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3화 (23/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3화

23. 남몰래 키우는 비밀병기(5)

각성자들이 막 생겨났을 무렵, 체코의 프라하를 점령했던 녀석들이 바로 이놈들이었다.

그어어어-!

찌를듯한 악취를 풍겨내는 녀석들.

반쯤 부패한 몬스터와 뼈밖에 남지 않은 녀석들이 뒤엉켜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징글징글하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를 부렸지만, 이 녀석들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녀석들의 공격에 감염되거나 중독되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

“크윽!”

“도와줘!”

죽지 않는 망령과 싸우던 투입조의 인원은 녹슨 검에 허벅지가 꿰뚫린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쾅!

“괜찮아요?”

“가, 감사합니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젊은 남성은 허겁지겁 하급 포션을 들이켜며 몸을 일으켰다.

“시발, 이게 뭐야…….”

그러고는 남은 포션을 허벅지에 미친 듯이 뿌려 대기 시작했다.

꿰뚫린 허벅지가 부패 되기 전에 막으려는 모습이었다.

“시발, 시발. 시발!!”

응급처치를 끝낸 사내의 눈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압도적인 물량 공세에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것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게이트에서는 말 그대로 ‘쏟아진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언데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주, 죽을 거야.”

“정신 차리세요.”

“우린…… 다 죽을 거라고.”

짝!

나는 녀석의 뺨을 강하게 후려쳤다.

“죽을 거면 혼자 죽어.”

짝!

“왜 죽기 싫은 사람까지 죽이려고 들어!”

죽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모르는 새끼가!

나는 녀석을 뒤쪽으로 밀쳐 낸 채, 언데드를 향해 달려갔다.

살점이 뚝뚝 떨어지며 네발로 기어 다니는 구울의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꾸웩-!

확실히 하나하나의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넘어설 만큼의 압도적인 물량이 있었다.

녀석들의 숫자를 보고 있자니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혹여, 녀석들이 이곳을 벗어나 환자들을 덮친다면? 박윤식 영감도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게 해서는 안 돼!’

저 녀석들은 죽지 않는 녀석들이었다.

목이 잘리거나, 재생 불가능할 정도로 데미지를 주어야 했다.

그게 아니라면 끈질기게 살아 주변 민간인들을 죽이고 다치게 할 것이 뻔했다.

괜히 도시 하나가 이 녀석들에 의해 점령됐던 것이 아니다.

“사람 많은 곳에선 보이기 싫었는데…….”

나의 능력은 언제까지고 숨기는 것이 좋았다.

감시자들을 피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들을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재난 상황이다.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히 몰려드는 언데드들과 싸우기 바쁜지 이곳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눈빛을 빛낸 나는 반쯤 부패 된 개새끼 한 마리를 날려 버린 후 땅바닥에 손을 짚었다.

“속성 부여.”

[속성을 부여하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부여 가능 속성은…….]

“빙(氷)!”

외치기 무섭게, 온몸에 한기가 돌았다.

삭풍처럼 에일듯한 바람이 주변 공기를 얼어붙게 하고 있었다.

나는 그 기운을 모두 바닥을 향해 쏟아 냈다.

바닥은 순식간에 얼어붙더니, 그 범위를 넓혀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염동력을 이용해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얼음이 향하는 곳은 오직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는 게이트의 입구.

구어어어-!

깨갱-!

그억-!

언데드들은 하나같이 뒤엉켜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얽히고설켜 겹겹이 쌓이기 시작했다.

“됐어!”

겨우 벗어나 똑바로 선 녀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미끌거리는 바닥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녀석들을 상대하기 한결 수월해진 우마 길드원들은 차츰 이성이 돌아오고 있었다.

누군가 소리쳤다.

“1팀 대열을 갖춰! 수비 특화 플레이어들은 녀석들이 얼음 바닥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아!”

“넵!”

“원거리 딜러들은 저 안으로 쏴 갈겨!! 아무렇게나 갈겨도 다 맞으니까 그냥 쏴, 씨발! 존나 갈기라고!”

