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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드래곤, 아카데미 가다!-17화 (17/225)

17화. 사라진 아이들(1)

“콜, 콜록! 키르!! 루키!!!”

순식간에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현장으로 변해버린 축제 한복판에서, 폴라는 정신이 들자마자 다급하게 제 친구들의 이름을 외쳤다.

“폴라!!!”

그녀의 외침을 들은 스키르가 그녀에게 뛰어갔다.

“괜찮아?”

“나, 나는 괜찮다. 너는 괜찮은가?!”

서로의 몸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들이 고갤 들어 주변을 살폈다.

“루키는? 루키는 어디에 있어? 루키!!! 루키!!!”

“조용히 해. 여기 있으니까.”

바닥에서 조용히 먼지를 털고 일어난 루카스가 폴라를 바라봤다.

“루키!!! 괜찮아?!”

한달음에 달려와 안기는 폴라 때문에 놀란 루카스가 어색하게 그녀의 등을 몇 번 토닥였다.

“그래. 괜찮아.”

“이게 다 무슨 일이란 말인가?! 호위! 호위!”

재빨리 제 호위를 불러낸 스키르는 호위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뭘 했느냐 말이야! 이 사달이 날 때까지 뭘 했느냐고!”

“키르! 저분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그래?! 이렇게 될 줄 누구도 몰랐어!”

“크흠…… 알았어. 화내지 마.”

사태의 화살이 애먼 데로 향하자 냉큼 끼어든 폴라의 일침에, 스키르는 얼른 꼬리를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듯싶었다.

바닥에 꽂힌 눈먼 파이어 애로우는 땅을 푹 패게 만들었지만, 퍼레이드가 진행될 방향 한가운데에 꽂힌 덕분인지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던 듯했다.

하지만 부상자는 꽤 되었다. 파라솔이 날아들어 허리를 다친 사람, 바닥 벽돌 파편이 튀어 머리를 다친 사람 등등.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마차를 끌던 말들은 모두 슬립 마법에 걸려 바닥에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잠이 든 말들이 끌던 마차 위를 보니, 머리를 감싼 채 주저앉아 혼이 나가 있는 사태의 주범. 올해의 수석이 보였다.

“저런 미친X.”

루카스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가 한달음에 마차 근처까지 다다르자 행사를 진행하던 요원들이 그 앞을 냉큼 막아섰다.

“안 됩니다! 여기 들어가시면 안 돼요!”

“위험하니 얼른 물러나세요!”

작은 꼬마의 안위가 걱정되었는지 그 앞을 막아서는 요원들의 표정이 사뭇 비장했다.

“꺼져. 저 미친 계집의 모가지를 따버려야겠으니까.”

“루카스 군!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요?!”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저 계집의 모가지를 따 버릴 심산이었던 루카스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저는 마법 아카데미의 교수 아만 티노어 입니다. 이 학생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였던 진행요원들의 앞을 아만이 부드럽게 막아섰다.

루카스의 어깨에 손을 올린 아만이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그런 그의 손을 거칠게 쳐낸 루카스가 그를 째려보자, 아만이 살짝 윙크해 보였다.

“진짜? 여기서?”

아만의 말을 들은 루카스는 치솟는 짜증에 땅에 발을 쾅 구른 뒤, 그를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그의 말대로 이곳에서 저 계집의 목을 따는 것은 누구에게도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 사실 아만이 고맙기까지 했다.

성질에 못 이겨 저 계집에게 혹여 나쁜 짓이라도 했다면, 저는 물론이고 제 가문까지 타격이 갈 수도 있었다.

‘젠장! 왜 하필 내가 인간을 택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후회는 언제 해도 늦었다.

***

“그러니까…… 좌표를 잘못 찍었다. 뭐 그런 말입니까?”

“그렇더군요.”

“아무리 긴장을 했다 한들 하늘로 쏘아 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을 좌표까지 잘못 찍을 일입니까?”

“뭐, 그건…….”

학장실에 간 아만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기가 찼다.

좌표를 잘못 찍었다니? 그저 주문을 외워 좌표 없이 하늘 위로 쏘아 올리기만 해도 충분한 마법이었다.

하지만 그런 마법이 눈먼 마법이 되어 축제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 학장이란 작자의 입에선 ‘긴장해서 좌표를 잘못 찍었다.’라는 황당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학장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하셨겠지요.”

