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4화
24. 동료(1)
대한민국에는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길드가 존재했다.
길드원 하나하나가 일당백의 전투력을 가졌다는 [더원].
세계적인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며, 실력과 조직력을 모두 겸비했다는 [오성].
그리고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한다는 [청룡].
대한민국의 3대 길드라고 불리는 청룡의 마스터가 임정섭의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당신이었군요.”
“뭔 개소리야?”
임정섭은 희망에 찬 눈으로 청룡 길드의 길드 마스터 지창민을 바라봤다.
“토르…….”
번개의 신 토르처럼 하늘에서 전격을 뿌려 댄다 해서 얻은 별명.
임정섭은 조용히 지창민의 별명을 중얼거렸다.
그는 마치 구세주라도 만났다는 듯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내, 내가 부족한 게 아니었어…….”
그의 얼굴을 보며 지창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미친놈인가?”
“신경 쓰지 마시죠. 대표님. 그보다 보셨습니까?”
“응.”
지창민과 그의 옆에 있던 사내는 일제히 한 곳을 바라봤다.
한 여성과 데스나이트가 혈전을 벌이고 있는 곳이었다.
“치열하군.”
지창민의 말처럼 전장은 치열했다.
한 합, 한 합 더해지는 공방이 모두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일격이었으며, 날 서린 눈빛은 그 누구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을 만큼 매서웠다.
전장은 오직 저 둘만의 것이었다.
“우마 길드의 마스터인가 보군.”
“예, 베일에 싸여 있어 저도 보는 건 처음입니다만, 확실히…….”
“대단하군. 소문이 과장됐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지창민과 청룡의 부 길드 마스터 신윤호는 박한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마 길드의 마스터는 업계에서 꽤 유명한 미스터리였다.
소문은 이러했다.
[대외에 모습을 잘 드러내진 않지만, 실력과 외모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난 플레이어]
누군가는 그것이 거짓이라 호도했고, 누구는 그녀를 남자라고 칭했으며, 누구는 우마 길드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씹어 댔다.
그러나 지창민이 직접 목격한 박한별은 소문보다 더 대단한 인물이었다.
외적으로나, 실력으로나…….
“욕심나는군.”
“접촉해 볼까요?”
다른 길드의, 그것도 마스터를 섭외하려는 짓은 그 의도만으로도 지탄받아야 마땅한 일이었지만, 지창민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실력이 있으면 누구든 데려온다. 설령 그것이 원수의 자식일지라도.’
지창민이 가슴 한 켠 각인처럼 새겨 넣은 문구였다.
지창민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위험해졌으면 좋겠군.”
“예?”
“아니다, 가지.”
“예, 대표님.”
‘그녀에게 빚을 질 수 있으면 이야기가 편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지창민은 그녀가 싸우고 있는 전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참, 탐난단 말이야…….”
언데드를 순식간에 정리한 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박한별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데스나이트와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크윽!”
‘역시, 버겁나?’
처음에는 내가 준 버프 덕분에 여유롭게 데스나이트를 상대하는 모습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힘은 대등해지고 있었다.
‘역시 언데드는…….’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이 가장 큰 무기다.
지치지도 않고, 잘 죽지도 않는다.
이는 곧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인간이 급속도로 불리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지 않는 한, 언데드는 계속해서 살아난다.
그것이 언데드의 가장 무서운 점이었다.
저곳에서 나오던 언데드도 내가 전기로 지져 놓지 않았다면, 아마 끊임없이 살아 우마 길드를 괴멸 직전까지 몰아갔으리라…….
“헉, 허억.”
박한별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역시 탐나…….’
그녀를 곧 창설할 내 팀에 끌어들이고 싶었다.
가문에서 힘깨나 쓴다는 양반들은 모두 가지고 있다는 자신만의 팀.
첫째 형 천진오는 천지(天地)를, 둘째 형 천지훈은 천파(天破)를 운영 중이었다.
한마디로 형들은 모두 온전한 자신만의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이는 나 역시 갖춰야 할 요소이기도 했다.
