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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7화 (27/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7화

    27. 동료(4)

    “갖고 싶어?”

    구오오오-!

    녀석이 안광을 빛냈다.

    그 모습에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적일 때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흉흉한 포스였는데…… 부하가 되니 이리 귀여워 보일 수 없었다.

    “가져!”

    녀석은 황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척에 다다르자, 녀석이 앙상한 팔을 내밀었다.

    그러고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였다.

    “그렇게 말고.”

    나는 작게 웃으며 녀석에게 내밀던 반지를 왼쪽 검지에 끼워 넣었다.

    조금 전 일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것!

    소환수에게 잘 맞는 속성을 부여하니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 그렇다면, 융합도 궁합이 잘 맞는 물건과 하면 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지어 이 반지는 녀석에게서 떨어진 것이었다.

    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융합!”

    나는 곧장 반지를 내밀고 외쳤다.

    히이이잉!

    거대한 흑마가 기쁜 듯 울더니, 반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반지와 그 거리를 좁힐수록 데스나이트와 흑마는 점점 작아졌다. 급격하게 줄어든 몸집은, 이내 수채에 물이 빨려 들어가듯 반지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융합 완료!]

    [‘데스나이트’와 ‘데스나이트의 반지’의 궁합은 극상(極上)입니다.]

    [데스나이트 ‘암살이’가 편안함을 느낍니다.]

    [버프 효과가 적용됩니다.]

    [소환 후 10분간 약 20퍼센트의 추가 능력치를 얻습니다.]

    “역시!”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데스나이트의 반지에 데스나이트를 융합하자, 말도 안 되는 보상이 잇따랐다.

    20퍼센트의 추가 능력치.

    소환수에게 활력은 오직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일 뿐, 버프가 아니었다. 그런 소환수에게 능력치 상승 버프는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가뜩이나 얼마나 강한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녀석에게 버프라니…….’

    당장 시험해 보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다.

    “좋았어!”

    나는 뿌듯한 표정으로 반지를 바라봤다.

    그러나 보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스나이트의 반지’의 봉인된 능력이 풀립니다.]

    너무나도 달콤한 알림창의 목소리.

    나는 곧장 ‘데스나이트의 반지’의 능력을 확인했다.

    [데스나이트의 반지]

    등급: 유니크

    효과: 데미지 +5퍼센트, 최대 마나 +200, 스킬 ‘마나 드레인’

    효과를 확인한 나는 눈이 미친 듯이 커졌다.

    ‘잘못 본 거 아니지……?’

    [마나 드레인]

    스킬 위주의 전투를 펼치는 플레이어라면 그 누구나 탐내하는 스킬이었다.

    워낙 귀한 스킬이었기 때문에,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모를 수가 없었다.

    프랑스에서 매년 개최하는 지상 최대의 경매장 ‘월드 옥션’에서도 마나 드레인이 포함된 아이템은 최고급으로 취급됐으니까.

    최근 낙찰된 것은 2,500억이었다.

    아무런 추가 능력이 없는, 오직 스킬만을 보유한 아이템이 말이다.

    나는 조용히 데스나이트의 반지를 바라봤다.

    누구나 탐내하는 S급 스킬 뿐만 아니라, 데미지 증가와 마나 증가까지 붙어 있었다.

    한마디로 미친 능력치를 보유한 아이템이란 말이다.

    지금 시기에 딱 필요한 아이템이었다.

    활력은 여러 가지로 마나가 많이 드는 스킬이었다.

    처음 스킬을 사용하는 순간 마나가 훅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마나를 사용해야만 했다.

    지금 가진 마나로는 동시에 3번 정도가 한계. 말하자면 나와 우마, 그리고 암살이에게 활력을 사용하면 마나가 바닥을 친다는 소리다. 이마저도 오랜 기간 유지하기는 힘들었다.

    ‘소환수가 더 늘어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이만하면 당분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뜻밖의 쾌재에 주먹을 불끈 말아쥐었다.

    ‘이 정도면 마나가 부족할 일은 없어!’

    부족하면 마나를 훔쳐 오면 그만이었다.

    나는 왼손에 끼워진 두 개의 반지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든든한 아군이 둘이나 생겼다.

