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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38화 (138/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38화

138. 대격변(5)

“천지훈……!”

듣기 싫었던 이름을 들은 우리는 붉은 악마를 바라보았다.

“천지훈? 지금 녀석이 천지훈이라고.”

“저도 들었어요. 그럼 설마?”

악마라고 했을 때 얼핏 예상하긴 했지만, 녀석은 천지훈과도 관련이 있는 사이인 것 같았다.

“크크큭. 네가 천도윤이구나?”

나를 바라보던 악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는 그런 악마를 빤히 바라봤다. 아무래도 천지훈과 보통 사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생각보다도 훨씬 가까운 느낌.

녀석은 뭐가 그리도 흥미로운지 계속해서 검붉은 얼굴에 주름을 만들어 냈다.

“딱 보니 알겠네. 천지훈이 네 이야기 많이 하더라.”

붉은 악마의 말에 절로 눈썹이 꿈틀댔다. 녀석이 대체 왜 내 이야기를…….

“천지훈이?”

내 말에 악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을 보니 관심이 생기는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해?”

나는 그녀의 비릿한 웃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로.”

시큰둥한 대답에 녀석은 작게 미간을 좁혔다. 그러나 그따위 반응은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나는 그저 상황이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내가 악마와 대화하는 사이 박한별과 천지현 그리고 천가의 주인인 아버지가 그녀를 둘러싸며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뭐, 듣기 싫으면 어쩔 수 없고. 그런데…… 겨우 이 숫자로 나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붉은 악마는 진즉 자신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천외천과 아버지의 존재를 느꼈는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에 나는 말했다.

“충분할 것 같은데?”

자신감 넘치는 모습. 붉은 악마의 표정이 굳어졌다.

사실 녀석에게 느껴지는 기운은 결코 만만한 기운이 아니었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풍겨 나오는 녀석의 기운만 하더라도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기운이었으니까.

녀석을 보고 있자니, 마고와 치열한 혈투를 벌였던 오니들의 왕이 생각날 정도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마치…….

[주인, 도망쳐라.]

그때였다. 반 페르데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과묵한 성격을 지닌 반 페르데이스가 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었다.

‘왜!’

나는 반 페르데이스에게 물었다.

[녀석은 72 악마 중 한 명인 녀석이다.]

72 악마…… 대충 예상은 했던 일이었다. 대악마로 불리던 록스보다 강력한 녀석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녀석이 위험한 존재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곳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자, 피로 이루어진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는 곳이었으니까.

게다가 이렇게 강대한 존재를 지구에 내버려 두었다가는 인류는 큰 재앙을 맞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 녀석을 이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못 들었나? 72 악마다!]

반 페르데이스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녀석의 감정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나는 조금 당황했다. 위대한 종이자, 모든 종의 정점이라 불리는 녀석이 파리하게 떨고 있었다.

반 페르데이스는 72 악마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녀석의 다급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주인!! 정말 모르는 것인가! 72 악마는 고룡과도 맞먹는 무력을 지녔단 말이다!!]

‘뭐?’

충격적인 발언에 나는 반사적으로 녀석과의 거리를 벌렸다. 눈치와 감이 좋은 박한별과 천지현 역시 나를 따라 악마와의 거리를 벌렸다.

‘반 페르데이스! 그게 무슨 소리야! 고룡과 맞먹는다니, 분명 저 녀석은…….’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갑자기 드래곤과 맞먹는다니 그것도 그냥 용이 아닌 고룡과…… 녀석이 풍기는 기운만 봐서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상황이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반 페르데이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녀석의 이름은 아몬. 지금 느껴지는 힘은 아직 모든 힘을 사용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이다. 만약 녀석이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으면,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곳은 지도에서 사라졌을 거다.]

확신을 담은 반 페르데이스의 말에 나는 덜컥 겁이 올라왔다.

동시에 지금 당장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 페르데이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녀석이 힘을 찾기라도 하는 순간, 더 이상 가망은 없을 테니까.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도망가라 주인!! 정말 죽을 셈인가!]

