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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52화 (52/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52화

52. 침투(1)

공식적인 창설은 아니지만, 나의 팀 천외천에 대한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바로 일본과의 전투였다.

아버지의 부름으로 가주전에 찾아간 나는 숨 막힐 정도의 정적에 침을 삼키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할 지경이었다.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다름 아닌 천태산.

나의 아버지였다.

“너무 경솔하셨습니다!!”

나를 두고 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흥, 그놈들은 이미 우리를 노리고 있었어. 모가지를 따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참은 거다.”

그의 바로 맞은편, 거만한 자세로 턱을 괴며 앉아 있는 흑운 천태백이 말했다.

“위험하셨습니다. 그들이 공명(共鳴)이라도 사용했다면…….”

“그깟 허점 많은 능력 따위 파훼하면 그만이다.”

단호하게 대답한 천태백은 끌끌거리며 테이블 위에 올려 둔 누군가의 팔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그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천가를 노리는 자들, 공명…….

이 두 가지만으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설마, 카토가에 다녀오신 겁니까?”

화들짝 놀라 묻자, 스승님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나는 욕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약하더구나, 그 녀석들은 역시 메인이 아니었어.”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태백은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적장의 팔을 취해 온 것을 퍽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골이 깨지는 느낌이었다.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들이 메인입니다.”

스승님과 아버지는 그게 무슨 소리냐며 나를 바라봤다. 나에게 전해 들었던 미래. 그 중심에는 사토가가 아닌 시미즈가가 있었다.

아버지와 스승님은 왜 전해 준 말과 다르냐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결국 힘을 합칠 겁니다. 그리고 그 물건은 사토가가 가지고 있죠.”

힘은 시미즈가가 우세하지만, 우리의 목적이 바뀌지 않는 이상 판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결국 카토가가 될 거라는 소리.

아버지와 스승님은 내가 하는 말을 단번에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은 아버지의 죽음을 막는 것 외에도 중요한 임무가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가문의 멸망을 막는 일.

예정된 가문의 멸망, 그 시작이 될 물건을 일본으로부터 뺏어 오는 것이 이번 작전의 주된 목적이었다.

“그래도 결국 동생 녀석을 해치운 건…….”

천태백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행여 동생에게 불길한 기운이라도 묻을세라 조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 끝맺음을 했다.

“시미즈 사토히로죠.”

사부님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나 역시 굳은 얼굴로 천태백을 바라봤다.

나는 말없이 스승님에게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조금 더 상황을 직시하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긴장을 끌어 올리라고.

동생을 잃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것은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스승님에 대한 나의 작은 경고이기도 했다.

내 의중을 파악했는지, 스승님은 은밀한 기운을 잔잔히 풍기던 평상시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심기가 불편했던 탓인지, 인상은 여전히 찡그린 채였지만,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은 한 팀을 이루는 구성원으로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눈앞 두 사람에게 지금의 상황을 인지시켰다.

몇 수 아래의 제자 혹은 철부지 어린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따위는 집어치우고 제발 동등한 위치에서 내 말을 귀담아들으라고.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우선 카토가는 반드시 이 일을 비밀에 부칠 겁니다.”

이야기를 듣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래, 스스로 가문의 격을 떨어뜨리는 짓을 하지는 않겠지.”

“예, 하지만 언제까지고 속일 수는 없을 테니, 아마 저희를 잡고 난 뒤 발표할 생각이겠죠.”

카토가 역시 세계에서 유명한 가문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유명 인사들이 그렇듯 이미지가 가문의 위상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을 터였다.

홀로 쳐들어간 흑운에게 당했다는 소문. 그 치욕적인 일이 세간에 돈다면 세상 모든 이의 조롱거리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었다.

카토가는 아마 자신의 가문 사람들에게 단단히 입단속을 시키고 있을 터였다.

“지금쯤 아마 복수심에 불타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 아이템을 사용하기 위해 준비 중일 수도 있습니다.”

흑운과 가주, 두 사람의 표정이 짐짓 심각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속으로 혀를 쯧 찼다.

‘그러게 가만히 좀 있지.’

내가 주제넘게 스승님에게 경고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이 변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경계하던 아이템을 우리를 상대하기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템의 탈환입니다. 적이 만약 그것을 사용한다면 저희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를 잡기 위해 그렇게까지 하겠느냐?”

아버지의 회의적인 대답이 들려왔다.

발동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가 횟수 제한까지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더더욱 의심이 드는 거겠지.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만약 그들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대비를 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었으므로.

“예, 사용할 겁니다. 저들이 염원하던 물건은 저희가 갖고 있으니까요.”

예상일뿐이었지만, 나는 확신하며 대답했다. 지금 상황에서는 과한 준비가 부실한 대비보다는 낫다는 판단하에서였다.

게다가 정말로 사용할 것 같은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아버지의 물음이 들려왔다.

그 물음에 나는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아버지의 태도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저 기운…… 영혼을 섭취한 아버지의 기운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단순한 물음에도 엄청난 위압감이 풍겨 나왔다.

그 저릴 듯한 무게감에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쓸어버려야죠.”

“끌끌.”

