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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99화 (99/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99화

99. 페이즈(4)

서현우는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갑자기 찾아와 팀으로 들어오라니…… 나 같아도 황당할 만한 제안이었다.

그러나 내 눈에 보이는 서현우의 능력은 화려하기 그지없는 것들이었다.

신화급 스킬을 가진 나조차 탐날 만큼.

[서현우]

레벨: 11

호칭: 없음

특성: 우월한 반사신경 – 유니크, 마나 하트 - 유니크

스킬: 3초 무적 (잠금) – 유니크, 신체 복구 - 유니크, 힐 - 유니크

아무리 봐도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상태창이었다.

고작 11렙.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되었다기에는 지나칠 만큼 축복받은 상태창이었다. 그의 스킬과 특성의 구성은 가히 사기라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시너지를 구성하는 것들이었다.

우월한 반사신경과 3초 무적의 조합은 힐러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약한 맷집을 상당히 보호할 수 있는 것이었고, 마나 하트와 힐의 조합은 길게 말해 봐야 입만 아팠다.

비록 3초 무적이라는 스킬이 잠금 상태이긴 했지만, 나를 제외한 사람들 대부분은 잠금 상태를 금방 해금하는 편이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저는 이제 막 플레이어가 된 사람입니다. 게다가 등급도 C등급밖에 되질 않고요.”

“상관없습니다. 레벨은 저희 쪽에서 키워 드리면 되고, 등급은…… 헌터 협회가 일을 못 하는 것뿐입니다. 당신의 가치는 결코 C등급이 아니에요.”

간혹 이런 경우가 있었다.

등급 신청을 잘못하는 경우가. 서현우는 아마도 전투 특기 헌터로 시험을 쳤을 것이다. 특수 직군 헌터 시험이 아니라.

만약 내 예상이 맞다면 그가 C등급의 헌터가 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그가 가진 전투 쪽 특성은 오직 하나, 우월한 반사신경.

아무리 높은 등급의 특성이기는 하나, 반사신경이 좋은 것만으로는 제대로 된 등급을 따내기 어려웠을 테니까.

‘특수 직군으로 시험을 봤으면, 최소 A급은 따 놓은 것이었을 텐데 말이지.’

목숨이 경각에 달했음에도 우월한 반사신경을 사용하지 않은 점과 헌터 시험을 잘못 치른 점으로 보아 녀석의 머리가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걱정도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모든 걱정을 털고도 남을 정도로 녀석의 잠재된 능력치는 훌륭했으니까.

신체 복구라는 말도 안 되는 스킬과 보통 힐러 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힐을 난사할 수 있는 마나 하트.

이 조합만으로도 최강의 힐러라 칭할 만했는데, 3초 무적이라는 사기적인 스킬까지 지녔으니, 그는 경우에 따라 탱커로 활용할 수도 있는 대체 불가의 힐러였다.

이 얼마나 탐나는 인재라는 말인가.

‘천지현과는 완전히 반대네.’

서현우의 스킬 구성은 극도의 비효율을 담당하는 천지현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었다.

‘은밀한 기운을 자랑하는 흑운. 압도적 기운을 미친 듯이 흩뿌리는 광기의 도살자. 이 상반된 구성을 보고는 고구마를 백 개는 목구멍으로 쑤셔 넣은 느낌이었는데…….’

서현우의 상태창을 보니, 이렇게 시원시원할 수가 없었다.

“천외천과 함께하시죠. 모든 조건은 업계 최상일 겁니다.”

채근하듯 재촉하는 나의 말투에 서현우는 여전히 넋이 나간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

시간이 지나도 서현우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그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어느새 눈빛이 돌아온 서현우가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중에 이야기하시죠.”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에 서현우를 바라봤다. 그는 내가 아닌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현우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예상치 못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아직 수습 전인 시체. 플레이어로 보이는 시신 한 구가 눈에 들어왔다.

“동료였습니까?”

“예.”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네요.”

