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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55화 (55/225)
  • 55화. 몰렉의 숨결 (2)

    “거기! 지금 뭐 하는 거야?! 엉!?”

    새로 만들어지는 광장 공사를 진두지휘하는 앨리. 머리를 한데 높게 틀어 올린 그녀는 인부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모든 걸 돈과 연관 짓는 앨리는 벽돌 한 장까지도 허투루 하지 않았다.

    “여기! 조적 반장 어디 갔어?!”

    벽돌을 쌓는 조적팀의 반장을 찾는 앨리의 표정이 험악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앨리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온 조적 반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앨리가 저런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찾을 때는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장님? 아니, 벌써 벽돌이 왜 없지? 분명 내가 넉넉히 사서 넣었는데?”

    “그, 그것이…… 벽돌이 깨진 것도 있고…….”

    “깨져? 아무리 깨졌다 해도 이건 너무한데? 반장님, 뭐 팀원들이랑 새참 대신 벽돌 드신 거 아니야?”

    앨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그 앞에 선 반장 역시도 똥 씹은 표정이었다.

    벽돌을 새참 대신 먹었다니?! 그게 무슨 망발이라는 말인가!

    “하, 그래서 몇 장이나 더 필요하다는 말이에요?”

    “삼천 장 정도는…….”

    “사암처언 자앙~!? 반장님! 삼천 장이면 집도 하나 짓겠네!!!”

    “…….”

    “아, 몰라요. 우선 천 장 더 넣을 테니까 알아서 하셔!”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변수들은 언제나 생겼다.

    벽돌이 깨어질 때도 있었고, 계획보다 담벼락을 한 줄을 더 쌓게 되는 경우라든지, 설계가 약간 틀어졌든지 하는 것들 때문에 자재는 항상 모자랐다.

    그런데 저 깐깐한 여자는 벽돌 한 장까지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으니, 도저히 스트레스를 받아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끄응…….”

    하지만 이 때문에 모든 작업자들이 자재를 소중히 다루기도 했다.

    짜투리로 남은 목재들을 적재적소에 잘 사용하기도 했고, 반절만 쓴 벽돌이나 타일 등 원래라면 휙 던져버릴 것을 다른 곳에 또 쓰기도 했다.

    앨리는 대단했다. 작업자들을 마른오징어에서 즙을 짜내듯 짜내어 최상의 효율을 냈다.

    그 때문에 작업자들은 그녀의 머리칼을 닮은 샛노란 볏짚만 보아도 치를 떠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말이다.

    “거기! 놀지 말고 작업해요!”

    앨리는 공사 현장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사내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사내는 앨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있었다.

    “응? 작업자가 아닌가?”

    사내는 몸을 돌려 앨리에게 걸어오는가 싶더니 다시 자리에 멈춰 섰다.

    “저거 그거 아냐? 그 되바라진…….”

    그녀가 눈가를 좁혀 그를 알아보던 때였다.

    -쾅! 콰콰쾅!!

    순식간에 터져 나온 마법에 희뿌연 먼지가 일어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작업자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도망쳐!!”

    갑자기 쏘아진 마법에 앨리는 피할 겨를도 없이 그 마법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이런…… 싸가지 없는…….”

    “어, 어떻게!”

    하지만 희뿌연 먼지를 헤치고 나오는 여자의 모습에 사내는 기겁을 했다.

    “개 같은 자식이 감히 현장을…… 내 돈을!!!”

    -쿠쿵! 쿵!

    분노어린 앨리의 목소리에 맞춰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 크하하하! 재밌는 계집이군. 하지만 그 기세도 오늘로 끝이다!”

    갑자기 나타나 앨리를 공격한 사내는 스턴이었다.

    “눈깔이 맛탱이가 갔네, 갔어. 이런 씨X 자식이!”

    -쿠르릉 콰쾅!

    흔들리던 대지가 솟아오르는가 싶더니 그대로 스턴을 덮쳤다.

    “크하하! 이깟 걸로 나에게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했나!?”

    “……?”

    앨리의 마법을 한 손을 들어 손쉽게 막아낸 스턴이 제 이마를 짚으며 과장되게 웃었다.

    “……저건 뭐야? 사춘기야?”

    비약적인 스턴의 성장에 놀란 것도 잠시, 짜증나는 그의 모습에 앨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안타깝구나…… 그래도 꽤나 예쁘장한데 말이야…… 오늘로써 그 예쁜 얼굴도 끝이겠어.”

    -쿠오오오

    스턴의 손에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불길이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이내 폭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지랄을 떨어요. 지랄을.”