녀석들은 얼음 바닥 안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았으며 나오는 언데드들만 처리하고 있었다.

나름 체계를 갖추는 모습이었다.

전쟁터를 연상시킬 만큼 치열해 보였지만, 처절한 모습에 비해 사상자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자그맣게 웃었다.

“나쁜 길드는 아니군.”

길드 마스터를 포함해서 인재가 많아 보이는 길드였다.

“그래도 역시, 최고는 그 여자지만…….”

얼음 바닥을 벗어난 해골 병사의 두 개 골을 날리며 전진할 때였다.

“크윽!”

왼쪽 손가락이 저릿했다.

손을 바라보니 반지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작은 뿔 두 개와 그 사이 번개 문양이 각인되어 있는 반지.

융합을 통해 새롭게 탄생한 나의 무기였다.

“알겠어, 나와!”

나는 반지를 향해 활력을 불어넣었다.

펑-!

그러자, 작은 폭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튀어나왔다.

“우마!!”

녀석은 내 어깨에 앉아 볼을 잔뜩 부풀린 모습이었다.

왜 빨리 꺼내 주지 않았냐고 질책하는 듯한 표정.

“위험해서 그랬어.”

“움~~뫄!!”

녀석는 어깨에서 일어나 가슴을 쭉 내밀었다.

그러고는 작은 두 개의 뿔 사이로 전격을 만들어 보였다.

파지지직-!

그 모습이 마냥 귀여웠지만, 지금은 여유 부릴 시간이 없었다.

“싸우고 싶다는 거지?”

“우마!!”

우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조용히 녀석을 바라봤다.

[우마]

레벨: 1

등급: 레어 (성장형)

속성: 뇌(雷)

특성: [호승심], [귀여움], [만독불침]

특성에 이상한 것이 하나 끼어 있었지만, 내가 주시한 것은 특성이 아니었다.

바로 등급과 레벨.

비록 레어 등급이었지만, 우마는 성장형이라는 귀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즉, 등급은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레벨이 존재했다.

얼마든지 강해질 수 있다.

“그래, 오늘 쩔이 뭔지 제대로 보여 줄게.”

나는 우마에게 말했다.

“얼음 바닥 보이지? 거기에 전기를 쏘는 거야 알겠지?”

“우마!!”

녀석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양 뿔을 이용해 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파직!

파지직-!

무섭도록 농밀한 전격이 모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응축되고 있는 전격은 당장이라도 튀어 나가고 싶어 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널뛰었다.

파지지직-!

녀석은 안간힘을 다해 전격을 모으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두르고 있던 빙 속성을 풀었다.

쩍쩍 얼어붙었던 땅바닥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물이 되어 증발하기 시작했다.

구어어어-!

속박이 풀린 구울과 해골 병사들이 광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지금!”

“우마!!”

콰과과과과광-!!

고막을 찢을듯한 굉음이 사방에 터져 나갔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번개가 한곳에 몰아치듯 언데드를 태우고 있었다.

썩은 살점이 더 타들어 가 지독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타들어 가 완전히 소실되었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속성 부여,ㄷ 빙!”

나는 계속해서 바닥에 얼음을 깔았다.

그리고 우마가 모든 전기를 충전해 방출할 때쯤 다시 속성을 풀었다.

구워어어억!!

쿠아악!!

다시 한번 재앙 같은 전격이 내리쳤다.

게이트를 빠져나오던 언데드들은 경직된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미쳤다.”

나는 그 장관을 바라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수백의 언데드들이 나와 우마의 협동 공격에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미친 듯이 오르는 우마의 레벨.

우마는 공격을 시작한 지 채 5분도 되지 않은 시점에 10을 넘어 15레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뿐이랴?

[임계점을 돌파했습니다.]

해금률도 풀렸다.

60퍼센트의 해금률은 어느새 70퍼센트까지 오른 모습이었다.

[활력의 ‘등록’ 가능 개수가 증가합니다. (1/1) -> (1/3)]

나는 입가에 웃음이 걸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은 채, 공격을 중단했다.

