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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31화 (31/225)

31화. 웨어울프 잡는 백정.

“그러니까 애가 그 시간에 혼자 연못가에서 뭘 했는지…….”

“여보, 아직 마음의 상처가 많은 아이예요. 아이를 타박할 것이 아니에요. 그저 내가 모자란 탓이에요…….”

간밤에 연못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넬라 때문에 온 백작저가 발칵 뒤집혔었다.

넬라는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그것을 발견한 루카스는 어째서 자신이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는지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보다…… 우리 루카스도…….”

“아닙니다. 우리 루카스는 성숙한 아이니…….”

새벽 세 시에 산책하러 나가는 열한 살짜리란 믿기 조금 힘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저 달이 좋아서, 날이 선선해서 산책하러 나갔다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에도 제 부모는 의심의 눈초리만 보냈을 뿐, 크게 타박하거나 나무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루카스는 알고 있었다. 넬라가 그곳에 간 이유는 몽유병 같은 게 아님을.

‘정령인가.’

이상한 기운을 느껴 잠에서 깨어난 루카스는 창밖을 내다보고는 깜짝 놀랐었다.

무엇에 홀린 듯 잠옷 바람으로 숲속을 걸어 들어가는 넬라의 모습에 놀란 루카스가 헐레벌떡 뛰어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넬라는 쓰러져 있었으며, 주변에서 느껴진 희미한 정령의 기운.

그 때문에 루카스는 알 수 있었다. 넬라가 보인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마법사에 이어 정령사라니. 백작 부부의 운이 트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넬라의 곁을 지키는 백작 부부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드리웠다.

“유모, 아이가 깨어나면 언제든지 알려줘요.”

“네, 걱정하지 마세요. 부인.”

***

“루키! 넬라는 괜찮은 거야?”

“소식을 들었다. 간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침 일찍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아이들은 넬라의 안부를 묻느라 야단이었다.

“괜찮아. 그냥 숲에 갔다가 정신을 잃은 거야.”

“아니, 그 새벽에 도대체 왜 숲에 간 것인가?”

“맞아. 그리고 너는 왜 숲에 간 거야?”

산 넘어 산이었다. 부모를 안심시키고 나니 이제 아이들까지 찾아와 온갖 걱정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배 안 고프니?”

구세주였다. 식사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하는 중에 마주친 블레인 덕분에 곤란한 상황을 넘긴 루카스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앗,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래, 우리 폴라는 언제나 밝구나.”

“밤새 평안하셨는지요.”

“그래. 스키르. 잘 잤니?”

아이들과 인사를 주고받은 블레인이 루카스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자, 얼른 밥 먹으러 가자꾸나.”

식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잘 차려진 음식 앞에서 죽상이 되어있었다.

“이거 넬라가 좋아하는 건데…… 아줌마, 넬라 많이 아픈 거예요?”

눈앞에 놓인 소시지를 차마 먹지 못하고 쿡쿡 찌르던 폴라가 입을 삐죽였다.

“호호, 우리 폴라가 넬라를 많이 아끼는구나. 아니, 곧 괜찮아질 거야.”

“그래…… 걱정 마라.”

말은 이렇게 하지만, 폴라를 달래는 스키르 역시 샐러드를 뒤적이기만 할 뿐 도통 먹지 못하고 있었다.

“밥들 먹어. 밥 안 먹는다고 넬라가 벌떡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그리고 진짜 괜찮을 거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넬라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몸 안으로 들이닥친 정령의 기운 탓인지 까무룩 혼절한 것이지,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루카스의 말에도 아직 걱정되는지 아이들은 좀처럼 밥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걱정되면 밥 먹고 넬라한테 가보든지.”

“그래도 되는가?”

“그래도 될까?”

루카스의 말에 되묻는 아이들의 눈은 백작 부인인 블레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그럼, 그래도 되지. 넬라도 분명 기뻐할 거란다.”

블레인의 허락에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신, 밥을 맛있게 먹지 않으면 안 돼.”

약간의 타박을 섞은 블레인의 말에 아이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맛있게 먹고 갈게요!”

“알겠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루카스와 블레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

-쾅!

거칠게 책상을 내려치는 백발의 노인. 학교장이자 마탑주인 알베르토 님로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깟 놈 하나 못 잡아서…….”

-쾅! 쾅!

그걸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책상에 있는 물건들을 죄다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으아아!!”

