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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23화 (23/225)

23화. 변화.

황제의 집무실.

“하하하! 자네의 그 머리는 정말 언제봐도 놀랍군.”

“과찬이십니다. 폐하.”

아란트의 황제 그래드 루클라이어는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과찬이 아닐세.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는지…… 크하하!! 덕분에 이민족 그 골칫거리들이 한방에 싹 정리가 됐어.”

“허허…… 제 작은 재주로 폐하의 골칫거리가 사라졌다면 그것만큼 기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황제의 앞에 선 마탑주. 알베르토 님로드.

“말로는 못 당하겠구먼. 자, 열어보게.”

황제는 그런 그의 아부가 썩 마음에 들었는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이건!”

황제가 내민 작은 상자를 열어본 알베르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때, 마음에 드는가?”

“정말이십니까? 제게 이것을 정말…….”

“그래, 마음 바뀌기 전에 얼른 넣어두게. 나도 퍽 아꼈던 거라 말이야. 하지만 물건도 다 제 주인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자네가 가져가 잘 써보게.”

상자를 받아든 알베르토의 얼굴이 감격에 물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상자 안의 물건은 ‘태양의 눈물’이었다.

드워프 장인의 숨결이 들어간 것뿐 아니라, 드래곤이 직접 마법을 불어넣었다는 희대의 아티팩트.

하지만 아직 그 누구도 이 아티팩트의 진짜 능력을 알아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꺼지지 않는 불꽃과 마나 없이도 발현되는 라이트 마법 정도에 그쳤지만, 안에 잠재되어 있는 마력과 아름다운 외관만으로 충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아닐세.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된다면……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될 테니 말일세. 크하하하!”

***

“그래, 하셀은 잘 있고?”

“뭐, 잘 있겠죠.”

루카스의 물음에 시큰둥하게 대답해 보인 아만이 앞에 놓인 쿠키를 하나 집어 들었다.

-바삭

“그보다 지금 그 모습은…… 뭐라고 해야 맞습니까?”

“……아주 거지 같다고 할 수 있지.”

“환생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쿠키를 오물거리던 아만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그럼 진짜 그냥 인간이신 거네요?”

“…….”

“제가 여기서 콱 죽이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는 아만의 표정이 꽤 살벌했다.

‘이 자식 지금 날 진짜 죽이려고?’

루카스의 미간이 좁아졌다.

“……죽이면?”

“에이, 어떻게 죽입니까! 하하하!”

“해맑은 자식…….”

“하지만 로드, 아니 이제 로드는 아니시니까…… 으음…….”

아만이 제 머리를 한번 긁적였다.

“그냥 루카스라고 부르게.”

“그럼 루카스님. 환생을 했는데 기억이 다 있으시다 뭐 그런 겁니까?”

“그렇지. 아주 거지 같게도.”

“그럼 진짜 살기 팍팍할 것 같긴 하네요. 하하하! 인간이라니!”

“……그 주둥이를 좀 닥칠 생각은 없나?”

루카스의 정체를 알아차린 뒤 아만은 그를 자신의 레어로 데려갔다. 궁금한 게 많다며 그를 무작정 끌고 들어간 것이다.

이 해맑은 드래곤이 혹여 자신을 해칠까 걱정이 되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해봤자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어차피 죽고 나면 그다음은 신이 될 테니 그때 가서 복수해도 늦지는 않았다.

신이 되기 전 마지막 유희를 망쳐버린 같잖은 드래곤에게 벌을 줄 시간은 차고 넘치니 말이다.

“아, 그래서 그렇게 로드의 레어 앞에 계셨던 거군요!”

“그걸 이제야 알았나? 자네도 참…….”

사실 처음 자신의 레어 앞에 있던 모습을 들켰을 때만 해도 꼼짝없이 정체가 발각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저 해맑은 드래곤의 생각이 거기까진 미치지 못했는지 아만은 한참이나 허공에 삽질을 했었다. 그걸 지켜보는 건 꽤 즐거웠고 말이다.

“그럼 거긴 왜 가신 겁니까?”

“…….”

방심했다. 멍청한 도마뱀을 상상하는 것으로 기분이 좋은 나머지 그만 방심하고 만 것이다.

눈앞에 있는 아만은 자신을 따라다니며 흔적을 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자신의 정체를 밝혀낸 장본인이 아닌가.