    하지만 앨리는 그 불길을 보고도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죽어라!!!”

    -콰르르릉! 쾅!

    스턴의 외침과 함께 쏘아진 거대한 화염은 마치 그녀를 집어삼킬 듯이 덮쳐왔다.

    “하! 죽는 건 너겠지!”

    -팡!

    한 손을 들어 너무나도 쉽게 화염을 흩어버린 앨리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스턴은 자신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마법인 파이어스톰을 제 능력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앨리에게 더 이상 놀아나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으며, 그녀를 한 방에 보내 버릴 비장의 무기였다.

    한데, 그런 제 마법이 앨리의 손짓 한 번으로 없던 것이 되어버렸다.

    “다 했냐? 이 미친놈아?”

    당황한 스턴이 다가오는 앨리를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쳤다.

    끝이다. 더 이상 남은 마나도 없었다.

    알베르토에게 받은 아티팩트를 흡수한 뒤로 끓어오르던 힘은 엄청났다.

    평생을 마법 수련에 정진해도 닿을 수 없는 경지의 힘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저 여자는 마치 세 살짜리 아이의 주먹을 쳐내듯, 자신의 마법을 흩어버렸다.

    “끄윽…….”

    분하고 원통했다. 어째서…… 어째서!

    “야, 또라이. 다 했냐고.”

    어느새 제 코앞까지 다가온 앨리가 짝다리를 짚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여라.”

    “하! 당연히 죽여야지. 그런데 이 쑥대밭은 어떻게 보상할 거야? 응? 눈탱이가 맛이 간 게…… 너 뭐 썼냐?”

    “묻지 말고 죽여라.”

    “지랄하고 자빠졌네!”

    -콰콰쾅!

    앨리의 손에서 터져 나온 마법이 대지를 뒤엎었다.

    뒤엎어진 대지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스턴의 입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크억! 컥!”

    “야, 내가 너를 좀 살려두고 싶었거든? 이걸 보상을 받아야 하잖아?”

    “쿨럭… 컥……!”

    “그런데 네가 쓴 같잖은 수가 뭔지 내가 알아버렸어.”

    “주, 죽여… 라…….”

    “응. 죽일 거야.”

    싱긋 웃는 앨리의 눈이 살의로 번뜩였다.

    “……개 같은.”

    “아, 마지막 할 말 같은 거 남기지 마. 나는 그런 거 안 좋아해.”

    -쿠르릉… 쿵!

    그녀의 손짓 한 번에 땅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스턴을 집어삼켰다.

    “으~ 피 싫어!”

    그대로 돌아선 앨리가 제 손을 탁탁 털어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애가 눈깔이 맛이 갔더라고. 그래도 제가 깔끔하게 묻었어요. 대지의 여신이 포근하게 안아줄 만큼.”

    “그러니까…… 스턴이 죽었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사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일까 했는데…… 백작님한테 말씀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광장이 쑥대밭이 되었다는 소리를 듣고 한달음에 달려온 백작은, 그녀가 전한 소식에 혼이 나갈 것 같았다.

    스턴이 죽었다니? 자신의 대자가 죽었다니……!

    “백작님? 어쩔 수 없었다니까요. 미안해요.”

    백작의 표정을 본 앨리는 서툴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스턴… 스턴…….”

    대자의 이름을 부르는 백작의 표정이 공허했다.

    아무리 삐뚤어진 아이였어도 이렇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이제야 되찾은 시러스 공작과의 우정도 모두 틀어질 것이었다.

    자신의 영지에서 벌어진 사고였고, 자식을 잃은 부모는 그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백작 역시도 알고 있다. 아무리 가문을 버린 자식이었어도 부모는 그 자식을 버릴 수가 없다는 것을.

    루카스가 스턴과 같은 결정을 했더라도 자신 역시도 그를 내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할까요?”

    “아이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우선 묻어놨는데…… 파올까요?”

    “크으윽…….”

    백작은 결국 자리에 주저앉아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탓인 것 같았다. 아무리 스턴이 자신을 진심으로 공격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그를 바른길로 이끌었어야 했다.

    백작은 자신이 그러지 못했기에 이 사달이 난 것만 같았다.

    앨리는 그런 백작을 보며 안절부절못했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분명 그날 스턴이라는 작자는 백작을 죽이려 들었다.

    그런 그를 땅에 고이 묻어 잘 보내드렸는데 이리도 슬퍼하다니……?

    “우, 울지 마세요. 가서 내가 파올게요…….”

