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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58화 (58/225)

58화. 벌 받을 시간! (2)

알베르토와 함께 텔레포트한 아만이 작게 한숨을 내쉬어 보였다.

“클클클……. 네놈도 이제 와 보니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군.”

“……뭐래?”

아만이 내쉰 한숨을 본 알베르토가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아만은 그저 너무나도 들뜬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를 한 것뿐.

“이제라도 도망친다면 내가 쫓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머뭇거린다면 네놈의 목숨은 없다는 것을 알아둬라.”

“……진짜 뭐라는 거야? 미친 노친네가?”

“이, 이런 건방진!”

-콰콰쾅!

알베르토는 한 손에 마력을 모아 빠르게 쏘아 보냈다. 하지만 그의 마법은 아만의 발치에도 가지 못한 채 방어마법에 가로막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클클클…… 그래, 네 놈도 어디 믿는 구석이 있으니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겠지. 어디 한번 보여봐라. 네 실력이 무엇인지!”

-콰르릉! 콰쾅!

알베르토가 다시 한번 제게 쏘아 보낸 마력을 손쉽게 막아낸 아만이 기가 찬다는 듯 제 머리를 한번 쓸어 넘겨 보였다.

“재미도 없다. 재미도 없어. 진짜 너 너무 식상하다.”

“무어라?”

“자, 봐. 마법은 이런 걸 보고 마법이라고 하는 거야.”

-쿠르릉… 쿠쿵… 쿵!

대지가 울리기 시작하자 알베르토는 잠시 놀란 듯 몸을 흠칫 떨었지만, 이내 온화한 표정을 되찾았다.

“허, 어스 퀘이크 정도로 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누, 누가 그래? 이게 어스 퀘이크라고?”

들켰다. 사실 땅을 조금 흔들어 그에게 겁을 준 다음 혼내줄 생각이었는데 알베르토가 그의 생각을 딱 읽어버리고 말았다.

대지를 뒤흔들며 땅을 뒤엎어 상대의 움직임을 막는 어스 퀘이크.

아만이 시전한 마법이 어스 퀘이크라고 짐작한 알베르토는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마법으로 제 발아래의 땅을 단단하게 붙잡았다.

“크하하하! 아주… 아주 재미있군.”

“그래, 지금 웃어둬. 그 얼굴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네.”

-사아아아악

“끄헉… 허억… 마, 마나 드레인……?”

“맞아, 마나 드레인.”

알베르토에게 한 발짝 다가선 아만이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마나 드레인. 상대방의 마나를 흡수하는 마법.

하지만 마나 드레인은 자신보다 서클이 높은 상대에겐 절대 통하지 않는 방법이었다.

제국의 가장 명망 높은 마법사이자 마탑의 주인. 알베르토 님로드.

그의 마나를 아무렇지도 않게 모두 흡수하는 눈앞의 상대.

그를 보는 알베르토의 얼굴에 공포가 가득 드리웠다.

-쿠르릉… 쿠쿵……!

‘……효과음으로만 써야겠다.’

다시 한번 크게 울리는 대지. 알베르토는 삽시간에 메마른 마나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네깟 게 혹시 도망이라도 치면 그땐 정말 피곤해서 말이야.”

“끄으윽…….”

혹시 몸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마나가 남아있진 않을까 싶어 재차 확인하는 알베르토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쌀알만큼의 마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뭐 찾나 봐?”

태연한 표정으로 제게 저벅저벅 걸어오는 사내의 모습에 알베르토는 망연자실했다.

쌀알만 한 마나도, 그 무엇도 없었다.

한평생을 대륙이 낳은 천재라 칭송받던 그의 실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눈앞에 있는 사내가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자, 이제 벌 받을 시간이야. 이 벌레만도 못한 자식아.”

-콰콰쾅!

아만의 손짓 한 번에 생겨난 얼음 벽이 알베르토를 가뒀다.

“어스 퀘이크는 훼이크다 이 자식아!”

“으아…… 으아악!!!”

발끝부터 천천히 얼어가는 알베르토.

“왜? 아까처럼 웃어봐.”

“끄아아아악!! 이, 이러고도 네, 네가 무사할 수 있을 것……으읍! 으읍!!!”

“아, 항상 까먹어. 주둥이부터 얼려야 되는데…… 그치?”

