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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21화 (21/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1화

21. 남몰래 키우는 비밀병기(3)

현장을 관리하던 헌터 협회의 직원들과 협회의 요청으로 파견을 나온 우마 길드의 길드원들은 갑작스러운 소란에 일제히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시발, 뭐야!”

“저 새끼 잡아!!”

순식간에 원 형태의 포위망이 구축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혹여 영감이 위급한 상황이라면…….

하여, 이 새끼들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그 상태가 더욱 악화된다면…….

그때는 정말 참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길 안내를 해 주던 사내의 목에 손을 가져댔다.

정확히 경동맥이 지나가는 자리였다.

“서, 선생님. 갑자기 왜 이러…… 십니까?”

날아간 팀장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 있던 사내는 어느새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3초 안에 길 안 뚫으면 이 사람 죽어.”

소리치자, 나를 둘러싼 사람들의 얼굴에 당혹이 깃들었다.

그러나 아직 움직이는 이는 없었다.

“3.”

“…….”

“2.”

“…….”

손가락에 힘을 둘렀다.

장난이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나가시죠.”

살이 저릿할 정도로 살기 어린 음성.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돌아갔다.

“마스터!”

“길드장님!!”

분명히 아는 얼굴이었다.

최근 들어 가장 황당한 의뢰를 맡겼던 인물이었으니까.

눈앞에는 우마 길드의 길드장이 서 있었다.

“왜 조형집 직원분이 이런 짓을 벌이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후회할 겁니다.”

검은 트레이닝복에 은색 야구 배트를 든 모습. 낯설었지만 분명 그녀였다.

“후회해도 좋습니다.”

일이 이미 커졌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 박윤식 영감뿐이었다.

나는 작은 소리로 안내인에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빨리 가시죠.”

“예, 예…….”

언제 어디서 기습이 들어 올지 몰랐다. 나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상자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감!”

나는 사내에게 손을 놓고 달리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달려간 그곳에는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 팔을 물어뜯긴 20대 청년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고, 떨어진 바위에 맞아 어깨가 빠진 중년의 여성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곳곳에 부상자들이 즐비해 있었다.

더 안으로 들어가자, 천으로 가린 다섯 구의 신체가 눈에 들어왔다.

다가가려 하자, 의사로 보이는 누군가 길을 막아섰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혹시 70살쯤 되어 보이는 노인 있습니까?”

“아…… 혹시 가족이십니까?”

“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비록, 피를 나눈 사이는 아니지만, 박윤식 영감은 분명히 내 가족이었다.

“어떻게 들어오신 겁니까?”

의사는 조금 전 소란을 듣지 못했는지,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긴말은 하지 않았다.

오직…….

“부탁드립니다.”

간절히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본 의사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저희도 곤란하긴 했는데…… 그럼,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예.”

“다소 충격적일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의사는 몇 번이고 확인을 한 뒤에 한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가장 오른쪽 끝에 자리해 있던 천을 천천히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

“…….”

“후…….”

나는 몇 번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인을 앞에 두고 예의가 아닌 것은 알지만 분명 나는 안도하고 있었다.

박윤식 영감이 아니었다.

“아니십니까?”

“예, 아닙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잘된 거지요.”

의사는 가족을 잃는 슬픔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인 듯했다.

긴장이 탁 풀리며 다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할 일이 남아 있었으므로.

“으악!!”

“아, 여기 좀 빨리 봐주세요.”

“으아아아악!! 내 팔!! 힐러!! 힐러! 빨리 오라고!!”

비명이 가득 찬 저곳. 바로 저곳에 영감이 있을지도 몰랐다.

나는 짧게 의사에게 인사한 후, 힐러와 의사가 뛰어다니는 병상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이없게도,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너 여기서 뭐 하냐?”

그곳에는 한쪽 팔에 붕대를 감은 박윤식 영감이 서 있었다.

* * *

“걱정했잖아!!”

나는 소리쳤다.

“그래서 뛰어온 게냐?”

박윤식 영감은 내심 뿌듯해하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을 본 나는 얄미움에 온몸을 부르르 떨 수밖에 없었다.

“하, 내가 미친놈이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웬 호들갑이냐? 이래 봬도 오크 한두 마리쯤은 너끈하다.”

영감은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다치지 않은 팔로 알통을 만들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눈에 보인 것은 볼록하게 튀어나온 영감의 근육이 아니었다.

“……미친!”

“뭐, 뭐 이놈아?”

“영감…… 설마 오크랑 싸웠어?”

영감의 옷가지에는 녹색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도망가다 묻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의 많은 양의 피가.

“말했잖느냐, 이 몸이 아직 까지는 저런 녀석들한테…….”

“영감 진짜 미쳤어?!!”

“이놈이 왜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아니,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양반이 왜 무리를 해!! 왜!!”

주변에서 앓는 소리를 내던 환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잔소리를 퍼부었다.

“젊고 빠릿빠릿한 녀석들도 한순간 실수로 죽는 게 이 바닥이야! 그런데 영감이 왜……!”

퍽.

허벅지에 작은 감촉이 맴돌았다.

“할아버지한테 뭐라 하지 마! 할아버지가 우리 아빠 구해 줬단 말이야!!”

시선을 아래쪽으로 돌리니 머리에 붕대를 한 꼬마 아이가 있었다.

