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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52화 (152/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52화

152. 귀환(3)

회의실은 더 이상 회의를 위한 장소가 아니었다.

정보 전달과 명령.

오직 이 두 가지만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주체가 된 것이 바로 천가의 대표 서현우였다.

약간의 협박, 멸시, 회유를 통해 주도권을 잡은 서현우가 천천히 리모컨을 들었다.

삑-!

회의장 끝 장식장 앞으로 흰색 배경의 천이 스르르 내려왔다. 이어 버튼을 한 번 더 누르자 사진이 한 장 올라오기 시작했다.

삑.

화면에 비친 사진을 확인한 순간, 길드장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

“미친.”

작은 탄식과.

“이럴 수가…….”

절망.

여기저기서 믿을 수 없다는 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유독 반응을 보인 것은 대부분 대형 길드의 대표들이었다. 사진 속 인물을 잘 알지 못하는 중소형 길드장들은 단지 고개만 갸웃거릴 뿐이었다.

“대체 저분이 누군데 그럽니까?”

중형 길드장의 작은 물음에, 조용한 대답이 들려왔다.

“흑운…….”

“네? 그럼 저분이…….”

“천태백. 세대교체 전, 천가의 이인자였지.”

이제야 사진 속 인물의 정체를 알게 된 중형 길드장들은 경악했다.

사진에 나온 것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외부에 유출된 적이 없었기에, 사실상 모두가 처음 접하는 정보였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어째서 흑운이…….”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길드장들에게 서현우가 말했다.

“악마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덤덤하게 말한 서현우는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화면이 넘어가며 또 다른 사진이 떠올랐다.

하나의 악마와 4명의 플레이어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천가 내 CCTV를 복사해 만든 듯한 사진이었다.

“천태산!!”

누군가 소리쳤다.

그곳에는 좀처럼 실력을 발휘하지 않는 천태산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천도윤, 박한별, 천지현.”

“천외천?”

“천외천이라고요? 저들이?”

더원의 정민우가 흐릿한 흑백사진 속 담긴 인원들을 모두 알아보며 말했다.

“그렇소.”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저들은 천가의 주인 천태산과 천외천의 멤버들입니다. 그리고 저 악마는…… 72 악마 중 하나지요.”

“72 악마?”

“예, 마계를 지배하는 악마들입니다. 천가의 주축 멤버가 모두 덤벼도 처리하지 못했죠.”

“저, 정말입니까?”

“예.”

“그럼, 대체…….”

72 악마에 관해 처음 듣는 대부분의 길드장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대체 72 악마가 무엇이길래 천가의 대표들이 달려들어도 처리하지 못한단 말인가.

생각이 이어지던 중, 정민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잠깐, 처리하지 못했다면…… 설마!!”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강하게 삼켰다.

정민우의 반응에 서현우는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미친.”

작은 욕설이 회의장 안을 가득 메웠다.

“천가의 천태산을 포함. 천외천의 천도윤, 박한별, 천지현이 악마와 함께 사라진 지 세 달이 넘었습니다.”

“……!”

충격적인 소식에 길드장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미 서현우의 실력을 통해 천가의 괴물들이 어느 정도의 무위를 가졌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런 괴물들이 몬스터. 아니 악마 하나 상대하지 못해 사라져 버렸다니…….

듣고도 믿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게 정말이냐?”

어느새 정신을 차린 지창민은 몸을 추스르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이에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악마의 힘으로 사라진 것인지, 천가의 특수한 힘으로 사라진 것인지 아직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사라진 것만큼은 사실이다.”

서현우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태도로 대답하면서도 지창민을 향해 손을 뻗었다.

휘잉.

하얀빛이 터져 나오고.

이어 심하게 일그러졌던 그의 얼굴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힐?”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한 힐을 목격한 길드장들이 일순 눈빛을 빛냈다. 인재를 탐내는 본능적인 눈빛. 하지만 이내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래서 모여 있으라던 거였군.”

“저 말이 사실이면 확실히…….”

서현우의 연설로 이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는지 길드장들은 침울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라기도 하듯 서현우의 말이 더해졌다.

“모두 똑똑히 느끼셔야 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

“앞으로 72 악마가 하나라도 나오면 서울은 초토화될 겁니다.”

삑.

서현우가 리모컨을 한 번 더 눌렀다.

핵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완전히 폐허가 된 서울이 눈에 들어왔다.

확 와닿는 비유에 길드장들은 입을 벙끗거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둘이 나오면 대한민국이 반파될 것이고.”

“…….”

삑.

이어 나온 사진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지도의 절반 이상이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만약 셋 이상 나온다면…….”

“셋 이상 나온다면?”

“말해 보시오. 대체 어떻게 된다는 것이오.”

잠시 뜸을 들인 서현우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삑.

“대한민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서현우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미래가 도저히 그려지지 않은 탓이었다.

눈앞에는 지구상에서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

그 충격적인 사실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게 대체…….”

“그럼 우리는?”

혼란에 빠진 길드장들을 진정시킨 것은 협회장이었다.

