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6화 (26/225)
  • 26화. 도심 구울 (2)

    홀로 아카데미에 돌아온 루카스는 어이가 없었다.

    “하, 그렇다고 나만 두고 가?!”

    혹시 스키르와 폴라가 아카데미 입구에서 저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 그들을 마주했을 때의 대사까지 모두 생각해 뒀었다.

    ‘나는 괜찮다. 많이 걱정했느냐.’라든지…….

    그런데 아카데미 주변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비겁한 자식들…….”

    생각해 보면 자신이 가장 어리지 않은가? 누나랑 형 노릇은 어딜 가든지 꼭 하던 것들이 위급한 상황이 되니 호위 기사의 등에 업혀서 냉큼 가버렸다.

    물론 폴라가 제 이름을 몇 번 외치는 것을 듣긴 했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놓고 간 것이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옘병할 것들…… 아주 못된 것들…….”

    루카스가 한참을 구시렁거리며 방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루키!!”

    “루카스!!”

    코너를 돌아 복도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폴라와 스키르가 제 이름을 불렀다.

    아마도 걱정이 되어 제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흥. 나를 버리고 갈 땐 언제고…….”

    “미안해!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업고 막 뛰시는 바람에… 진짜 미안! 그리고 호위 기사분들이 널 찾으러 돌아갔을 땐 이미 구울은 다 죽고 없었다고 해서…….”

    “그렇다. 미안하다. 호위에게 아무리 나를 내려놓으라 명령하여도 절대 듣질 않는 바람에……”

    “흥!”

    그들이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자 꽤 진심으로 삐져버린 루카스가 연신 콧방귀를 뀌어댔다.

    ‘내가 어디 순순히 용서해 줄 듯싶으냐!’

    그러자 폴라가 냉큼 다가와 자신을 끌어안았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다음부터는 절대, 절대 널 혼자 두고 가지 않을게…….”

    “그, 그래……. 연장자가 되어 면목이 없군.”

    폴라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한 것도 잠시, 부드럽게 웃어 보인 루카스가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아만 교수님이 오셨어. 위험한 건 없었으니 너무 미안해하지 마.”

    “흐어엉! 나느은! 흐끅! 나는…… 네가 혹시라도…….”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울음이 터져버린 폴라가 끅끅거리기 시작했다.

    “크흡!”

    폴라의 울음에 스키르 역시 울음을 참는지 고개를 휙 돌린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들은 애들이군.”

    그들은 그렇게 한참을 사과하다가 돌아갔다.

    “그럼, 내일 보자!”

    “내일 보자고!”

    그들이 복도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던 루카스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귀여운 것들.’

    ***

    마법 생물학 시간.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물에 대하여 배우는 시간이다.

    “자, 그럼 구울에 대해 아는 게 있는 사람?”

    언데드의 종류는 초급반에서는 잘 다루지 않기에 기초적인 생김새 등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에 황성에서 출몰한 구울 때문인지 수업 시작과 동시에 ‘구울’이라는 주제가 등장했다.

    “아, 그래요. 거기, 이름이…….”

    “넬라 포코즈 입니다!”

    교수인 아르닐 제니엄은 손을 번쩍 든 넬라를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그래요. 넬라 양. 구울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보세요.”

    “네. 구울은 무섭게 생겼어요. 초록색 피부에… 냄새도 고약하고, 음…… 또 걸음이 느려요. 이상한 소리도 내구요.”

    “맞아요. 구울의 특징에 대해 아주 알기 쉽게 설명 해줬네요. 고마워요. 넬라 양. 자리에 앉아도 좋아요.”

    넬라의 설명을 칭찬한 아르닐이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들었을 거라 생각해요. 광장 한복판에 구울이 출몰했어요. 구울은 지하 던전에 서식하는 언데드 생물 중 하나예요.”

    아르닐 교수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황성과 우리 아카데미 교수진들은 이 사건을 아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황성 주변은 물론이고 도심 한복판에 그것도 언데드 생물이 출몰했다는 것을 보면 누군가 고의로 구울을 불러냈을 가능성이 높아요.”

    “고의요? 그럼 누군가 사람들을 해치려고 한다는 건가요?”

    살짝 손을 들어 질문을 해 보인 사람은 용병 출신의 새먼트 시깃이었다.

    “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구울이 이런 도심에 출몰할 가능성은 낮아요. 황성 주변에 있는 지하 던전은 주기적으로 기사단이 토벌하고 있고, 게다가 그곳에서부터 구울이 황성까지 살아서 왔을 가능성은 절대 없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구울은 하급 언데드에 속하는 데다 걸음까지 느리다 보니 토벌이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지하 던전에서부터 탈출하여 황성까지 오는 동안 기사단과 순찰대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그들의 생김새가 평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저는 오늘부터 수업의 방향을 조금 바꾸기로 했습니다.”

