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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33화 (133/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33화

133. 성장(4)

만독불침, 야차, 3초 무적, 페브니르의 망치질.

이 넷은 ‘왕의 권위’로 습득한 동료들의 능력이었다. 한 동료당 하나씩. 총 3명의 사람과 한 명의 펫에게서 가져온 능력이었다.

이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암살이와 반 페르데이스가 가진 능력이 전부였다.

“동료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미 마구잡이로 동료, 정확히 말하자면 신하를 늘려 보려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일정한 자격 요건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쩝 다셨다.

“뭐 아쉽긴 하지만…….”

수확이 아예 없진 않은지라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페브니르의 망치질은 그야말로 활력에 버금가는 엄청난 버프 스킬이었다. ‘활력’이 다방면으로 유용한 스킬이라면 ‘페브니르의 망치질’은 한 점에 몰아 주는 일격필살 같은 버프였다.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천지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뭐야, 그 느끼한 눈빛은. 한번 붙어 보자는 거냐?”

움찔거린 천지현이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휴, 어째 스승님이랑 똑같냐.”

천지현은 나의 스승 천태백과 비슷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걸핏하면 싸움을 원하는 것부터 조금이라도 간질거리는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것까지. 완전히 빼다 박은 판박이었다.

“뒤질래? 진짜?”

문제는 서로가 닮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지만…… 나는 주먹을 내비친 후 다시 대자로 뻗어 버린 천지현을 무시한 채 반 페르데이스와 암살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아직 내가 능력을 가져 오지 않은 것은 이 둘뿐이었다. 가장 빨리 가져올 수 있었음에도 이제껏 보류해 두었던 이유는 도무지 선택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능력이 좀 좋아야지.”

이미 능력을 가져온 우마나 서현우에게 탐나는 능력은 정해져 있었다. 박한별에게는 가장 탐나는 능력이 고유능력으로 가져올 수 없어, 선택지가 없었다.

가장 고민을 했던 것은 천지현이었는데, 천지현의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보고 나서는 고민이 말끔히 사라졌다. 나에게 저 스킬만큼 매력적으로 보이는 능력은 없었다.

하지만 반 페르데이스와 암살이는 별개였다. 탐나는 능력이 두 개 이상 있었다. 그것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것들이!

나는 오랜만에 암살이와 반 페르데이스의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암살이]

레벨: 72

호칭: 죽음의 군주

등급: 전설

속성: 흑운, 죽음

능력: [충성심], [죽음의 공포], [사념], [기마술], [흑운], [불사의 신체], [죽음의 지배], [압도적 공격력], [달빛 베기]

[반 페르데이스]

레벨: 69

호칭: 위대한 존재

등급: 신화

속성: 만년설

능력: [충성심], [드래곤 피어], [위압], [드높은 존재감], [종의 정점], [만년설], [브레스], [드래곤 하트], [재생력], [용의 피부], [용의 숨결]

“……그새 더 강해졌네.”

못 본 사이에 레벨도 많이 올랐을 뿐만 아니라, 특성도 몇 가지 추가된 것이 확인되었다.

나는 하나하나 자세히 뜯어보며 혀를 내둘렀다

다시 봐도 엄청난 능력치였다. 뭐 이런 세팅이 다 있나 싶을 정도로 탐나는 능력치였다.

“일단은 이 녀석부터.”

나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암살이에게 눈을 돌렸다.

암살이는 소환수들 중 가장 높은 레벨을 자랑하고 있었다. 게다가 사기급 특성도 여럿 가지고 있었다. 그중 가장 탐이 나는 것은 [불사의 신체]와 [죽음의 지배]였다.

불사의 신체는 말 그대로 죽지 않는 몸이 되는 것이었다. 팔다리가 잘리고 목숨이 끊어질 만한 공격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금세 복구되는 사기급 특성! 물론 완전무결한 불사는 아니었지만, 바퀴벌레만큼이나 끈질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

‘안 죽는 게 장땡이긴 한데…….’