입을 떡 벌린 채 얼어 있던 우마 길드의 팀원들이 어느새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사건의 발생지를 찾아 고개를 돌리고 있었기에…….

* * *

“미친……!”

“도대체 누가…….”

돌격 제1조의 조장이 된 임정섭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분명 눈앞에 벌어지는 일이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

땅이 얼어붙고 언데드들이 뒤엉킬 때까지만 해도 엄청난 실력을 지닌 헌터 협회 직원이 힘을 보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파견 나온 협회 직원들은 모두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아는 사람 중에 저런 능력치를 가진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얼어붙은 땅이 그대로 증발하고,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했을 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비현실적인 장면이 뇌를 얼어붙게 만든 것이다.

그것은 팀원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재앙.

재앙이라고 표현할 만큼 엄청난 위력이었다.

번개는 점점 더 강해졌다.

마치 성장이라도 하듯.

“뇌룡(雷龍)이라도 온 겁니까?”

온몸을 덜덜 떨고 있던 조원이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뇌룡(雷龍) 천지훈.

그가 싸운다면 이런 느낌일까?

분명 그 위상 높은 천가의 천지훈이라면 분명 이런 장관도 가능하리라. 그러나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진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었다.

“모르겠다, 나도.”

박스 안에 갇혀 있기라도 한 듯 정해진 공간에만 깔끔하게 내려치는 전격.

가히 장관이라 부를만한 아름다운 공격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임정섭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될 수 있을까?’

깊은 생각도 필요 없었다.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는 오늘 확실히 깨달았다.

자신은 우물 안 개구리였다고.

뇌룡 천지훈이 운용하는 팀 천파(天破).

임정섭의 최종 목표였다.

그러나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오늘, 이름도 모르는 조형집 직원에게 목을 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겨우 언데드 몇 마리에 목숨을 잃을뻔했다.

“병신처럼…….”

상실감이 임정섭의 온몸을 매섭게 덮쳐왔다.

임정섭은 차라리 정말 뇌룡이라도 온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끝도 없이 추락하는 이 자존감의 끝을 간신히 잡을 수 있을 테니까…….

* * *

김지선 팀장은 놀란 표정으로 사건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친, 이게 다 뭐야?”

그녀의 등 뒤를 따라온 4명의 남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장님. 어떻게 된 일이죠……?”

“와, 이게 가능해?”

“저희가 할 일이 없겠는데요?”

“그러게…….”

김지선을 따라온 자들은 다름 아닌 힐러였다.

언데드 한정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직업.

힐만 써도 펑펑 터져 나가는 언데드들을 요리하기 위해 환자들을 케어하던 힐러들을 모두 불러드린 건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더 이상 손댈 곳이 없을 만큼 깔끔한 상황이었다.

모든 언데드가 타 죽었을 뿐만 아니라,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던 몬스터는 길드원들의 손에 의해 도륙당하고 있었다.

“힐!”

퍼버벙-!

힐러들이 할 일은 고작 움직임이 느려진 해골 병사들을 터트려 죽이는 일뿐이었다.

넋을 놓고 있던 김지선은 간신히 정신을 붙들어 맨 채 힐러들을 향해 말했다.

“위험한 상황은 없을 것 같으니 각자 떨어져서 살아 있는 언데드를 좀 처리해 주세요.”

“네.”

힐러들에게 명령을 내린 뒤, 김지선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내기 위해 임정섭에게 다가갔다.

임정섭은 어쩐지 화가 나 보이는 상태였다.

짐짓 심각한 상황 같았지만, 지금은 상황 파악이 우선이었다.

“정섭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혹시 지원 요청하셨습니까?”

“했지, 했는데…….”

임정섭의 얼굴에 약간의 화색이 돌았다.

마치 어떤 대답을 원하는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그런데 아직 지원은…….”

“뭐야, 기껏 왔건만 별 볼 일 없잖아?”

“그러게요, 시시하게 이게 뭐야?”

임정섭과 김지원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당신이었군요.”

“뭔 개소리야?”

그곳에는 청룡 길드의 대표 토르 지창민이 서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