“괜찮습니다. 알고 하신 일도 아닐 텐데요.”

서현우는 제법 덤덤한 투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투에 비해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눈물을 글썽이는 서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에게 왜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러시겠죠. 죄송합니다. 이런 시기에 찾아뵈어서.”

숙연해진 분위기에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명함을 꺼내 들었다.

“여기 제 명함입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에게 천가라고 적힌 내 명함을 건넨 뒤, 사라졌다. 지금은 아무래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시간이 필요해 보였으니까…….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난 뒤, 서현우가 마음을 추스르기 시작하면 그때 다시 접촉하면 되리라.

내가 멀어지고, 동료의 육신을 끌어안은 서현우의 울음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 냈다. 둘의 마지막 인사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칠까 염려되었던 탓이었다. 대신 전화기를 들어, 가문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 접니다. 명동 던전 브레이크 피해자들, 장례 지원 및 후원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최대한 넉넉하게요. 알겠습니다. 신경 좀 써 주세요.”

가문으로부터 확실한 대답을 듣고 난 뒤, 나는 헌터 협회로 향했다.

* * *

명동의 헌터 협회 내부는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일을 어떻게 하길래 명동에서 던전 레이크가 일어나냐 따지는 민원부터, 세계 곳곳에 동시에 일어난 던전 브레이크에 긴급 대책에 들어간 직원들과 출동 준비를 하는 협회의 플레이어들까지.

한마디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때를 잘못 맞춘 것 같기는 하지만, 이쪽도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 어! 그쪽으론 가시면 안 됩니다.”

회장실로 향하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잡아 세웠다.

뒤를 돌아보니,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서 있었다. 갈색으로 염색한 긴 생머리의 여성이었다.

복장과 명찰로 보아, 헌터 협회 직원이 분명해 보였다.

“약속하고 온 겁니다.”

무심한 대답에 헌터 협회 직원이 인상을 팍 구겼다.

“왜 매번 레퍼토리가 변하질 않는지…….”

“뭐라고요?”

내 물음에 여성 직원이 화들짝 놀라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이내 표정을 싸늘하게 굳혔다. 아무래도 작은 목소리라 내가 듣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나를 향해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매일 당신처럼 찾아오는 사람이 몇 명인 줄 알아요? 최소 열 명이에요. 열 명! 귀찮게 하지 말고 돌아가세요. 예? 회장님은 아무나 만나실 수 있는 분이 아니라고요. 대형 길드의 대표가 와도 만나기 힘든 분이신데…… 주제를 알아야지.”

여성은 혀를 차며, 혐오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비각성자인 듯했다. 각성자면 절대 나를 보고 이런 태도를 보일 리 없을 테니까.

미약하게 흘리고 있는 기운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천가의 천도윤이 왔다고 전해 주시죠.”

“네? 뭐라고요?”

“천가의 천도윤이요.”

무심하게 대답하자, 여자는 다시 한번 놀라기 시작했다.

천가.

대한민국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

명패를 꺼내 보인 나를 확인한 여직원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뵙고.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순식간에 말투를 바꾼 여직원이 어딘가를 향해 전화를 걸었다.

“예, 예. 지금 협회장님 손님이…… 아아,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여직원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지금 협회장님은 자리에 계시지 않다고 합니다. 워낙 비상 상황이라, 지금 비상 대책 회의실에서 회의 중이라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회장실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그쪽으로 찾아가죠.”

“아, 그러시겠어요? 그럼 이쪽으로…….”

“안내 감사합니다.”

나는 직원의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쪽이래요?”

동시에 박한별이 따라붙었다.

“어? 먼저 만나고 계신 거 아니었습니까?”

내 물음에 박한별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리더니, 한쪽을 가리켰다.

안절부절못하는 걸음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는 여자의 뒤통수였다.

피식 웃어 보인 나는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따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 대책 회의실이라고 적힌 곳의 문이 나타났다.