잠시 고민하던 나는 남은 능력으로 눈길을 돌렸다.

죽음의 지배.

자신보다 격이 낮은 언데드 혹은 망령들을 수족으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일시적인 능력이긴 했지만, 대규모 전장에서는 네크로멘서에 준하는 능력을 보여 줄 것이 분명했다.

이 또한 사기급 스킬.

“하, 진짜 고민이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압도적 공격력이나 달빛 베기도 준수하다 못해 사기급 능력이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일단 넘어가기로 했다. 도무지 고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선이 이어진 곳은 고귀한 존재였다. 구석에 앉아 우마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는 반 페르데이스를 바라봤다.

자신보다 몇 배는 작고 나약한 존재에게 쥐잡듯이 털리고 있는 초라한 행색. 하지만 그 비루한 행색에 비해 녀석의 능력치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오히려 혀가 내둘러질 정도였다.

정말 종의 정점이라 불릴 만한 엄청난 능력치들. 하나하나가 전설 이상의 능력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탐이 나는 것은 역시 이것들이었다.

드래곤 하트, 용의 피부 그리고…… 브레스!

모두가 드래곤을 대표하는 능력이었다. 고귀한 존재인 드래곤의 심장은 모든 마법과 스킬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엄청난 마나통을 제공했다.

용의 피부는 그 어떤 공격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했고, 브레스는 존재 자체를 사멸할 수 있는 전무후무한 공격력을 뽐냈다.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진귀한 능력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야 해.”

오랜 기간 고민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나에게는 아직 결정적인 한 방이 없다는 것.

신체 능력도 공격력도 회피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압도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잘 사용하던 뇌전과 흑운을 통한 공격도 이젠 슬슬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 전 천지현에게서 가져온 페브니르의 망치질을 통해 많은 부분을 커버할 수 있겠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더욱 압도적인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스킬은 현재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왕의 권위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하의 특성, 스킬, 칭호 중 하나를 원하는 대로 가져와 습득할 수 있습니다.]

[현재 습득한 능력 (4/6)]

[어떤 ‘신하’의 능력을 획득하시겠습니까?]

“반 페르데이스.”

[‘반 페르데이스’를 선택하셨습니다.]

[능력을 선택하여 주십시오.]

눈앞에 반 페르데이스의 능력이 촤르르 나열됐다.

나는 능력이 채 나열되기도 전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브레스.”

짧은 음성이 끝마치자, 환한 빛무리가 몸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던 동료들이 난데없이 나타난 빛에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나는 유난스러운 그녀들의 모습을 담담히 무시한 채 빛을 받아들였다.

화악-!

울대를 지나, 가슴 언저리에 무엇인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 * *

한국은 여느 나라와 같이 위기의 순간을 지나고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던전 브레이크. 그리고 몬스터들의 압도적인 진화.

나름 평화로운 시대를 풍미하던 세계는 대공황에 이르렀다.

작게는 마을, 크게는 도시 전체가 날아가 버린 수많은 국가 사이에서 한국만은 그 피해가 미미한 수준에 그칠 수 있었다. 워낙 땅덩어리가 작은 탓도 있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가문, 천가의 덕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었다.

“천가 만세!!”

“천가가 아니었다면 우리 마을은…… 흑! 감사합니다.”

빠르게 파견된 천가에 의해 목숨을 건진 사람들은 천가에게 끝없는 찬사를 보냈다.

사람들은 위기에 빠진 한국을 구하기 위해 나선 천가를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고고하고 콧대 높은 천가의 이미지는 어느새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누구보다 시민과 나라를 생각하는 천사 같은 이미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많은 부분 오해를 산 것이긴 하지만 천가가 도움을 청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사실이었다.