누군가 라크메르의 행보에 태클을 걸어오고 있었다.

중요한 조직원들은 아직 타격을 입지 않고 있었지만, 이미 두 번의 습격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아이들 사건은 어찌저찌 이민족들과 엮어 잘 처리해 냈지만, 도심에 구울을 불러내는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탓에 던전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던 조직원들이 모두 몰살당하고 말았다.

누구의 짓인지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모든 조직원을 몰살시켰다.

조직원들 역시 상당한 실력의 마법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조직원들을 소리 없이 모두 몰살시키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굉장한 위협이었다.

“도대체…… 도대체 누가!!!”

제국을 넘어, 온 대륙을 통틀어 자신만큼의 실력을 갖춘 자는 드물었다.

틀어박혀 마탑에서 연구만 하는 따분한 마법사들 역시 있었다. 하지만 그런 따분한 자들이 갑자기 세상 밖으로 툭 튀어나와 제 조직원들에게 관심을 가진다? 그것도 타당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설마…….”

분노에 가득 차 있던 머릿속이 차게 가라앉았다.

“아니, 말도 안 된다. 절대.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물건을 집어 던지며 패악을 부리던 노인의 입가가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절대…… 절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던 노인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더니 이내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제 점점 한계가 찾아오고 있소. 부인.”

“제가 가진 옷가지 몇 가지랑…… 말 몇 마리를 처분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 그렇게 되면 말 두 마리로 마차를 끌어야 하는데…….”

“이참에 마차 크기도 줄이고…….”

-탁!

손에 든 티스푼을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은 시비에 백작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오! 마차 크기를 줄이면…….”

“여보…… 우리 사정에 큰 마차가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럼 우리 아들은 작은 마차를 타고 아카데미에 돌아가야 할 것인데! 그건 안 됩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아무리 쇠퇴한 백작가라 한들 귀족은 귀족이었다.

마차 크기와 말 마릿수마저 줄어든 백작가의 마차는 누구나 비웃을 것이었다.

자신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비웃음도 그 어떤 것도 묵묵히 감내할 준비가 되어있을 만큼 그들은 단단했다.

하지만 제 아들은 달랐다. 누구의 손가락질도 비웃음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

“흑! 그럼 어떻게 하나요?”

“부인은 걱정하지 마시오.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결국 블레인이 눈물짓자 백작이 부드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하, 아주 망하기 직전이구먼?’

백작의 집무실을 지나던 루카스는 우연히 이 모든 대화를 듣고 말았다.

자신이 아카데미로 떠나있는 동안 백작가의 재정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은 어찌저찌 버텨볼 만했지만, 영지 주변에서 줄줄이 터진 사건 사고 때문에 급히 돈 나갈 곳이 많았던 듯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 친구 둘이 놀러 오니 매일같이 차려내는 진수성찬에 식량창고마저 거덜 나고 있었다.

‘이걸 어쩐다…….’

난관에 봉착했다. 지금 당장에라도 아만을 찾아가 보석 몇 개를 뜯어오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보석을 무어라 하고 백작에게 쥐여준다는 말인가?

‘아버지. 이것 보세요. 제가 드래곤한테 삥을 뜯어왔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또한 아만에게는 무어라 핑계를 댈 것인가?

비밀 창고가 있는 것을 이미 아는 아만에게 그 창고를 열 수 없으니 먼저 보석을 내놓아라? 아니, 절대 안 될 말이었다.

“큰일 났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며 복도를 걷던 중이었다.

저택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대문 앞에 서 있는 기사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인가!”

백작이 집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 블레인이 그 뒤를 따라 나왔다.

“웨, 웨어울프가 나타났습니다!!!”

“뭐!?”

웨어울프라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천천히 말해보게.”

단숨에 계단을 내려온 백작은 뱉는 말과는 정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허억, 허억…….”

어찌나 빠르게 뛰어왔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는 기사는, 백작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생각인지 한참을 그 자리에서 몸을 숙이고 있었다.

“천천히 말해보래도!”

백작은 자신이 한 말을 물리기가 힘들었는지 이상한 어투로 사람을 채근하고 있었다.

“그, 그것이…….”

중간중간 숨을 고르며 말을 잇는 기사를 바라보던 백작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영지민의 피해는?”

“다행히도 아직 없습니다.”

“알겠네. 기사들을…… 대기시키게.”

