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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9화 (19/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9화

19. 남몰래 키우는 비밀병기(1)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꾸나.”

“고생했어, 영감.”

스네이크 길드의 도색 작업을 마친 나와 박윤식 영감은 동시에 땀을 훔쳤다.

“내일이 그날이지?”

“그래, 내일은 푹 쉬려무나.”

모든 플레이어는 일 년에 한 번씩 협회 소집에 응해야 했다.

나라 차원에서 플레이어들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시스템이었다.

“무슨 예비군도 아니고, 맨날 불러서 뭐 한대?”

“그러게나 말이다.”

어지간하면 싫은 티를 잘 내지 않는 박윤식 영감조차 협회 소집은 귀찮아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네놈은 좋겠구나.”

“크크, 개꿀. 역시 조상님 은덕.”

“가문을 그렇게나 싫어하던 녀석이 조상님은 무슨…… 천벌받아 이놈아!”

“응, 안 받아.”

나는 영감을 놀려 댔다.

나라를 몇 번이나 구했던 이력이 있는 천가는 모두 특수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었다. 그 결과, 천가의 소속은 협회 소집에 예외라는 특례가 적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서류상 천가의 소속으로 되어 있었다.

“에이, 얄미운 놈. 집이나 잘 지키고 있거라.”

“넵, 잘 다녀오십시오.”

나는 거수경례를 하며 한 번 더 노인을 놀렸다. 나이 제한이 없는 소집령. 몸이 불편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나 예외 없이 참석해야 하는 것이 바로 협회 소집이었다.

“아, 뭐 하면서 놀지?”

“못난 녀석 벌써, 놀 궁리나 하고 있다니, 영 할 일 없으면 샘플 좀 만들어 놓거라.”

“샘플? 갑자기 샘플은 왜?”

“거 있잖냐, 황소 길든가 뭐시긴가.”

“아, 우마 길드?”

“그래, 우마 길드! 나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니 네가 좀 만들어 보거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했다.

영감은 한평생 웅장하고 멋진 조형물만 만들던 인간이었다.

반면, 대략적인 이미지만 본 우마 길드의 마스코트는 분명 캐릭터에 가까웠다. 쉽다고 하면 쉽겠지만 명장인 박윤식 영감에게는 생소한 과제임이 분명했다.

“알겠어, 나도 고민해 보고 만들어 볼게.”

영감의 제안을 승낙한 나는 곧 방으로 들어왔다.

찌뿌둥한 몸을 쭉 펴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이제부터 내일까진 완전 자유네.”

오늘과 내일은 훈련이 없는 날이었다.

큰아버지가 잠시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수련이 중단된 것이다.

“중요한 임무가 생겨 다녀올 테니. 푹 쉬고 있거라, 쉬는 것도 훈련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잘된 일이었다.

“그동안 너무 구르긴 했지.”

마음 놓고 쉴 생각이었다.

샘플이나 만들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오늘은 일찍 잘 생각에 눈을 감았다.

그러나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근질근질하네.”

매일같이 혹독한 훈련을 받아서일까?

넘치는 에너지에 도무지 잠이 오질 않았다.

“산책이라도 해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책상 앞으로 갔다.

“샘플이나 만들자.”

책상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찰흙을 가져왔다.

제대로 된 샘플을 만들기 전, 대략적인 구도와 모양을 잡기 위해선 이보다 좋은 물건은 없었다.

우마 길드장에게 명함과 함께 받아놨던 캐릭터 사진을 꺼내 들었다.

실사가 아닌 캐릭터와 가까운 그림이라 그런지 확실히 선이 단순했다.

“음, 대충 이런 느낌인가?”

사진에는 뿔이 달린 얼룩 젖소가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길드 사람들 이거 보면 기겁하겠네.”

아무리 봐도 길드의 상징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었다.

“그래도 뭐 어쩌겠냐? 까라면 까야지.”