그런 그를 눈앞에 두고 적당한 핑계조차 생각해 두지 않았다니!

“뭐가 있나 봅니다. 그쵸? 막 좋은 거?”

“…….”

루카스의 입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떼어질 줄을 몰랐다.

“아니, 저희 아버지께 그 레어를 남기고 떠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앞을 서성였다는 건…… 뭐 비밀창고 같은 거라도…….”

“…….”

젠장. 멍청한 줄로만 알았더니!

“맞네, 있네! 있어! 비밀창고 있네!!!”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차만 홀짝이는 루카스를 바라보던 아만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방 뛰기 시작했다.

“아! 그런 거 있으면 나 주고 가지!!!”

“내가 널 왜 주고 가지?”

“우리 아빠만 주고!!!”

발을 쾅 굴린 뒤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아만이 루카스를 째려봤다.

“……알겠네. 이번 생이 끝날 땐 자네에게 꼭 주고 가지.”

줄 수 있었다. 까짓거 신이 되면 필요도 없는데 뭣 하러 꽁꽁 싸매놓고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나도 주고 싶다. 이 자식아……!’

아직 창고를 찾지 못했다는 것.

“약속해요.”

“약속씩이나?”

“해요. 약속. 로드께서 비밀창고에 숨겨둘 만큼 좋은 거면 엄청난 거겠죠. 그러니 약속해요.”

제 새끼손가락을 내미는 아만의 표정은 진지했다.

“하하. 그래. 약속하지. 대신, 자네도 약속을 좀 해줘야겠어.”

“물론이죠!”

드래곤은 약속을 중시하는 종족이었다. 지나가는 말로 탁 뱉었더라도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종족.

약속을 지키는 것 또한 드래곤이 가진 자존심의 연장선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 내 정체를 절대 남에게 말하지 말게.”

“혹시 다른 사람이 스스로 알게 되거나 하면요?”

아만의 수가 뻔히 보였다. 루카스 역시도 오랜 시간 드래곤으로 살아왔으니 드래곤들이 부리는 수를 모를 리 없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떤 짓이든 하지만, 그 약속을 제멋대로 비틀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그런 종족이기도 하니…….

“……그건 어쩔 수 없지만, 힌트도 주지 말게.”

“크…… 아깝다.”

그가 천 년도 채 살지 않은 같잖은 드래곤에게 수를 내어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리고?”

“내 생을 좀 도와야겠어.”

“그러죠, 뭐. 해봤자 백 년 아닙니까? 하하!!!”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는지 호탕하게 웃어 보인 아만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마법 진을 그려냈다.

그 마법진이 무엇인지 아는 루카스 역시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래, 이래야지.’

피의 서약. 드래곤도 어길 수 없는 강한 마법으로 이루어진 서약이었다.

드래곤은 약속의 종족이니 어쩔 수 없이 약속을 지키려 노력이야 할 테지만, 혹여 일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해 피의 서약을 맺는 것은 루카스에게 좋은 일이었다.

“자, 약속 하는 겁니다?”

“그래. 약속하지.”

작은 손 위에 커다란 아만의 손이 포개어지자 마법 진이 밝은 빛을 내더니 이내 사라졌다.

***

시타타에 위치한 로드리고 백작저.

“일어나셨나요?”

“네. 들어와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블레인이 대답하자 루카스의 유모였던 아일린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에요.”

“네, 좋은 아침이에요. 아일린.”

커튼을 걷어주는 아일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블레인이 물어왔다.

“아이는 괜찮은가요?”

“네. 아직 자고 있어요. 많이 힘든 일을 겪은 것 같아요.”

“……그렇겠지요.”

아이를 떠올린 블레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한번 가봐야겠어요.”

아이가 있는 손님방에 도착한 블레인이 방문을 살짝 열고 들어서자, 아직도 침대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든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앙상하게 마른 몸. 얼굴이며 몸 여기저기에 나 있는 생채기는 아무리 약을 바른다 한들 곳곳에 흉터가 남을 것 같았다.

도심에서 벗어나 마차로 한참을 달린 숲속에서 맨발로 걷고 있던 아이의 모습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를 데리고 처음 백작저에 들어왔을 때 사용인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었다.

