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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02화 (102/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02화

    102. 양양(3)

    “어인이요?”

    “예, 몬스터 치고 지능이 굉장히 높고 강력한 녀석들이에요. 상위급 던전 보스로 나오거나 규격 외 던전에서 가끔 출몰하는 녀석들이죠.”

    “확실히 강하겠군요.”

    “예, 트롤이 그 정도로 강해진 것을 보면 틀림없이 엄청난 실력을 지녔을 거예요.”

    박한별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몬스터 무리에 대해 설명을 했다.

    쏴아아아.

    마차를 끌듯 거대한 간판 위에 서서 상어를 끌고 다가오는 몬스터.

    포식자의 기운을 흉흉하게 풍기며 다가오는 무리는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는 몬스터였다. 인간과 같은 팔다리. 각종 물고기의 형상을 한 제각각의 머리.

    녀석들의 얼굴은 다양했다. 상어의 얼굴을 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고 잉어의 형상을 한 녀석도 있었다.

    녀석들의 얼굴을 살피다, 인상을 찡그린 박한별이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를 사냥감으로 보는 것 같죠?”

    “확실히 그래 보이네요.”

    짧게 대답한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꺼내든 박한별에게 한 곳을 가리켰다.

    간판 위를 점프한 녀석들이 하나, 둘 해변 위로 착지하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기다란 삼지창과 투창을 겨눈 어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약한 인간. 곱게 죽어라!”

    그리고 그 순간, 나와 박한별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들이 내뱉는 언어는 분명 처음 듣는 언어였다. 그런데…….

    “도윤 씨…….”

    “예, 저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도깨비들과 겪었던 상황이랑 같은 상황이었다. 아니 그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도깨비들은 분명 지구의 언어를 사용했었다. 그러니, 당연히 소통이 가능했던 것이고…….

    눈앞 어인들은 분명 그들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 언어를 듣는 것처럼 또렷이 그 의미가 해석되어 들려왔다.

    이는 분명 쉬이 납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저쪽도 놀라워하는 것을 보면 더더욱 평범하다 치부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어떻게 내가 인간의 말을 알아듣지?”

    “너도냐? 나도 들린다.”

    그들 역시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황당해하는 시선을 교류했다.

    물론, 몬스터와 언어가 통한 적은 몇 번이고 있었던 일이었다. 인버스 타워에서 악마들을 마주쳤을 때도, 규격 외 던전에서 얼음성에 들어갔을 때도, 모두 몬스터와 대화한 적이 있었다. 하나, 지금 상황은 조금 더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자연스레 뇌 속으로 들어오는 기분. 마치 시스템의 보정을 받기라도 하는 듯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밀려들어 오는 모습이었다. 거스를 수 없는 무력감과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

    나는 표정을 굳힌 채, 어인들을 바라봤다. 마치 그들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

    “…….”

    그리고 내가 느끼는 불쾌함은 순전히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 듯했다.

    “시스템 탓이겠죠?”

    박한별은 조금 복잡한 표정을 하고서, 나에게 물었다.

    “아마 페이즈가 넘어가면서 생긴 시스템 같습니다.”

    내 대답에 박한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면을 바라봤다.

    상어 머리의 어인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저들의 말이 갑자기 괴상하게 들린다.”

    그 말을 들은 나는 더욱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페이즈와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자동 필터링 되었다.

    이는 분명 시스템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였다.

    “저희에겐 나쁜 건 없지만, 시스템에게 신체부터 뇌까지 모두 조정당하는 기분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자, 박한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그렇다고 대답한 박한별은 어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인간들을 모두 죽인 건 당신들인가요?”

    “그렇다면?”

    삼지창을 든 잉어 면상의 어인은 상념을 털어 낸 채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인간들의 넋을 기리겠어요.”

    “흥, 나약한 인간 따위가!”

    표정을 와락 구긴 잉어 머리의 어인이 튀어나왔다. 당장이라도 삼지창을 내지를 듯한 어인을 본 박한별은 머리 위에 올려놨던 가면을 툭 내렸다.

    그러자.

    후욱-!

    하얀 증기가 그녀의 주변으로 퍼져 나가고, 도깨비방망이를 든 여인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화륵!

    영롱하고 푸른 불이 점멸하며 이동했다.

    “캬아아아악!”

    당황한 어인들은 주위를 둘러봤다.

    “갑자기, 어디……!”

    투쾅-!

    잉어 면상의 어인이 바닥에 처박혔다.

    투쾅-!

    투쾅-!

    이어, 어인들이 차례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몬스터들이 강해졌다 한들, 박한별을 상대하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무려 두 개의 신화 특성을 가진 플레이어이자, 내가 아는 한 가장 강한 여성 플레이어였으니까.

    순식간. 말 그대로 전장은 순식간에 정리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것은 상어 머리를 한 어인 녀석뿐이었다.

    “이게 무슨…….”

    어인 녀석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몇 번이나 입을 벙끗거리고 있었다. 이어, 우리를 향해 두려움에 사로잡힌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전세 역전이네?”

    해변에 발을 딛기 전, 녀석들의 의기양양한 모습을 기억한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포식자의 위치에서 피식자의 위치로 바뀌자, 녀석은 비굴한 여우처럼 굴기 시작했다.

    “사, 살려 줘!”

    “우리가 왜?”

    나는 녀석을 싸늘하게 바라봤다. 녀석의 삼지창에는 여전히 역한 피 냄새가 진하게 묻어 있었다.

    파도에 씻겼음에도,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인간들을 얼마나 잔인하게 유린하고 처치했는지, 짐작할 만했다.

    “네놈이 인간들을 죽인 것은 괜찮고? 이제 와 살려 달라고?”

