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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5화 (25/175)
  •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5화

    25. 동료(2)

    박한별은 멍하니 자신의 왼쪽 팔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팔을 내어 줄 각오로 날린 최후의 일격!

    공격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팔은 여전히 몸과 붙어 있었다.

    상황으로 유추해 볼 때, 분명 저 둘이 구해 준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너 그러다 진짜 죽어.”

    “내가? 내가 왜?”

    왜 저 둘이 싸우고 있냔 말이다.

    박한별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집에 TV 없어?”

    “없는데?”

    조형집 직원은 겁도 없이 청룡 길드의 수장 토르 지창민에게 깝죽대는 중이었다.

    “저, 저기!”

    박한별은 하는 수 없이 끼어들었다.

    “아, 한별 씨!”

    조형집 직원이 가장 먼저 돌아보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박한별은 어이가 없어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우마 길드의 마스터시죠? 반갑습니다.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민입니다.”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민도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며 끼어들었다. 그는 유독 ‘청룡’이라는 말에 힘을 주는 모습이었다.

    마치 조형집의 직원이 놀라 까무러치기를 원했다는 듯이. 그러나 별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는 지창민의 미간이 구겨졌다.

    “나를 진짜 몰라?”

    “뭐래. 아, 한별 씨, 안 다치셨어요?”

    조형집 직원은 깡그리 그를 무시하고는 박한별을 향해 다가갔다.

    이에 질세라 지창민도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우마 길드 마스터님. 제가 구해 드렸…….”

    “제가 구했습니다. 혹시 팔에 상처라도 나셨나요?”

    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부딪혔다.

    “너 진짜 뭐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스파크가 튀기는 둘의 시선을 보다 못한 박한별이 끼어들었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그보다…….”

    “한별 씨!”

    한차례 위험이 지나가고 나서야,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박한별은 짜증나는 듯한 목소리로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

    “그만!!”

    “…….”

    “…….”

    “대,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먼저 입을 연 것은 지창민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운을 띄웠다.

    “우마 길드의 행보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마 길드’라는 말이 나오자 박한별의 눈빛이 달라졌다.

    “행보라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거죠?”

    날카로운 눈빛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우마 길드와 인수 합병하고 싶습니다.”

    박한별의 동공이 흔들렸다.

    하지만 들키지 않으려는 듯 금세 안정을 찾고서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저희와 청룡 길드는 단 한 차례 교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불신 가득한 눈빛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지원 요청을 나올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 없었습니다.”

    “지원 요청이요? 아, 그럼…….”

    그제야 박한별은 모든 것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던 엄청난 굉음.

    거멓게 그을린 언데드.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눈치챌 수밖에 없었다.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지창민이 길드원들을 모두 구해 낸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팔까지…….

    박한별은 청룡 길드에게 지울 수 없는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는 길드장님의 전투를 보고 반했습니다.”

    박한별의 얼굴이 미세하게 붉어졌다.

    지창민은 그런 박한별의 반응에 승자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청산유수처럼 말을 뱉어 내기 시작했다.

    “그거 아십니까? 데스나이트를 혈혈단신으로 무찌를 수 있는 능력자는 대한민국에 몇 없습니다.”

    “그건…….”

    박한별의 시선이 조형집의 직원에게 꽂혔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 힘으로는 무리였다. 저 조형집 직원의 미친 효율의 버프가 없었다면…….

    끔찍한 상상에 박한별은 고개를 저었다.

    “아, 물론 ‘저의’ 도움이 없었다면 길드장님의 왼쪽 팔은 사라졌겠지만요.”

    박한별의 시선을 오해했는지, 지창민은 자신의 활약상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아, 아! 네, 감사합니다.”

    박한별은 지창민을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푹 숙였다.

    첫 이미지야 어찌 됐든 그는 자신과 우마 길드 모두를 살린 생명의 은인 아닌가?

    박한별은 진심으로 그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한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하여, 저희는 대한민국 탑급의 길드장님과 우수한 길드원들 모두를 저희 청룡 길드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길드장님의 엄청난 무위와 저 많은 언데드를 무찌른 우마 길드원들.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범죄니까요.”

