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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53화 (53/225)

53화. 너나 잘 두고 봐라!

방심했다. 설마 백작이 자신에게 주먹질을 할 줄은 몰랐던 스턴은, 시비에가 내지른 주먹에 바닥에 그대로 널브러지고 말았다.

“이놈 자식! 아무리 화가 났다 한들 어디 가문의 이름을 버리고, 엉?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아!?”

“으윽…….”

시비에의 호통에 귀가 쩌렁쩌렁 울렸다.

“네 아비가 너를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지는 모르겠다만, 내 앞에서는 어림도 없다!”

“이런…… 개 같은……!”

슬슬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스턴이 작게 욕지거릴 내뱉었다.

“뭐야!?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콰앙!

“뭐? 정신? 정신을 못 차려?”

그때였다. 시비에의 호통을 듣던 스턴이 마력을 모아 쏘아 보낸 것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덕분에, 백작의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간 것.

“…….”

생각지도 못했다. 십여 년 전에 보았던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는 백작은 그가 제게 마법을 쓸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리 앞뒤 분간 못하는 아이라 할지라도 제게 진짜로 마법을 써 공격을 하다니…….

놀란 시비에는 미처 제게 닿지 못한 마력이 폭발한 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크하하! 어이가 없군. 이보게 백작. 내게 주먹을 휘두르고도 자네가 멀쩡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고개를 젖혀가며 크게 웃어 보이는 스턴. 그는 더 이상 백작이 아는 대자가 아니었다.

“……스턴.”

충격에 벗어나지 못한 백작이 그의 이름을 나직이 불렀다.

“스턴? 정신을 못 차린 건 내가 아니라 자네인 듯싶군.”

말을 마친 스턴이 제 손에 다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조용한 목소리로 주문을 읊기 시작하는 그를 보자, 백작은 손이 떨려왔다.

진심이었다. 스턴은 지금 자신을 진심으로 해치려 하고 있었다.

“응? 이게 무슨 상황?”

스턴이 주문을 막 끝마치려 할 때 들려오는 여자 목소리.

“파이어 스톰.”

-쿠와앙!

그런 그녀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문을 끝마친 스턴의 손에서 화염이 쏘아졌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소용돌이는 백작을 당장 집어삼켜 잿더미로 만들고 말 것이다.

-펑!

그때 백작의 코앞까지 다다랐던 화염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이게 무슨 상황? 내 고객님한테?”

백작의 앞을 막아선 앨리는 태연한 표정으로 스턴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스턴의 마법을 별것 아닌 듯 흩어버린 주인공은 다름 아닌 앨리였다.

놀란 것은 비단 스턴뿐만이 아니었다. 백작 역시도 제 앞에 선 앨리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사라는 소리는 어디에서도 들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상대의 마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효화시킬 만큼의 실력자라는 것은 더더욱.

“넌 또 뭐 하는 계집이지?”

“하하~ 너무 재밌는 분이시다!”

자신을 깔아보는 듯한 시건방진 말투에, 앨리는 과장되게 웃으며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네깟 게 나설 일이 아니다. 비켜라. 그런 같잖은 재주를 들고 와…….”

“하! 하! 정말 들을수록 너~무! 재밌는 분이시구나?”

스턴의 말을 가로막은 앨리의 이마에 작은 힘줄이 돋아났다.

“이런 건방진…….”

“아, 됐고. 이제 재미없으니까 닥쳐.”

한 손을 들어 보인 앨리가 한 발짝 다가서더니 스턴을 아래위로 훑기 시작했다.

“백작님? 얘를 어떻게 해드릴까? 나는 얘가 누군지 모르니까……. 그냥 사고사쯤으로 조용히 보낼 수도 있는데.”

“그, 그건 안 됩니다.”

“에? 우리 고객님을 해치려고 했는데?”

백작의 말에 어깨를 들어 으쓱해 보인 앨리가 스턴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야, 꼬마. 너가 방금 뭘 한 건 줄 알아?”

앨리가 제게 더 가까이 다가오자, 스턴은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하, 어떻게 해줄까? 응? 뼈와 살을 분리해서 너도 육포로 만들어 줘?”

마치 뒷골목 불량배와 같은 앨리의 거친 말투에 백작은 몸을 흠칫 떨었다.