능청을 떨며 제 이마를 짚어 보이는 아만.

알베르토는 그런 그를 보면서도 입 주변에 피어나는 살얼음 때문에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자, 이제 생각이 조금 달라졌나 모르겠네. 네 뒤에 누가 있는지 말할 준비 됐어?”

아만의 말을 듣던 알베르토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안 물어봤잖아… 안 물어봤잖아……!!!’

***

황제의 집무실.

“마탑주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예, 폐하.”

황제의 앞에 선 기사단장 커시스의 표정이 퍽 심각했다.

“잠시 어디에 간 것이겠지. 그가 수정구를 두고 다니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니 말이야.”

그런 그의 심각한 표정에도 황제는 시큰둥했다. 알베르토가 자리를 비우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수정구를 항상 들고 다니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뭐라!?”

만 하루라니! 마탑주는 황제인 자신에게 하루 동안이나 연락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었다. 황제가 찾으면 늦더라도 반나절 안에는 꼭 돌아왔었다.

“예, 게다가 집에 돌아가신 이후로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알베르토를 본 자는 누구인가?”

“알베르토 님 댁에 있는 하인입니다.”

“알겠다. 나가봐라.”

“예.”

마탑주의 행방불명. 게다가 이런 중요한 시기에 행방불명이라니?

커시스가 집무실을 빠져나가자 황제는 서둘러 책상 서랍을 열었다.

책상 서랍에서 조심스레 수정구를 하나 꺼내든 그래드의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먼저 알베르토에게 연락을 해보아야 맞았다.

마법을 쓸 수 없는 황제는 마나석 위에 조심스레 수정구를 올려두었다.

이내 희미한 빛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황제가 조용히 알베르토의 이름을 읊었다.

“알베르토 님로드.”

수정구가 빛을 몇 번 내뿜는가 싶더니 이내 사그라들었다.

어둠만이 남은 수정구를 바라보던 그래드는 조금 전 했던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알베르토…….”

분노가 섞인 황제의 오묘한 목소리가 그르렁거렸다.

“649.”

알베르토의 입에서 ‘649’라는 숫자가 흘러나오고, 수정구는 전과 같이 빛을 몇 번 내뿜었다.

[…무슨 일이지?]

이윽고 한 사내의 모습이 수정구에 나타나자, 그래드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저…… 폐하. 마탑주가 실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탑주에게…… 영혼석 전부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정구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사내의 음성에 그래드는 몸을 흠칫 떨었다.

“……사라진 지 만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래서…?]

하지만 사내는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았다.

“…….”

그것이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어떻게 해서든 네 힘으로 알아서 찾아내라.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비릿하게 웃는 사내의 모습에 그래드는 과장되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어댔다.

“아니요, 아닙니다.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드…….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예, 예. 물론입니다.”

[널 끝까지 믿어보고 싶군.]

“……거, 걱정하지 마십시오.”

[걱정? 크하하! 웃기지도 않는군.]

그래드의 대답에 크게 웃어 보인 사내의 눈이 순간 매섭게 변했다.

“…….”

[네 목숨이나 걱정해라.]

이내 웃음기를 싹 지워 보인 사내의 차가운 대답에 그래드는 오금이 저려오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그래드의 대답을 끝으로 수정구에는 다시 어둠만이 남았다.

-쾅!

“……알베르토!!!”

거칠게 제 책상을 내려친 황제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알베르토를… 알베르토를 찾아야 한다.”

그래드가 책상 위에 널브러진 벨을 몇 번 울리자, 이내 커시스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알베르토를 찾아라. 방법이 무엇이 됐던지 찾아내야 한다!!!”

“명을 받듭니다!”

***

“알베르토. 세상엔 참으로 많은 인간들이 있지.”

“끄으으으…….”

넝마가 된 알베르토의 앞에 쪼그리고 앉은 아만이 시를 읊듯 아련하게 말했다.

“하아…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너 같은 인간이 정말 싫어.”

“끄으으으…….”

“추임새 넣지 않기로 했잖아 우리?”

-투캉! 투캉!

“끄아아아아악!!!”

그저 신음을 했던 것뿐인데 아만은 조금만 거슬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알베르토를 잔인하게 고문했다.

