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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32화 (32/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32화

32. 인버스 타워(Inverse Tower)(4)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다.

27층과 28층을 오가며 레벨 업을 하던 우마와 암살이가 드디어 내려왔다.

29층에서 몬스터들을 모두 쓸어버린 뒤, 휴식을 취하던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녀석들을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녀석들과 몇 가지 규칙을 정해 둔 뒤로는 전혀 본 적이 없던 터라, 약 한 달 만의 재회였다.

“우마!!”

우마는 어느새 암살이의 머리에서 내려와 도도도 달려오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달려온 녀석은 점프해 내 품속으로 폭 안겨들었다.

“크큭. 그래그래, 잘 있었어?”

웃으며 반기자, 녀석이 양팔을 쭉 뻗으며 대답했다.

“우마!!”

“하하하.”

삭막하고 고독했던 지난날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녀석들과 회포를 풀며, 우마와 암살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강해졌다.

눈에 띌 정도로 녀석들의 기세는 정돈되어 있었다.

우마는 바다를 품은 것 같은 거대한 힘을 잔잔하게 흘려보내는 중이었고, 암살이는 오히려 눈앞에 있음에도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존재감이 없어졌다.

확실히 성장한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실전을 겪으며 날카롭게 연마된 녀석들의 감각이 살갗을 자극하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오소소 닭살이 돋기 시작했다.

강해진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녀석들도 몰라보게 성장했다.

“좋았어!”

처음으로 실력에 자신감이 붙는 순간이었다.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가문 역사상 20살의 나이에 나 이상의 무력을 가졌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그 아버지조차 30층이 한계였어.”

그런데 난 단신의 힘으로 29층까지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소환수마저 막 28층 공략을 마친 상태였다.

“한마디로 미친 거지.”

솔직히 소환수들이 이 정도로 잘해 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 성장세였다.

“고맙다.”

나는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 있는 암살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모든 것은 우마가 충분한 성장을 하기까지 묵묵히 도움을 준 암살이의 덕이 컸다.

‘이 녀석이 없었더라면 우마의 성장은 몇 배나 오래 걸렸겠지…….’

나는 남몰래 고생하는 암살이를 기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잘했어.”

히이이잉-!

흑마도 기쁜지 머리를 들이밀며 손길을 구애하는 모습이었다.

피식 웃은 나는 녀석을 한 번 쓰다듬고는 위층으로 향할 준비를 했다.

녀석들이 너무나도 반가웠지만 조금도 시간을 지체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28층으로 올라가야지만, 29층에 몬스터들이 리젠 된다.

아직 녀석들에게 남은 시련이 있었다.

바로 29층의 공략.

이것마저 성공하면 원래의 목표를 모두 이루는 셈이다.

“그럼 조심해라!”

나는 미련 없이 위층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삐이-!

삐이익-!

어디선가 경고음이 울렸다.

“뭐야!”

당황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나 예민해질 데로 예민해진 내 감각에도 어느 것 하나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삐이-!

삐이익-!

그러나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마치 위험을 알리는 듯한 경고음. 고막을 찌를듯한 소음이 계속해서 신경을 자극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식은땀이 죽 흘렀다.

무언가 행동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친 것이다.

“젠장!”

나는 15층부터 각층 마다 존재해 왔던 빛을 향해 달려갔다.

밖으로 향하는 포탈이었다.

‘시발…… 너무 오래 있었나?’

지금까지 29층에서 녀석들을 기다리며 혼자 보낸 시간만 5일. 한 층에서 머무른 최대 시간이었다.

만약 지금 울리는 저 소음이 해당 층을 클리어했음에도 다음 층으로 넘어가지 않아 생긴 경고음이라면?

만약 그 벌로 다음 층으로 강제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30층은 천가의 주인인 아버지마저 3년간 누워 있게 했던 곳이었다. 게다가 현재까지 영향을 줄 만큼 지독한 저주를 퍼부은 곳이기도 했다.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된다.

“나가자!”

소환수들이 29층을 클리어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잘못하면 내가 빨려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포탈 근처에 도착한 나는 서둘러 몸을 던질 준비를 했다. 어느새 다가온 우마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더욱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가자!”

[인버스 타워에서 예기치 못한 오류를 발견했습니다.]

“뭐!?”

그러나 이어진 알림음에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알림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달려가면서도 이어지는 알림음에 귀를 기울였다.

[생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난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대상자를 ‘죽음’ 진영으로 수복합니다.]

이해하기 힘든 알림음.

그러나 곧 이어진 현상에 나는 모른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히이이잉-!

괴로운 듯 울부짖는 흑마와…… 온 힘을 끌어올리며 미지의 힘에 저항하는 데스나이트.

암살이가 어디론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거센 저항에도 휘말려 들어가는 힘은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소리쳤다.

“해제!!”

[현 상태로는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해제!!”

[현 상태로는 ‘해제’가 불가능합니다.]

“씨발!”

히이이잉-!

녀석이 향하는 곳은 검은색으로 불길하게 빛나는 곳이었다.

그곳은 다름 아닌 30층으로 향하는 포탈.

막아야만 한다!

나는 녀석을 향해 몸을 던졌다.

활력을 모두 개방하고 달려가, 녀석의 몸을 끌어당겼다.

“으윽!!”

이를 악다문 채 온 힘을 다해 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녀석은 점점 검은 포탈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계속 붙들고 있다가는 나조차도 빨려 들어갈 기세였다.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

“……시발!”

휘이이이익-!

