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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61화 (161/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61화

    161. 전쟁(6)

    “벌레들이!!”

    마르바스는 매서운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분노에 비례해 그의 움직임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몸이 모두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유인, 즉…….

    “바로 저것 때문이겠지.”

    내 시선을 따라간 서현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시선이 머문 곳은 그가 지키고 있는 거대한 알이었다.

    자세히 보니 태동이 조금씩 가빠지고 있었다. 빨라지는 박동수를 보고 있자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우리를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마르바스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기를 쓰고 지키는 이유가 뭐지? 자식이라도 되는가?”

    내 물음에 마르바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발끈하는 녀석의 반응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너희한테 중요한 것은 맞나 보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재앙 같은 존재겠지?”

    “…….”

    마르바스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역시, 내 예상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현우 형! 한별 씨! 무조건 저 알을 파괴합니다. 마르바스는 제가 맡을게요.”

    나의 외침에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흥, 버러지들이……! 내가 가만히 내버려 둘 것 같으냐!”

    소리친 마르바스는 황급히 손을 뻗어 태동하는 알에 손을 가져갔다.

    두근.

    심장 박동을 하듯 움직이던 알 주위로 검은 기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은 기운은 이내 완전히 알을 감싸더니 딱딱히 굳기 시작했다.

    “성장이 늦어지긴 하겠지만 어쩔 수 없군.”

    안타까움을 표한 마르바스가 우리를 노려봤다. 자신의 분노를 온전히 우리에게 쏟아부을 생각인 듯했다.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계약으로 인해 내 근처에 와있던 서현우는 작게 속삭였다. 그러고는 놀랍도록 강해진 자신의 힘을 이용해 나에게 신성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처음 느껴 보는 부유감이 느껴지며 온몸이 가벼워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 볼 테니까, 녀석을 맡아 주세요. 아마 신성력 때문에 쉽게 당하진 않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나는 그를 위해 씨익 웃어 보였다. 사실 처음 녀석에게 당한 뒤로 나는 어느 정도 대비를 해 둔 상태였다. 사실상 서현우의 신성력이 없어도 어느 정도 상대를 할 수 있는 상태.

    바꾼 칭호와 고룡들에게서 빼앗은 능력 때문이었다. [용의 비늘]은 강력한 물리 방어와 마법방어를 자랑하는 능력이었다. 거기에 어느 정도의 상태 이상을 면역시켜 주는 능력이 붙어 있었다.

    게다가 바꾼 칭호는 웬만한 바이러스를 막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바이러스에 감염될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작게 읊조린 나는 바뀐 칭호를 바라보았다.

    해저 도시에서 얻은 ‘위대한 모험가’와 ‘운명을 바꾼 자’.

    그중 내가 선택한 칭호는 위대한 모험가였다.

    모든 상태 이상 면역 80퍼센트에 ‘공포’ 완전 면역이라는 사기적인 칭호.

    마르바스에게 이전에 내가 당한 이유는 ‘운명을 바꾼 자’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이러스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 나는 빠르게 마르바스를 향해 쇄도했다.

    용들과 대련하면서 느낀 점은 근접전을 할 때 내 힘을 온전히 활용하기 더욱 편하다는 것이었다.

    널뛰는 전격을 두른 주먹이 녀석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앙-!

    녀석이 뒤로 밀려나며 손을 뻗었다.

    수만 마리의 벌레가 날아오는 것처럼 나에게 바이러스가 다가왔다.

    나는 몸에 염화의 불꽃을 두른 뒤, 녀석을 향해 도약했다. 바이러스는 내 몸에 닿기도 전에 염화의 불꽃에 의해 산화되었다.

    개중 몇 개의 바이러스들은 불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서현우가 두른 신성력에 의해 소멸하였다.

    “……!”

    놀란 마르바스가 작게 입을 벌렸다. 나는 녀석을 향해 만년설을 시전했다. 모든 것을 얼려 버릴 기세로 녀석에게 날아가는 얼음덩어리는 곧 부식되듯 녹아버렸다. 비릿한 웃음과 함께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대한 힘을 아껴 쓰라고 했는데 어쩔 수 없군.”

    스산한 음성과 함께 마르바스는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의 손에 끼워진 각종 액세서리가 검은빛을 띠기 시작했다.

    츠즛-!

    폭발하듯 터져 나온 마기와 함께 그의 주위로 기괴한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척 보기에도 불길하기 그지없는 생명체들. 총 다섯의 생물은 이성을 잃어버린 생물체였다. 오직 본능만을 따르며 듣는 것이라고는 오직 마르바스의 명령뿐이었다.

    “죽여라!”

    누렇고 날카로운 이를 사납게 들이대며 다가오는 녀석들이 사방에서 덮쳐왔다. 나는 고개를 숙여 처음 오는 녀석을 피한 뒤, 땅을 박차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러나 녀석의 소환수들은 쉴 틈 없이 달려들었다. 다시 한번 공격을 피한 뒤, 수하들을 향해 공격을 날릴 때였다.

    “이쪽은 신경도 안 쓰나 봐?”

    박한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마르바스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이런 미친!”

    “그러니까 조심하지, 그랬어.”

    어느새 알 근처까지 다가간 박한별은 도깨비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이매망량과 야차, 도깨비의 후예 등 갖가지 능력이 합쳐진 그녀의 괴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무서운 속도로 바람을 가르는 방망이는 세상을 뒤흔들 듯 엄청난 굉음을 자아냈다.

    쩌어어엉-!

    도깨비방망이가 검은 알을 강타했다.

    알을 감싼 검은 기운에 균열이 일었다. 한 번만 더 휘두르면 충분히 깨뜨릴 수 있을 만한 상태였다. 박한별은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쩌저적!

