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2화 (22/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2화

22. 남몰래 키우는 비밀병기(4)

“물어 드리겠습니다.”

“마스터!!”

김지선은 박한별을 향해 소리쳤다.

“가만히 있으세요. 김지선 씨.”

다시 한번 길드장을 쏴붙이려던 김지선은 숨을 헙 하고 멈췄다.

고요하지만 강렬한 박한별의 눈빛.

자신이 반해 들어왔던 카리스마 넘치던 그 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매일 순진하게만 굴던 마스터가 저 눈빛을 할 때는 길드의 중대사를 다룰 때뿐이었다.

김지선은 한발 물러났다.

더 이상 자신이 도맡아 하던 업무를 벗어난 느낌이었으므로.

“하지만 그 전에…… 김지선 팀장에게 사과하시죠.”

“그쪽이 먼저 사과한다면요.”

사내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박한별은 망설임 없이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생가가 파괴되고 조각상이 파괴된 것까지 모두요.”

“마스터…….”

뒤쪽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길드원들은 분노했다.

흉흉한 기운을 대놓고 상대에게 뿌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사내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듯, 김지선에게 다가갔다.

“저도 죄송합니다. 상황이 너무 긴박했어요. 우리 노인네가 너무 걱정돼서…….”

김지선은 사내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마스터가 자신을 위해 저렇게까지 하는데 옹졸하게 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김지선은 우마 길드의 모든 행정 및 운영을 지원하는 실세 중의 실세였다.

길드를 위해서 이렇게 손해만 볼 수는 없다.

‘하나를 줬으면 둘을 받아와야지.’

김지선은 사내의 두꺼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 길드 들어 올래요?”

“팀장님!!”

놀란 팀원들이 소리쳤다.

“대체 무슨 소리 하시는 겁니까? 저 새…… 아니, 저 녀석을 왜요!”

상황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팀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심지어 우마 길드의 대표 박한별조차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봉은 지금 일하는 곳에 두 배. 아니다, 그냥 오억 맞춰드릴게요. 물론 성과급, 위험수당, 레이드시 공적도에 따른 수익 분배는 따로입니다. 장비도 물론 모두 맞춰드리고요.”

쉬지 않고 뱉어 대는 그녀의 말에 듣고 있던 모두가 입을 떡 벌린 모습이었다.

김지선 팀장이 말한 조건은 누가 봐도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이었다.

“팀장님, 그건…….”

역시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녀석에게 이런 조건을 내걸다니…….

그러나 김지선의 태도는 완강했다.

“너희 중 나를 저기 처박을 수 있는 녀석 있니? 있으면 나와봐. 바로 연봉 올려 줄게.”

“그건…….”

“기습당하신 거잖습니까. 팀장님이 방심한 상태만 아니었어도…….”

반발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나 김지선은 확신하고 있었다.

비록, 첫 만남은 기억에 남을 정도로 더러웠지만, 이 녀석을 길드로 데려오는 순간 우마 길드는 몇 단계나 더 성장할 거라고.

‘중형길드를 벗어나 대형길드도 노려볼 수 있어.’

자신을 상대로 힘 조절까지 했다.

이 말은 곧 대형길드의 간판 에이스들과 겨뤄도 결코, 크게 뒤지지 않는 실력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어쩌면 길드 내에 마스터와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 될지도 몰라.’

김지선 팀장은 눈빛으로 팀원들을 제압한 뒤, 사내를 바라봤다.

사내는 웃고 있었다.

‘그렇지! 시골 촌구석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것보다야, 젊었을 때 떵떵거리면서 사는 게 백만 배 낫지. 안 그래?’

김지선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거의 다 넘어왔다.

사실 넘어오지 않기가 더 힘들었다.

저 청년의 입장으로 생각하면 길 가다 돈벼락 맞는 꼴이 아닌가.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반면 이쪽도 이득이었다.

보는 눈을 가진 이가 봤다면 더한 돈을 주고도 모셔 가려 했을 테니까.

말하자면 윈윈이라는 소리다.

자신조차 자신의 가치를 알기 전에 도장을 찍는 것이 중요했다.

생각을 정리하던 중, 대답이 들려왔다.

“싫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던전 브레이크만 막고 나와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시…… 네?”

“싫다고요.”

사내의 대답은 단호했다.

조금의 미련도 욕심도 보이지 않는 모습.

김미선은 당황했다.

“혹시 조건을 잘 못 들으셨나요? 저는 분명 연봉 오억에 업계 최고의 조건을…….”

“관심 없습니다.”

“자, 잠깐만요! 혹시 원하는 조건이 있으시면…….”

사내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김지선을 무시한 채 우마 길드의 대표 박한별 앞에 섰다.

“무슨 일이시죠?”

퉁명스러운 우마 길드 대표의 목소리. 조금 전과 다르게 그는 웃고 있었다.

사내는 한 발짝 더 박한별을 향해 다가갔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그곳에서 그가 말했다.

“우리 팀에 들어올래요?”

* * *

“저, 저 미친놈이!!”

가장 먼저 들려온 것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욕설이었다.

‘흠…… 당연한 건가?’

대표를 자신이 만든 팀에 들어오라고 했으니 저 반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뭐 하시는 거죠?”

그녀의 싸늘한 태도는 얼마 전 의뢰를 맡겼을 때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그래, 이거야.’

살이 저릴 듯한 기운.

최소 1급 생도, 그 이상의 실력자임이 분명했다.

흐트러지지 않는 균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강자임이 틀림없었다.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강자!

“아 오해는 하지 마세요. 길드원 전체가 오라는 게 아니고 그쪽만 필요한 거니까.”

