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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8화 (28/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8화

28. 동료(5)

웬만큼 정신이 나가지 않고서야, 3대 길드 수장의 인터뷰를 끊을 수는 없었다.

기자들의 눈이 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방금 뭐라고 하신 겁니까?”

누군가 마이크를 들이밀었다.

“누구 맘대로 우마 길드를 데려가냐고 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말이죠.”

카메라가 서서히 방향을 바꿨다.

“……누구시죠?”

“그건 알 거 없습니다.”

“네?”

“중요한 건 이거죠.”

“…….”

나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음을 확인하고는 손가락으로 지창민을 가리켰다.

“저자가 우마 길드의 대표를 협박하는 것을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

촤르르르-!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눈을 괴롭혔다.

그 와중에도 내 시선은 오직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청룡 길드의 수장 지창민. 녀석은 썩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데, 언론 플레이로 날름 가로채려고 해?’

어림도 없지.

나는 박한별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과 동시에 박한별에게 또 한 번 빚을 지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박한별의 문제를 해결해 줄 길은 이것밖에 없었다.

일을 키우는 것!

하여, 청룡 길드 녀석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 많은 인원을 내가 지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박한별은 자신의 목숨을 내던져 가면서까지 길드원을 지키는 여자였다.

한 명의 길드원이라도 죽는 순간, 박한별은 흔들릴 것이 뻔했다.

‘그전에 해결해야지.’

“무슨 이야기죠?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지창민과 우마 길드 대표가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청룡 길드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경우, 지창민이 우마 길드원들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정말입니까?”

“예, 한 치의 거짓도 없습니다.”

놀란 눈을 한 기자들의 카메라가 다시 지창민에게 향했다.

“저자의 말이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하하.”

지창민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며 점점 나를 향해 다가왔다.

일반인들은 잘 느끼지 못할 미세한 살기를 내뿜으며…….

“이런 악성 루머를 퍼트리다니 기분이 별로 좋진 않군요. 대체 누구십니까? 혹시 다른 길드에서 나오셨습니까?”

녀석은 이미 박한별과의 대화를 통해서 내가 조형집 직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지창민은 뻔뻔하게도 나를 모른척하며 다른 길드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지창민의 한마디에 기자들의 눈빛에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창민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저는 이런 문화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 플레이를 하고, 서로 시해하고, 음해하고…… 아무리 길드끼리 서로 라이벌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심하신 것 아닙니까?”

지창민의 연기는 일품이었다.

그의 얼굴은 모함에 걸려든 억울한 사람의 그것과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이쯤 되니 기자들은 나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느 길드에서 나오셨죠?”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혹시 그쪽도 우마 길드를 영입하고 싶으신 겁니까?”

수많은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정도는 이미 생각한 범위 안이었다.

“저는…….”

“기자님들 조금만 진정하시고, 제가 잘 타이르겠습니다.”

말하려는 순간, 끼어든 것은 지창민이었다.

“저랑 잠시 이야기 좀 하시죠.”

녀석은 조용히 내 어깨를 감싸더니 한쪽으로 이끌었다.

그러고는…….

“윤호야.”

뒤따라오던 청룡 길드의 부대표 신윤호를 불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자신의 거대한 방패를 꺼내 들었다. 공격 특화 길드에 유일한 방어 전용 플레이어. 그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스킬을 꺼내 들었다.

“앱솔루트 실드!”

그가 외치자, 방패에서 얇은 막이 퍼져 나와, 지창민과 내가 서 있는 공간을 둘러쌌다.

나는 생각했다.

한 방 먹었다!

하지만 한 방 먹었다고 생각한 것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이 시발 새끼야! 너 뭐야!”

얇은 막이 완전히 외부와 단절된 공간을 만들자, 욕설이 날아들었다.

지창민은 벌게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렇게 욕해도 돼?”

“너 뭐냐고! 뭔데 아까부터 끼어들어! 진짜 여기서 죽여 줄까?”

사람이 이렇게 앞과 뒤가 다를 수 있구나…….