그 앞을 지키는 두 명의 플레이어에게 사정을 말한 여직원은 뒤를 돌아 우리에게 말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리고……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괜찮습니다.”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이는 그녀의 사과를 받은 우리는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에서는 열띤 토론이 진행 중이었다.

우리가 들어가기 전까진…….

나와 박한별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일순 장내가 조용해졌다. 곱지 않은 날카로운 시선이 찾아들었다.

“너, 뭐야!”

“누가 아무나 들이랬어! 지금 비상사태인 거 안 보여!!”

고함이 터져 나오고, 날카로운 말이 우리를 향해 쏘아져 나왔다. 비상 상황이라 모두가 신경이 예민해진 상태인 듯했다.

“허허, 내 손님이네. 계속 진행하게.”

그때, 중후하고도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한마디에, 장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직원도 있었고, 나와 박한별을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모두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을 짓는 것만은 확실했다.

“미안하네. 상황이 워낙 긴박한지라, 자네들도 오면서 보았지?”

어느새 다가온 헌터 협회장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를 건넸다.

“네. 다행히 피해는 적어 보입니다.”

나는 족히 80은 되어 보이는 노인에게 예를 표하며 인사했다.

“그러지 말게. 다 늙은 뒷방 노인네에게. 거기 뭣들 하나, 대책 세울 생각이 없는 건가?”

손사래를 치던 헌터 협회장의 시선이 돌아가자, 쥐 죽은 듯 얼어 있던 회의가 재개되기 시작했다.

그들의 열띤 토론이 계속되는 와중에, 우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다 아는 사이에 자기소개는 건너뛰기로 하지, 어떻나?”

“좋습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대한민국에서 백호 고영환을 모르는 자는 없었으니까.

흡족한 미소를 지은 고영환이 우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어떻던가?”

“뭐가 말입니까?”

“바깥의 몬스터들 말이야, 싸우고 온 거 아닌가?”

고영환은 깊은 눈매를 과시하며 한곳을 가리켰다. 박한별의 소매에 묻은 몬스터의 핏자국이었다.

“강했습니다. 트롤 한 마리가 B급을 너끈히 상대할 정도였으니까요.”

내 말을 들은 협회장의 인상이 심각해졌다.

“흠…… 몬스터들이 상상 이상으로 강해졌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군.”

“네, 생각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큰일이군.”

“언젠가는 올 일이었습니다. 대신 이번 사건으로 인간들도 강해질 수 있지 않습니까.”

“레벨 시스템 말인가?”

“네, 기존 레벨이 없던 시절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지금 나오는 몬스터들의 양과 실력을 보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야.”

“그래도 해야 합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협회장이 나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그 묵직한 입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원래 자네를 부른 의도는 이게 아니었네만…… 잠시 의견을 나누어 줄 수 있을까?”

협회장의 제안에 회의장 안이 다시 한번 얼어붙었다. 열을 내며 토론하는 것 같아도 한편으로는 모두 이쪽을 신경 쓰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아마 이를 눈치챈 협회장이 보다못해 나를 끌어들인 것이리라.

나는 물 흐르듯 자연스레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고영환의 연륜에 감탄했다.

거슬리는 상황을 처리함과 동시에 조직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상황을 유도하는 실력이 가히 일품이라 불릴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모두 나처럼 협회장의 지혜를 눈치챈 것은 아니었다. 불만을 가득 담은 표정도 있었고, 못마땅한 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모두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네 편 내 편 나누어 싸울 때가 아니라, 다 같이 힘을 합쳐 이겨 나가야 할 때였으니까.

“좋습니다.”

“허허, 시원해서 좋군. 이리 오게.”

협회장 고영환은 자신의 옆쪽으로 데려와 앉혔다. 그 모습에 회의장의 직원들은 다시 한번 놀란 눈빛을 보내왔다.

백호 고영환이 옆자리를 내준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자네, 아니 천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는 천가라는 단 한마디를 앞세워,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든 고영환의 실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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