봐요.”

    합격자들의 명단을 받아본 교수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있었다.

    “어? 마법 약 시험에 기초반 학생들이 세 명이나 있네요? 초급반도 한 명 있고.”

    “역시 가르치는 교수님이 남달라 그런가…?”

    말을 마친 그의 눈이 마법약 수업을 맡은 하딘 바라드에게로 향했다.

    유일한 이종족이자 블루 엘프인 하딘 바라드는 아카데미 내에서 왕따 아닌 왕따였다.

    그가 처음 부임했을 땐 다른 교수들 역시 그와 가까워 지려 노력했었다.

    하지만 하딘의 칼같은 철벽과 선긋기에 모두 지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사실 다른 이들이 왕따를 시킨다기보다는 하딘 스스로가 왕따가 되길 자처했달까.

    “쉬운 문제였으니까 당연한 겁니다. 그보다 각인에서는 합격자가 겨우 열두 명 밖에 되질 않는군요?”

    “흠… 참가자가 많을 거라 생각해 난이도를 조금 어렵게 냈더니, 이런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네요.”

    “하, 그래도 그렇지 열두 명이 말이 됩니까? 이러다가 4등 상도 안 나오겠어요.”

    각인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거둔 성적은 처참했다.

    “아니, 최상급반 학생들도 어려워할 문제였어요. 도대체 누구 생각이었죠? 첫 시험부터 오리칼쿰에 각인을 새기자고 한 사람이 누구냐구요.”

    그랬다. 각인 시험의 첫 번째 문제는 다름 아닌 오리칼쿰이었다.

    각인은 새겨지는 대상의 재질이나 형태에 따라 그 난이도가 결정되는 만큼, 광물인 오리칼쿰은 그 난이도가 높았다.

    “아니, 그럼 뭐 맨 양피지에 새기라고 해야 합니까!? 여긴 그래도 명실상부 최고의 마법 아카데미예요! 그런 쉬운 문제를 내면 학생들의 수준이 격하되는 것이나 다름 없다구요!”

    “누가 양피지에 새기라고 했나요? 대상이 아닌 각인 난이도를 조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결국 회의장 분위기는 삽시간에 격앙되고 말았다.

    “하! 각인 난이도라! 아니, 그럼 아카데미 학생들한테 저주라도 각인하라고 할 걸 그랬네요!”

    결국 각인 수업을 맡은 스니더 케일럽 교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그에 질세라 마법 응용을 맡은 데시아 모니건 교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거기까지 하세요. 다들 자리에 앉아주세요.”

    결국 보다 못한 아만이 그들을 저지했다.

    “여러분들께서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그저 검증을 한 번 더 거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스니더와 데시아가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자 아만이 제 손에 들린 서류를 툭 내려놨다.

    “자, 이미 시험은 치러졌고 우린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지요. 아시다시피 다음 시험은 이틀 뒤에 치러집니다. 먼저 하딘 교수님?”

    “네. 아만 교수님.”

    “다음 마법 약 시험에 쓰일 재료로… 어디 보자… 오크의 송곳니를 요청하셨네요?”

    테이블에 놓인 서류를 뒤적여 요청사항을 찾아본 아만이 하딘을 바라봤다.

    “네. 그렇습니다.”

    “흠… 오크의 송곳니라. 뭐,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겠지만 다뤄보지 않은 학생들이 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송곳니에 있는 독성을 얘기하시는 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준비 과정에서 독성은 제거하고 전처리를 마쳐 학생들에게 제공할 겁니다.”

    “뭐 그렇다면 괜찮겠네요. 오크의 송곳니를 가공해 가루로 제공하겠다는 말씀으로 알아들으면 되겠습니까?”

    “네. 정확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은… 데시아 교수님? 다음 시험에… 오크를 요청하셨네요? 그것도… 일곱 마리를요.”

    서류에서 눈을 뗀 아만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오크 일곱 마리라고? 저쪽은 송곳니 이쪽은 오크?

    “네. 마법 응용 다음 시험에서 쓸 겁니다.”

    “하하… 어떻게 쓰실 건지 여쭤봐도 됩니까?”

    “어떻게 쓰긴요? 아시다시피 마법 응용 분야는 공격 마법을 주로 봅니다. 학생들의 응용력을 판단하기에 실전만큼 좋은 게 있나요?”

    데시아 교수가 이죽이자 아만은 잠시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지만, 꾹 눌러 참아냈다.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만… 응용 시험이 가장 합격자가 많은 걸로 아는데… 이 학생들을 전부 사지로 몰아넣겠다 뭐 그런 건 아니시지요?”

    “하! 그럴 리가요! 제가 직접 참관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어 마법을 튼튼하게 구축할 예정입니다. 학생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 말에 책임질 수 있길 바랍니다. 오크 일곱 마리… 튼튼한 놈으로 가져다드리죠.”

    말을 마친 아만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려왔다.

    “그럼 다음은… 아르닐 교수님. 이번 대회에서 마법 방어 분야 맡아주셨죠?”

    “네. 맞습니다.”

    아르닐 제니엄은 생물학 교수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마법 방어 분야를 전담하게 되었다.

    “뭐, 제니엄 교수님 마법 방어술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이번 시험에서… 문제가 조금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크흠… 사소한 문제였습니다.”

    “학생 두 명이 다쳤다고 들었는데요.”

    “큰 부상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시전된 마법 역시 1서클 수준의 에너지 볼트였구요.”

    아만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눈길을 피한 아르닐이 묵묵히 서류를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다음 시험에서는… 부상자가 없길 바랍니다.”

    “아만 교수님?”

    “아, 네. 로날도 교수님.”