“엉?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

-콰콰쾅!!!

앨리의 고함과 함께 터져 나온 마법은, 스턴이 밟고 서있는 땅을 제외한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제 뒤편으로 난 커다란 구멍을 본 스턴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확연히 느껴지는 압도적인 실력 차. 아무리 자신이 마법사로서 제국에서 인정받는 인재라 한들, 그녀에 비할 것은 아니었다.

“하! 백작님? 이거 어떻게 혼을 내줘야 하지? 응?”

백작을 한 번, 스턴을 한 번 번갈아 보는 앨리는 기가 찬다는 듯 크게 바람 빠지는 소릴 냈다.

“두고 보자!”

그녀가 정신이 팔린 사이, 조용히 텔레포트 주문을 외운 스턴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두고 보자? 잘 두고 봐라!”

사라지는 스턴에게 바락바락 소리친 앨리는 발을 쾅 굴렀다.

“아니, 백작님? 쟨 누군데 내 고객한테 와서 행패를 부리지?”

스턴이 사라지자 앨리는 시비에에게 다가가 짜증을 부렸다.

하지만 백작은 멍하니 서서 푹 파여 버린 땅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아…… 미안요. 이거 또 돈이 좀 들겠는데……. 이건 내가 한 거니까 내가 해드릴게.”

앨리는 멋쩍은 듯 제 귓가를 한번 긁었다.

“아닙니다……. 그보다 감사합니다.”

“뭐가요?”

“앨리 님께서 마법사이신 줄은…….”

“아, 내가 말씀 안 드렸구나? 근데 뭐가 감사해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앨리 님이 아니었더라면…….”

“엥? 나는 우리 고객님이 다치면 더 큰일인데? 다음부터는 저런 망아지 같은 자식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앨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

“에휴……. 괜히 땅은 파가지고! 그러니까 백작님이 그냥 죽이라고 했으면 보수비는 안 들었을 거 아니에요?”

“…….”

허탈함이 밀려왔다. 앨리는 이 상황에서도 저 푹 파여버린 땅에 들어갈 돈이 더 중요한 여자였다.

그녀가 마법사라는 사실은 이제 중요하지도 않았다.

‘돈에 미친 여자야… 돈에…….’

***

오리하 마을.

스턴은 마지막으로 텔레포트했던 오리하 마을의 좌표를 순간 떠올렸다.

“허억…… 허억…….”

급하게 외운 주문에 좌표가 살짝 잘못된 것인지,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떨어진 그가 거친 숨을 내쉬었다.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흥건했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도 함께 풀려버린 스턴은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이런 개 같은!!!”

숨이 점차 잦아들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눈엣가시였던 백작을 한 방에 보내버릴 수 있었다.

백작은 그 흔한 장검 하나 허리춤에 차고 있지 않았다. 아니, 그가 장검이 아닌 잘 벼려진 마검을 들고 있다 한들 제 상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백작에겐 4서클의 마법사와의 대결에서 이길 만한 실력이 없었다.

제 아버지였던 시러스 공작과 검술 아카데미에서 수석과 차석을 나란히 차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옛날에 실력을 뽐냈다 한들 백작은 그 흔한 기사도 아니었고, 검술을 꾸준히 수련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런 백작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것쯤이야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계집 하나 때문에 알베르토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

황제 역시도 시타타를 내버려 두라 했지만, 그 역시도 로드리고 백작가가 눈엣가시일 것이다.

자신이 백작을 처리했다면 황제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었다.

“으아아!!!”

분하고 분했다.

그 금발 머리의 계집이 누구인지는 몰랐으나 언젠가 그 계집의 목을 비틀어 버릴 것이다.

“두고 봐라. 내가 언젠가… 언젠가!!!”

분노에 찬 그의 외침이 허공에 쩌렁쩌렁 울렸다.

***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 레벨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신입생인 넬라는 따로 레벨 테스트를 받게 될 예정이었다.

테스트가 진행되기 전, 루카스는 넬라에게 신신당부를 했었다.

절대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들키지 말 것. 또 자신이 알려준 주문을 모두 외운 뒤 마법을 선보일 것.

“그럼 다녀와. 끝날 때쯤 데리러 올게.”

“응. 알겠어.”