“당신……!”

우마 길드의 대표 박한별은 치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말을 잘못했나?’

잠시 생각하던 중…….

응?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것은 박한별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운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린 나와 박한별의 모습을 본 우마 길드원들은 모두 긴장하며 자신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저 새끼!

“감히 우리 대표님에게!”

각자의 무기를 그러쥔 채 나를 향해 돌진할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나와 박한별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꽂혀 있었다.

“민간인을 구해요!!”

나는 소리쳤다.

그러나 우마 길드의 길드원들은 ‘무슨 개소리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나를 바라볼 뿐,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빨리요!”

박한별이 소리치기 전까지.

“대표님,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상황에 얼떨떨해하는 길드원들에게 박한별이 소리쳤다.

“투입조를 제외한 모두는 민간인들을 데리고 최대한 멀리 도망가세요. 최대한 멀리!!”

저 멀리서 일렁이는 게이트의 입구.

그곳에서 누군가 뛰어나오고 있었다.

“다들 도망…… 도망치세……!”

서걱-!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2차 브레이크가 일어나기 전, 탐사대로 들어갔던 플레이어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툭.

사마귀의 팔처럼 날카로운 무언가에 머리와 몸이 완전히 분리되어 허물어지는 육신의 모습.

눈도 감지 못한 채 구르고 굴러 멈춰 선 그 모습을 주변에 있던 모두가 목격했다.

“꺄아아악!!”

“미친, 저게 뭐야!”

주변은 한마디로 패닉 그 자체였다. 일렁이는 게이트 밖으로 삐져나온 기괴한 형태의 무기와 그 속에서 뿜어나오는 흉흉한 살기는 몸을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지랄하지 말고 움직여, 이 미친놈들아!!”

소리치자, 그나마 경험이 있던 헌터 몇 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1, 2조 부상자들 케어하고 3조는 엄호해. 그리고 너! 헌터 협회에 알리고 빨리 지원 요청해. 빨리!”

다행히 팀장이라고 불리던 여성은 상황 판단이 빨랐다.

순식간에 인력 배치를 완료하고 전투 준비를 완료한 상태.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옆에 있던 박한별에게 물었다.

나조차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던전 브레이크라니.

게다가 던전의 등급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니…… 지금 시대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가끔 있어요. 탐지기에 걸리지 않는 존재들이.”

박한별은 무언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팀장님, 저쪽 좀 다녀와야겠는데요.”

박한별은 곁눈질로 김지선에게 말했다.

“환자들은…… 후, 어쩔 수 없죠.”

박한별과 팀장은 알 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어떤 상황인지 묻기도 전, 박한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위험하니까 빠지라는 소리는 안 하시네요.”

“강하시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일렁임이 심해진 게이트의 입구에서 녀석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히이이이잉~!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터벅, 터벅.

앙상한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낫과 검은 말, 해골로 이루어진 육신까지.

녀석의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야, 나는 모든 것이 이해 가기 시작했다.

생체 에너지를 기반으로 던전의 위치와 등급을 매기는 탐지기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또, 집으로 날아온 오크의 눈덩이가 왜 거멓게 죽어 있었는지에 대해…….

녀석은 생체 에너지를 배출하는 것이 아닌,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는 존재였다.

녀석의 존재는 바로 데스나이트.

죽음의 기사이자, 사신이었다.

“농담할 때가 아닙니다. 그러니 긴장하세…… 크윽!”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박한별을 공격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인간 중 가장 강력한 존재라고 인식한 것이다.

“자존심 상하네.”

“뭐요?”

“아닙니다.”

깡-!

녀석과 박한별의 공방은 계속 이어졌다.

카강-!

서슬 퍼런 데스나이트의 낫 공격에 박한별의 무기는 점차 상해 가고 있었다.

척 보기에도 위험한 상황.

“도와드려요?”

“아닙니다. 그보다…….”

“저쪽을 맡으라는 거죠?”

데스나이트에 이어 게이트에서는 수많은 언데드들이 줄을 지어 나오고 있었다.

“맞아요?”

“마, 말…… 크윽!”

“뭐라고요?”

“알았으면 말 시키지 말고 꺼지라고!”

박한별이 소리쳤다.

나에게 신경이 몰려 있어서 그런지 그녀는 대응이 반 박자씩 늦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바라보던 나는 생각했다.

강하다!

내가 전력을 다해도 이기지 못할 만큼…….

확실히 중형길드의 수장으로만 남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인력이었다.

“필요하면 말해요. 도우러 올 테니까.”

말 한마디도 아까운지 박한별은 나를 무시한 채 데스나이트와의 결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다 피식 웃고는 작게 읊조렸다.

“활력.”

[속성 부여 가능 대상이 아닙니다. 활력을 부여하시겠습니까?]

“응.”

[플레이어 ‘박한별’에게 활력을 부여합니다.]

쏴아악-!

작은 빛무리가 그녀를 감쌌다.

그리고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 이게?”

여유가 생긴 그녀는 데스나이트의 공격을 피하며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묻는 듯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하긴, 신체 능력을 60퍼센트나 올려 주는 개사기 스킬을 맞았는데 안 놀라는 게 더 이상하지.’

괜히 전설급 스킬이 아니었다.

비록, 물체는 단 하나밖에 등록을 못 하지만 사람은 예외였다. 마나가 허락하는 한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속성을 부여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미친 능력이라는 소리다.

“조심해요. 칼, 아니 낫 맞을라.”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개미 떼처럼 몰려나오는 언데드들을 향해 돌진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