    “네? 저희 길드원이…….”

    지창민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재난 특급 상황이라고 들어 급히 왔는데 벌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더군요. 솔직히 저도 놀랐습니다. 하하.”

    “그게 무슨……?!”

    박한별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지창민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자가 구한 게 아니었어?’

    박한별은 누구보다 길드원의 실력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아무리 우마 길드원들의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나, 절대 저 많은 숫자의 언데드를 감당할 만큼은 아니었다.

    데스나이트를 본 적은 처음이었지만 구울이나 해골 병사 등 언데드를 상대한 적은 있었다.

    절대 길드원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설마……!?’

    박한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조형집 직원 역시 방긋 웃는 채로 박한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검지를 입으로 가져갔다.

    “역시……!”

    이로써 확신이 들었다.

    자신과 길드원들을 모두 구한 것은 청룡 길드의 대표 지창민이 아니라…… 저자라는 것을!

    믿을 수 없는 실력이었다.

    저 많은 언데드를 이렇게 단시간에 처리하다니. 게다가 여유 있게 다가와 자신까지 구해 줬다.

    ‘대체 어떻게……!?’

    궁금한 것이 한가득이었지만 조형집 직원은 자신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눈치였다.

    “어떻습니까? 이런 말은 조금 쑥스럽지만, 저희는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입니다. 우마 길드의 길드장님만 들어와 주신다면 저희는 대한민국 3대 길드가 아니라 유일무이한 길드가 될 수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길드도 노려볼 만합니다.”

    웅변하듯 말하는 지창민을 빤히 바라보던 박한별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청룡 길드와 인수 합병할 생각이 없습니다.”

    “……하하, 이해합니다. 단번에 결정하기 힘드시겠지요.”

    “아뇨, 결정했습니다.”

    단호한 박한별의 대답에 지창민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나 금세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유가…… 있으십니까? 아직 조건도 들어 보시지 않으셨는데요.”

    “할 생각이 없습니다. 1,000억을 주셔도 안 합니다.”

    단호박 같은 대답.

    지창욱은 박한별의 대답을 듣고는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감히……! 중형길드장 따위가……!’

    청룡 길드가 몸집을 불려오는 과정에서 흡수한 길드는 적지 않았다. 물론, 거절당한 적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조건도 들어 보지 않고 까인 적은 처음이었다.

    한껏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회유하든 협박을 하든.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방해물이 껴들었다.

    “이야기 끝나셨습니까?”

    아까부터 거슬리던 새끼의 얼굴이 보였다.

    ‘아, 상황도 좆같이 흘러가는데…….’

    길지 않던 인내심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껴들지 마라. 진짜 죽여 버리기 전에.”

    살기 어린 음성이 사내를 덮쳤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분노한 지창민의 커다란 손이 사내의 목을 감쌌다.

    “내가 손 하나 까딱하면 넌 뒤져. 알아?”

    “뭐 하는 짓입니까?”

    어느새 다가온 박한별이 지창민을 가로막았다.

    “길드원이 버릇이 없군요. 길드장끼리 대화하는데…….”

    지창민의 손은 여전히 그의 목을 강하게 쥐고 있었다.

    이마를 찡그린 박한별이 대답했다.

    “저희 길드원 아닙니다.”

    지창민은 잠시 당황했다.

    “그럼……?”

    “…….”

    “대답하기 싫으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관계가 없다면 오히려…….”

    “조형집 직원입니다.”

    당장이라도 녀석의 목을 꺾을 기세를 내뿜던 지창민은 맥이 탁 풀려 버렸다. 이게 뭔 개소리란 말인가? 뜬금없는 대답에 지창민은 당황했다.

    “네?”

    “빨리 내려 주시죠.”

    박한별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지창민은 잠시 그와 박한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손을 놓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멀리 내팽개쳤다.

    녀석이 더 이상 방해하지 못하도록.

    박한별이 인상을 구겼지만 지창민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회유가 먹히지 않는다면 협박하면 그만이다.