‘천지훈을 상대하려면 혼자서는 어림도 없어!’
적어도 등 뒤를 맡길 동료 몇 명쯤은 필요했다.
실력이 뛰어난 천우진이 믿을 만한 동료들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외부, 내부 따지지 않고 실력 있는 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현재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였다.
‘무엇보다 배신은 절대 안 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의뢰했을 때 보인 소심한 행동과 엉뚱한 고집, 카리스마 없는 리더의 모습을 보이던 그녀였지만, 위기 상황이 닥치자 그녀는 놀라우리만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동료를 가장 먼저 챙기는 건 물론이요, 위험한 곳에 자신이 가장 먼저 뛰어들었다.
‘나한테 꺼지라면서 욕도 박았지, 아마?’
그녀는 이중인격을 가진 사람마냥 나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긴커녕 기뻤다.
동료가 다칠까 봐 걱정하는 것이 얼굴에 보였기 때문이다.
빨리 게이트 앞으로 가 동료를 구해 달라는 거친 표현이었다.
역시 그녀는 이해관계나 실리를 따지기보다는 책임감과 자신의 신념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저렇게나 강한 그녀는 아직 피지 않은 꽃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상태를 집중했다.
[박한별]
특성: 괴력(??)
스킬: 없음
단출하기 그지없는 상태창.
그녀의 상태창을 엿본 순간 나는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활력의 해금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얻게 된 또 하나의 능력.
나는 활력을 부여한 대상의 상태창을 조금이나마 훔쳐볼 수 있었다.
등급조차 볼 수 없고, 활력을 부여해야만 하니 제약이 많이 따랐지만, 확실히 유용한 능력이었다.
각설하고.
‘특성 하나만으로 길드 마스터까지 가다니…….’
확실히 미친 재능임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욕심이 났다.
특성 하나만 가진 채 데스나이트와 호각을 이루는 그녀의 능력. 탐내지 않는다면 리더로서 실격 감이지 않은가.
부러우리만큼 대단한 재능에 계속해서 눈이 갔다.
만약 그녀에게 제대로 된 스킬만 몇 가지 쥐여 준다면…….
몇 배. 아니, 몇십 배는 성장하리라…….
두근.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두근.
상상 속에 그려지는 그녀의 전투는 가슴을 뛰게 하기 충분했다.
“당신은 내 거야.”
나는 그녀를 탐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 * *
그녀는 데스나이트를 향해 돌격하며 머리카락을 흩날리는 중이었다.
곱상한 외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정제되지 않은 거친 공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러나 그 공격에 빈틈은 없었다.
깡-!
까드드득-!
배트와 낫이 부딪치며 고막을 괴롭혔다.
일 년 치 자신의 연봉을 갈아 넣어 제작한 야구 배트가 점점 쓸 수 없게 되어 가고 있었지만, 그녀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무너지면 우리 길드는 끝이다!’
데스나이트와 언데드의 무서움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머리가 파괴되거나 복구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계속해서 살아나는 존재.
‘빨리 끝내야 해.’
박한별은 조금씩 조급해졌다.
빨리 이 녀석을 처리하고 동료에게 뛰어가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크윽, 젠장!”
그러나 데스나이트는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조형집 사내의 미친 버프의 능력이 없었다면 이미 목이 떨어져 나갔을 정도로 데스나이트는 강했다.
‘점점 힘이 빠진다…….’
자신은 점점 공격이 느려지고 무뎌지는 데 반해 데스나이트의 공격은 일정했다. 아니, 오히려 강력해지고 있었다.
사신을 연상케 하는 데스나이트의 눈이 칠흑처럼 어둠을 더해 갈 때마다 녀석의 힘은 올라가고 있었다.
“이래선 안 돼!”
조급함이 한 겹 더 쌓이고 있을 때, 불길한 기운을 흩뿌리는 흑마(黑馬)가 앞발을 들어 올렸다. 웅장한 몸집이 시야를 가렸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옆구리로 거대한 낫이 날아왔다.
“크윽!”
