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20화
20. 남몰래 키우는 비밀병기(2)
나는 휩싸이는 자욱한 먼지에 우마를 감싸 안았다.
“뭐야!!”
분진이 걷히고 눈에 들어온 것은 반파된 건물의 잔해와 방안을 굴러다니는 이상한 물체였다.
“이, 이건……!?”
나는 서둘러 우마의 눈을 가렸다.
이런 작고 소중한 아이가 보기에는 실로 잔혹한 현장이었다.
녹색 피부에, 역치로 나 있는 뾰족한 어금니. 반쯤 함몰된 두 개 골.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는 거대한 물체는 다름 아닌 몬스터의 머리였다. 눈두덩이가 검게 죽어 버린 오크.
“미친……!”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많은 매체를 통해 접한 적이 있는 녀석이었다. 볼링공마냥 굴러다니다, 비스듬히 멈춰 선 물체. 그것은 분명 오크의 머리였다.
이곳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이 눈앞에 실재하고 있었다.
근처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것이 틀림없었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몬스터를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말로만 듣던 몬스터…….
나는 재빨리 부서진 콘크리트 파편을 넘어 밖으로 나갔다.
저 멀리 언덕을 넘어 작은 비명이 들려왔다. 자욱한 연기가 올라오는 저곳. 저곳이 바로 사건의 발원지임이 틀림없었다.
“설마 저기서 날아온 거야?”
내 방과 작업실 일부를 파괴한 머리는 상당한 거리를 날아와 부딪힌 것이었다. 능력자가 일부러 전력을 다해 날렸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거리였다.
“협회 새끼들…… 진짜!”
나는 방으로 들어와 사진을 남겼다.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증거 수집은 필수였으니까.
“발뺌하기만 해 봐, 이 새끼들.”
가시지 않는 흥분을 애써 억눌렀다.
집이 무너진다 한들 나야 멀쩡하겠지만, 이 녀석은 아니었다.
“우마!”
놀랐는지, 품 안에 안겨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일 처리를 대체 어떻게……!”
머리가 날아온 것으로 보아, 분명 던전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 협회의 사람들이나 길드가 투입된 것이 틀림없었다.
사실상 오크는 그리 등급이 높은 등급의 종이 아니었다. 분명 조용히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힘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개새끼들! 만약 우마가 다치기라도 했으면…….”
끔찍한 상상에 고개를 내저으며 조형 집을 나섰다.
“누가 그랬나 면상이나 보자.”
나는 물론이요, 처음으로 만든 소중한 펫을 다치게 할 뻔했다. 게다가 내 보금자리까지 산산조각 냈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언덕을 넘어 연기가 나고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갔다. 가는데…… 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은 사건 현장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디딜수록 심해졌다.
그러다 문득.
“……시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뇌리를 통해 번뜩인 생각이 식은땀을 유발했다.
가슴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내가 어떻게 돌아왔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곳은 서울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이었다.
박윤식 영감이 향한 그곳이란 말이다!
나는 천가의 피를 모두 개방했다.
활력 역시 사용했다.
[신체 능력이 60퍼센트 증가합니다.]
폭발적인 힘이 몸 안에서 용솟음쳤다.
나는 미친 듯 뛰기 시작했다.
* * *
“우마아!!”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마 녀석은 내 머리 위에 올라 드라이브를 하듯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녀석을 나무랄 시간은 없었다.
일단, 확인이 먼저다!
점점 가시거리 안으로 사람들이 보이고, 사건 현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들어가, 우마.”
“우먀!!”
녀석은 사물화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질색이니.
지금은 빠르게 박윤식 영감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좀만 참아, 금방 불러 줄게.”
“우마!!”
녀석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이러지 마, 지금 바빠!”
지금은 무엇보다 박윤식 영감의 안전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영감도 플레이어긴 했지만, 전투 능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미안.”
나는 우마를 다시 조형물의 형태로 돌리기 위해 서브 스킬인 해제를 외쳤다. 아니, 외치려고 할 때였다.
녀석이 내 손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아! 지금 바쁘다니…….”
[융합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이상한 알림창이 들려왔다.
녀석을 자세히 바라봤다. 움켜쥔 것은 내 손가락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받았던 반지.
녀석은 그 반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융합하고 싶어?”
“마!”
녀석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일하게 용도를 모르던 스킬.
그 스킬을 나는 망설임 없이 사용했다. 더 시간을 지체하는 순간, 후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융합!”
나는 스킬을 외치며 강하게 발을 굴렀다.
* * *
“마스터!!”
“네…….”
“아니,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잖아요! 제발 힘 조절 좀 하시라고!!”
“아, 그게…… 사람들이 다칠까 봐 빠르게 처리하다 보니까.”
긴 생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를 가진 여성은 방망이를 축 내려놓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우마 길드 제1 팀장 김지선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살짝 툭 쳐도 죽는다고요. 아시겠어요?”
“살짝 친 건데…….”
“더 살짝!!”
돌연 날아든 호통에 검은 생머리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네…….”
“지금 저기로 날아간 오크 머리통이 민가라도 덮쳤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검은 생머리의 그녀는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그럼…….”
“에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진짜! 저쪽은 어차피 인적이 드문 곳이니까 괜찮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준비나 하세요. 저는 애들 보내서 확인해 볼 테니까.”
그녀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부탁해요.”
박한별은 김지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한 길드의 수장과 그 길드에 속한 부하 직원이 나누는 대화치고는 굉장히 이상한 모습이었다.
“네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얼추 정리된 것 같은데 어서 준비하시죠. 이차 웨이브 시작하기 전에 들어가야 하니까.”
“알겠어요.”
