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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41화 (41/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41화

41. 죽음의 탑(3)

“뭐 해! 빨리 오라니까?”

“누, 누구?”

놀란 나는 조용히 입을 뻐끔거렸다.

저 녀석은 분명 인간이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쯧, 맘대로 해. 거기서 영혼 다 갉아 먹히던가.”

말을 내뱉은 여성은 열고 나왔던 문으로 다시 들어갔다.

쾅!

“그 새끼 망자가 아니었어?”

“……미친, 그럼 그 녀석 대체 얼마야!”

“모르긴 몰라도 한 달은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을 거야.”

악마들의 목소리가 점점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젠 선택해야 할 때였다.

이곳에서 저 녀석과 싸울지 아니면 여자를 따라 저 집에 들어갈지.

선택은 당연히 후자였다.

쾅쾅쾅!

문을 두드리자, 곧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지고 싶은 거 아니었어?”

“도와주십시오.”

“……쯧, 들어와.”

혀를 찬 여성의 안내에 따라 나는 집 안으로 들어왔다.

끼익-!

쿵!

문을 닫자, 이질적인 감각이 들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완전히 다른 공간에 있는 느낌이었다.

이 느낌은 마치 현생에 들어온…….

“미친!”

“미친? 나갈래?”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거…….”

나는 바닥을 바라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발이 위치한 곳.

나는 분명히 땅을 딛고 서 있었다. 땅 위로 부유하는 형태가 아니라 현생처럼 발이 온전히 땅과 밀착해 있다는 말이다!

“아! 궁금해도 묻지 마. 귀찮으니까.”

손을 휘휘 저은 여성은 한쪽으로 나를 불렀다. 그녀를 따라가면서 나는 집의 내부를 살피기 시작했다.

수많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특이한 점은 그 안에 액자들은 모두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틀어 놓은 듯이 계속해서 화면이 바뀌고 있었다.

“빨리 와!”

까탈스러운 그녀의 음성에 나는 정신을 차리고는 그녀가 안내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앉아.”

그녀는 컵 하나를 내 앞에 턱 내려놓더니, 건너편에 앉았다.

“일단,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나도 원하는 게 있어서 구해 준 건데.”

나는 긴장을 끌어올렸다. 이곳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다. 조금 전 그 노파의 손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다면 목이 꿰뚫렸으리라…….

“긴장하지 마. 공격은 안 해.”

많이 쳐줘 봐야 30대 초반.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묶음 머리의 여자가 말했다.

“대체 여긴 어디죠? 절 왜 구해 주신 겁니까? 그리고 당신은…….”

“한 가지씩만 물어볼래?”

짜증 난다는 듯 미간을 좁힌 그녀가 말했다.

입을 꽉 다문 나는 고민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야 했다. 저 까탈스러워 보이는 여자가 언제 대답을 끊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

잠시 고민한 나는 마침내 가장 적당한 질문을 골라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이곳이 어디인지, 왜 저들이 나를 그토록 잡으려고 하는지는 얼추 파악이 가능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여자의 정체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녀는 아무리 봐도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집은 어째서인지 온전히 두 다리로 서 있을 수 있었다.

미심쩍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물음은 모든 것들을 설명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물음이었다.

내 질문을 듣고는 표정을 급속도로 굳힌 그녀는 낮은 소리로 물었다.

“잠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산 자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

싸늘할 정도로 차가운 음성이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나갈래? 악마 새끼들 밥으로 던져 줄까?”

추궁은 듣지 않겠다는 의지인지 그녀는 대뜸 공격적인 말투로 나를 쏘아붙였다.

쾅쾅쾅-!

독살스러운 그녀의 언행에 미간이 좁혀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찌 됐건 이곳의 주인은 저 여자였으니까.

쾅쾅쾅-!

“어이, 집주인!”

“나와 봐!”

문이 부서질 듯 울리기 시작했다.

“이 새끼들이 진짜! 잠깐만 기다려.”

분명 문밖의 녀석들은 빈민가의 악마와 시장 안에 있던 악마들이 분명했다.

그녀는 짜증스러운 얼굴을 한 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현관 쪽으로 걸어가며 그녀는 옷걸이에 걸린 가면을 집어 들었다. 하얀 배경에 검은색으로 온갖 문양이 수 놓인 가면이었다.

“숨어 있어!”

그리 말한 그녀는 가면을 얼굴 위로 씌웠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몸이 붕 뜨더니 검은 피부로 변하기 시작했다. 골격이 기괴하게 꺾이고, 몸집이 불어났다. 이마에 뿔이 자라나더니 마침내 악마의 형상을 지닌 존재가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나는 입을 떡 벌렸다.

“그런 허접한 아이템이나 쓰니까 걸리는 거야. 애송아.”

나를 보며 씨익 웃은 그녀는 금세 표정을 바꿨다.

짜증을 가득 담은 얼굴로 문을 열어젖힌 그녀가 소리쳤다.

“뭐야, 이 거지새끼들은!”

“뭐?”

“뭐! 병신들아, 왜!”

생각보다 강하게 나오는 그녀를 보고 악마는 말문이 턱 막혔다.

누더기를 걸친 악마가 어버버하는 사이, 뒤따라온 건장한 악마가 말했다.

“이곳에 산 자가 왔나?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말이야.”

“산 자? 산 자가 이곳을 돌아다닐 수나 있고? …… 너희들 단체로 약 처먹었니?”