“너무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모두 모여 계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힘을 한곳에 모아야 72 악마를 상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협회장의 말에 길드장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확실히 알아먹은 것이다.

“알겠습니다.”

아무리 자신들이 머물고 지키는 지역이 소중하다고는 하나, 자신의 목숨을 내걸 정도는 아니었다. 비겁하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모여 있는 것이 훨씬 유리해 보였다. 악마들이 나타나는 순간 화력을 집중시켜 공격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이었다.

“좋습니다.”

“당장 길드원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하도록 하죠.”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잠깐!”

몸은 치유했지만, 얼굴 근처에 굳은 피가 남아 있는 지창민이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지창민에게 쏠렸다.

단번에 시선을 받은 지창민이 미간을 찡그리며 일어섰다.

“이상하군.”

“뭐가 말입니까?”

협회장의 물음이 이어졌다.

지창민은 붉으락푸르락 올라오는 얼굴을 애써 진정시킨 채 말했다.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긴 하지만……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친다고 해도 악마 녀석을 상대할 수 있을까 싶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대한민국 모든 플레이어가 힘을 합치면…….”

여기저기서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반발이 이어졌다.

그러자.

콰르릉-!

난데없이 회의실 중앙으로 벼락이 내리쳤다.

그 반발을 찍어누르기라도 하듯, 지창민의 주변으로 전격이 넘실거렸다.

“버러지 새끼들이.”

원색적인 욕설. 그럼에도 반박을 하고 나서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지창민이 내비치는 전력의 양과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비교적 힘이 없는 길드장들은 재빨리 서현우를 바라봤다. 그가 다시 한번 나서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한숨을 푹 내쉰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

“말해 보시죠.”

하지만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 날아들었다.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기다리는 모습. 중소형 길드장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청룡 길드의 지창민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저런 버러지 길드는 몇 명이 덤비든 나 혼자 쓸어버릴 수 있다.”

다시 한번 쏟아지는 지창민의 조롱에 중소형 길드장들은 반발했다.

“뭐라고?”

“다, 당신 너무한 거…….”

“너희들,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찢어 주지.”

“…….”

단 한마디로 분위기를 압도한 지창민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런 내가 당신에게 단번에 제압당했지.”

지창민은 자존심 상해하면서도 조금 전 패배를 순순히 인정했다.

이에 회의장에 모인 모든 길드장들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해 보였다.

“하지만 당신도 천가에서는 한 팀에 소속된 힐러일뿐이다.”

지창민의 말에 주변에서 듣고 있던 길드장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당장 싸움이라도 벌어질까 노심초사한 눈빛. 그러나 그들이 예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현우는 그저 담담한 얼굴로 지창민의 말을 들어 주고 있었다.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플레이어, 그것도 천가 최고의 실력자들이 모두 달려들어도 72 악마 한 마리를 처리하지 못했다. 과연 우리가 모인다고 72 악마를 상대할 수 있을까?”

날카롭고 예리한 지적이 날아들었다. 그제야 현실을 파악한 수많은 플레이어는 박탈감과 절망에 사로잡혔다.

“그게 정말입니까?”

부정을 바라는 듯한 물음이 이어졌다.

“그, 그럼?”

“우, 우리는 어떻게?”

여기저기서 죽는소리가 새어 나왔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아…….”

“여러분들 중 절반 이상은 72 악마가 출현하는 순간 죽을 겁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길드장들의 입이 벌어졌다.

넋이 나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만큼 서현우가 전하는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이, 서현우는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살아남은 분들이 72 악마가 아닌 다른 악마들을 상대할 수는 있겠죠.”

“그럼 72 악마는 누가 상대한다는 말이지?”

싸늘한 지창민의 물음에 서현우가 대답했다.

“저와 천가의 사람들입니다. 지원군도 몇 분 초대했고요.”

“흥, 분명 말하지 않았나. 당신은 일개…….”

“네. 힐러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저는 그들보다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서현우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창민의 표정이 굳어졌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묻는 듯한 얼굴이었다. 그 표정을 마주하면서도 서현우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표정이었다.

그가 이리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가지였다.

바로 인버스 타워 안에서의 경험.

영혼수리공 김수민에게 부탁해 천도윤보다 두 배 많은 령수를 빨아들이고.

인버스 타워 가장 아래층까지 도달한 유일한 인간.

그것이 바로 서현우였다.

서현우는 지금 저 사진 속 천외천의 일원 중 두 명은 동시에 상대하고도 남을 정도의 무력을 지녔다고 확신했다.

게다가 새로 얻게 된 능력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72 악마 중 하나 정도는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지? 당신이 지금 저 화면 안에 있는 네 명을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하다는 소린가?”

지창민의 물음에.

잠시 뜸을 들이던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들이 도와준다면.”

“그게 무슨 소리냐!”

“말해도 못 믿으실 것 같으니 보여 드리죠.”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반박하려던 지창민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서현우의 변화를 기다렸다.

돌연 터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

그 광경을 목격한 길드장들은 입을 떡 벌렸다.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는 자신감이 박멸될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다.

하지만 서현우의 힘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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