처음엔 작은 아이의 몸에 여기저기 말라붙어 있는 핏자국과 행색에 한 번, 두 번째로는 백작 부인인 블레인이 아이를 직접 안아 들고 마차에서 내린 것에 놀랐다.

블레인이 아이를 직접 안고 내린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녀인 라일라가 아이를 안았을 때 아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벌 떨었었다. 하지만 블레인이 다시 안아주자 아이가 눈에 띄게 진정되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에 블레인은 백작저로 돌아오는 내내 아이를 품속에서 단 한 번도 떼어놓지 않았다.

“아이의 상태는 어떤가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밤새 악몽에 시달렸나 봐요. 복도에 아이 비명이 쩌렁쩌렁 울려서 모두 놀랐어요.”

소녀가 안타깝다는 듯 말을 잇는 유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래요…… 아이가 깨어나거든 내게 언제든 알려줘요.”

“네. 알겠습니다.”

아직도 좋지 않은 꿈을 꾸는지 잠들어있는 아이의 얼굴에 괴로움이 묻어났다.

“가여운 것…….”

잠들어 있는 아이를 눈에 한 번 더 담은 뒤 블레인과 유모가 방을 나섰다.

***

아카데미 안에 있는 마법 재료 창고.

“멍청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얼른 돌아가자. 응?”

“돌아가고 싶으면 너 혼자 돌아가라. 나는 이걸 꼭 해야겠으니까.”

재료 창고에 숨어든 이들은 다름 아닌 폴라와 스키르였다.

폴라는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가자며 스키르를 채근했다.

하지만 그런 폴라의 만류에도 스키르는 단호하게 고개만 내저을 뿐이었다.

“아니, 너 진짜 미쳤어?”

“나는… 이번 시험을 꼭 통과해야 한다.”

“이런 거 없어도 통과할 수 있다고!”

폴라는 무언가를 분주히 찾는 스키르의 팔을 잡아끌었다.

“너는 가라. 나는 꼭 찾아서 돌아갈 테… 어? 여깄군!”

스키르는 자신의 소매를 붙잡은 팔을 잽싸게 떼어냈다.

그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루넬론의 붉은 잎. 루넬론은 북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었다.

붉은 루넬론과 푸른 루넬론이 있었으며, 그가 찾은 것은 다름 아닌 붉은 루넬론. 그것도 잎사귀였다.

루넬론은 꽃부터 뿌리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가 찾은 붉은 루넬론의 잎은 소량의 경우엔 마법 약에는 배합이 더욱 잘 되게 도와주는 역할을 했으며, 약초 등을 배합했을 때에는 약효가 더욱 잘 듣게 되는 역할을 했다.

“너 진짜!”

병을 손에 조심히 안아 든 스키르를 만류하는 폴라의 손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이것만 있으면……!”

하지만 그런 폴라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스키르는 품에 든 병을 더욱 꼭 안고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너 진짜…! 마법약 시험이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번 테스트에서도 낙제를 받게 되면 나는… 나는……!”

그랬다. 스키르는 저번 마법약 시험에서 낙제를 받게 되어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배합을 도와줄 루넬론의 붉은 잎을 무려 훔치러 온 것이었다.

“너 이거 걸리면 낙제에서 안 그치는 거 몰라!?”

폴라가 더욱 그의 팔을 세게 잡아끌고.

“어… 어어!”

사다리에 올라타 있던 스키르의 몸이 크게 휘청이고.

-쿵!

“키르!!!”

스키르는 결국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 때문에 손에 든 커다란 병은 뚜껑이 열린 채 그대로 그의 얼굴로 쏟아지고 말았다.

“콜록! 콜록! 켁! 켁!”

엉덩이에 느껴지는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찾아오는 목과 얼굴의 통증에 스키르는 허둥대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크… 큰일 났어! 너 이거…!”

“켁! 케엑!!! 켁!!!”

루넬론의 붉은 잎사귀. 소량을 적절히 사용했을 땐 배합을 돕고 약효를 높여주는 잎사귀였지만, 피부에 직접 닿거나 기관지로 들어갔을 땐 큰 고통을 동반하며 온몸에 발진과 두드러기가 나는 그런 식물이었다

“주… 죽을 것 같… 크엑! 켁!!!”

“키르!!!”

결국 온몸을 엄습하는 느껴본 적 없는 고통에 그는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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