    “…….”

    “여태까지 여러분께 마법 생물들의 생김새나 특징, 출몰지 등을 가르쳤다면 이제부터는 여태 배웠던 생물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약점이나 토벌 방법들을 가르칠까 해요.”

    “오오…….”

    실전에서 유용한 정보를 가르친다는 이야기에 학생들의 눈동자가 빛났다.

    그도 그럴 것이 기초반에서는 그들의 실력을 넘어가는 그 어떠한 것도 가르치지 않았다.

    어차피 기초반에 있는 학생 대부분은 상위 클래스로 승급하지 못하면, 수료 후에 동네에서 작은 마법 약방을 운영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마법약 수업은 기초반에서도 꽤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였지만, 나머지 마법에 관한 수업들은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마나의 양과 수련의 정도였다. 아무리 복잡한 수식이나 주문을 안다 한들 자신의 마나가 부족하다면 무용지물이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있다 한들 불과 요리를 담아낼 그릇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자, 앞에서부터 한 장씩 넘기세요.”

    아르닐 교수가 건네준 양피지 뭉치가 한 장씩 나누어져 뒤로 전해지고, 그것을 받아 든 학생들은 양피지를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언데드의 정의와 기초

    양피지에는 상단에 적힌 제목에 걸맞은 내용이 나열되어 있었다.

    “저는 지금 황성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우린 거기에 맞설 수 있는 지식을 갖출 겁니다.”

    -탁!

    비장한 표정의 아르닐이 교탁을 살짝 내리쳤다.

    “자! 수업 시작하죠.”

    ***

    “진짜 재밌었어. 나는 그렇게 많은 어둠의 생물들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그런가? 우리 집엔 마법 관련 서적이 꽤 많은데…… 언제 한 번 우리 집에…….”

    “아! 맞다, 루키! 점심은 뭐 먹을 거야?”

    분명 무언가 말하려던 스키르는 손을 꼼질거리다, 이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거나.”

    “아무거나? 흠, 오늘은 그럼 우리 남부 음식 먹을까?”

    아카데미 내에는 황성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그리고 중부로 나눈 테마의 교내식당이 존재했다.

    다섯 개의 구역으로 나뉜 식당은 학생들과 교수진들이 원하는 메뉴를 그때그때 골라 먹을 수 있게 만들어져 외국 아카데미나 큰 관공서에서도 따라 할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그 때문에 각 지방 음식들을 골고루 먹어볼 수 있기에 매일 같은 곳에서 밥을 먹더라도 크게 질리지 않았다.

    “그러자.”

    “남부도 좋지만 중부는 어떤가?”

    “중부라고 해봤자 수도 음식이잖아! 너는 그럼 중부 먹어. 나랑 루키는 남부 먹을래.”

    “아, 아니다. 나도 남부로 하겠다…….”

    “으휴, 꼭 토를 달아요.”

    폴라의 타박에 스키르의 입이 삐죽였다.

    어느새 준비된 음식을 받아 든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아, 그런데 우리 또 구울 같은 거 만나면 어떡해?”

    “흥, 별걱정을 다 하는군. 그때도 우리 호위가…….”

    “야! 루키 놓고 온 거 벌써 까먹었어?!”

    “아…….”

    “진짜 멍청이!”

    루카스는 항상 말을 꺼내면 본전도 찾지 못하는 스키르의 어리석은 주둥이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으휴, 멍청한 것. 저렇게 모자라서야…… 쯧쯔’

    속으로 조용히 혀를 차 보인 루카스가 호박 스프를 한술 떠 입에 가져갔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는가? 우린 아직 제대로 된 마법도 쓰지 못하는데…….”

    폴라의 말을 듣고 걱정이 되긴 했는지 손에 든 호밀빵을 먹지 못하고 바라보던 스키르가 입을 열었다.

    “하, 그러게…… 우린 그럼 어른들이 오거나 하지 않으면 꼼짝없이 구울 밥이 되겠네…….”

    스키르의 말을 들은 폴라 역시도 입에 가져가려던 오리고기를 조용히 내려놓았다.

    ‘밥이나 처먹을 것이지 아주 쫑알쫑알…….’

    그걸 지켜보던 루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 마법을 제대로 배우면 되지.”

    “어떻게? 우린 기초반이라 아직 제대로 된 마법도 안 가르쳐 주는데…….”

    “밥 먹고 이야기하자. 우선 밥 먹어.”

    “너는 지금 밥이 넘어가?! 그러다가 나중에 구울한테 콱 물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아니, 구울이 아니라 아까 그거 못봤어?! 그…… 엄청…… 무서운 게 많다고!”

    “……봤어.”

    “봐, 너도 무섭지?”

