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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29화 (129/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29화

    129. 대악마(2)

    퍼버버벙!

    거대한 폭음이 연속으로 들려왔다.

    동시에 둔탁한 타격음이 쉬지 않고 터져 나오고 있었다.

    콰앙!

    쾅!!

    콰과광!!

    록스의 주위를 가득 메운 호롱불.

    수백 개의 호롱불이 춤을 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화륵-!

    하늘에서는 푸른 불꽃으로 빛나는 도깨비불이 계속해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어떨 때는 박한별의 모습으로 변해 방망이를 휘두르기도 했고, 어떨 때는 익숙한 도깨비의 모습으로, 어떨 때는 호랑이, 늑대, 사자 등 맹수의 모습으로 이빨을 들이밀기도 했다.

    록스는 정신없이 몰아치는 박한별의 공격에 당황했다. 그간 강대한 마기로 몸을 보호했지만, 신출귀몰, 어디로 튀어나올지 모르는 박한별의 공격은 쉽게 방어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크윽!”

    침음을 쏟아 낸 록스가 팔을 크게 휘둘렀다.

    휘익-!

    그러나 록스의 손에 닿은 호롱불은 모두 연기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날 뿐이었다.

    눈으로 좇을 수도, 손에 잡을 수도 없는 신출귀몰한 움직임. 더해 하나의 도깨비불이 도깨비 하나와 맞먹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도깨비 왕의 비기.

    이매망량(魑魅魍魎)의 힘이 박한별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콰앙-!

    “도깨비들을 죽여? 네 따위가?”

    분노에 가득 찬 박한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은 음성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더없이 크게 느껴졌다.

    그녀는 상대가 대악마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계속해서 공격을 퍼붓는 중이었다.

    “나도 제대로 상대하지 못하는 놈이?”

    콰앙-!

    어느새 가장 위에 있던 도깨비불로 이동한 박한별이 커다란 방망이를 휘둘렀다. 원뿔의 돌기가 잔뜩 붙어 있는 방망이를 록스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던 박한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스륵-!

    그 자리로 록스의 거대한 손톱이 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지가 찢길만한 매서운 공격. 보기만 해도 소름 돋는 장면이었지만, 박한별은 익숙한 일이라도 되는 듯 재빠르게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식간에 다른 호롱불을 이용해 다리 쪽으로 이동한 박한별은 록스의 허벅지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빠악!

    록스가 고통에 몸부림쳤다.

    하지만 박한별의 공격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계속해서 공격이 이어졌다. 그녀의 특성 야차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호롱불은 계속해서 새로운 존재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리고 호롱불은 하나같이 엄청난 공격력으로 록스를 농락하고 있었다.

    “허, 무슨…….”

    박한별의 전투 장면을 바라보던 나는 헛숨을 들이켰다. 천외천 전체가 덤벼도 힘들 거라고 보였던 적이 박한별 하나에게 쩔쩔매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강해진 건가? 아니면 박한별이…….’

    분노한 박한별은 그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지쳐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수백 개의 호롱불을 하나도 빠짐없이 사용하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만들어 놓은 수백 개의 호롱불이 자리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거대하게 록스를 에워싸고 있는 호롱불의 배치 중 비어 있는 곳에 또 다른 호롱불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만들어 낸 도깨비불이었다.

    화륵-!

    언젠가 도깨비들의 왕 마고에게서 훔쳐 왔던 청화의 불꽃이었다. 그녀가 이매망량의 칭호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 내 청화의 불꽃도 사용할 수 있으리라.

    나는 익숙하지 않은 힘을 이용해 호롱불 몇 개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녀가 사용할 수 있게 힘의 경계를 풀어냈다.

    화륵-!

    잠시 후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녀는 내가 만들어 놓은 호롱불 역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폭풍처럼 몰아치던 공격이 더욱 매서워졌다.

    “크아아아아악!!”

    고통과 분노가 섞인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대악마 록스의 마기가 폭탄처럼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 그의 몸을 둘러싸고 있던 도깨비불이 휘청했다. 그리고 그것은 록스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록스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감옥 같던 도깨비불의 경계를 빠져나왔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 박한별 역시 한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도깨비불을 이동시켰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록스는 날개를 이용해 계속해서 빠르게 그 포위망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포위망을 벗어난 록스는 분노했다.

    “감히……! 인간 따위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진노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의 입에서 순식간에 만들어진 칠흑 같은 광선이 나를 향해 뿜어져 나왔다. 척 보기에도 무시할 수 없는 엄청난 위력. 살가죽을 모두 태워 버릴 기세로 날아드는 공격에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렸다. 록스의 검은 광선이 바닥에 깊은 상처를 내며 사라졌다. 산이 반쯤 날아갈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이었다.

    나는 제자리에 우뚝 선 채 아무런 대처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서현우를 향해 소리쳤다.

    “위험할 것 같으면 그 스킬을 쓰세요!!”

    넋이 반쯤 나가 있는 서현우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봐도 서현우는 눈으로 우리를 좇는 것이 고작인 것 같았다.

    레벨을 조금 더 빨리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이 상황이 끝난 뒤 서현우를 빡세게 굴릴 것을 다짐했다.

    잠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찾은 나는 생각했다.

    ‘생각보다 할 만하다.’

    녀석의 강림을 겨우 막아 내던 것은 과거의 나였다. 지금은 생각보다 녀석과의 격차가 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적과 나의 실력을 다시 재평가한 나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암살이와 우마 그리고 반 페르데이스가 꼿꼿이 선 자세로 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든든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나는 충실한 내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싸워!”