    검은 기운은 완전히 균열이 생겨 깨지기 직전이었다. 박한별이 다시 한번 방망이를 휘두르기 위해 도깨비방망이를 집어 올렸다.

    화악-!

    그러나 그 순간!

    검은 기운이 액체처럼 변하더니 박한별을 집어삼켰다. 워낙 갑작스럽고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박한별은 차마 반응하지 못했다.

    “크하하핫! 단순한 방어막인 줄 알았더냐?”

    마르바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마르바스는 박한별의 비명을 듣고는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럼 넌 저 방망이가 단순한 방망인 줄 알았어?”

    “뭐? 지금 네 동료가 당했는…….”

    “당했을 리가.”

    퍼엉-!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고, 녀석의 등 뒤에 하얀 연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화륵-!

    작은 호롱불이 생겨나며, 그의 뒤로 박한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앙-!

    마르바스는 당황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퍼엉-!

    돌연 녀석의 소환수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마르바스는 당황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분명 박한별의 살기를 느꼈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엉뚱하게 멀리 있던 소환수의 머리가 터져 나갔으니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도깨비에 대해 잘 모르나 보지?”

    “도깨비라면…… 청화의 주인? 어떻게 인간 따위가.”

    마르바스는 전혀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도깨비의 신출귀몰한 움직임과 허깨비, 그리고 은빛 용들에게 배운 안개 활용법을 동시에 활용하는 도깨비보다 더 도깨비 같은 인간이었다.

    “도깨비에게 홀렸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

    인지와 이성의 경계를 허무는 일 정도야 박한별에게는 누워서 떡 먹기였다.

    퍼엉-!

    다시 한번 모습을 감춘 박한별은 알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동시에-!

    콰앙!!

    완전히 검은 힘을 파괴해 버렸다.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알을 향해 박한별은 망설임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발레포르!!”

    맹수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마르바스가 엄청난 속도로 박한별의 눈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박한별은 알과 함께 악마를 짓뭉개버릴 생각인지, 전혀 위력을 줄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청화의 불꽃을 이용해 화력을 증가시켰다.

    콰아아앙-!

    사자의 팔이 땅에 굴렀다.

    검은 피를 토해 낸 마르바스는 당황해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감행했다. 하늘 위로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소환한 우마와 암살이는 각각 마르바스의 소환수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쿠르릉-!

    준비를 마친 푸른 전격이 알을 향해 내리쳤다.

    이번에도 마르바스는 몸으로 공격을 막아 냈다. 마치 알을 자신의 생명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느낌이었다. 하여 나는 확신했다. 저 알이 깨어나는 순간, 지구에는 재앙이 들이닥칠 거라고.

    나는 다시 한번 뇌전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뇌전에 흑운의 힘을 둘렀다. 위력이 배가 되어 널뛰는 게 느껴졌다. 나는 단숨에 마르바스와 알을 동시에 소멸시킬 생각이었다.

    쿠르르르릉-!

    하늘이 사납게 울고 있었다. 이젠 손을 뻗어 위치만 지정해 주면 되는 순간이었다.

    “이 개새끼들이 어딜 감히!!”

    온몸을 난자당한 72 악마가 총알처럼 날아왔다. 그의 등 뒤에는 에고 소드 오로치의 검이 박혀 있었다. 분명 천지현이 녀석을 몰아붙인 것이 틀림없었다. 발레포르라 불린 녀석은 헐떡이는 숨을 참으며 황급히 알의 옆에 들러붙었다.

    “이거 꼭 우리가 악당 같잖아.”

    짧게 말한 나는 그대로 손을 내렸다. 흑운을 감싼 검은 번개가 악마들과 알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떨어졌다. 훈련에 훈련을 거듭한 공격이라 그런지, 위력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녀석들도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있는 힘을 모두 폭발시켰다.

    고개를 하늘 위로 쳐들고 마기를 방출시켰다.

    “소용없어.”

    때마침 서현우가 타이밍 좋게 신성력을 발휘했다. 녀석은 악마들이 내뿜는 마기 쪽으로 응축시킨 신성력을 발사했다. 화살처럼 쏘아진 신성력은 곧장 마기를 중화시켰다.

    약해진 마기 위로 검은 전력이 내리쳤다.

    콰과과과광-!

    나는 확신했다. 적어도 저들 중 하나는 확실히 처리할 수 있으리라고…… 기왕이면 악마와 함께 알도 망가지기를 원했다.

    콰과광!

    나는 굉음과 폭발로 인해 자욱해진 먼지가 거두어지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침내, 녀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그들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그대로였다. 심지어 박한별에 의해 한쪽 팔을 잃었던 마르바스는 조금씩 상처를 회복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놀란 나, 아니 우리 팀원에게 쌀쌀한 냉소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병신들.”

    알 앞에 모인 72 악마 둘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봤다.

    “아끼다 똥 된 격이군. 그런 힘이 있었으면 미리 썼어야지.”

    “크큭. 그러게나 말이야. 저년도 방심하다 나를 못 죽이더군.”

    발레포르의 말에 나는 옆을 돌아봤다. 어느새 천지현이 씩씩거리며 녀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처치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도망가는 바람에…….”

    천지현은 광룡에게 배운 흉흉한 기운을 미친 듯이 발산하며 말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내 공격을 막았으며, 저 녀석들의 태도가 왜 저리도 돌변했는가.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었다.

    “크흐흐.”

    “너희는 너무 늦었어.”

    그리고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녀석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천둥 번개가 내리치는 검은 하늘.

    날개를 쫙 펼친 채 고고하게 서 있는 한 마리의 악마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외형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그자는 분명…….

    나의 형 천지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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