    “제 생각엔 다음 마법 응용 시험에 오크는 무리라고 봅니다.”

    마법 실습 교수인 로날도 하센. 원래대로라면 그가 마법 응용 시험을 주관해야 맞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시험 출제 대신 감독을 맡겠다고 했었다.

    “이유는요?”

    “오늘 응용 시험에 잠시 참관했었는데… 학생들의 실력이 참담했습니다. 아니, 참담이라는 말도 과합니다.”

    로날도의 말에 데시아는 눈을 부라렸다.

    “그런 학생들에게 오크를 던져준다? 필시 누구 하난 중상을 입고 말 겁니다.”

    “로날도 교수님! 중상이라뇨? 제가 직접 참관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데시아 교수. 겨우 두 번째 시험에서 오크를 데려다 놓으면, 마지막 시험엔 뭐 드래곤이라도 데려다 놓을 겁니까? 그래요. 당신 계획이 뭔지 한번 들어나 봅시다.”

    로날도의 빈정거림에 데시아는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뭐라구요?! 오크 다음엔 골렘이에요. 그 다음엔 가고일 다음은 코카트리스 그리고 마지막 시험엔 드래곤이 아닌 미노타우르스가 나올 겁니다!”

    “하, 그냥 다 죽이겠다고 선포를 하시지 그러십니까!? 예!?”

    로날도의 말이 맞았다. 뭐 이건 몬스터들을 데려다 학생들을 학살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시험에 골렘이라니? 그리고 뭐? 가고일에 코카트리스? 마지막엔 미노타우르스?!

    “보십시오! 아만 교수님. 저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진들까지 다 죽이겠다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난이도 조정이 필요합니다.”

    “흠… 오늘 시험에 코볼트가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뭐 4인이 조를 이뤄 했다고 쳐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데시아 교수님, 정말 자신 있으십니까?”

    아만의 질문에 데시아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러니 합격자가 가장 많은 거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데시아 교수님을 믿고 이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아만의 결정에 무어라 입을 떼려던 로날도가 고개를 홱 돌렸다.

    ‘사고 나겠지~ 그때 되면 네가 다 책임져야지~’

    아만 역시 알고있었다. 분명 사고는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데시아 저 우매한 교수가 저렇게 진행을 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사고가 벌어지면 그녀가 모든 책임을 물어야 될 것이다.

    게다가 데시아는 공격 마법에 두각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마탑이 아닌 아카데미를 선택했다.

    뭐라더라? 무언가를 공격하는 게 꺼려진다 했던가?

    그런 그녀가 저런 난이도의 시험을 강행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것이 분명했다.

    “자, 그럼. 다들 다음 시험 준비에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

    회의를 마친 아만이 회의장을 빠져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준비할 게 너무 많군. 조수를 하나 뽑아야 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아만이 코너를 막 돌던 때였다.

    ‘저거 마신의 개들 아니야?’

    아만의 눈에 들어온 것은 도서관으로 들어서는 잿빛 로브를 입은 사내 두 명이었다.

    ‘저것들이 도서관엔 왜?’

    기둥 뒤에 잠시 숨은 아만이 투명화 마법을 시전했다.

    그들을 따라 들어간 도서관에는 언제나와 같이 사서 브랑디가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마신교 사제님들 이시지요?”

    “어둠속에 빛이 가득하시길. 반갑습니다. 사서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인 사제의 눈이 브랑디를 한번 스윽 훑었다.

    “허허, 그보다 도서관엔 무슨 일로 오셨는지… 혹 찾으시는 책이 있으십니까?”

    “예. 실은 이곳에 저희가 찾는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예. 무슨 책인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샤모스의 영혼… 이라는 책이 있습니까? 오래된 고서중 하나입니다만… 저희 교단에 꼭 필요한 책입니다.”

    사제의 말을 들은 브랑디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 그런 책이 있습니까? 허허… 저는 처음 듣는 책인지라…….”

    황급히 표정을 풀어 보인 브랑디였지만, 사제들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가 뭔가 알고있다는 것을.

    “그렇습니까? 그럼 저희가 한번 찾아봐도 되겠습니까?”

    “크, 크흠… 무, 물론입니다만… 저는 이 아카데미가 생긴 이후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이곳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모르는 책이 있을 리가 없지요. 허! 허! 허!”

    그는 정말이지 거짓말에 소질이 없었다.

    “하하, 물론입니다. 사서님께서 모르는 책이 있을 리가 없지요. 그래도 저희가 한번 확인해 봄이 좋겠습니다.”

    “그, 그러시지요.”

    브랑디가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나자, 사제들은 책장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흠… 샤모스의 영혼이라… 그건 책이라기 보단 아티팩트일텐데…….’

    그들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래 지켜보는 아만 역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 사라져 버린 샤모스의 영혼은 책이라기보다는 아티팩트에 가까웠다.

    ‘그걸 왜 찾지? 게다가 아카데미에서?’

    아만이 알기로는 그것은 마신교에서 성유물로 가지고 있어야 맞았다.

    ‘잃어버렸나?’

    그들이 얼마나 책장을 뒤졌을까.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사제들이 다시 브랑디 앞에 섰다.

    “사서님의 말씀대로 이곳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그것 참 유감입니다.”

    “헌데… 저기 보이는 벽난로 뒤엔 뭐가있습니까… 사서님?”

    브랑디의 눈이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벼, 벽난로 뒤에는… 구, 굴뚝이 있겠지요!?”

    당황한 브랑디의 외침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하하! 그렇지요. 굴뚝이 있겠네요. 그럼 이만…….”

    사제들이 도서관을 빠져나가자, 다리에 힘이 풀린 브랑디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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