    싸늘한 음성에 온몸을 부르르 떤 녀석은 이상한 말을 늘여 놓기 시작했다.

    “살려 주기만 하면, 해저 도시의 진귀한 물품들을 가져다 바칠게. 정말이야.”

    나는 녀석의 말을 무시한 채, 방망이를 휘두르려는 박한별을 멈춰 세웠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무시하기에는 흥미가 돋는 말이었다. 해저 도시라니…….

    “한별 씨, 해저 도시…… 들어 보셨어요?”

    “아니요.”

    역시, 해저 도시는 레이드 경험이 풍부한 박한별도 모르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나 역시 처음 듣는 소리.

    내가 지금껏 많은 레이드 경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식이 짧은 것은 아니었다.

    해저에 게이트가 생겨났다는 소식은 몇 번 접하긴 했지만, 모두 일반적인 던전이 해저에 생겨났던 것일 뿐. 해저 도시라고 불리는 곳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곳이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저나 하늘 도시가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몇 번 오가기는 했는데, 그냥 전설로 치부되는 소문이었어요.”

    “그렇군요. 그런데 만약 저 녀석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대박이긴 하죠.”

    박한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저 도시는 정말 있어!!”

    상어 머리의 어인은 무릎을 꿇은 채로 울부짖듯 외쳐 댔다. 저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진실을 향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여전히 흥미가 돋는 것은 사실이었다.

    “어디에 있는데?”

    “이 근처.”

    “뭐?”

    “우리는 해저 도시에서 나온 사냥꾼들이야.”

    “……인간 사냥?”

    “그건…….”

    녀석은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비열한 녀석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가만…….”

    만약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이었다면, 게이트 안에 들어 있던 모든 몬스터들이 쫓기듯 튀어나왔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녀석들을 보면 전혀 아니었다. 여유롭게 나왔고, 같은 지역에서 발견된 저 오물더미 근처에 가는 것조차 싫어하는 눈치였다. 이는 같은 던전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었다.

    “이 녀석들이랑 친해?”

    나는 해변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오물더미의 시체를 가리켰다.

    “누가 저딴 더러운 것이랑…….”

    어인은 발끈했다.

    격노한 반응으로 보아, 분명해 보였다.

    ‘같은 곳에서 나온 녀석들이 아니다.’

    내 표정은 더욱 심각해졌다.

    녀석이 만약 던전 밖으로 나오고 들어가는 것이 자유롭다면…… 이는 심각한 사안이었다.

    만약 이런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면, 지구는 커다란 혼란에 빠지고 말 것이었다.

    지금 발생하는 던전 브레이크가 매일같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몬스터의 의지에 따라서!

    “심각한데…….”

    나는 심각해진 표정으로 녀석에게 물었다.

    “게이트를 이용해 나왔나?”

    “게이트? 게이트가 뭔데?”

    녀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문. 이곳으로 나오는 문 말이다.”

    “용궁 문이라면 열고 나온 게 맞다만…… 우리는 그것을 게이트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용궁문?”

    “그래, 어인들이 드나드는 지하 도시의 입구지.”

    나는 녀석의 말에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상어 어인이 말하는 용궁문이 우리가 말하는 게이트의 입구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차라리 같은 것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래야 던전 브레이크라고 치부할 수 있을 테니까…….

    상어 어인의 미끌거리는 피부를 잡고 일으킨 나는 녀석에게 말했다.

    “안내해.”

    “뭐?”

    상어 어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

    나는 다시 한번 녀석에게 말했다.

    “안내하라고, 해저 도시로.”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빈번히 벌어질 것인지, 아니면 해저 도시라는 것이 특수성을 가진 건지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

    녀석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죽고 싶나?”

    나는 녀석을 노려보며 흑운의 힘을 끌어 올렸다. 괴이한 소리를 내며 회전하는 흑운을 본 녀석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끝까지 입을 꾹 다무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죽여라! 동료를 위험에 빠뜨리는 짓은 할 수 없다.”

    “말 안 하면 정말로 죽어.”

    “죽여라! 더러운 인간아!”

    나는 끝까지 입을 다문 녀석을 노려봤다. 저 눈빛. 비록 인간의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지금 허세를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정말로 목숨이 끊어지는 한이 있어도, 녀석은 입을 다물 생각이었다.

    “어떻게 할까요?”

    다시 방망이를 치켜든 채 나에게 묻는 박한별을 바라봤다.

    “한별 씨…….”

    “네?”

    “이렇게 보니까 우리가 악당 같은데요?”

    나는 돌연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방망이를 든 채 말하지 않으면 죽인다고 협박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깡패와 다름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박한별은 얼굴이 붉어졌다.

    “도윤 씨는 무슨 그런 소릴…… 인간들을 먼저 사냥한 것은 저쪽이에요.”

    “알아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나는 박한별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 보인 뒤, 상어 어인에게 말했다.

    “알겠다.”

    “…….”

    “아, 알겠다고!”

    “그러니까…… 대체 뭐가……?”

    “안내 안 해도 되고, 목숨도 살려줄 테니까 가라고.”

    내 말에 박한별과 상어 어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떡 벌렸다.

    “도윤 씨……!”

    “단, 다신 이곳에 쳐들어오지 마. 알겠어?”

    “……알겠다. 고맙다.”

    상어 어인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황급히 바다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간 녀석이 자취를 감추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도윤 씨, 왜 그러셨어요! 만약 앙심을 품고 우리가 없을 때 쳐들어오기라도 하면…….”

    “한별 씨.”

    “네?”

    “수영 잘해요?”

    “못하지는 않는데…… 그건 왜요?”

    “따라가죠.”

    박한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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