    한 아이는 이미 나를 아득히 뛰어넘은 경지였고, 다른 한 아이는 곧 나만큼 강해질 아이였다.

    절대 배신할 일 없는 아군.

    이것만큼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나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세 번째 아군을 만들러.

    * * *

    수백의 언데드가 산을 이루고 있는 곳은 가드 라인과 멀지 않은 곳이었다.

    그 앞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특종을 잡기 위해 모인 기자들부터, 때아닌 소란에 몰려든 동네 주민들까지.

    사건 현장의 앞은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한 말씀만 해 주시죠. 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겁니까?”

    “언데드 종족과 힘을 숨기는 데 능한 강력한 개체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 말은 곧,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예,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만약 게이트를 수상한 게이트를 발견한다면 지체하지 말고…….”

    “그 말은 협회의 책임이 전혀 아니라는 것처럼 들리는데요, 헌터 협회의 공식 입장입니까?”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사건 현장에 파견 나온 헌터 협회의 직원은 죽을 맛이었다.

    언데드가, 그것도 데스나이트가 포함된 던전 브레이크가 한국에서 일어났다. 그간 큰 사고 없이 게이트를 잘 막아 내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초유의 사태라고 할 수 있었다.

    사망자가 무려 다섯이었다.

    규모와 게이트 등급을 따져 봤을 때, 엄청난 선방이었지만, 대중과 기자의 시선은 조금 달라 보였다.

    “사상자가 무려 다섯이나 나왔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헌터 협회에서는 방안을 강구 하지 않겠다는 말씀이신가요?”

    멱살을 잡는 시민과 끝없이 협회를 까 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기자. 협회 직원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영원 같던 시간이 사라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한 인물의 등장으로.

    “어? 지창민이다!”

    “뭐? 청룡 길드 대표 지창민? 그럼 지금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게 지창민이야?”

    “특종감이다!”

    가드 라인을 넘어오는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민이 가시거리에 들어오자 기자들은 물밀듯이 빠져나갔다.

    “반갑습니다. KTVN 오세진 기자입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길드가 청룡 길드입니까?”

    기자를 힐끔 바라본 지창민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아닙니다.”

    지창민의 대답에 그 누구도 믿는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욱은 언제나 겸손한 모습으로 유명한 플레이어였으니까.

    “저 정도 규모의 던전 브레이크를 겨우 5명의 사망자만 낸 채 막을 수 있는 길드는 그리 많지 않을 텐데요! 정말 아니십니까?”

    무려 다섯과 겨우 다섯. 같은 기자의 질문이라기엔 완전히 상반되는 질문이었다.

    “하하, 정말 아닙니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길드는 따로 있어요.”

    지창민의 대답에 모두가 관심을 갖는 눈치였다.

    대체 누가……?

    “대체 어떤 길드입니까? 이렇게 완벽하게 던전 브레이크를 틀어막은 길드가!”

    “무려 데스나이트까지 출연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옆에서 마이크를 들이밀던 기자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뭐라고? 진짜?”

    “아까 협회 직원이 하는 이야기 못 들었어?”

    한심하게 그 기자를 바라보는 동료 기자.

    기자들 간의 눈빛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이것은 누가 봐도 특종감이었다.

    10년 만에 한국에서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 그 현장에서 나온 것은 3대 길드 ‘청룡’의 길드 마스터와 부 길드 마스터.

    이 사실만 해도 신문 1면을 채울 만한 기사감이었는데 그 상대가 무려 데스나이트라고 한다.

    체코 프라하를 완전히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그 몬스터!

    이 정도면 눈감고 기사를 뽑아내도 특종이었다.

    ‘최대한 자극적이게!’

    ‘빨리 올리는 게 장땡이야!’

    기자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프라하를 점령한 몬스터! 한국 땅을 밟기도 전에 소멸하다!’

    ‘청룡 길드 대표 지창민 무려, 데스나이트를 막고도 겸손한 모습 보여…….’

    앞으로 쏟아 낼 기사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타닥-! 타다닥!

    개중에는 그 자리에서 노트북을 펴 두드리기 시작한 기자도 있었다.

