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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47화 (147/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47화

147. 대비(5)

“대체 다들 어디 가서는…….”

지구에 남아 있는 천가의 일원들은 모두 망가져 버린 가문을 수습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천태백의 죽음.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악마. 그 악마 한 마리로 인해 많은 가문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시신들을 안장하고 깨지고 파손된 가문의 건물들을 수습하는 데에만 꼬박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 표정 짓고 있지 말거라.”

“예.”

“힘든 것 안다. 그래도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으냐?”

“……죄송합니다.”

가문의 원로들은 침울에 빠진 가문을 돌아다니며 위로에 전념했다.

그럼에도 가족을 잃은 천가의 분위기는 좀처럼 나아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천가의 원로 천수환은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사라져 버린 가주가 있던 자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천도윤을 포함한 천외천의 멤버들이 함께 싸우다가 사라졌던 곳이었다. 그곳만이 유일하게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었다.

“형님, 정말 우리를 위해 동귀어진한 거요?”

중얼거리는 천수환의 얼굴이 침울해졌다. 다른 가문의 일원 앞에서는 단 한 번도 보이지 않던 얼굴이었다.

“정말 다 데리고 가 버리면 어찌합니까?”

수심이 가득 맺혀 있는 천수환의 얼굴이 바닥을 향한다.

“그럴 거면 혼자 가지 왜 그토록 아끼던 아들까지 데려간 거요.”

천수환은 알고 있었다. 천태산이 천도윤을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남들이 보기엔 무정하고 냉담하기 그지없는 냉혈한이었지만, 그를 주위에서 보좌하는 몇몇만은 알고 있었다.

천태산의 아들 사랑을.

천도윤이 가문을 떠났을 때 짓던 천태산의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추억을 회상한 천수환은 눈가에 맺힌 작은 물기를 닦아내고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하늘을 바라본 채 선언하듯 외치기 시작했다.

“빨리 오시오. 형님. 더 늦으면 정말 진오에게 천가를 맡길 생각이니.”

천태산이 천도윤에게 가문을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던 천수환의 들리지 않는 협박이었다.

“응?”

천수환의 고개가 하늘 위를 향했다.

천가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먹구름이 낀 하늘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쿠구구구.

아무래도 비가 지독하게 올 모양이었다.

저리도 사납게 울어 대는 것을 보면…….

파지지지직.

아니나 다를까 먹구름이 낀 하늘에 번개까지 내리치기 시작했다.

“보시오. 하늘도 우리 천가를 위로하기 위해…… 응?”

천수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늘이…….”

갈라지고 있었다.

그것보다 정확한 표현은 없었다.

거대한 먹구름이 갈라진 틈 사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하늘을 베기라도 한 듯 쫙 갈라진 틈이었다.

“저것 좀 봐.”

“저게 대체…….”

밖을 돌아다니던 천가의 일원들도 동시에 하늘을 바라봤다.

쩌쩍-!

쩌저적-!

그 순간 듣기 힘든 괴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미친……!”

누군가의 욕지기를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 아…….”

“이게 무슨…….”

하늘 위, 갈라진 틈 사이로 무엇인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기감이 뛰어난 천가의 인원 중 하늘에 붕 떠 있는 저 존재들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아, 악마다!!”

“다들 전투 준비!!”

날개를 쫙 펼친 채 맛있는 음식을 내려다보듯 바라보는 수천의 악마들이 있었다.

* * *

쐐애액-!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악마들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천가를 둘러싼 담장 밖으로 끔찍한 비명이 들려왔다.

물론, 담장 안 한국을 대표하는 가문 천가의 내부로 들어온 악마도 적지 않았다.

“크악!”

새의 발을 가진 악마가 마당에 서 있던 2급 생도를 낚아채고 있었다.

“어딜!”

하지만 이곳은 천가. 아무리 막심한 피해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가문이었다.

그의 곁에 있던 2급 생도들이 동시에 악마를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누군가는 염동력으로 무기를 날렸고, 누군가는 튕기듯 땅을 박차고 나가 주먹을 휘둘렀다.

침착하고 빠른 대응. 그것은 이미 격이 다른 악마를 마주해 봤기에 가능한 움직임이었다.

“끄윽.”

박쥐와도 같은 날개를 펄럭이던 악마는 예상치도 못한 급습에 당황했다. 그러나 피해를 보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공격했던 생도들을 향해 이를 들이밀었다.

캬아아악!

어깨를 물어뜯긴 생도가 바닥을 굴렀다.

여전히 생도 하나의 어깨를 발로 움켜쥔 악마는 하늘 위로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너는 절대 못 간다. 이 악마 새끼야!”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달려든 또 다른 생도. 여리여리한 체구를 자랑하는 생도를 향해 악마는 입을 벌렸다.

녹빛 악마의 입 주위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무언가 심상찮음을 느낀 2급 생도는 황급히 몸을 틀었다.

그러나…….

콰아아아앙-!

무섭게 쏟아져 나간 광선은 순식간에 생도의 옆구리를 구멍을 냈다.

“끄아아아악!!”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이 천가를 울렸다.

주변에 있던 생도 둘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든 악마는 날개를 쫙 펼치기 시작했다. 악마는 혼절한 생도를 두 발로 꽉 잡은 채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어 본래의 목적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날개를 펄럭이며, 바람을 누르던 그때.