그녀는 벌레 보듯 악마들을 바라봤다.

“말본새하고는…… 정말인가? 조금 전까지 기척이 이 근처에서 느껴졌다.”

“들어와서 확인해 보던가.”

“그럼 실례하지.”

“…….”

“뭐 하는 짓이지?”

집 안으로 들어오려던 붉은 뿔의 악마는 인상을 구겼다.

“들어오기 전에 값은 치러야지.”

“뭐?”

“남의 집을 뒤지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어? 난로 뒤를 열어젖히던, 속옷을 들춰 보던 상관 안 할 테니까 값만 치르라고. 어디 보자…… 하나, 둘, 서이, 너이…… 흠, 여섯이네? 두당 2만 제니.”

“미쳤군.”

“싫어? 싫으면 꺼지시던가.”

“이, 미친년이……!”

“미친 건 네놈들이지. 어디 와서 행패야!!”

돌연 노성이 짙게 밴 그녀의 고함이 들려왔다.

그녀의 호통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이거 주거침입인 거 알지? 백작령을 어길 자신 있어? 있으면 해 봐!”

“너…….”

“빨리 안 꺼질래? 진짜 경비 놈들 불러 줘?”

“너 조심해라…….”

“뷰웅신. 네놈이나 조심해. 뒤지기 싫으면.”

엄청난 그녀의 기세에, 몰려든 악마들은 한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가자.”

“그래 잘 가. 다신 보지 말자구.”

쾅!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은 그녀는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후…… 거지 같은 곳에서 오래 살다 보니 성격 다 버렸네.”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옷걸이에 다시 가면을 걸고는 나를 보며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내가 생명의 은인인 거 알지?”

그 미소가 어찌나 사악하던지, 등줄기를 타고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표정을 바꾸며 물었다.

“솔직히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당장 녀석들을 다시 불러오기 전에.”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녀는 아까와 같은 싸늘한 태도로 돌변해 있었다.

“산 자가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인버스 타워라는 게이트를 통해서…….”

“인버스 타워…… 게이트? 너 설마 지구인이야?”

“네.”

그녀는 조금 놀란 눈으로 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너 거짓말하면 나한테 죽어.”

“진짭니다.”

“허…….”

“왜 그러십니까?”

그녀는 조금 복잡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 살아생전 지구인을 또 보다니…….”

또? 나는 그녀의 말을 곱씹으며 물었다.

“또라니요? 언제…….”

“그 녀석도 너랑 똑같았지. 망자의 형태가 아닌 상태로 내려왔으니까.”

궁금증이 일었다.

내가 알기로 인버스 타워 30층 이하로 내려온 사람은 단 한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진지한 내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주는 대신 자신의 물음에 솔직하게 대답해 달라는 조건을 붙인 후였다.

알겠다고 하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꽤 오래전 일이야.”

무겁게 입을 연 그녀가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너보다 더했지. 너처럼 망자인 척을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산 자의 형태로 내려왔으니까.”

“네?”

나는 믿기지 않았다.

그게 가능할 거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30층에 들어선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산 자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망자화’를 사용한 나도 처음에 견디기 힘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엄청난 의지로 겨우 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어.”

“그게 가능합니까?”

“불가능하지. 거의 뭐 미친놈이었지. 그 녀석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얼굴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의 영혼은 이미 반 이상 손상되어 있었어.”

나는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뭐, 애송이 녀석이 대단하긴 했어.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은 망자를 죄다 묶어 가지고 내려왔거든.”

“그게 무슨 소용이…….”

“있지. 그 애송이는 자신의 영혼이 소화되기 전에 망자를 죽였거든.”

“그럼…….”

“응, 망자들의 뱃속에 영혼이 남아 있었어. 그걸 내가 꺼내 고쳐 줬고.”

“네??”

나는 놀란 눈을 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갑자기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가 펼쳐진 것이다.

“나는 영혼 수리공이야. 간판 못 봤니?”

봤을 리가…….

나는 황당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어깨를 으쓱 올린 그녀는 주변에 널려 있는 기구들을 가리켰다.

처음 보는 물건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 물건들로 내가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맞히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어깨를 슬쩍 들어 올려 보였다.

“뭐, 어쨌든, 녀석은 용케 나를 찾아왔더라. 저 많은 악마의 눈을 피해서 말이야.”

나는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궁금증이 일어 대답을 기다리기 힘들었다.

그녀는 보채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든 영혼을 복구시켜 줬어. 극소량의 소화된 영혼들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녀의 말을 들은 나는 조금 의아함을 느꼈다.

아버지는 분명, 얼마 전 나에게 이러셨다.

-나는 어차피 영혼이 마모되어 내년이면 죽는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아버지의 영혼은 멀쩡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설마 이곳에 내려온 사람이 다른 사람인가? 아버지는 30층 어딘가에서 밖으로 나가신 건가?

의구심이 들던 중 그녀의 말이 들려왔다.

“그 애송이 녀석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어.”

급격히 어두워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몸을 강하게 감싸 안았다.

“그게 무슨…….”

“제이 로베루스 백작에게 저항했거든.”

“그게 누굽니까?”

“이 층의 지배자.”

그녀의 얼굴이 사뭇 심각해졌다.

“녀석은 로베루스 백작에게 영혼의 3분의 1을 빼앗겼어. 그러고는 추방되었지.”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그녀의 말을 모두 들은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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