    “야, 그건 반칙이지!”

    “이 업계에서는 빠른 사람이 임자인 거 몰라? 짬도 안 되면 인터뷰나 따지 오지랖은…….”

    “뭐? 다시 말해 봐! 너 어디 기자야!”

    사소한 다툼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진정하세요. 다 설명해 드릴 테니.”

    상황을 중재한 것은 다름 아닌 지창민이었다.

    기자들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평소 친절하고 겸손하지만 인터뷰는 잘 안 하기로 유명한 지창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사를 쓰던 기자도 어느샌가 노트북을 닫고는 지창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왠지, 더 한 특종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럼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

    밝은 미소를 보이는 지창민에게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질문을 한 것은 KTVN의 오세진 기자였다.

    “정말 지창민 씨가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것이 아닙니까?”

    “아이, 진짜!”

    여기저기서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그건 당연히 지창민 씨가 겸손하게 대답…….”

    “네, 아닙니다.”

    “네?”

    기자들은 모두 놀란 눈으로 지창민을 바라봤다.

    그의 입에서는 예상치도 못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던전 브레이크를 막은 것은 우마 길드입니다.”

    “헐.”

    “미친!”

    촤르르르륵-!

    셔터 소리가 공간을 가득 메웠다.

    충격적인 소식에 일었던 소란이 일단락되고, 질문은 다시 쏟아져 나왔다.

    “그…… 우마 길드가 단독으로 던전 브레이크를 막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상황이 거의 마무리 된 후였습니다.”

    “에이, 설마.”

    몇몇 기자들은 지창민의 대답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마 길드는 고작 중형길드에 불과한데요. 거기에 서울에 지부를 둔 것도 아닌…….”

    “예, 저도 우마 길드의 실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강하더군요.”

    기자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민은 자신을 낮춘 적은 있어도 누군가를 올려 칭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 지창민이 누군가에게 강하다고 하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조금씩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우마 길드의 길드 마스터는 미지의 인물인 걸로 유명합니다. 혹시 보셨습니까?”

    “예, 봤습니다.”

    지창민은 짧게 대답했다.

    “어떻던가요?”

    “……자세한 설명은 본인이 원하지 않을 테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기자들의 얼굴에 아쉬움이 깃들었다.

    지창민은 그런 기자들을 둘러보더니 싱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러나, 한가지만큼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들의 눈빛이 돌아왔다.

    “그게 뭔가요?”

    “우마 길드는 정말 강한 팀이라는 겁니다. 탐이 날 정도로요.”

    촉이 좋은 기자들은 느낄 수 있었다.

    ‘큰 거 온다!’

    “탐이 난다고요?”

    “네.”

    대답은 짧았지만, 기자들은 알 수 있었다. 이 짧은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기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질문했다.

    “그렇다면 혹시……!?”

    지창민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들은 놀란 눈을 하며 질문을 쏟아 냈다.

    “협의된 사실입니까?”

    “아닙니다. 단지 저의 바람일 뿐입니다.”

    “청룡 길드의 러브콜이라니, 우마 길드의 마스터는 참 기쁠 것 같은데요. 혹시 우마 길드를 원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강했습니다.”

    “혹시, 우마 길드장에게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있습니다.”

    지창민의 사뭇 진지해진 태도. 기자들은 조용히 숨을 죽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질문을 이어 갔다.

    “그게 무엇이죠?”

    “그건…….”

    그가 입을 채 열기도 전에 엄청난 플래시 세례가 지창민을 덮쳤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3대 길드 중 하나인 청룡의 공개 러브콜이라니…….

    성사된다면 최고의 이슈로 떠오르겠지만, 만일 합병이 어긋나기라도 한다면 전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말 정도로 리스크 있는 발언이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생각했다.

    ‘특종이다!’

    현장에 나와 있는 모든 기자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이런 대박 기삿거리라니!

    그들은 입이 귀에 걸리는 것을 간신히 억눌렀다.

    아직 마지막 발언이 남아 있었기에…….

    그의 마지막 발언이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할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플래시는 쉬지 않고 터지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지창민의 입술을 주목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창욱의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희 청룡 길드는 우마 길드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누구 맘대로!”

    기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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