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59화 (59/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59화

59. 천외천(天外天)(4)

[박한별]

특성: 괴력 -> 야차(夜叉) (전설)

스킬: 도깨비불

박한별의 특성이 바뀌어 있었다.

살아가면서 그 어디에서도 특성이 바뀌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것도 아이템 하나 들었다고 말이다.

‘게다가 전설 등급이라니…….’

아이템 하나 쥐었다고 바뀐 특성이라고는 믿기 힘든 결과였다.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을 때만 변하는 특성.

상태창의 상태로 보아, 저 특성은 조건부일 가능성이 컸다.

“미친……!”

크게 놀라면서도, 나는 여전히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아이러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분명 도깨비방망이는 나도 살펴본 적이 있는 물건이었다. 그때 보았던 특징은 말도 안 되는 능력치 버프에 도깨비불이라는 스킬이 다였다. 분명 저런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박한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특성까지 변화시켰다. 무언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분명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아무리 고민해 본다 한들 알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놀란 얼굴로 공방을 펼치고 있는 박한별을 바라봤다.

“대체 내가 뭘 데려온 거지?”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눈에 담긴 박한별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무력을 보여 주고 있었다.

넋이 나가 그 광경을 구경하고 있을 때.

콰과광-!

한쪽 벽면이 완전히 부서졌다.

그제야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람들이 오기 전에 말려야 한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나는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러고는 치열한 공방이 오가는 두 여자의 사이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 * *

턱-!

한 손으로는 박한별의 도깨비방망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천지현의 공격을 받아 냈다.

박한별이 잠시 멈칫 한 사이.

재빨리 천지현의 뒤로 움직여 눈이 돌아간 그녀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콰앙-!

다시 한번 천지현이 바닥에 처박혔다.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고 있는 힘껏 내리쳤다.

바닥을 움푹 패고 들어가 축 늘어진 천지현.

‘죽진 않았겠지?’

괜한 걱정을 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나를 노려보며 숨을 헐떡이는 박한별이 서 있었다.

“죄송합니다.”

나는 변명의 여지 없이 사과를 건넸다.

누가 알았겠는가. 저 곱상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저렇게 눈이 돌아가 죽자 살자 같은 편을 공격할지…….

확실히 조치가 필요해 보였다.

한참이나 나를 노려보던 박한별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재밌었어요.”

“네?”

굳었던 박한별의 얼굴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친 상태에서도 조금 전 전투의 생생함을 잊지 못하겠다는 듯이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재밌었다구요.”

“그게 무슨…….”

“솔직히 이 아이템을 얻고 자만했거든요.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할 만한 강자가 되었다고 생각했어요.”

‘통할 겁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굳이 내뱉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아 보였다.

“그런데 도윤 씨의 그 말도 안 되는 버프를 받고 나서야 호각이라니…… 저는 아직 멀었네요.”

아니다.

천지현이 눈이 돌아가 미친 능력치를 보여 준 것이지 결코 그녀가 약한 탓이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참아야 했다. 그녀의 눈빛이 가진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눈빛이었다.

더욱 강해지고자 하는 집념. 그 무서운 집념이 여실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우마 길드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의 발로겠지.

그 무서울 정도의 집념에 제동을 걸고 싶지 않았다.

“저와 같이 다니다 보면 금방 강해질 겁니다.”

내 말에 박한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바닥에 얼굴을 박은 채 기절한 천지현을 바라봤다.

박한별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정말 든든한 아군인 것 같기는 한데…….”

나는 그녀가 하려는 말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위험하죠.”

“네.”

나와 박한별 모두 심각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저분이 싸우는 거 처음 보신 거죠?”

“네, 강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제어할 방법을 찾아봐야죠.”

“가능할까요?”

불가능해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하는 미션이었다. 전설의 특성을 두 가지나 가지고 있으며, 흑운의 힘을 사용하는 존재.

그대로 썩혀 둔다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는 짓이었으니까.

“가능할 겁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간은 빠르게 지났다.

어느새 가나로 넘어가야 하는 시간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감 좀 잡았어?”

“아직…….”

천지현은 보기 드물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한별과 천지현이 싸웠던 그날,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 한 가지 사실을 통보했다.

출정하기 전날까지, 특성을 조절할 방법을 찾아오라고.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데려가지 않을 거라고. 그리 말했다.

“어떤데?”

“특성을 발동하기만 하면 눈이 돌아가서 아무 기억도 안 나.”

“조금도 컨트롤 못하겠어?”

“응.”

천지현의 솔직한 대답에 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만약 그녀가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했다면 아마 나는 크게 화를 냈을 것이다.

도살자. 그 독살스러운 특성 하나만 붙어도 컨트롤 난이도가 극악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난이도 앞에 광기라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다.

그 미친 조합을 이런 짧은 시간에 컨트롤 하기란 불가능이었다.

이점은 나도 알고 있던지라, 사실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에게 이런 임무를 내린 건, 혹시나 하는 일말의 가능성과 그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어떤 성격인지, 또 거짓말은 하는지 안 하는지.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

그 모든 것들을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배신 가능성의 유무는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다.