루카스는 신입생 입학 테스트가 진행되는 장소에 넬라를 데려다주었다.

씩씩하게 대답해 보이는 넬라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루카스가 재학생 입학테스트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먼저 와있던 폴라와 스키르가 손을 흔들며 자신을 반겼다.

“루키! 여기야, 여기!”

지난 학기 아만의 독단적인 진행으로 기초반으로 강등을 당했던 루카스는, 이번 학기에도 아이들 때문에 초급반까지만 승급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이 그의 첫 번째 목표였다.

“자, 기초반은 이쪽으로 오세요!”

승급 시험을 돕는 조수의 외침에 아이들은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잘 기억하고 있지?”

“응! 물론이지!”

“밤새 연습했다.”

루카스는 아이들에게도 승급 시험을 위한 작은 팁을 알려주었다.

기초반에서 초급반으로 가기 위한 확실하면서도 완벽한 팁을.

아이들의 실력은 다 고만고만했지만, 혹시라도 누구 하나 출중한 실력을 보이거나, 약간 떨어지는 실력을 보인다면 반이 나뉠 확률이 있었다.

“그래, 잘했어.”

루카스의 칭찬에 아이들은 한번 빙긋 웃어 보였다.

“폴라 펠레브!”

“어? 내 이름이다. 나 다녀올게!”

“응, 긴장하지 말고 잘하고 와.”

“잘 다녀와라. 너는 할 수 있다.”

아이들의 응원에 폴라는 싱긋 웃어 보인 뒤 시험장으로 향했다.

“어이~ 강정 삼총사!”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에 루카스와 스키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용병 출신의 새먼트 시깃이었다.

“너희 오늘 승급할 수 있을 것 같냐? 어휴…… 나는 이때만 되면 긴장이 돼서 죽겠더라.”

“그건 해봐야 아는 것 아니겠는가……. 나 역시도 긴장이 된다.”

“크크. 꼬마 말투하고는.”

“흥, 나는 품격 있는…….”

“그래, 품격 철철 넘치신다. 으윽……! 배가 또 아프네. 그럼 잘하고 와라!”

긴장을 하면 화장실에 가는 버릇이 있는지, 그는 제 배를 부여잡으며 후다닥 사라졌다.

“루카스. 너는 괜찮은가?”

“응. 나는 너희가 잘할까 그게 걱정은 되는데…….”

“나도 사실 그게 걱정이다. 너는 실력이 출중하니…….”

스키르 역시도 긴장이 되었는지 제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긴장하지마. 너도 잘하니까.”

“……정말인가?”

“그래. 그러니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이따 뭐 먹을지나 생각해.”

“……시타타에 있던 그 노루 고기가 먹고 싶다.”

“그건 힘든데.”

“그렇다면 그냥 꼬치구이라도…….”

“그래, 그러자.”

짧은 대화로도 긴장이 꽤 풀렸는지 스키르의 입가에 미소가 잔잔하게 일었다.

***

넬라가 입학 테스트를 치르는 시험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넬라 로드리고!”

시험 인원을 체크하던 때에 불린 넬라의 이름은 사람들의 이목을 다시 한번 집중시켰다.

“로드리고? 그 로드리고?”

“아니, 로드리고에 딸도 있어?”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에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땅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어떤 얘기?”

“시타타에 마법석 광산이 나온 거?”

“응, 당연히 알지.”

이미 꽤나 유명해져 버린 시타타의 엄청난 광산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로드리고 백작가에 찾아온 행운! 1황자를 끝까지 지지하다가 좌천당한 가엾은 귀족의 반란을 꿈꾸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거기서 나온 광산 때문에 그 집 아들이 마법사가 된 게 아니냐는 소문이 있더라?”

“진짜?”

“응! 그렇다니까? 생각해 보면 그 집에 마법사가 나온 역사가 없잖아?”

“아, 듣고 보니 그렇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던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거릴 만큼 신빙성 있는 이야기였다.

시타타에서 발견된 광산의 규모가 엄청났다.

“그럼 우리도 시타타에 가봐야 하나?”

“…….”

사람들의 시선이 넬라에게로 향했다.

로드리고 백작가에서 나온 또 다른 마법사. 그 마법사를 시타타에 있는 광산이 만들어 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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