손끝에서 쏘아져 나간 얇은 마력이 다시 한번 알베르토의 팔을 꿰뚫자, 알베르토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너무 시끄러워. 자, 이제 말해봐. 황제랑 어떤 일을 벌이고 있던 건지.”

“끄어어… 모운다…….”

이미 앞니가 몇 개 빠져나가고 뭉그러진 탓에 제대로 된 발음을 하지 못하는 알베르토가 신음과 함께 알 수 없는 소릴 내뱉었다.

“뭐?”

“모오운다아…….”

“모른다고?”

“끄으… 으어어… 두겨라…….”

“죽이라고?”

“끄으… 으으으…….”

-투캉! 투캉! 투캉!

“끄아아아악!!”

다시 한번 아만의 손끝에서 쏘아진 마나가 알베르토의 허벅지를 뚫고 지나갔다.

“그건 내가 정해. 어디서 건방지게 죽여라 살려라 명령질이야?”

신경질적으로 제 머리를 넘긴 아만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걸 어쩐다지?”

알베르토를 비롯한 라크메르의 조직원 모두는 피의 서약을 맺은 듯했다.

아무리 고문을 하고 난리를 쳐봐도 중요한 대답은 한마디도 나오질 않았다.

알베르토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하나씩 조합해 보던 아만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베르토는 자신이 한 일들의 전부를 부인했다. 아니, 단 하나도 인정한 것이 없었다.

아이들의 영혼을 꺼내어 무참히 살해한 것도, 도심에 구울을 불러내고 시타타에 있는 몬스터들을 조종한 것도 말이다.

“네 놈 혼자서 이 모든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게다가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의 영혼을 빼았고 무참히 살해했어.”

“끄으으…….”

“하지만 뻔뻔한 네 놈이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니……. 나도 어쩔 방법이 없군. 네 놈은 주신이 온다고 하더라도 구원받지 못할 것이다.”

드디어 이 모든 끔찍한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알베르토는 퉁퉁 부어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스르륵 감았다.

“하. 지. 만.”

“……?”

“너를 이렇게 편히 보내줄 수는 없지.”

뭔가 좋은 방법이 떠오른 듯 아만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끄으… 으으으……?”

-파앗!

알베르토를 꽁꽁 구속한 아만이 그와 함께 어디론가 텔레포트했다.

***

“다, 당신은……!”

“아, 오랜만입니다.”

이민족들의 새로운 마을에서 족장을 맡고 있는 노인. 그 노인은 아만을 보자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뛰쳐나왔다.

그 사건 이후 이민족들은 새로운 터전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 있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덕분에… 너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 마을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하, 아닙니다.”

“그런데 이분은……?”

아만과 함께 텔레포트해 온 너덜너덜한 알베르토를 본 족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피떡이 된 얼굴과 몇 개 남지 않은 이빨. 여기저기 뚫리고 찢겨 피가 철철 흐르는 사지는 공포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러분들을 이 사지로 몰아넣은 주범입니다.”

“그게 무슨…….”

“여러분들을 반역자로 몰아넣은 사람이라 그 말입니다. 그자를 잡아 왔습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노인의 주름진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가 뭐 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게다가 아이들을 죽인 범인이기도 하지요. 여러분들의 처분에 맡기러 왔습니다.”

아만의 등장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 마을 사람들의 눈에 분노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제 남편을 잃게 하고, 집과 터전을, 더 나아가서는 가족과 아이까지도 잃게 만든 사람이었다.

“아이들을… 모두 들여보내세요.”

족장이 명령했다. 아이들에게 혹시 안 좋은 모습을 보일까 염려가 된 것이겠지.

“감사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알아서 해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바라던 바였는지 아만은 가슴을 펴며 활짝 웃어 보였다.

“아, 제가 언제쯤 이자를 거두러 오면 될까요?”

“……세 시간. 세 시간만 주십시오. 혹시 숨을 붙여놔야…….”

“에? 아닙니다. 알아서 하시죠. 그럼 세 시간 이후에 오겠습니다.”

빙그레 웃는 아만을 바라보는 알베르토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한이 서린 주민들이 제게 점차 다가오자 공포는 극에 달하기 시작했다.

아만의 갖은 고문에도 신음만 흘렸던 독한 노인의 바지춤이 축축하게 젖어오기 시작했다.

“그럼 벌 잘 받아라.”

아만의 마지막 한마디. 진정한 벌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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