‘그럴 순 없어.’

[뭐라는 거냐? 지금 내 말을 뭐로 듣고…….]

‘지금이 아니면 저 녀석은 누가, 어떻게 막지?’

[그건…….]

반 페르데이스는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도망가라는 의견은 절대 물리지 않고 있었다.

[지금이라고 승리할 수 있을 것 같나? 만약 전투 중에 힘을 되찾으면 도망칠 수도 없을 거다.]

‘어쩔 수 없잖아. 내버려 두면 다 죽을 텐데. 조금이라도 승률이 높을 때 덤벼야지. 그리고 나는 네 생각만큼 약하지 않아.’

[…….]

반 페르데이스는 잠시간 말이 없었다.

그사이 달라진 내 태도를 바라보던 아몬이 나를 향해 말했다.

“오호. 흥미로운 걸 갖고 있네? 어린 도마뱀의 신체로 만든 신물인가?”

아몬의 시선이 어느새 내 목걸이로 가 있었다. 녀석은 이 안에 용이 들어 있다고는 생각하지는 못했는지, 전혀 다른 예측을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는 착각이었다. 만약 저 녀석이 목걸이 안에 있는 반 페르데이스의 존재를 눈치챘다면 이리 여유롭게 굴지는 않았을 테니까.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공격하기 편한 타이밍이었다.

나는 은밀히 흑운의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단숨에 힘을 폭발시켜 전력을 다해 녀석을 공격할 생각이었다.

나를 빤히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목걸이를 빤히 보고 있던 아몬이 입을 열었다.

“저 목걸이만 있으면 힘을 되찾기 훨씬 수월하겠는데?”

일순, 아몬의 눈에 탐욕이 깃들었다. 오싹한 느낌이 전신에 물들었다.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금류의 눈빛을 정면에서 마주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츠팟-!

아몬의 신형이 흐려졌다.

눈을 한번 깜빡이기도 전에 아몬의 얼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녀석의 붉은 손이 내 심장을 향해 쏘아져 나왔다.

아무 감정도 없이, 마치 벌레를 죽이듯 나를 죽이고 목걸이를 차지하려고 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녀석의 계획대로 당해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흑운으로 감싸놨던 힘을 폭발시켰다.

동시에 반 페르데이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지금!!]

녀석의 손을 쳐 내며 모든 힘을 불어넣었다.

“크롸라라라!!”

스오오오.

“우마!!”

반 페르데이스, 암살이, 우마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나의 소환수들은 동시에 아몬을 감싸며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반 페르데이스는 드래곤 최고의 공격 기술인 브레스를, 암살이는 거대한 낫을 이용한 달빛 베기를, 우마는 강력한 뇌전을 한곳을 향해 쏟아부었다.

갑자기 나타난 세 마리의 소환수에 녀석은 당황했다.

“도마뱀 새끼라니…… 천지훈의 말이 사실이었군.”

천지훈은 이미 내가 부리는 소환수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이마저도 천지훈에게 들었던 모양인지, 아몬은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당황은 했을지언정 그리 놀라는 눈치는 아니었다.

그러나 당황만으로 충분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은밀한 틈을 만들기 마련이니.

“여유 부릴 시간이 있을까?”

나는 녀석을 향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그대로 손을 뻗어 녀석을 끌어안았다. 그제야 녀석의 동공이 흔들렸다.

“지금 뭐 하는……!”

그러나 이내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고는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크크큭. 병신 같은 판단이군. 이 공격을 모두 받으면 과연 네가 무사할까? 네가 죽으면 소환수들도 모두 사라지고 말 텐데.”

“상관없어.”

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러나 아몬은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

“크큭. 허세는. 공격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피하면 그만이다. 나는 네가 나를 놓고 몸을 내빼는 순간 공격을 피할 거다. 그리고 도망가는 너의 등 뒤를 찢어 주지.”

