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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43화 (43/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43화

43. 영혼 수리공(2)

온몸이 떨리고, 오한이 찾아들었다.

“끄아아아악!!”

정신이 찢기고 다시 붙길 반복했다. 영혼이 비산하여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만!!”

숨이 턱 막혔다.

아무리 소리쳐 봐도 물먹은 모래처럼 하염없이 가라앉을 뿐이었다.

그저 살고 싶어 발버둥 치는 것. 그것이 최선의 몸부림이었다.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에도, 김수민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신들린 무녀처럼 다가와 펄펄 끓는 액체에 손을 푹 담갔다.

“이제부터 네 영혼을 재조립할 거야. 그러니…….”

대답을 하기도 전, 그녀의 손이 내 머리를 감쌌다.

“견뎌.”

정신이 툭 끊기는 기분이 들더니, 방대한 정보가 뇌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지금껏 살아왔던 모든 생의 역사이자 혼이었다.

가슴 시린 기억도, 몇 안 되는 따듯한 기억도 한낱 부품처럼 뭉치고, 조립됐다.

더러운 기분인지, 단순한 거부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것이었다.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 영혼의 그릇이 넓어지고 그 안에 혼이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다는 것.

빈틈없이 완벽하게 그릇 안을 채우는 것들은 모두 나였다.

나의 영혼이자 기억이었다.

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애초에 영혼을 조립한다는 개념조차 이해하기 불가능한 부분이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견뎌야 했다.

몸 안에 꿈틀대는 이 느낌을 잡아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앞이 흐려졌다.

“견뎌!”

그녀의 음성이 머릿속을 울렸다.

혼이 흐릿해지고 선명해지길 반복했다.

김수민의 도구들이 날아들었다.

나를 지지고, 찌르고, 볶았다.

그럴 때마다 내 혼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었다.

두근.

다시 몸 안에 무엇인가가 꿈틀댔다.

흐릿해진 시야 속에서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 * *

천도윤의 영혼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한 김수민은 당황했다.

“미친……! 이거 왜 이래?”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가장 최근의 혼과 격, 그리고 생을 모두 이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더 파고들면 들수록, 작업의 난이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건……!”

식은땀이 죽 흘렀다.

녀석을 이곳까지 끌고 내려온 것. 그것은 어쩌면 큰 실수였는지도 몰랐다.

령수(靈水) 안에 들어간 천도윤의 영혼이 미친 듯이 널뛰고 있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원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뭔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진정해!”

소리친 김수민은 도구를 꺼내 들었다.

자신이 개조한 특별한 수술 도구였다.

끝이 뾰족하게 생긴 집게로 녀석의 영혼을 조금씩 들어 올렸다.

생각보다 녀석의 혼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실타래처럼 꼬이고 꼬여 어디가 시작점인지 찾기조차 힘들었다.

아마 녀석이 한번 경험했다던 회귀 때문인 듯했다.

“이거 생각보다…….”

골치 아팠다.

영혼과 영혼, 기억과 기억, 생과 생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도 거대했다.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영혼을 강화하는 일 따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저…… 그냥 조심스럽게 실타래를 풀어 나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벅찬 작업이었다.

김수민은 스스로의 역할을 결정지었다.

‘내 역할은 딱 거기까지야.’

만약 그 이상 건들기 시작하면 녀석은 광인으로 돌변할지도 몰랐다. 아니면 영혼이 뒤틀릴 대로 뒤틀려 목숨을 잃고 말던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은 김수민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굳은 표정을 지어 내보였다.

‘그 녀석의 아들인데 그렇게 둘 순 없지.’

이 녀석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천태산에게는 큰 빚이 있었다.

이대로 그 녀석의 아들을 망가뜨릴 수는 없었다.

‘여기는 펼쳐 놓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

거대한 틈 사이의 공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저절로 채워질 터였다.

지금은 꼬인 실을 풀어 성장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뼈대를 세워 주는 것이 최선이었다.

‘욕심부리다가는 못 볼 꼴을 보고 만다.’

결심한 김수민은 눈빛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아주 작은 집게로 영혼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비어 있는 공간은 빈 공간대로 내버려 둔 뒤, 그저 나열할 뿐이었다.

그러나 워낙 꼬여 있어 이 작업만으로도 벅찼다. 땀이 비 오듯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하아.”

김수민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럼에도 김수민은 단 한 번도 손을 멈춘 적이 없었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김수민은 마침내 만족스러운 얼굴이 지어졌다.

이 정도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녀석의 혼은 강해질 터였다.

“회복만 한다면 말이지…….”

워낙 변수가 많은 작업이기에 확신할 순 없었다. 잘 끝났다고 생각해도 어딘가 망가져 혼이 괴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니까.

지금은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령수가 녀석의 혼을 진정시키며 질서를 잡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천도윤을 바라보던 김수민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시발!”

령수가 움직임을 멈췄다.

김수민의 사고가 멈춘 듯 느려졌다.

이런 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던 일이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려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김수민이 손을 뻗었다.

콰앙-!

“크윽!”

천도윤이 담긴 령수에 손을 담그려던 김수민은 튕겨 나갔다.

저 멀리 처박힌 김수민은 벌떡 일어나 다시 솥 앞으로 달려갔다.

안을 확인한 김수민이 소리쳤다.

“안 돼!!”

영혼의 순수한 부분만 수천 번 거르고 걸러 정제시킨 령수(靈水).

그 영혼의 집합체가 모조리 사라지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흡수되고 있었다.

바로 저 애송이에게!

영혼이 상한 곳에 령수가 흡수되어 동기화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거기에 필요한 령수는 극소량.

응축된 령수 몇 방울이면 충분했다.

그래서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넘치는 령수가 눈에 띌 만큼 줄어드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미친놈…….”