    그저 밥 먹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던 루카스는 졸지에 구울이나 하급 언데드가 무서운 꼬맹이 취급을 받고 말았다.

    ‘이런 쥐콩만 한 꼬맹이를 그냥 던전 안에 던져놔?!’

    -탁!

    결국 루카스는 먹던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뭐, 뭐야?!”

    “식사 예절을 어떻게 배운 건가! 루카스!”

    “수업 끝나고 둘 다 따라와. 마법이 뭔지 가르쳐 줄 테니.”

    아침부터 허기에 시달려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루카스가 침묵 마법을 써 그들의 입을 막았다.

    “토 달지 않고 식사를 끝낸다. 알겠나!”

    마치 조교라도 된 듯 윽박지른 루카스가 다시 숟가락을 들자, 갑작스러운 그의 마법에 허둥지둥하던 폴라와 스키르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밥 먹자.”

    그들의 격한 끄덕임에 마법을 해제해 준 루카스가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헐.”

    “…….”

    루카스를 제외한 폴라와 스키르는 서로를 번갈아 쳐다만 볼 뿐, 더는 식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

    황성에서 꽤 떨어진 어느 지하 던전.

    “흐음…… 구울을 불러낸 게 너야?”

    “끄윽…… 끄으윽…….”

    검은색 로브를 둘러쓴 사내들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들을 관찰하는 은푸른 머리의 사내의 안광이 섬뜩했다.

    “에엥? 대답 안 해?”

    -투캉!

    날카로운 파열음이 지나가자, 사내의 마지막 남은 손가락인 엄지가 바닥을 뒹굴었다.

    “끄아아악!!!”

    “왜 자꾸 손가락을 잘라 먹고 그래? 너 이제 따봉도 못 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이는 사내는 다름 아닌 아만이었다.

    “자, 아직도 잘라먹을 데는 많은데……대답 안 할 거지?”

    “주…… 죽여라…… 끄으윽……,”

    울컥울컥 쏟아지는 핏물에 바닥은 이미 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사내의 주변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이미 죽어 있는 시체들이 즐비했다.

    “그래. 그럼 너는 죽고, 다음은 얘로 해야겠다.”

    말을 마친 아만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사내에게 저주마법을 걸었다.

    “끄아아아악! 끄아아악!!”

    손가락을 잘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고통이 사내의 온몸을 감싸자,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어휴, 시끄러워.”

    손을 한번 휙 내저은 아만이 침묵 마법을 써 사내의 입을 막아버리자, 사내는 흰자위를 드러내며 바닥에 드러누워 게거품을 물면서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크하하하! 야, 얘 좀 봐. 무슨 물에서 건져 올린 생선 같지 않니?”

    제 앞에 있는 다른 사내의 로브를 친절히 벗겨준 아만이 배를 잡고 웃자, 너무나도 순수한 악을 마주한 사내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하게 젖어왔다.

    “자, 이제 말해도 돼. 말해봐.”

    바닥에 누워 팔딱거리는 사내를 구경하는 것을 멈춘 아만이 부드럽게 이야기했다.

    “말 못 하…….”

    -투캉! 투캉!

    “끄아아악!!!

    날카로운 파열음이 지나가자 사내의 양쪽 귀가 날아갔다.

    양손으로 귀가 있던 자리를 틀어막은 사내의 비명이 던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자, 다음은 어디로 해?”

    “끄으으윽…… 끄으윽…….”

    고통에 신음하는 사내를 지켜보던 아만이 크게 기지개를 켰다.

    “하…… 지겨워.”

    이들을 고문하는 것도 점차 지쳐가고 있었다. 무슨 저주인지는 몰라도 이들에게는 진실의 영약도 듣질 않았다.

    필시 누군가 입막음을 위해 미리 손을 써둔 것이 분명했다.

    제 신체의 일부를 잘리면서도, 동료가 고통 속에 죽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은 목숨보다 큰 계약이 걸려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 이제 재미도 없는데…… 너희 전부 말 안 할 것 같기도 하고, 어차피 너희가 구울을 부른 것은 맞는 것 같고…….”

    고민하는 척 제 턱을 매만진 아만의 눈꼬리가 축 처졌다.

    “휴, 그만해야겠다! 그럼 다들 따뜻한 게 좋으니까…….”

    아만이 손을 한 번 휙 저었다.

    -화르륵!

    그러자 순식간에 던전은 불길에 휩싸이고, 시체를 비롯한 산사람들 몸에도 불길이 치솟았다.

    “끄아아악!!!”

    “노릇노릇하게 가렴. 안녕!”

    던전을 빠져나온 아만이 가슴을 쭉 펴 상쾌한 공기를 들이켰다.

    “하! 역시 지하는 답답해서 싫어.”

    옷매무새를 한번 다듬은 그가 텔레포트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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