직계, 방계 할 것 없이 전국에 일어난 던전 브레이크를 혼자 틀어막듯이 했다. 이는 천가가 대형길드 전부를 합쳐도 막지 못할 만큼 압도적인 무력을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흑운…… 아니, 천태백 어르신 이쪽은 정리가 끝났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여전히 몸이 좋지 않은 천태백은 가슴 아래쪽을 쓸어 넘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으십니까? 조금 휴식을 취하시는 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무리가 되어 보이는 상태였지만, 천태백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일없다.”

그러고는 최고급 포션을 들이켜며 말했다.

“이제 저쪽이 마지막인가?”

전대 흑운 천태백은 저 멀리 보이는 게이트를 가리키고 있었다.

“예, 저기만 해결하면 전북 지역 모든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겁니다.”

“그렇군.”

밀어내듯 힘겹게 목소리를 내뱉은 천태백은 어울리지 않게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역시도 이 강행군이 고됐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게이트야 또 생겨나겠지만, 저 게이트만 틀어막으면 당분간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인사는 저 게이트를 닫은 다음에 하게. 아직 긴장을 풀기엔 일러.”

천태백의 말에 보고하던 방계의 직원은 표정을 굳혔다.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기운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음험하고도 은밀한 그의 기운은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췄다가는 잡아먹힐 것처럼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누가 저자를 다 죽어 가는 노인이라고 생각하겠는가……!’

방계의 직원은 조용히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먼저 이동하기 시작한 천태백의 뒤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늦어도 영감을 놓치고 말리라.

방계의 직원은 속도를 높이며 휘파람을 크게 불었다.

휘익-!

여기저기서 구조 활동과 몬스터의 부산물을 정리하던 천가의 일원들이 하나둘 따라붙기 시작했다.

어느새 스물에 달하는 직원이 천태백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그만 소리로 속닥거렸다.

“이젠 이 지긋지긋한 레이드도 끝이 나는 겁니까?”

“그야 모르지, 아직 완료되지 않은 지역에 지원 나가게 될지.”

“으, 집에서 쉬고 싶은데.”

“나도.”

“설마 다른 지역 파견까지 시키겠어?”

그들은 하나같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약 3달. 도심과 산속에 흩어져 숨어 들어간 몬스터들을 잡아내고 우후죽순 생겨난 게이트를 닫기 시작한 기간이었다. 게다가 요령이라고는 전혀 없는 저 꼬장꼬장한 영감과 함께했다.

지치지 않을 라야 지치지 않을 수가 없는 날들이었다.

한숨을 내쉰 직원이 조용히 말을 내뱉었다.

“난 좀 씻고 싶다.”

“그러게요. 저도요.”

“저기만 끝마치면 당분간 쉴 수 있을 거야. 조금만 힘내자.”

드디어!

3달간의 강행군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천가의 일원들은 지친 행색이었지만 하나같이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유난히 커 보이는 게이트의 입구. 그러나 고귀한 혈통인 천가 앞에서는 한낱 강아지 새끼에 불과했다.

그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각자의 몸을 풀기 시작했다.

“뒤졌어. 보이는 족족 쓸어 주마.”

“집에 좀 가자. 이 몬스터 새끼들아.”

투지를 다지는 그들의 선두에 서 있던 천태백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기저기서 의지를 다지던 천가의 일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꾹 다물었다.

흑운 천태백.

아무리 몸이 안 좋고 늙었다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 천가의 이인자로 군림하던 자였다.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길 순 없었다. 게다가 지금 모여 있는 녀석들은 대부분이 방계의 병아리들.

오랜 기간 벼르고 벼른 천태백의 눈빛을 감당하기에는 그들은 너무 어리고 경험이 없었다.

그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천태백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느낌이 좋지 않다. 조심해야 할 거야.”

짧은 한마디를 남긴 천태백은 가장 먼저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게 무슨…….”

“어르신이 농담도 할 줄 아시네. 큭.”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방계의 일원들은 생각했다.

천하의 흑운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게다가 자신들은 위대한 핏줄을 이어받은 천가가 아니냐고.

“……!”

그리 자만하던 천가의 얼굴에 핏기가 사라진 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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