기사들을 대기시키라는 말을 하는 백작은 몇 번이나 입술을 질끈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타타로 쫓겨나면서 같이 오게 된 기사들은 현역으로 뛰기엔 이미 너무 노쇠했다.

백작 역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웨어울프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기사 몇 명만으로 웨어울프를 소탕할 수도 없었다.

“여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우선 영지민들이 괜찮은지는 확인해야 하지 않겠소. 걱정하지 마시오. 위험한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니.”

“루카스를 생각하세요…….”

“알고 있소. 그러니 걱정 마시오. 부인.”

그렇게 백작이 기사 몇 명과 함께 영지를 시찰하러 나섰다.

‘웨어울프는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여기 근처에 누구 레어가 있긴 있을 건데…….’

시타타엔 분명 드래곤 레어가 하나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누구 레어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았다. 드래곤 레어 주변에는 몬스터가 항상 많았다.

하지만 그것들이 민가로 내려오는 일은 절대 없었다. 드래곤레어 주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그들의 왕이나 다름없는 드래곤을 경배했으며, 그들의 눈 밖에 나는 짓은 절대 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그들의 눈 밖에 났다가는 몇몇 개체뿐만이 아니라 멸종까지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 중 꽤 상위의 지능을 가진 웨어울프가 민가로 내려왔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아만을 만나야겠다.’

루카스의 기억이 맞다면 시타타에 있는 레어 주인의 동면이 너무 길어졌거나, 유희를 너무 오랫동안 나갔거나였다.

전생이었으면 민가에 번진 피해쯤이야 알아서 하겠거니 내버려 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제집, 더 나아가 자신의 가족들이 위험에 처해있다.

‘아만은 어디에 있…… 어? 웨어울프?’

아만의 행방을 생각하던 루카스의 눈이 번뜩였다.

‘이거 어쩌면 돈 좀 벌어다 줄 수 있겠는데?’

드래곤의 삥을 뜯지 않아도 가난에 허덕이는 백작부부에게 돈을 좀 안겨다 줄 수 있다는 생각에 루카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아카데미에 위치한 아만의 사무실.

“와, 여기까지 무슨 일로 오셨답니까?”

아만의 사무실까지 단숨에 텔레포트한 루카스는 빈 집무실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하지만 분명 알람 마법을 걸어두고 다니겠거니 싶어 무작정 이곳으로 온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한 지 일 분도 채 되지 않아 아만이 나타났다.

“아, 해줘야 할 일이 있어.”

“하! 저 되게 바쁜데요?”

“창고, 계약.”

“아…… 생각해 보니 그 바쁜 일이 루카스님을 돕는 거였네요. 자, 얼마든지 부리십시오.”

제 손을 앞으로 쭉 뻗으며 너스레를 떨어 보인 아만이 씨익 웃었다.

“도대체 언제 철들래?”

“하하! 철은 무겁지 않습니까!”

아만의 시시한 농담에 루카스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졌다.

“시답잖은 농담 집어치워. 그보다 시타타에 레어 하나 있지 않나?”

“예. 있지요.”

“누구 거야 그거?”

“왜 그러십니까?”

꽤 심각한 루카스의 표정에 아만 역시도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답이나 해.”

“제 건데요?”

“…….”

루카스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지자 아만은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눈을 굴려댔다.

“왜 그러시는지…….”

“너 레어 관리 안 하냐?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면 우리 영지에 웨어울프가 처 기어 나와?”

“에에? 에어울프 말입니까? 내 당장 이것들을…….”

소매를 걷는 시늉을 하며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것 같은 그를 살짝 제지한 루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그건 그거고, 웨어울프 걔네 좀 정리하고…… 걔네 심장이랑 가죽 좀 벗겨와.”

“……제가 뭐 웨어울프 잡는 백정입니까?”

“아 벗겨오라면 좀 벗겨와!”

“그걸 왜 벗겨오라고 하시는 건데요!!!”

“팔아서 돈 좀 만들어야 하니까!!!”

“……큽! 크흡! 푸학! 푸하하하하하!!!”

루카스의 외침에 아만은 미친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 마라…… 우리 집 가난하다…….”

“크하하하학!! 하하하하!! 하하!”

배를 잡고 데굴데굴 구르기까지 하는 아만을 바라보는 루카스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저 상놈의 도마뱀 새끼…… 내가 언젠가……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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