소름 돋을 정도로 상반된 지창민의 모습에 정신이 어질했다.

“할 수 있으면 해 봐.”

“뭐?”

나는 조용히 막 바깥을 가리켰다.

녀석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내가 이곳에서 죽으면 저 녀석은 살인자가 되고 만다.

그것도 기자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서.

“죽일 수 있겠어?”

배우 뺨치는 연기까지 해 가며 이미지 관리를 하는 지창민에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리라.

내가 웃으며 묻자, 지창민도 웃었다.

“……!”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고 있을 때, 지창민의 주먹이 날아왔다.

“컥-!”

재빨리 활력을 활성화해 복부를 방어했지만, 데미지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붉은 피를 바닥에 내뱉으며 녀석을 바라봤다.

지창민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네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친절히 하나씩 알려 줄게.”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창민은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첫째, 바깥에선 이곳이 안 보여!”

파지지직-!

지창민의 손에 전격이 일렁였다.

“여기서 무슨 짓을 하든 밖에서는 볼 수 없다는 뜻이야. 물론 소리도 들을 수 없지.”

녀석의 전격이 점점 더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지창민은 비릿한 미소를 유지한 채, 나에게 더 다가오고 있었다.

“둘째, 나는 네 생각보다 돈이 많아.”

녀석은 품에서 각종 포션을 꺼내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살려는 드릴게.

단, 반 정도 죽인 뒤에!

녀석은 잔인하리만큼 악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셋째, 네가 건든 것이 대한민국 3대 길드의 대표라는 것이야.”

지창민이 제자리에 우뚝 섰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그 이름이 갖는 의미가 어느 정도인지 몰랐던 것이 너의 가장 큰 죄야.”

“…….”

“죽이진 않을게. 대신, 죽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울 거야.”

그의 손에서 전격이 미친 듯이 널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잠시 그를 바라보던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도 몇 가지 알려 주지.”

“지랄하고 있네.”

“뭐?”

“곧 살려 달라고 질질 짤 새끼가. 죽어 그냥!”

아무래도 녀석은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파지지지직-!

엄청난 전격이 막 전체를 가득 채웠다.

콰과과광!

빛과 굉음이 시각과 청각을 모두 마비시킬 만큼 위력적인 공격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지창민은 놀란 얼굴을 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녀석이 했던 말을 똑같이 돌려주었다.

“네가 모르고 있는 사실이 몇 가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친절히 하나씩 알려 줄게.”

나 역시 녀석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당혹감이 물든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첫째, 넌 내가 누군지 몰라.”

하지만 금세 이성이 돌아온 지창민은 눈빛을 바꾸며 말했다.

“지랄하네!”

콰과과광-!

엄청난 전격이 또 한 번 내 몸을 덮쳤다.

마치 인간 피뢰침이라도 된 것마냥 내 몸을 향해 낙뢰가 쉬지 않고 내리쳤다.

그러나 나는 전혀 타격이 없었다.

원래 같은 속성의 공격은 그 위력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상 잘 통하지 않기 마련이다.

녀석이 나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나는 미리 둘러 뒀던 뇌 속성의 덕을 충분히 보는 중이었다.

‘좋은데?’

충전이라도 되는 듯, 몸에 전격의 위력이 올라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반면, 지창민은 공격을 하면 할수록 사색이 되어 갔다.

“이게…… 어떻게?”

대한민국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청룡 길드.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공격을 자랑하는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궁금해?”

파지지직-!

내 몸에서도 역시 전격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지창민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신이 알기로 대한민국에서 전격을 이용하는 플레이어는 단 두 명! 자신과 뇌룡 천지훈 뿐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새로운 뇌 속성 플레이어가 나타난 것이다! 놀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둘째, 네가 지금 겪는 일을 외부에 발설하는 순간, 너는 죽는다는 거야!”

때아닌 협박에 지창민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개새끼가!’

어디 이름도 모르는 듣보잡이 계속해서 신경을 긁어 댄다.