옆구리에 깊게 파고든 낫이 살점을 뜯어냈다.
그러나 시리도록 쓰라린 고통을 만끽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했다.
박한별은 있는 힘껏 발을 구르며 녀석의 사거리에서 벗어났다.
“허억, 헉.”
‘이대로는…… 당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했다.
더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승부를 봐야 했다.
‘한쪽 팔은 내어 줄 각오로…….’
의지를 다진 그녀는 모든 힘을 폭발하듯 오른손에 그러모았다.
은색 방망이가 그녀의 힘에 공명하듯 진동하고 있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그녀는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허용하는 대신, 잊지 못할 한 방을 선사해 줄 생각이었다.
‘한 방에 머리통을 날려 버려야 해!’
정확한 한 방!
그것만이 자신과 길드원 모두 살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형집의 직원이 조금이나마 길드원들에게 힘을 보태 싸워 주고 있길 바랄 뿐이었다.
등 뒤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을 길드원들을 생각하자 힘이 더욱 솟아났다.
‘이미 몇 명이 죽었을지도 몰라! 빨리 구해야 해.’
그녀의 힘이 최고치에 달했다.
준비를 마친 그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움직이려 할 때였다.
“다, 당신이 왜 여기에……?”
힘이 풀리려던 것을 간신히 붙잡았다.
눈 안에 들어온 것은 나를 구경하는 조형집 직원이었다.
“우리 애들은……?”
덜덜 떨리는 입술로 겨우 묻자, 사내는 어깨를 으쓱하며 들어 올리더니 등 뒤쪽을 가리켰다.
“이 개새끼야!! 우리 애들을 버려…….”
히이이잉-!
핏발 선 눈으로 욕을 쏟아 내기도 전에, 데스나이트가 탄 흑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매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흑마.
박한별은 애써 시선을 거둔 채 데스나이트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빨리 구해야 한다!’
저 녀석마저 전장을 이탈한 상태라면 정말로 길드원들이 위험했다.
어쩌면…….
불길한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뒤를 돌아 전장을 살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코앞까지 데스나이트가 온 상황이었다. 뒤를 돌아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는 것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만한 사실이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정말 이 녀석을 단방에 죽이고 동료들을 향해 뛰어가는 것!
박한별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죽어!!”
휘두른 은색 배트가 공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갔다.
정확히 녀석의 두개골을 노린 공격!
그러나 데스나이트의 낫 역시 박한별의 몸을 양단할 기세로 쇄도했다.
“내가 더 빨라!”
속도를 생각해 볼 때, 팔 한 짝은 내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보였다. 그러나 녀석의 낫이 몸통을 파고들기 전에, 확실히 날릴 자신이 있었다.
녀석의 대가리를!
펑!!
고막을 찢을듯한 굉음이 들리고…….
“허억, 허억.”
데스나이트의 육신은 말없이 허물어졌다.
“……이겼다!”
짧은 포효와 함께 동료들을 구하러 가기 위해 뒤돌아보려던 그녀는 바로 옆에 와 있는 조형집 직원을 발견했다.
“너, 너!! 우리 애들을……!”
마음 같아서는 이 녀석의 머리도 날려 버리고 싶은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동료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마음이 급해진 박한별은 뒤를 돌아 전장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전장에 살아 움직이는 언데드는 없었다.
그곳에는 오직 마무리 작업을 하는 길드원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혼란스러운 박한별은 다시 시선을 돌려 조형집의 직원을 쳐다봤다.
어찌 된 영문인지 묻기 위해 입을 열려던 박한별은 이상함을 느꼈다.
이상하게도 팔에 감각이 남아 있던 것이다.
의문을 느낀 박한별은 시선을 내렸다.
왼팔이 위치했었던 곳에는 여전히 낫이 존재했다.
이상한 점이라면 그 데스나이트의 낫이 누군가에 의해 들려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의 손에 의해서!
“넌 뭐냐?”
“너는 뭔데?”
그곳에는 조형집 직원과 대한민국 3대 길드 청룡의 수장 지창민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