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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42화 (42/225)
  • 42화. 노루 상회 (6)

    그 광경을 본 루카스와 아만은 할 말을 잃은 듯 그것을 멍하니 응시했다.

    “하…….”

    “진짜 너무하네.”

    루카스의 한숨에 이어 아만 역시 탄식을 쏟아냈다.

    그곳엔 블루 엘프를 시작으로 다크 엘프, 그린 엘프, 하프 엘프까지. 모든 엘프 종류가 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엘프에…… 드워프에…… 하, 토토족?”

    또한 대장장이가 주를 이루는 작은 난쟁이족인 드워프, 나무 속이나 땅굴을 파고 사는 작은 수인형 종족인 토토족까지.

    게다가 마법을 쓰고 정령을 부리는 것을 막기 위해 그들에게 채워진 수족갑에는 마나 제어 장치가 되어있었고, 모두의 눈에는 안대가 채워져 있었다.

    -철그럭! 철그럭!

    선원이 아닌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묶여있는 엘프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엘프는 청각과 시각이 뛰어난 자연에 가까운 종족이었다.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살육도 하지 않았으며, 풀과 나무 열매를 먹으며 사는 그들은 언제나 자연에 감사했다.

    500년가량 되는 긴 수명에도 죄를 짓거나 남을 해하는 엘프는 보기 드물 만큼 순한 종족이기도 했다.

    -철그럭! 철그럭!

    벽에 박힌 쇠줄은 짧게 매어져 움직일 때마다 그들의 목을 옥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희망을 느낀 엘프들의 몸부림은 더욱 거세지고 있었다.

    “어어! 너희 그러다 다쳐. 풀어줄 테니까 기다려.”

    걱정 어린 아만의 외침에 순식간에 잠잠해진 그들. 그 모습을 보자 루카스의 마음이 더욱 씁쓸해져 왔다.

    ‘이리도 잘 믿으니…….’

    풀어주겠다는 아만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으나, 인간에게 당하고도 또 이렇게 덥석 믿는 모습이라니.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저게 뭐야?”

    그들에게 고정되어 있던 시선을 살짝 돌리자 천장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

    “세이렌…… 이군.”

    그 안에 갇혀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세이렌이었다. 인간의 형상을 한 상체에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기이한 모습. 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종족.

    “하다 하다 이제 세이렌까지 잡아가는 겁니까? 게다가 배를 태워서요?”

    그들의 터전은 바다였다. 그런데 바다에서 그들을 잡아 배를 태워 이송하는 모습이라니.

    아니나 다를까 파도가 배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수조에 잠긴 세이렌은 바닥을 긁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세이렌은 다른 종족을 피해, 바다 깊숙이 사는 이들이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잡아먹는다는 말은 사실 잘못된 이야기다.

    그들은 인간을 무서워했으며, 육지 가까이에 오는 일이 드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잡은 거죠? 나도 몇 번 본 적 없는데?”

    “어린 세이렌을 붙잡은 것이겠지. 호기심에 못 이겨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쟤네 물에서 얼마나 빠른지 아시지 않습니까?”

    “물에 빠진 척했을 거다. 용케도 그것을 알아냈군.”

    노래로 사람을 홀린다는 이야기는 진짜였지만, 그것 역시 그저 아름다운 목소리에 매료되어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이렌의 입에는 재갈이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물에 빠진 척하면 쟤가 구해준답니까?”

    아만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래. 저들은 바다에서 곤란을 겪는 육지 생물을 모른 척하지 않는다.”

    “허…….”

    아만은 어이가 없는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자, 해결 방법은 뭔가?”

    “우선 전부 구해내야죠. 어차피 장부는 제게 있으니 이미 팔려나간 이민족 역시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아만의 대답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루카스가 갇혀있는 자들을 향해 눈짓했다. 어서 시작하라는 듯.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한쪽 다리를 굽혀 장난스레 예를 차린 아만이 기지개를 켰다.

    “끄응~ 차!”

    그러더니 그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자, 다들 벽에 바짝 붙어!!!”

    -쾅! 콰광! 펑! 퍼퍼펑!

    이민족들이 재빠르게 벽에 붙자, 아만의 손에서 마법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푸쉬이이이익

    “하! 어이가 없네?”

    하지만 마법은 그들이 갇힌 철장에 부딪혀 소멸되고 말았다.

    “……풀어야 되는 거다.”

    “아. 부수는 게 아니고…….”

    자물쇠에 열쇠가 필요하듯 마법으로 엮인 철장에도 풀어내는 방법이 따로 있었다.

    물론 때려 부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저 안에 있는 자들 역시 산산이 부서지고 말 것이다.