“더 알아보라 지시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만 교수.”

“알겠습니다. 그럼…….”

학장실을 빠져나온 아만의 인상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하찮은 인간 주제에…… 감히 내 유희를 망치려 들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루카스의 제대로 된 정체도 밝혀내지 못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완벽한 인간의 것이었으니. 그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했다면 제국이고 뭐고 당장 그 자리에서 날려버렸을 것이었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채 몇백, 아니 몇천 년을 더 살아내야 한다면 하루하루가 풀리지 않은 궁금증에 지옥이 됐을 것이다.

“안 되지…… 절대 안 돼…….”

복도를 걸으며 작게 중얼거린 아만이 주변을 한번 살핀 뒤 빈 강의실로 들어갔다.

***

“루키, 우리 진짜 큰일 날 뻔했다. 그치?”

아카데미에 돌아오는 길 내내 표정이 좋지 않은 루카스의 눈치를 살피던 폴라가 살갑게 물어 왔지만, 루카스는 작게 고개만 끄덕일 뿐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많이 놀랐나 보군.”

“놀란 건 너겠지. 루키는 진짜 태연하던걸?”

“흥. 나도 태연했어.”

“어휴! 어찌나 떨어대던지 마차가 다 흔들리던데 태연은 무슨.”

“아니거든? 나 안 떨었거든!”

기숙사로 향하는 길에 그들의 투닥거림을 듣는 루카스의 머릿속은 혼돈 그 자체였다.

‘분명 누군가 마법을 틀었다. 실수라기엔 궤도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바뀌었어.’

축제에서 봤던 장면을 몇 번이나 되짚어본 그가 내린 결론이었다.

쏘아 올려진 파이어 애로우는 하늘로 솟는가 싶더니 갑자기 궤도를 바꿔 바닥에 처박혔다.

하지만 수석이 그 궤도를 바꿨을 리는 없었다. 아무리 수석을 차지했다 한들 3서클이나 4서클 정도에 그칠 것이었다.

제 손을 떠난 마법의 궤도를 바꾸려면 적어도 5서클 이상은 되어야 가능했다. 그것도 아주 힘겹게 가능했을 것이다.

궤도를 바꾸는 동안에 읊던 주문을 멈추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파이어 애로우를 시전함과 동시에 주문을 끝냈다.

‘누구지? 누가 그녀의 마법을 틀었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던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사람.

주문을 외우지 않고 다른 사람이 시전한 마법의 궤도까지 쉽게 바꿀 수 있는 사람.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그녀의 마법을 모두 지켜본 사람…….

‘아만…….’

***

축제에서 돌아온 날 루카스는 당장이라도 아만을 찾아가 난리를 칠 심산이었다.

하지만 복도를 걷는 중 불현듯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아는 아만은 드래곤이다.

유희에 진심인 해맑고, 또 해맑은 드래곤.

그런 아만이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 자신을 죽일뻔했다? 말이 안 된다.

루카스 역시 드래곤의 몸으로 반만년을 살아와서 잘 안다.

드래곤의 호기심은 끝을 몰랐다. 호기심 하나로 전쟁을 했으며, 그 호기심 하나로 전쟁을 끝내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하나도 풀리지 않았는데 자신을 해치려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아가자 두통이 찾아왔고, 루카스는 아만을 찾아가려던 것을 그만두고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다면 누가? 왜?’

자신을 음해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조용히 저만 처리하면 됐을 것이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축제를, 그것도 대미를 장식하는 퍼레이드를 고의로 망쳤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혹시…… 스키르를 해치려고?’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지만, 루카스는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깐만 생각해 보아도 그럴 필요가 없었다. 스키르의 말대로 그는 잘나가는 공작가 둘째 아들이었다.

장자도 아닌 둘째를 해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누군지 몰라도 걸리기만 해봐. 곱게 죽여주진 않을 테니.’

***

황성으로 향하던 아만의 발걸음이 멈춰 섰다.

“우리 애 좀 찾아주세요!!!”

“이틀째 집에 오지 않고 있습니다!!”

황성 앞 경비초소에 몰린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호소하고 있었다.

“아니, 글쎄 애들끼리 모여 놀러 갔을 수도 있으니 내일까진 기다려 보시라니까요?”