    한마디면 충분했다. 녀석들은 내가 직접 키우고 길들인 녀석들이었다. 자신보다 몇 배는 강한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성장한 아이도 있었고, 매번 나와 실전처럼 대련을 펼치던 녀석도 있었다.

    그 어디에 내놓더라도, 웬만한 플레이어쯤은 씹어먹을 수 있는 실력이라는 소리다.

    게다가 저 녀석은…….

    나는 냉랭한 콧김을 뿜고 있는 녀석을 바라봤다.

    태초부터 위대한 존재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나이도 어리고 못난 주인을 만나 능력치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푸른빛의 아름다운 비늘을 자랑하는 저 녀석은 분명 드래곤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이 나의 명령에 따라 날아오르고 있었다.

    녀석의 입가로 엄청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세계를 멸망시킬듯한 강대한 기운이 응축되고 또 응축되었다.

    나는 반 페르데이스를 바라봤다.

    반 페르데이스 역시 나를 바라봤다. 녀석은 내 눈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가 끝났다는 말이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반 페르데이스에게 말했다.

    “죽여 버려.”

    녀석이 그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록스 녀석이 입으로 날린 광선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브레스’가 쏟아져 나오려 하고 있었다.

    록스의 얼굴에 일순 절망이 깃들었다.

    “웃기지 마라!!”

    다급함이 물씬 묻어 나오는 록스는 재빨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가 향한 곳은 우리 팀원 중 가장 약해 보이는 녀석이었다.

    록스의 접근을 눈치챈 서현우는 재빨리 이동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대악마의 날갯짓은 그의 움직임을 충분히 따라가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순식간에 서현우의 뒤를 잡은 녀석은 손톱을 길게 세워 서현우의 목을 겨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다급했던 록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쏴 보거라, 긍지도 없이 인간의 개가 된 도마뱀 새끼야!”

    반 페르데이스의 고개가 재빨리 돌아갔다.

    [괜찮나, 주인?]

    본인의 기분보다는 내 기분을 먼저 살피는 모습이었다. 든든하기 그지없는 모습.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묻는 반 페르데이스를 향해 말했다.

    “쏴 보라잖아. 뭐 해? 안 쏘고.”

    다시 고개를 돌린 반 페르데이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입을 쫙 벌린 뒤, 재앙에 준하는 힘을 쏟아 냈다.

    콰과과과과-!

    만년설의 힘을 담은 브레스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얼려 버리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 파괴적인 힘을 목도 한 록스의 눈이 커졌다.

    “미친놈들이!”

    록스는 눈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아마도 내가 동료를 버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겠지.

    정확했다.

    나는 동료를 버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다만…….

    동료를 믿고 있을 뿐이었다.

    “동료를 버리다니, 쓰레기 같은……!”

    역시나, 록스는 진부한 대사를 읊어댔다.

    “악마가 내뱉기엔, 어색한 대사 같은데.”

    나는 킬킬 웃으며 녀석을 조롱했다.

    록스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점점 다가오는 브레스를 피하기 위해선, 녀석은 선택해야 했다.

    인질을 버리고 도망갈지, 아니면 모든 힘을 끌어내 드래곤 브레스에 맞설지.

    사실상 답은 정해져 있었다.

    녀석은 붉은 눈을 밝히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물러날 땐 물러나더라도, 인질의 숨통은 확실히 끊고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록스의 손톱이 서현우의 목을 가차 없이 찔렀다.

    깡-!

    하지만 록스는 원하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질적인 마찰음. 록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게 무슨……!”

    “들어갈 리가 있나. 무적인데.”

    나는 당황한 록스를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서현우의 가장 큰 장점이 발휘된 것이다.

    녀석은 떡 벌어진 입으로 손톱과 눈앞에서 매서운 속도로 다가오는 브레스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날개를 펼쳤다.

    단숨에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 우리가 아니었다.

    록스의 머리 위로 이미 수백 개의 호롱불이 포진해 있었다.

    나 역시 그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그것은 천지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방에 도망칠 구석은 없었다.

    점점 록스의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중에 포진해 있는 호롱불이 모두 모습을 바꿔 공격을 취하자, 록스는 금세 땅으로 처박혔다.

    콰앙-!

    박한별의 몽둥이를 직격으로 처맞은 록스는 바닥에 내다 꽂혔다.

    그리고 그가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땐…….

    반 페르데이스의 브레스가 녀석의 몸을 덮치고 있었다.

    콰과과광-!

    “끄아아아악!!”

    엄청난 굉음과 함께, 몸의 반이 날아가고…… 그마저 남아 있던 몸뚱어리도 80퍼센트는 얼어붙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녀석은 절명하지 않았다.

    힘이 빠졌는지, 점점 처음 발견했던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지만, 새빨갛게 충혈된 눈은 여전히 악마의 것이었다. 그는 원망 섞인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찢어 죽일 것들, 개 같은 놈들, 씨발 놈들!!”

    한참이나 욕을 날린 녀석은 몸을 얼린 얼음을 깨기 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녀석이 당한 것은 그냥 얼음이 아닌 만년설. 나이 어린 레드 드래곤조차 쉬이 깨지 못한 얼음이었다.

    “포기해.”

    “개 같은 놈들! 내가 몸만 온전했어도……!”

    녀석은 억울한지, 끝없이 욕을 내뱉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콰앙-!

    작게 휘두른 박한별의 방망이질이 얼어붙은 녀석의 육신을 가볍게 부서트렸기 때문이었다.

    “거, 더럽게 말 많네.”

    대악마 록스의 육신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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