“짐 챙겨.”

“응?”

“짐 챙기라고, 가나로 넘어갈 거니까.”

“컨트롤 못하면 안 데리고 간다며! 그런데 갑자기 왜……?”

내 대답에 천지현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강하잖아.”

나는 그녀가 첫 만남 때 나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부터 데려갈 생각이었다. 무력만 놓고 따진다면 가문 내에서도 손꼽힐 강자였으니까. 데려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문제는 피아 식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지만, 이 또한 해결 가능한 부분이었다.

박한별과 나는 그동안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다.

나는 박한별을 매일같이 불러 훈련 시켰다.

천지현이 이성을 잃고 달려들 때,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적을 향해 시선을 돌리게 만들지, 끊임없이 생각하고 교육했다.

다행히 그녀의 능력은 천지현의 공격을 흘리고 보조하기에 최적화된 능력이었다.

귀신에 홀린 듯 화륵 사라져 버리는 도깨비불은 그녀의 타깃을 아군에서 적으로 돌리기에 탁월한 능력치였다.

“내가 싸우다 이성을 잃으면…….”

천지현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행여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같은 팀이 피해를 입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렇게 싸움은 좋아하면서…….’

그렇게 나와 박한별에게 싸움을 걸어 댔으면서 팀에게는 또 피해 끼치기 싫어하는 모습이 조금 이상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됐어, 우리도 강하니까.”

나는 그녀가 불안하지 않게 한껏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자질구레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경험해 보면 알 테니까.

* * *

가나에 도착한 나, 천지현 그리고 박한별은 가이드의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살이 검게 그을린 한국인 가이드였다. 그는 고작 세 명이 레이드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운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괜찮습니다.”

나는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하지만 태도와는 다르게 조금 긴장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엄밀히 말하면 제대로 된 레이드 경험이 없었다.

처음 몬스터를 만난 건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서였고, 두 번째 만남은 인버스 타워를 통해서였다.

두 번 모두 정상적인 레이드라고는 보기 힘든 경험이었다. 파티를 이뤄 던전에 도전하는 것은 처음인지라, 긴장감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긴장 푸세요.”

“긴장 안 했습니다.”

단호하게 말하자,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큭, 알았어요.”

셋 중 가장 레이드 경험이 풍부한 박한별은 전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걱정스러웠다.

‘과연 게이트를 보고도 그런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지금 가는 게이트는 그녀가 평소에 마주했던 게이트와는 차원이 다를 터였다.

역시나, 게이트를 마주 본 그녀의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게 무슨……!?”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운동장만큼이나 거대하게 펼쳐진 게이트 입구.

불길한 기운을 내뿜으며 거대하게 일렁이는 게이트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이걸 저희 세 명이 닫는다고요?”

박한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절대 불가능하다는 말투였다. 도깨비방망이로 한껏 자신감을 뽐내던 그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완전히 질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괜찮을 겁니다.”

괜찮지 않아도 해야만 했다. 첫째 형 천진오와 둘째 형 천지훈은 이런 게이트를 밥 먹듯이 닫고 다닐 테니까.

그들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어야 했다.

“아뇨, 할 수 없어요.”

박한별의 단호한 태도에 나는 미간을 작게 찡그렸다.

“이건 천지가 와도 힘든 게이트라구요.”

그녀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한 내 얼굴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세계에서 그들이 의뢰받는 규격 외 던전의 입구는 모두 50m 근처의 것들이었어요. 그런데 저건…….”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돌려 게이트를 바라봤다. 크게 일렁이는 게이트 입구의 크기를 가늠했다.

“족히 100m는 되어 보이는군요.”

“예, 게이트 입구의 크기로 던전 안의 난이도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비례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럼 저 정도는…….”

“보통 두 개에서 세 개의 가문이나 길드가 힘을 합쳐 도전하겠죠. 천가라면 천지와 천파가 공동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거고요. 어쨌든 저희만 들어가기에는 무리예요.”

단호한 박한별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자그마한 분노가 일었다.

천지훈의 더러운 속내가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겠지.’

그것은 박한별을 포함한 저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던전 근처에 서 있던 다부진 체격의 중년이 가이드를 향해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대충 어떤 말을 하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고는 대화가 끝난 가이드에게 조용히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 그게…….”

대답을 주저하는 가이드에게 대충 어떤 말을 했을지 예상이 되니까 편히 말하라고 했다.

“그게…….”

잠시 망설이던 가이드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천가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했습니다. 천지나 천파도 아닌 머저리들을 왜 데리고 왔냐면서…….”

“뭐라고요?”

“누가?”

발끈하는 박한별과 천지현을 애써 진정시킨 채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천지와 천파가 같이 와도 클리어할까 말까 한 게이트인데 대체 뭐 하는 짓이냐면서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나는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뒤, 가이드에게 물었다.

“또 뭐라고 합니까?”

“계약금을 두 배로 토해 내고 꺼지라고…… 안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합니다. 당장 지하실에 가두고, 가나의 무서움을 보여 주겠다면서…….”

나와 박한별, 그리고 천지현의 시선이 싸늘하게 식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