우마 길드의 대표와 접촉할 때부터 훼방을 놓더니, 조금 전에는 기자 앞에서, 지금은 바로 자신의 면전에서 미친 짓을 해 댄다.

지창민은 오랜만에 머릿속 실 하나가 뚝 끊기는 기분이었다.

이런 수모는 뇌룡(雷龍) 천지훈에게 당한 이후로 처음이었다.

“끄아아악!”

눈이 완전히 돌아간 지창민은 녀석에게 다가가 주먹을 휘둘렀다.

전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패 죽이면 그만이다!

“죽어!”

반쯤 까뒤집힌 눈으로 녀석의 복부를 갈겼다.

묵직한 느낌이 주먹에 감돌았다.

“커흑!”

공격에 속절없이 당한 녀석은 배를 감싸 쥐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이로써 확실해졌다.

녀석은 약하다.

능력의 상성에 의해 많은 부분 혜택을 받고 있지만, 녀석의 무위는 자신보다 몇 단계는 아래였다.

“이젠 진짜 죽여 줄게.”

비릿하게 웃은 지창민은 녀석의 안면을 향해 발을 휘둘렀다.

퍽-!

몇 바퀴나 구른 조형집 직원은 앱솔루트 실드의 벽에 부딪혀 피를 토했다.

그러나 지창민의 공격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죽어! 죽어! 죽어!”

무자비한 공격이 끝도 없이 들어갔다.

그러나, 공격하면 할수록 지창민은 찝찝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점점, 아니 확실히! 자신의 공격이 막히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건가?”

몸을 웅크린 조형집 직원은 웃고 있었다.

입 밖으로 피를 내뱉는 순간까지도…….

그의 상태를 바라본 지창민은 경악했다.

녀석은 분명 따라 하고 있었다.

자신의 기술을!

전격으로 근육과 신경에 자극을 줘 엄청난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 주는 자신만의 기술.

풍뢰(風雷).

그 기술을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고 있던 것이다.

‘내가 몇 년에 걸쳐 터득한 기술을…….’

놀라우리만큼 미친 재능에 압도당한 지창민은 자신도 모르게 거리를 벌렸다.

“네가 어떻게 풍뢰를?”

“아, 이 기술 이름이 풍뢰야?”

기술의 이름까지 모르고 있던 것을 보아 확실했다. 녀석은 이 짧은 시간에 자신의 기술을 보고, 흉내 낸 것이다.

지창민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털이 쭈뼛 서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중이었다.

‘위험하다!’

왠지, 지금 죽이지 않는다면 후에 큰 후환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크윽!”

하지만 본능과 이성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했다. 지창민에게는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치욕이었다.

자신이 누군가. 대한민국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플레이어가 아닌가.

나이 어린 꼬맹이에게 위협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넌…… 여기서 죽어 줘야겠다.”

귀찮아지긴 해도 기자들의 입을 막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마음을 굳힌 지창민은 모든 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진짜 죽일 생각인가 보군.”

녀석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선을 너무 많이 넘었어.”

비릿한 미소를 짓는 지창민을 보고서도 조형집의 직원은 웃고 있었다.

“…….”

“왜 웃지? 내가 너한테 질 거라, 생각하나? 아니면 이 상황이 장난 같아?”

낮게 으르렁거리는 지창민을 바라보던 사내는 천천히 입을 움직였다.

“확실히, 넌 나보다 몇 단계는 강한 무위를 가졌어.”

“그걸 아는 새끼가 그렇게 까불었어? 이제 와 빌어도 소용없어 이 새끼야!”

“하지만 그게 내가 진다는 소리는 아니야.”

“뭔 개소리야! 정신병자 새끼가!”

“무슨 소리냐고?”

사내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지창민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죽는다……!’

왠지는 몰랐다.

하지만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가 온몸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파르르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였다.

바로 저 녀석을 죽이는 것!

지창민은 떨리는 몸을 억누른 채 억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움직이려 할 때였다.

“나와!”

지창민의 목에는 어느새 데스나이트의 낫이 드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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