    지창민은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박한별 씨, 좋은 말로 할 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겁니다.”

    박한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라고요?”

    “우마 길드를 넘기는 게 싫으시다면 당신이라도 오세요. 대우는 잘해 드릴 테니까.”

    그의 미소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이질감. 처음부터 불길했던 예감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미친놈.”

    박한별의 거친 표현에도 지창민은 웃으며 이야기했다.

    “저희를 거절했던 길드들이 모두 어떻게 되었는지 아십니까?”

    명백한 협박이었다.

    자신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길드원들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개 같은 협박!

    박한별은 힘을 끌어올렸다.

    지친 몸이었지만, 다행히 조형집 직원의 버프 효과는 남아 있었다.

    대한민국 3대 길드 중 하나를 이끄는 수장.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 길드의 장으로서 굽히지 말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 몸 상태로 이 정도의 힘이라니, 역시 제가 사람을 잘 봤네요.”

    지창민은 웃고 있었다.

    “닥쳐!”

    박한별은 당장이라도 공격할듯한 자세를 취했다.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지창민은 양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공격하시게요?”

    빙긋 웃던 지창민이 한곳을 가리켰다.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돌리자, 몰려드는 기자와 길드원들이 보였다.

    “공격하시면 시끄러워질 것 같은데…….”

    “너……!”

    박한별은 분노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생각 바뀌면 연락 주세요. 아, 빨리 연락 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소중한 길드원들 잃고 싶지 않으면.”

    무섭도록 굳어 버린 지창민의 얼굴.

    지창민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박한별의 배트에 꽂아 넣은 뒤 뒤돌아섰다.

    그 모습을 본 박한별은…….

    “야이, 개새…… 읍!! 으읍!!”

    “대표님! 왜 그러세요! 지금 기자들 있는데……!”

    상황이 일단락되고 다가오던 눈치 빠른 김지선 팀장은 재빨리 박한별의 입을 틀어막았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발 진정 좀 하세요!”

    김지선은 길길이 날뛰는 박한별을 겨우 진정시키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좀 진정되셨어요?”

    “…….”

    “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희 길드원을 모두 살려 준 분한테…….”

    박한별이 차분해진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김지선은 궁금했던 점을 묻기 시작했다.

    “아니에요. 저 사람이 구한 거.”

    “네?”

    분명 모든 길드원이 목격했다.

    개미 떼처럼 쏟아져 나오는 언데드에게 지옥을 선사하던 낙뢰를!

    가히 재앙이라 부를만한 전격은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든 언데드를 한낱 통구이로 만들었다.

    대한민국 3대 길드의 대표 토르 지창민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실력을 보여 준단 말인가!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박한별이 벌떡 일어났다.

    “맞다! 조형집 직원!”

    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형집 직원이 날아갔던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바닥에 손을 짚은 채였다.

    ‘설마……!’

    박한별은 황급히 그를 향해 뛰어갔다.

    “이봐요! 괜찮아요?”

    말없이 허물어졌던 다크 나이트의 육신에 처박힌 조형집 직원. 혹여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걱정하던 그녀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는…….

    웃고 있었다.

    “괜찮냐고요?”

    “네, 혹시 다치신 거라면…… 으악!”

    깜짝 놀란 박한별은 거리를 벌렸다.

    그가 미친 듯 웃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흐! 푸하하하하!!”

    “왜 이래요! 무섭게……!”

    한발 물러난 박한별은 생각했다.

    ‘진짜 미친놈이었나?’

    사내의 웃음소리는 한참이나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그가 웃으면 웃을수록 박한별의 안색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기 때문이다.

    ‘아까 날아갈 때 머리를 부딪쳤나……?’

    모두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일이었다.

    박한별은 조용히 식은땀을 흘렸다.

    “크흐흐.”

    그러나 이 모든 걱정은 천도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몰랐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미친놈처럼 웃고 있는 천도윤.

    그의 눈앞에는 단 한 줄의 알림창이 깜빡이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를 등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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