    -타타타타타!

    그때 지하에서 울린 굉음을 들은 선원들이 일제히 몰려오기 시작했다.

    “하, 또 시간 낭비하게 만드네.”

    자물쇠에 다가가려던 아만은 거칠게 머리를 쓸어넘기며 짜증을 표출했다.

    “저것들 어떻게 할까요?”

    “……진짜로 묻는 것이냐?”

    사실 루카스가 하고 싶은 대답은…….

    “예. 전부 목숨만 간신히 붙여서 고기 밥으로 던지자는 말씀이시죠? 저도 그거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루카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조금 전 보았던 빨간 머리 사내에게 신통력이라도 옮은 것인지, 아만은 그의 생각을 정확히 읽어냈다.

    “뭐, 이쯤이야.”

    떡 벌어진 루카스의 입을 본 아만이 어깨를 으쓱였다.

    -타타타타탓!

    사람들의 걸음 소리가 가까워져 오고.

    “흠……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만은 손가락 하나를 펼쳐 관자놀이에 가져다 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떻게~ 해야~”

    “침입자다!!! 여기에 침입자가 있다!!! 이런 쥐새끼 같은 자식! 여기가 어디라고……!”

    먼저 도착한 선원 하나가 큰소리로 침입자를 알렸다.

    -사아아아…… 쿵!

    선원의 몸이 잠시 빛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그의 무릎이 땅에 쿵 처박혔다.

    “건방지구나…… 감히 내게 쥐새끼라.”

    평소와는 다른 아만의 목소리.

    “침입자다!!! 마법을 쓰는 자다!!! 모두 대비하라!!!”

    -사아아아…… 쿵!

    그다음 도착한 선원 역시 초점을 잃은 채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마, 마법사다!!! 고위 마법…….”

    -쿵!

    그다음 역시 똑같았다.

    “아주…… 건방져…….”

    그르렁거리는 듯한 아만의 목소리가 지하에 울려 퍼지자, 갇혀있던 이민족들 역시 몸을 한껏 웅크린 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주제를 모르고 날뛰니…….”

    -두둥…… 둥…….

    거대한 선체가 울리기 시작하자, 다가오던 발소리가 불규칙하게 바뀌었다.

    “화를 면치 못 하지…….”

    드래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몬스터의 수장이자, 지상 최강의 생명체.

    분노에 찬 아만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크…… 크윽!”

    지하로 향하던 선원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춰서고.

    “끄아아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선체를 채웠다.

    [벌레만도 못한 족속들 같으니…….]

    용언. 유희 중인 아만이 가진 목소리가 아닌, 드래곤 아마록 테리디어가 가진 진짜 목소리였다.

    [네 놈들을…….]

    그의 목소리가 선체를 가득 메우자, 바다가 진동하는 듯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감았던 그의 눈이 천천히 떠지고.

    [멸해주마.]

    -콰콰콰콰쾅! 펑!

    아만의 손에서 쏘아져 나간 화염은 무릎을 꿇어앉은 자들을 휩쓸며 그대로 천장을 통과했다.

    순식간에 뻥 뚫려버린 선체에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신 것도 잠시.

    -펑! 콰앙!!!

    다시 한번 쏘아진 마법이 계단 쪽을 휩쓸자, 그곳에 있던 사람들 역시 순식간에 재로 변해 흔적도 없이 지워지고 말았다.

    [아니…… 아니지.]

    -파앗!

    순식간에 사라진 아만.

    -파앗!

    그리고 순식간에 다시 나타난 아만과 함께 나타난 세 명의 사내들. 시타타에서 기세 좋게 거짓말을 늘어놓았던 그자들이었다.

    [그래…… 네놈들이 혹시 죽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커어어…… 어억…….”

    조금 전 마법이 사내들을 운 좋게 피해 갔는지, 그들은 아주 멀쩡한 상태였다.

    [하하하. 재밌구나. 내게 거짓말을 늘어놓던 그 기세는 어디 갔느냐. 응?]

    아만이 뿜어내는 기운에 사내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저 알 수 없는 신음만 내뱉고 있었다.

    [네 놈들을…… 내 친히 벌하고 싶으나…….]

    아만의 건조한 눈동자가 떨고 있는 이민족들에게 향했다.

    [저들이 분풀이는 하게 해주어야 되지 않겠느냐?]

    “끄억…… 억…….”

    -덜커덕. 덜컥.

    그때 아만을 지켜보던 루카스가 조용히 잠금쇠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무서운 놈. 화낼 때 보니 누구 아들 맞구먼. 게다가 말투는...... 나를 따라 하는 건가?’