여성은 자신의 무기를 고쳐 쥐었다. 딱 붙는 검은 트레이닝복에 은색 야구 배트를 어깨에 걸친 모습. 아이러니하게도 소심한 성격을 지닌 그녀에게 굉장히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정섭아! 협회 사람들이랑 가서 머리통 날아간 위치 좀 파악해 봐 재산 피해나 인명 피해 없는지 좀 알아보고.”
“네, 팀장님.”
지선의 주변에서 몬스터의 사체를 치우던 임정섭은 황급히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 아니, 뜨려 할 때였다.
“이거 찾나?”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사내의 뒤로 몇 명의 직원이 따라오고 있었다.
“아, 들어가면 안 된다구요. 학생!”
“학생! 위험해!”
그 모습을 보고 임정섭은 미간을 구겼다.
“저 새끼들이…… 진짜! 민간인 출입 하나 못 막고.”
잠시 미간을 구긴 임정섭의 시선이 다시 남성에게로 향했다.
20살 남짓의 외모.
잘생기고 다부진 체격.
운동 좀 한 녀석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운동을 많이 했다고 한들 능력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만약 녀석이 헌터였다면 자격증을 보여 주고 당당히 들어왔을 것.
헌터 자격증과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들어와 인명 구조와 잔해 청소 일을 도운 뒤 일당을 받아 갈 수 있는 곳에 저런 식을 들어오는 경우는 딱 한 경우뿐이었다.
일반인.
일반인이 괜한 오기를 부리며 막무가내로 들어온 것이다.
“이곳은 일반인 출입 금지 구역입니다.”
임정섭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사내를 저지했다.
“네놈들이 찾는 게 이거냐고.”
“네놈?”
임정섭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임정섭은 사내가 들고 있는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했다.
사진 손에 담긴 것은 반파된 건물과 오크의 머리였다.
임정섭은 경악했다.
‘좆됐다.’
땀이 삐질 나는 상황이었다. 마스터가 날려 버린 오크의 머리가 진짜로 민가를 덮쳤을 줄이야. 만약 부상자나 사상자가 있다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 뻔했다.
“선생님, 조금 진정하시고…….”
“진정 못 하니까 묻는 말에 빠르게 대답해.”
“예? 예, 예.”
‘어린 새끼가 싸가지 없게.’
미간이 구겨진 임정섭은 다년간의 사회생활 노하우로 금세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사상자가 몇이지?”
“다섯입니다. 그런데 혹시 피해 지역에 다치신 분은…….”
“그중에 노인도 있나?”
녀석은 반말은 물론이요, 말까지 끊고 있었다.
‘후…… 참자 참아.’
그럼에도 임정섭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갑은 분명 저 녀석이었다.
“네, 있습니다.”
“어디야!!”
사내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이쪽을 바라봤다.
“선생님 진정하시고…….”
“빨리 안내해!”
안하무인의 태도에 임정섭의 표정은 점점 굳어 갔다.
그러나 저 사내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 잘못은 이쪽에서 했고, 열 받은 피해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일단은 피해자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리고…… 뭔가 찝찝한 감정을 지울 수 없었다.
“네, 이쪽으로 오시죠.”
임정섭은 생각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피해 상황에 대해 따지기보다 사상자를 먼저 찾는다라…….’
점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안 좋은 예감이 머리를 스친 것이다.
만약, 아주 만약…….
조금 전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가족까지 추가로 잃었다면……?
그때는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었다.
‘진짜 좆되는 거 아니야?’
최소 9시 뉴스감이었다.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까지 잃은 갓 성인 된 남자.
어디 쓸 만한 특종 없나 눈에 불을 켜고 물색하는 기자들에게 이보다 좋은 기삿거리는 없으리라.
‘후…….’
임정섭은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사내를 안내했다.
힐끔 바라본 사내는 무섭도록 그늘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표정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빨리 안내하지 않는다면 일이 생겨도 단단히 생길 거라는 걸…….
“야, 임정섭! 너 뭐 해! 빨리 안 내보내?”
역시 무엇 하나 쉽게 풀리는 법이 없다.
멀리서 김지선 팀장이 소리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티, 팀장님.”
“너 내가 한 소리 못 들었어? 빨리 가서 확인하라고 했지? 내가 민간인 끌어들여서 놀라고 했어?”
“팀장님, 그게…….”
“빨리 가야 할 겁니다. 일 커지게 하고 싶지 않으면.”
뒤에서 피해자의 무서운 협박이 들어왔다.
“뭐? 당신 지금 뭐라고 그랬어? 당신이 뭔데 우리 직원 협박이야?”
그 소리를 듣고 있던 김지선 팀장이 악을 쓰며 끼어들었다.
“팀장님 제발…… 이분은…….”
임정섭은 초조했다.
다년간 사회 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이 있다면 지금 저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약자라도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정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고요했지만, 저자의 눈은 완전히 돌아가 있는 상태였다.
그야말로 시한폭탄.
툭 건드리면 폭발하고 마는 상태라는 것이다…….
온몸에 분노가 쌓여 있고, 초조함이 온몸을 지배한 상태였다.
지금 그 길을 막는다면…….
“어? 네가 말해 봐. 뭐 이 사람한테 약점이라도 잡혔어? 돈 빌렸니?”
눈치가 없는 건지 팀장은 계속해서 끼어들고 있었다.
“팀장님 이따 이야기할게요. 이리 오시죠.”
팀장에게 설명할 시간조차 없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저 사내가 미친개처럼 우리 길드를 물어뜯을 것 같았으니까. 임정섭은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가긴 어딜 가! 너 지금 나 무시하…….”
투쾅!!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때리고…….
얼굴에는 새빨간 액체가 묻어 흘러내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인 현장은 저 멀리 날아가 벽을 뚫고 기절한 김지선 팀장이었다.
“이…… 이게!?”
“가시죠.”
등 뒤에서 스산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