내 짧은 대답에 스승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웃고 계셨다.

‘이것이 천가지!’라며 자랑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니었다. 미간을 구기며 나를 바라봤다.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라, 그리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는 목을 가다듬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전면전을 준비하는 겁니다.”

“크하하하하!”

이번에도 역시 천태백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반면 아버지는 나에게 크게 실망한 눈치였다. 전면전을 하게 되면 가문의 사람들이 얼마나 죽을 것인지 아느냐 물었다.

모른다 대답했다.

그러자, 아버지의 표정이 딱딱히 굳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전면전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이게 뭔 개소리냐며 흑운이 나를 나무랐다. 좀 전까지 전면전을 준비하자 해 놓고는 갑자기 말을 뒤집는 건 무슨 경우냐며 치매가 아닌지 의심까지 하는 모양새였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대답했다.

“준비만 하자는 겁니다. 준비만.”

아버지와 흑운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단번에 내가 하려는 의도를 파악한 것이다.

“일부러 적이 눈치챌 수 있게 장대하게 전투 준비를 한 뒤, 이를 눈치챈 적이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뒤통수를 치자는 게냐?”

“예, 정확하십니다.”

흑운의 정리에 나는 박수를 짝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흑운과는 달리 아버지는 표정이 없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고민이 많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뒤통수를 치는 것은 좋지만, 전투 준비 중인 카토가에 잠입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그들의 오감은 평소보다 몇 배는 발달했을 터인데.”

걱정 섞인 아버지의 우려에 나는 사부님을 바라봤다.

천태백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천태백이 물었다.

“너는 내가 누구라 생각하느냐?”

“흑운이시지요. 스승님은 제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차기 흑운이지.”

그 짧은 대화와 함께 우리는 검은 기운을 끌어 올렸다.

온몸을 감싸는 은밀한 기운.

검은 먹구름이 우리의 몸을 모두 덮는 동시에 우리는 완전히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사람처럼 사라졌다.

“…….”

그 모든 것이 대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우리는 절대 쉽게 걸리지 않는다고.

우리를 믿으라고.

나와 스승님이 앉아 있던 곳을 조용히 바라보던 아버지는 끝내 고개를 끄덕이셨다.

* * *

“가주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다. 기쁘게 생각하거라.”

“사, 살려 주십시오. 제발.”

눈물까지 보이는 자신의 가문 사람에게 거침없이 칼을 휘두른 인물은 다름 아닌 카토가의 주인 노부유키였다.

일검에 목숨을 잃은 수호단원은 단숨에 옮겨졌다.

혹여 한 방울의 피라도 낭비할까 봐 거대한 바구니에 구겨 담긴 채 옮겨지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이 찌푸려지게 만들었다. 고인을 몇 번이나 욕보이는 행위. 그러나 노부유키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오히려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주님…….”

“빨리 옮기거라!”

노부유키가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대한 금빛 성배에는 비린내 나는 액체가 찰랑거리고 있었다.

마지막 희생자를 끝으로 마침내 완성시킨 아이템의 발동 조건.

성배를 가득 채운 것은 다름 아닌 일족의 피였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약 100명분의 온전한 피.

조상부터 꾸준히 모아 오던 물건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다.

“크큭, 드디어!”

노부유키가 이 ‘저주의 성배’를 완성시키기 위해 내지른 검은 무려 18번이었다.

18명의 희생.

그것으로 마침내 완성되었다.

적군의 가장 까다로운 무기를 봉인할 수 있는 아이템이!

“크흐흐흐.”

노부유키는 참지 못하고 비릿한 웃음을 터트렸다.

생각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자신의 팔을 이리 만든 그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흑운에게 복수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가슴이 미친 듯 요동치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너에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해 주마.”

핏발 선 노부유키의 눈이 매섭게 한곳을 응시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황급히 달려오기 시작했다.

“가주님!!”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바라보자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접근 하고 있는 자는 미츠히로였다.

“체통도 없이!”

노부유키의 눈에 분기가 서렸다. 그러나 이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미츠히로는 더욱 속력을 내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냐!”

당연하게도 노부유키의 입에서는 퉁명스러운 말투가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정보?”

“예, 지금 처, 천가가.”

천가라는 한 단어에 노부유키의 눈이 번뜩였다.

“말해 보거라, 천가가 왜!”

다급히 재촉하자 미츠히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천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마치 전면전을 준비하는 것 같다고…….”

“전면전?”

“네. 서둘러 저희도…….”

“크큭, 크하하하하!!”

미츠히로의 보고에 노부유키는 광소를 터트렸다.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눈엣가시 같던 천가 놈들이 제 발로 죽으러 와주겠다는데.

노부유키는 선언하듯 외쳤다.

“이제 대일본의 명가 카토가는 천가를 짓밟고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그리고는 한 곳을 빤히 바라봤다.

자신의 팔이 잘려 나갔던 곳.

그 치욕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욱여넣고 또 욱여넣었다.

‘단 한순간도 잊지 않으마!’

한참을 회의장 쪽을 바라보던 노부유키는 이내 대기하고 있던 전 병력에게 소리쳤다.

“전투를 준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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