김수민은 그 형상을 보며 넋이 나간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솥을 가득 채웠던 령수는 지금도 빠르게 줄어드는 중이었다.

어느새 3분의 1을 넘어 절반에 가까운 령수가 녀석의 몸 안으로 흡수되는 중이었다.

저 애송이 녀석은 서서히 채워질 거라 생각했던 혼과 혼 사이의 틈을 지금 모조리 메울 생각이었다.

그 탐욕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누가 그 새끼 아들 아니랄까 봐. 미친 짓 하는 건 똑같네, 아주.”

힘에 대한 갈망, 무모함이 꼭, 제 아비와 판박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 했다.

녀석은 양심도 없이 평생 모아 왔던 자신의 령수를 모조리 삼킬 기세였다.

“그만!!”

소리쳐 봐도 소용없는 짓이었다.

오히려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결국 녀석은 끝까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든 령수를 빨아들였다. 그리고서도 부족하다는 듯 그 기세를 펼쳐 탐욕스러운 입술을 날름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본 김수민은 소름이 돋았다.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한참이나 기운을 발산하던 천도윤이 이내 픽 쓰러지자, 김수민은 그 녀석을 똑바로 바라봤다.

솥 안에 들어가 곱게 누워 있는 애송이.

녀석을 처음 봤을 때는 애송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나약하디 나약한 존재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부를 수 없을 것 같았다.

혼의 타래를 완전히 풀고, 회귀로 인해 벌어졌던 엄청난 틈을 모두 메운 녀석의 영혼은 이제 더 이상 애송이의 격(格)이 아니었다.

김수민은 쓴웃음을 삼켰다.

“이걸 내가 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지금껏 해 왔던 모든 수술을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위대한 아웃풋이었다.

메마른 입꼬리를 들어 올린 김수민은 솥 안에 손을 넣어 천도윤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계단을 올라 자신의 침대에 눕혔다.

자신이 벌인 일도 인지하지 못한 채 새근새근 잠들은 천도윤. 그를 바라본 김수민은 미간을 찡그렸다.

“자? 누굴 실직자로 만들어 놓고!”

주먹을 들어 올리려던 김수민은 잠시 고민하다 곧 손을 내렸다.

그러고는 한참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소음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약 30분이 흐른 뒤였다.

“애송이…….”

아무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중얼거림.

김수민은 닿지 않을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빚은 갚은 거지?”

* * *

로베루스 백작은 불 꺼진 자신의 집무실에서 무엇인가를 끄적이는 중이었다.

빛 한점 들지 않은 칠흑의 공간에서 그는 펜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다.

악마의 날카로운 손에 인간의 심장이 꿰뚫리고, 입 밖으로 튀어나온 한 줌의 영혼을 먹으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그림.

소름 끼칠 정도로 잔인하고, 생생한 그림을 완성한 로베루스는 잠시 그것을 음미하다 종이를 구겼다.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바라본 집사는 돌연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

“배, 백작님!”

퍼석-!

곧 집사의 몸이 허물어졌다.

로베루스는 사방으로 튄 검은 피를 불결히 바라보며 밖에서 대기 중이던 또 다른 집사를 불러냈다.

“부르셨습니까?”

“치워.”

“네. 알겠습니다, 백작님.”

동료의 죽음에도 미소를 잃지 않은 집사는 익숙한 일인 듯, 잡부를 불러 그곳을 치우게 시켰다.

“백작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십니다. 그곳에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심지어 집사는 백작의 기분까지 생각하는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로베루스 백작은 집사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안내하지요.”

“됐다.”

“예, 그럼.”

과하지 않게 예의를 차린 집사는 동료의 육신을 치우기 시작했고, 로베루스는 집사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

“흐음~ 하. 이 맛이야.”

숨을 깊게 들이마신 로베루스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산해진미를 음미하듯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베루스 백작의 앞에는 수많은 영혼이 줄지어 있었다.

100년에 한 번 나온다는 자이언트 킹 오우거의 영혼.

노쇠한 드레이크의 영혼.

인간 100명을 죽인 리자드 킹의 영혼 등.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질 높은 영혼들이 전시장에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다.

로베루스 백작은 그 영혼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기 시작했다. 숙성된 와인을 즐기듯 눈으로 천천히 음미했다.

군침이 흘러나오는 것을 애써 참은 로베루스는 가장 자신을 흥분시키는 영혼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걸어갈 때마다 로베루스의 표정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첫사랑을 보러 갈 때처럼 설레는 얼굴이었지만 그 안에는 욕망이 가득했다.

그가 황홀경에 빠진 얼굴로 멈춰 선 곳은 불안하게 일렁이는 하나의 영혼 앞이었다. 영혼은 로베루스가 다가가자 무섭게 요동쳤다.

“그러지 마. 당장 꺼내 먹고 싶어지잖아.”

로베루스는 불안전한 영혼을 바라보며 흘러내리는 침을 닦았다.

그의 앞에서 삼 분의 일 뿐인 영혼이 진노하듯 떨리고 있었다.

“먹고 싶어.”

로베루스는 회상했다.

아, 이 영혼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가! 또 이 녀석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수했는가!

그럼에도 이 영혼은 그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것이었다.

마계에 내려온 산 자.

그것도 망령의 형태를 빌려서 온 것이 아닌 산 자의 형태로 내려온 하늘을 꿰뚫는 패기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 다시 또…….”

잔뜩 황홀한 표정을 짓던 로베루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백작님!!”

거슬리는 소음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조금 전 방 정리를 명령한 집사가 달려오고 있었다.

로베루스의 손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마기가 둘러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을 죄.

목숨으로 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집사의 말에 로베루스는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40층에 산 자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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