안간힘을 다하던 손에 힘이 빠지던 그 순간.

녀석은 순식간에 포탈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검게 빛나는 포탈을 노려봤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대체 왜…….”

[결속의 힘이 약해집니다.]

[‘해제’가 불가능해집니다.]

“…….”

아무리 해제를 외쳐 봐도 같은 상황만 반복될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애써 머리를 굴려 보았지만, 답을 내릴 수는 없었다.

그저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조금 전 울렸던 알림창의 내용이었다.

[생과 죽음의 경계를 벗어난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대상자를 ‘죽음’ 진영으로 수복합니다.]

이 두 문장.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버스 타워는 30층을 경계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는 것! 아마 생과 사에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30층부터 시작되는 것은 ‘죽음’의 진영으로, 데스나이트와 같이 죽음에 관련된 녀석들이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일자, 어느 정도 머릿속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왜 큰아버지와 아버지가 30층 이상 내려가지 말라고 했는지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마도, [생자]인 상태로 들어가면 페널티가 있겠지…….’

아버지의 경우 생자인 상태로 들어가서 저주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어쩌지?”

지금 상태로 암살이를 따라 아래층으로 들어간다면 아버지가 겪었던 꼴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고 소중한 소환수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누가 뭐라 해도 데스나이트 암살이는 내가 가진 가장 큰 전력 중 하나였으니까…….

고민이 깊어졌다.

베스트는 녀석이 30층을 단독으로 돌파한 뒤 다시 위층으로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재빨리 녀석을 해제시킨 후 귀환.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스토리였다.

하지만……

[연결할 수 없습니다.]

“젠장……!”

역시 맘처럼 쉽게 풀릴 리가 없지.

반지를 통해 간단한 의사를 전할 수 있는 능력도 마비된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상 결정해야 했다.

녀석을 기다릴지, 따라 들어갈지.

그것도 아니면…….

짝!

“미안하다.”

나는 사죄의 의미로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가문에 버림받고 분노했던 때가 엊그젠데, 찰나지만 생각하기도 혐오스러운 것을 상상하고 말았다.

나는 차갑게 식은 머리로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조용히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저 아래서 녀석의 의지가 고스란히 들려왔기 때문이다.

[데스나이트 ‘암살이’가 죽음을 섭취합니다.]

[데스나이트 ‘암살이’가 죽음을 섭취합니다.]

[데스나이트 ‘암살이’가 죽음을 섭취합니다.]

…….

말조차 할 수 없는 녀석이었지만, 의지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강해져서 돌아오겠다.

분명, 그리 말하고 있었다.

“……기다리마.”

나는 우마를 데리고 위층으로 향했다.

녀석을 기다리는 동안 시간을 축낼 수는 없었다.

암살이가 노력하는 만큼 나도, 그리고 이 녀석도 강해져야 한다.

나는 우마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이젠 너 혼자 여기까지 내려오는 거야.”

“우마!!”

우마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천가(天家).

그 이름도 위대한 하늘의 가문은 중요한 일정을 앞에 두고 있었다.

바로 차기 가주 임명식이었다.

모두의 귀추가 주목되는 이 사건은 천가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아니,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유명 길드와 가문들이 모두 주목하고 있는 중대사 중 하나였다.

“다 모였나?”

“네.”

철용은 짧게 대답한 뒤, 천태산을 자리로 안내했다.

그가 향한 곳은 가주전의 입구.

수백 개의 계단으로 쌓아 올린 가장 높은 건물 앞에 놓인 단 하나의 의자였다.

그의 아래로 모든 천가의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모든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가주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예외는 없었다.

아니,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자리에는 두 명이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천태백과 천도윤.

천태백을 아는 극소수의 이들은 그의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언급하지 않았고.

천태백을 모르는 대다수의 이는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거론되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천도윤은 아니었다.

“그 망나니 새끼가!”

“대체 어디 있어? 빨리 찾아와야 할 거 아니야!”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존재가 자리에 와있지 않았다.

천도윤.

직계이자, 천태산의 막내아들이었다.

“왜 없어! 어디 있냐고!”

“그게…… 석 달 전부터 행방불명됐다고…….”

“내가 무슨 수를 쓰든지 찾아오라고 했지!”

“죄, 죄송합니다.”

행사를 관리하던 방계의 대표는 죽을 맛이었다.

천도윤, 그는 형식적으로는 아직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주가 천도윤을 가문으로 다시 받아들이려 한다는 소식은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그의 부재는 가문 내에서도 큰 화젯거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엇보다 직계가 아닌가.

아무리 내놓은 자식이라고 할지라도, 겨우 셋 있는 자식 중 한 명을 뽑는 차기 가주 계승식인데 그가 없는 것은 말이 되질 않았다.

역시나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도윤 그 새끼 안 온 거야 설마?”

“돌아왔다고 동네방네 떠들며 싸움 걸 때는 언제고.”

“역시 버러지는 어디 못 간다니까.”

수군거림이 커지고, 천도윤의 행방을 묻는 자가 많아졌다.

그럴수록 책임자는 식은땀이 흘렀다.

당연하게도, 가주의 표정을 살필 수밖에 없었다.

“흠흠.”

자신을 바라보며 작은 헛기침을 하는 가주. 아주 작은 소리임에도 모든 가문 일원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천태산은 책임자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표현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쉰 책임자는 정신을 차린 뒤,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

조그만 소음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모두가 단 한 사람을 주목했다.

“차기 가주 임명식을 시행하겠다.”

가주 천태산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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