“우리 애는 말없이 어딜 나가 들어오지 않는 애가 아니에요!”

“하, 부모들이 이래서 문제라니까. 자기 애를 몰라요.”

사연을 듣던 경비대원은 피곤하다는 듯 손을 휙휙 내저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써 며칠은 지난 듯했다.

“제발… 제발 좀 찾아봐 주세요! 우리, 우리 시몬 좀 찾아주세요…….”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한 여인을 따라 주변 사람들도 역시 하나둘 흐느끼기 시작했다.

“우리 알론다 좀… 찾아주세요… 알론다… 알론다!!!”

“아이고오…… 내 새끼…… 어디에 있느냐…….”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만이 주변을 지나던 행인을 붙잡았다.

“저긴 무슨 일이랍니까?

행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던 아만의 표정이 점차 굳어졌다.

“실종이요?”

“네. 축제 때 사라진 어린 애들 숫자가 상당합니다.”

“몇이나 됩니까?”

“총 열여섯입니다.”

“열…… 여섯요?”

“예. 그런데 저 경비대원 놈들은 그냥 애들이 놀러 나간 거니 걱정 말라는 말만 하고 찾아봐 주지도 않는답니다 글쎄!!”

“그렇습니까…….”

열여섯이나 되는 애들이 하룻밤 새 사라졌는데 경비대원들은 찾아봐 주기는커녕 억척스러운 부모 취급을 하고 있다고 했다.

“어휴…… 나라가 어찌 돌아가는지…… 저런지도 벌써 이틀쨉니다.”

“이틀째면…… 축제 마지막 날 사라졌다는 말입니까?”

“예. 부모들이 하나같이 축제를 보러 나간 애들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답니다. 아시죠? 마지막날 사고 말입니다.”

“예.”

“그 사고에 휩쓸려 혹여 애들이 잘못되었나 싶어 애들 부모가 모두 나서 그 현장을 전부 깨끗이 치우기까지 했답니다.”

“아…….”

아만 역시 사고 현장을 인근 주민이 도와 빠르게 정리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그저 제국 민의 호의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도 주변 숲이며 황성 인근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는데 머리카락 하나 보이질 않는답니다. 쯧쯧…….”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형씨도 주변을 지나다 길 잃은 아이가 있는지 잘 좀 살펴주쇼.”

“그렇게 하지요.”

말을 마친 행인이 자리를 뜨자 아만은 다시 한번 경비 초소 앞을 살폈다.

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아직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앞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뭔가 있다. 그냥 사라진 게 아니야.’

기분이 더러웠다. 황성에 찾아가 이번 사태의 독단적인 수사권을 요청하려던 아만은 이내 그 생각을 그만두고 발걸음을 틀었다.

‘조용히 움직이는 편이 낫겠어.’

***

기초 이론 수업이 끝난 뒤 폴라와 스키르는 여느 때와 같이 루카스를 끌고 식당으로 향했다.

이쯤 되니 끌려가는 것보다는 내심 그들이 자신을 이끌고 식당으로 가주길 바라고 있기까지 했다.

“그게 정말인가?”

“그래! 거의 스무 명쯤 된대.”

“어디 놀러 나가 들어오지 않은 것이겠지. 나도 종종 들어 알고 있다. 평민들은 가끔 그런 말썽을 피운다더군.”

“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누가 그래? 평민이 그런다고? 내가 듣기론 귀족들이 그런다던데?!”

“흥! 그런 교육도 덜 된 반푼 이들 말을 듣고 이러는 거야? 우린…….”

“시끄러워!”

“……알겠어.”

폴라의 말을 듣던 루카스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루키? 배 아파?”

루카스의 표정을 본 폴라가 다가와 다정하게 물어 왔지만, 루카스는 짧게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그게 언제지?”

“응? 뭐가?”

루카스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폴라는 고개를 갸우뚱해 보였다.

“아이들이 언제 사라졌냐고.”

“아, 그때 우리 축제 보러 간 날. 그때 사라졌대.”

“젠장.”

혹시나 싶었던 의심이 확신으로 돌아섰다.

작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루카스가 발걸음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루키!!! 어디가!!!”

‘그 자식들이야. 그때 모가지를 다 뽑아놨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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