“크윽, 딸 일로 와! 죄, 송합니다.”

놀란 여자아이의 아빠가 딸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치만, 못된 오빠가 할아버지 때리잖아!!”

“딸, 아빠 아파. 이리 와서 호 해 주세요.”

“진짜? 잠깐만…… 유진이가 금방 낫게 해 줄게.”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차분해질 수밖에 없었다.

딸을 말리던 저 남자.

결코 딸에게 엄살을 부리며 남을 신경 쓸 만큼 좋은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한쪽 팔은 완전히 날아간 상태였다.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나직한 영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런 영감을 빤히 쳐다봤다.

“딸을 구하려다 저렇게 됐어…….”

딸을 구하려던 남자를 영감이 구해 준 것이 틀림없었다.

더 이상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상황을 모두 알게 된 지금, 영감의 행동을 나무랄 수는 없는 법이었으니까.

“영감.”

“왜 그러느냐?”

“팔 괜찮지?”

“아무렴.”

영감도 내심 미안했는지 잔뜩 오버하며 다친 팔을 빙글빙글 돌려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일 좀 해.”

“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영감에게 품속에서 꺼낸 작은 보따리를 건넸다.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조금씩 나눠 줘. 별로 없으니까 분배 잘하고.”

“그게 무슨……!”

“아, 저기요!!”

더불어 나는 옆을 스쳐 지나가는 힐러의 팔목을 붙들었다.

“뭡니까?”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바빠 죽겠는데 뭐 하는 짓이냐고 물어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 영감이랑 이것 좀 사람들에게 나눠 주세요. 훨씬 나아질 겁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힐러는 보따리 안을 힐긋 살펴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따리 안을 확인하고는 입을 떡 벌렸다.

“이건……!”

최고급 포션이었다.

“양이 별로 없으니 분배 잘하셔야 할 겁니다.”

마지막 말을 끝으로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저 멀리서 죽일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무리…….

아직 처리할 문제가 남아 있었다.

* * *

“괜찮아요?”

“네, 어휴 정말 몇 번을 물어요!”

터진 입에 하급 포션을 들이부은 김지선은 무서운 눈으로 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사내. 그 사내를 바라보며 김지선은 이를 빠득 갈았다.

‘건방지게……!’

갑자기 날아든 공격. 그 공격에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것이다.

‘그 자식 분명 마지막에 힘을 뺐어.’

김지선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눈앞에 자리할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빨랐던 공격. 그 공격이 타격의 순간 현저히 느려졌다는 것을.

‘이 김지선을 상대로…….’

길드의 팀장씩이나 되는 사람이 어처구니없이 당했다는 사실이 분할 뿐이었다.

저 녀석의 상황은 임정섭에게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마스터의 실수로 날아간 몬스터의 머리통 때문에 집을 잃었다는 사실. 그리고 사상자 중에 가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

협회의 직원들과 길드원들은 이야기를 듣고는 완만히 해결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흥, 박쥐 같은 놈들. 길드 운영이 그렇게 쉬운 줄 아나.”

“네?”

“아닙니다. 마스터. 그나저나 준비는 끝나셨어요?”

“네,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전에…….”

“예, 이야기는 하고 가셔야죠.”

김지선의 옆에는 우마 길드의 길드장 박한별이 던전에 들어갈 만반의 준비를 끝낸 채 서 있었다.

저벅저벅.

이 사건의 주인공이 부상자들을 격리하는 가드 라인을 넘어오고 있었다.

박한별, 김지선, 그리고 천도윤은 서로를 마주 봤다.

먼저 입을 연 것은 김지선이었다.

“이거 어떻게 할 거죠?”

김지선은 부풀어 오른 자신의 뺨을 가리켰다.

‘초장에 잡아야 해.’

김지선도 알고 있었다. 잘못은 분명 길드 쪽에 있다는 사실을.

멀쩡한 생가를 망가뜨렸다. 그것도 힘 조절을 못 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저자가 능력자여서 망정이지 일반인이었으면 사상자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저자가 화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만약 가족도 다친 상황이라면 트집을 잡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길드의 잘못은 아니지만 싸잡아 매도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김지선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저자도 폭행을 가했다.

김지선은 이 부분을 빌미로 원만한 협상을 진행할 생각이었다.

“포션을 들이부어도 이 정도입니다. 게다가 지금은 재난 상황입니다. 고용된 길드원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이 얼마나 중범죄인지 아십니까?”

은은한 협박조로 김지선은 계속해서 사내를 몰아붙였다.

아니, 몰아붙이려고 할 때였다.

“존나 어이없네.”

거친 말이 날아들었다.

“뭐요?”

“이건 어떻게 할 겁니까?”

사내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여 줬다.

김지선은 속으로 웃었다.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였다.

이곳은 남양주. 그것도 번화가가 아닌 구석진 곳이었다. 생가가 파괴되었다 한들 적은 비용으로 합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지선의 노림수는 뉴스 보도나 고소로 인해 길드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는 것뿐이었다.

‘흥, 네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 봐야…… 돈 몇 푼 받고 떨어지면…… 응?’

그런데 화면에 보인 것은 반파된 집이 아니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화면에 보이는 것은 집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기괴하고 거대한 돌덩이.

김지선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뭐, 뭡니까?”

“스네이크 길드 동상.”

“네?”

“30억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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