    바닥에 주저앉아 구슬피 흐느끼는 백작을 뒤로한 앨리가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에 도착한 앨리는 땅을 뒤집어엎어 스턴을 찾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여기가 맞는데?”

    쑥대밭이 된 공사 현장을 보면서 속이 문드러졌지만, 영지의 주인이자 자신의 고객인 백작을 달래기 위해 앨리는 한참이나 땅을 뒤집어엎었다.

    하지만 없었다.

    분명 이곳에 스턴을 파묻은 게 확실한데 시체는커녕 옷자락도 보이질 않았다.

    “……설마?”

    죽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아니, 이 같잖은 인간 자식이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어 땅에서 탈출한 것이 분명하다.

    “이런 씨X 자식이?! 끝까지……!!”

    ***

    “크어억…… 컥!”

    스턴은 마지막 남은 마나를 쥐어 짜내어, 아무 좌표나 생각나는 대로 찍어 텔레포트했다.

    쏟아져 나오는 핏물에 숨이 막혔다.

    생매장이라니! 계집의 잔인함을 욕하면서도 그녀의 우둔함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크흐억! 큭……!”

    아무리 마나가 바닥났다 한들, 완전히 죽이지 않고 자신을 땅에 파묻은 것은 명백한 실수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스턴은 보란 듯이 살아나왔다.

    내장이 상했는지 핏물은 계속해서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끄으윽……!”

    제 가슴을 부여잡고 핏물을 토하는 스턴의 눈은 광기에 가득 차 있었다.

    차라리 죽이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완전히 죽이지 않고 자신을 땅에 파묻을 만큼 제 실력이 별 볼 일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원통했다.

    평생을 가도 얻을 수 없는 힘을 하루아침에 얻어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나이거나 조금 더 되어 보이는 계집은, 그 사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너무나도 쉽게 그를 짓밟았다.

    “로드리고 백작가……!”

    무리하게 힘을 끌어 쓴 탓인지, 아티팩트에 깃든 힘은 예상보다도 빨리 온몸을 잠식해 갔다.

    피를 토하며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떠오른 로드리고 백작가.

    ‘개 같은 로드리고 백작가만 없었더라면…… 없었더라면!’

    어딘지도 모를 곳에서 한참이 지나 깨어난 스턴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윽…….”

    아직 통증은 있었으나, 아티팩트의 힘인지 쓰러졌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몸 상태가 느껴졌다.

    희미해졌던 마나도 거의 차오른 것이 느껴질 만큼.

    “크흐, 흐하하하!!!”

    몸에 차오른 마나를 느낀 스턴은 고통도 잊은 채 고갤 젖혀가며 크게 웃었다.

    “……처절하게 느끼게 해주지. 나를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말이야.”

    자리에서 일어난 그의 몸에 빛이 일어났다.

    ***

    아카데미로 텔레포트한 스턴은 먼저 스키르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로드리고 백작가에 있는 그 계집은 이길 수 없으니, 그 같잖은 백작가가 아끼는 아들을 해칠 생각이었다.

    제 동생인 스키르와 루카스는 친구였다. 그 사실을 아는 스턴은 먼저 제 동생을 찾아내면 그다음이 쉬우리라 생각했다.

    먼저 찾아간 곳은 기숙사였다. 수업이 끝나거든 아이들은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어있으니,

    스키르의 방에서 먼저 그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스키르의 방 곳곳을 보던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책상 위에 놓인 스키르의 일기장.

    그 일기장을 찬찬히 넘기던 스턴의 얼굴에 분노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제 동생이 일기를 쓴다는 것도 같잖고 가증스러운데, 그 안에 있는 내용은 더했다.

    매일같이 루카스와 폴라, 그리고 넬라라는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낸 내용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눈이 멈춘 곳은, 자신이 공작저를 나왔던 그날 밤 이야기였다.

    그곳에는 스키르가 형님인 스턴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앞으로 커서 부모님께 어떻게 효도를 할지에 대한 그런 내용들이 줄줄이 적혀있었다.

    그 내용들을 보던 스턴은 코웃음을 쳤다. 로드리고 백작가가 아닌 제 동생부터 처리하고 싶었다.

    ‘이런 개 같은……?’

    하지만 마지막 한 줄이 스턴의 분노를 잠시 멈춰 세웠다.

    -하지만 언제든 형님이 돌아오셨으면 좋겠다. 형님이 보고 싶다.-

    “……씨X.”

    기분이 거지 같았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며 자신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달칵.

    그때 들려오는 문 여는 소리에 스턴은 일기장을 덮고 감정을 가다듬었다.

    ‘돌아와? 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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