콰아아앙!

악마의 머리가 땅에 처박혔다. 동시에.

화륵!

악마의 몸이 불타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이번에는 고통에 잠긴 악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악마는 머리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을 이리저리 굴렀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괜찮아?”

옆구리에 커다란 구멍이 난 생도를 향해 포션을 건네는 자는 다름 아닌 가주 후보 천진오였다.

“차기 가주님!”

“이거 써라. 그리고 여기는 나에게 맡겨. 천지가 해결할 거다.”

“감사합…… 크윽!”

순식간에 악마 한 마리를 정리한 천진오는 고개를 돌려 생도의 상처를 세밀히 바라봤다.

“이거…… 생각보다 상처가 심하네.”

어느새 심각해진 천진오의 표정을 본 2급 생도는 힘겹게 포션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 아마 저는…….”

생도의 눈에 깃든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에 잠긴 생도는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미안하구나.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아, 아닙니다. 이…… 녀석을 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너를 자랑스러워할 거다. 그만 편히 쉬거라.”

천진오는 덤덤하게 그에게 작별 인사를 고했다. 평소라면 제대로 감싸 상처를 더욱 면밀하게 보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가문내에 처리하지 못한 악마들이 많이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생도는 싱긋 웃으며 손짓했다.

“어서 가십시오. 저 같은 사람이 또 생기지 않게 가문을 잘 지켜…….”

마지막 말을 건넨 2급 생도는 차마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낮은 음성이지만, 조금은 쾌활해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레이트 힐.”

피를 너무 많이 흘려 의식을 잃으며 감았던 눈이 번쩍 떠졌다. 이상함을 느낀 생도가 옆구리를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흘러내리지 않게 잘 틀어막고 있던 피가 멎어가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 복구.”

손상된 장기 역시 조금씩이지만 복구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도는 처음 보는 광경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대련과 실전을 통해 무수한 힐을 받아봤지만, 이렇게 엄청난 것을 본 적은 없었다. 마치 창조주에 의해 신체가 재구성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믿을 수 없는 현상에 2급 생도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후, 오랜만에 지구로 돌아왔는데 이게 뭔 난리래?”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 2급 생도는 다시 한번 넋을 놓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도 알고 있었던 자였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찾아와 도련님의 팀이라고 벅벅 우기던 사내.

가문의 사람조차 직계가 아니면 허락되지 않던 인버스 타워를 최초로 입성한 외부인.

“당신은……! 얼마 전 천외천의 그…….”

“예, 그 사람이 접니다.”

그곳에는 몇 달 전 인버스 타워에 들어갔던 서현우가 서 있었다.

* * *

상황은 긴박하게 흘러갔다.

수천의 악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민가를 습격하고 아무런 죄도 없는 일반인들을 잡아먹었으며, 이유 없는 학살을 즐겼다.

강대해진 몬스터보다, 더욱 강력한 것이 바로 이 악마였다. 거기에 더욱 절망스러운 점은 이 악마들이 모두 하급 악마라는 것이었다. 악마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던 천진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를 지킬 수는 없다. 흩어진 악마들을 찾아 죽이는 것보다 가문과 서울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야.’

뜻하지 않게 그는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급 악마 수천을 내보냈다는 것은 곧 중급 악마, 혹은 그 이상의 악마들이 쏟아져 내릴 수도 있다는 말이었으니까.

천진오는 차기 가주의 지휘를 이용해 천가의 모든 인원을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가주가 없는 지금, 가주의 직위를 맡는 것은 당연히 차기 가주였다.

얼추 서울지역의 악마들을 퇴치한 천가의 인원들은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고 가문으로 모여들었다.

가주의 회의실을 가득 채운 주축 맴버들을 훑어본 천진오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 모두가 아시다시피 지금은 재난 상황입니다.”

천진오의 말에 원로를 비롯한 각 팀의 대표 격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 저희는 서울 이외의 지역을 포기할 겁니다.”

천진오의 생각에 몇몇 원로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 천가가 아니면 저 악마를 막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지방을 아예 악마들의 군락지로 만들 셈입니까?”

거센 반발에 조용히 듣고 있던 천진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방에도 훌륭한 플레이어들이 많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시작된 공습이니만큼 서울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이고요. 만약 지방으로 흘러 들어간 악마들조차 막아 내지 못하는 지방을 구하러 다닐 수는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서울은 지금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서둘러 아직 잡히지 않은 악마들을…….”

“우리를 습격한 악마들은 고작 하급 종에 불과합니다. 만약 자리를 비운 사이에 2차 공습이라도 들어오면 답이 없습니다.”

천진오의 대답에 반발하던 원로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고작 하급. 하찮은 실력을 지닌 악마들을 잡으려다 흘린 피가 상상 이상이었다. 수많은 가문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다. 다행인 점은 부상자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었다.

모두 저자 때문이었다.

“신의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새 가문의 은인이 되어 버린 신의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

“모두가 뭉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담백한 음성에 대부분의 원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둘러본 신의 서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가의 사람들만 뭉쳐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네? 그렇다는 것은…….”

“예, 전국에 있는 플레이어들까지 모두 모아야 합니다. 공습은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 않으니까요.”

심각해진 서현우의 모습에 모두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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