    그러자 그 장면을 본 아만의 동공이 일순 흔들렸다.

    화가 나서 건방진 인간 운운하며 생난리를 쳤는데, 자신은 까마득한 드래곤 로드 앞에서 날뛴 꼴이 된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루카스의 어깨가 가볍게 한번 으쓱였다. 괜찮다는 듯.

    -철컥! 철컥!

    엘프를 비롯한 이민족들의 수족갑을 하나씩 풀어내자, 그들은 벌벌 떨면서 안대를 벗어냈다.

    “하아…… 하아……”

    그들은 본디 인간보다 강한 종족이었다. 그렇기에 드래곤의 기운을 마주하면서도 멀쩡히 서 있을 수 있는 것.

    게다가 아만은 지금 그들을 배려해 인간들을 제압할 정도의 기운만을 뿜고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처음 입을 연 것은 블루엘프였다.

    “고, 고맙소. 내 이 은혜를 언젠가 꼭 갚겠소…… 용광로에 대고 맹세하리다.”

    다음은 드워프였다.

    속박에서 자유로워진 이민족들은 차례로 감사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지고하신 분을 뵙습니다.”

    토끼 귀를 가진 토토족이었다. 그들은 수인족과는 달리 몬스터에 조금 더 가까웠다.

    그렇기에 드래곤인 아만은 자신들의 왕과 다름없었다.

    작은 몸집을 푹 숙여 귀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한 토토족은 아만을 향해 무한한 존경을 내비치고 있었다.

    ‘어이가 없군. 저깟 풋내기 용에게 지고하다니.’

    그 모습을 지켜보는 루카스는 작게나마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통! 통! 통!

    그때 들려오는 묵직한 소리. 수조에 갇힌 세이렌이 머리로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아, 쟤도 있었지.”

    눈앞에 있는 이민족들을 먼저 챙기느라 수조에 갇힌 세이렌을 잊고 있었다.

    수조 앞에 선 루카스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이걸 깨면 안에 있는 세이렌이 다칠 것이고, 깨지 않으면 꼬리 끝에 손과 함께 묶인 수족갑을 풀어내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이 수조는 천장과 맞닿아 있어 들어가 꺼내 오기도 요원했다.

    ‘이걸 어쩐다…….’

    루카스의 눈이 아만에게 자연스레 향했다.

    “아, 예. 로드.”

    아만의 눈빛이 순식간에 돌아오더니, 그가 수조로 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민족들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대로 있어라. 조금도 움직이지 말고.”

    아만의 말에 세이렌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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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만의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고대어라……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드래곤은 마법 생물이었다. 인간으로 따지면 9서클도 아닌 10서클 정도의 실력을 가진. 그런데 고대어까지 써가며 외우는 주문이라니?

    ‘흑마법?’

    게다가 주문을 자세히 들어보니 고위 흑마법이었다.

    -풍덩! 털썩!

    “콜록! 콜록!”

    순식간에 갇혀있던 세이렌이 물 밖으로 튕겨 나왔다.

    -우우웁! 우웁!

    그리고 그 자리는 조금 전까지 밖에 있던 사내 하나가 대신하고 있었다.

    ‘교환 마법이라.’

    지금의 루카스의 상태로는 절대 할 수 없는 마법이었다.

    교환 마법은 그저 작은 물건을 맞바꾸는 것도 엄청난 실력을 요구하는 마법이었다. 그런데 사람과 세이렌을 맞바꿔 놓다니.

    ‘흥. 나도 할 수 있는 마법이다. 드래곤이었다면…….’

    루카스의 마음에 다시 작은 질투가 머리를 내밀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재갈을 풀어낸 세이렌이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알면 되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수면 위로 올라오지 말도록 해라.”

    바닥에 주저앉은 세이렌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왜냐하면 그녀가 감사 인사를 전한 것은 아만인데 대답은 루카스가 했기 때문.

    “아…… 네…….”

    “크흠…….”

    저도 조금은 민망한지 루카스는 괜히 헛기침을 해 보였다.

    “자, 이제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

    아만이 이민족들을 향해 말하자, 그들 역시 서로를 번갈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으리다. 내 모루에 대고 맹세하오!”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하는 그들을 바라보는 아만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번졌다.

    “자, 이제…….”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내 둘에게 다가가는 다크 엘프의 눈이 번뜩이고, 드워프 역시 손 마디를 꺾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토토족 역시 작은 귀를 팔락이며 앞니를 부득 갈았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게다! 내 망치에 대고 맹세하지!”

    “작다고 무시하지 마라. 네놈의 강냉이를 모두 털어주마!”

    -쿠당탕!

    그렇게 사내들을 향한 이민족의 복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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