아몬의 얼굴에 여유가 깃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나약한 인간 따위가 버틸 수 있는 공격이 아니라 이 말인가?”

아몬은 그저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그래서 대체 언제 피할 건데? 라며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 역시 웃어 보였다.

“말했잖아. 안 피한다고.”

반 페르데이스, 암살이, 우마의 공격이 지척에 다다랐다.

동시에 아몬의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손을 놓는 순간, 허공을 박차고 이 자리를 떠날 생각인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절대 손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소환수들의 공격이 코앞에 다다라서야, 녀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뭐 하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녀석은 힘으로 나를 떨쳐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소용없어.”

그러나 헛수고였다. 지금 내 힘은 인간의 수준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으니까.

천지현에게서 습득한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통해 박한별에게서 습득한 특성 ‘야차’를 강화시켰다. 괴력이라면 드래곤 저리 가라 하는 도깨비의 근력. 그 근력을 기반으로 하는 능력을 강화했다. 아무리 72 악마라지만 힘을 완전히 되찾지 못한 이가 압도적인 차이를 벌릴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아몬의 동공이 지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씨이바아아알!!”

천박한 욕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브레스와 참격 그리고 뇌전이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쿠구구구구.

마치 공간을 삭제시켜버릴 듯한 무지막지한 공격.

아몬은 이를 악물며 공격을 버틸 준비를 했다.

“이 공격만 버티면 뒤져 가는 너를 산채로 씹어 먹어 주마!!”

분노에 잡아먹힌 악마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 얼굴을 보며 나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그러든가.”

한껏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인 나는 조용히 읊조렸다.

“3초 무적.”

콰과과과광!!

고막이 터질듯한 굉음이 주위를 덮쳤다.

이어 엄청난 비명이 들려왔다.

당연히 내가 지르는 것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무 느낌이 없었다.

그저 3초라는 긴 시간 동안 녀석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면 될 뿐이었다.

“끄아아아악!!”

아몬의 등에 깊은 상처가 아로새겨졌다. 암살이가 최선을 다해 날린 공격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녀석의 왼쪽 팔은 만 년설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게 얼어붙었다. 그 위로 떨어진 뇌전은 얼린 팔을 몸체와 분리했다.

이 모든 것이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생긴 것이었다.

아몬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아몬은 사라져 버린 자신을 팔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발광했다.

“죽인다! 죽인다! 찢어 죽인다아!!”

녀석은 고막이 나갈 정도로 소리를 쳐 댔다. 나는 녀석의 상태를 보며 경악했다. 아무리 72 악마라지만,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상태에서 겨우 이 정도의 피해라니…….

정말 힘이 모두 돌아온다면 위험하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죽 흘러내렸다.

왠지 이대로 녀석을 보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어쩌면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3초 무적이 남은 시간은 1초 남짓.

이 짧은 시간에 유의미한 공격을 성공시켜야 했다.

나는 반 페르데이스 암살이 그리고 우마에게 한 번 더 공격을 명령했다. 가장 강력한 공격이 아니어도 좋으니 빨리 공격하라고.

녀석들은 영혼으로 묶여 있는 사이였기에 단번에 내 의도를 파악했다.

다시 한번 소환수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바로 브레스를 사용할 수 없는 반 페르데이스는 단순한 만 년설을 이용한 공격을 가했고 그것은 우마와 암살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72 악마에게는 별 볼 일 없어 보일 수도 있는 공격. 하지만 일전의 일격이 악마에게 두려움을 심어 주었는지 녀석은 과도하게 반응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노리는 점 중 하나였다.

나는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해제시켰다. 순식간에 힘이 후욱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아몬은 소환수들의 공격에 눈이 팔려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찰나를 틈타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다시 사용했다.

‘페브니르의 망치질!’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사용했습니다. 무엇을 강화하시겠습니까?]

알림음의 물음에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브레스.”

대답과 동시에 목울대가 꿀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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