나는 점점 속도를 붙여갔다.

처음에는 잠이 오지 않아 시작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집중하기 시작했다.

“으, 이건 아닌데…….”

“오! 그렇지. 이거지!”

“크으!!”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도는 더해지고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재밌단 말이야…….”

어느새 나는 작품을 만드는 데 몰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손끝에서 완성된 작품.

그것을 보자 묘한 희열감이 올라왔다.

“크흠, 이걸 멋지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암만 봐도 깜찍하기 그지없는 동상이었다.

색도 입히지 않았고, 디테일도 살리지 않았지만, 대략의 구도와 모양은 잡힌 모양새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어느새 시간은 흐르고 흘러 새벽 세 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암. 고놈 참, 자알~만들었네.”

나는 하품을 하며 뿌듯한 마음으로 샘플의 머리 부분을 쓰다듬었다.

[활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

[활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아니!”

나는 재빨리 대답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역시 되는 거였어!”

예상은 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정말 가능한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분명, 눈앞에 일렁이고 있었다.

[활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가능하다는 메시지였다. 활력을 사용하는 순간 이 녀석은 살아 움직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습으로 깨울 수는 없지.”

앞으로 내가 사용해야 할 녀석일지도 모른다.

그런 녀석을 이렇게 조잡한 녀석으로 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감기던 눈이 번쩍 뜨였다.

책상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작업을 준비했다.

흐물거리고 다 쓰러질 것 같은 저 상태가 아니라, FRP로 만든 진짜 제대로 된 녀석을 만들 생각이었다.

가슴이 뛰며 의욕이 샘솟았다.

영감이 만든 것이 아닌 오직 나만의 것.

나만의 조형물이 살아 움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터질 듯 요동치고 있었다.

“오늘은 밤샘 작업이다!”

뺨을 강하게 후려친 나는 작업을 시작했다.

* * *

“네놈 상태가 왜 그러느냐?”

“어제 잠을 설쳤더니…….”

박윤식 영감은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가기나 해, 영감. 난 들어가서 좀 잘 테니까.”

“그래, 다녀오마. 사고 치지 말거라.”

“내가 어린애야? 빨리 가기나 하슈.”

나는 손을 훠이훠이 저으며 영감을 내쫓았다.

영감은 혀를 한번 쯧 차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박윤식 영감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본 나는 재빨리 방으로 뛰어들어 갔다.

밤새 도색 작업까지 마쳤다.

남은 것은 코팅뿐이었다.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렸던 나는 완전히 물감이 말랐음을 확인하고 코팅 작업에 들어갔다.

조심스럽게 한겹 한겹 뭉치는 곳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코팅 약을 도포 했다.

그리고 마침내!

[활력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원하던 알림음이 들려왔다!

“당연하지!”

작은 빛이 방안을 메우고…….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예상치 못한 알림음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뗐다.

“우마.”

성의 없어 보일진 몰라도 어딘가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그러자 다시 한번 작은 빛무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작고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우마?”

녀석은 책상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채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만들 때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20cm가량의 작은 얼룩소는 치명적이었다.

치명적이게…….

귀여웠다.

도저히 이해 불가능이었던 우마 길드장의 선택이 조금은 납득가기 시작했다.

“우마?”

고개를 까딱이던 뿔 달린 얼룩소는 방긋 웃으며 네발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커흑.”

확실히 이 녀석은 심장에 해롭다.

나는 애써 깜빡이는 알림창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온전한 활력을 사용하셨습니다.]

[임계점을 돌파하셨습니다.]

[해금률 - 60퍼센트]

[해금률에 따라 서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브 스킬 – 등록, 해제, 사물화, 융합]

정신없이 날아든 알림창.

나는 그것을 찬찬히 읽으면서 우마를 어깨 위로 올렸다.

녀석은 편안하게 어깨 위에 앉아서 내 머리칼을 빤히 바라보더니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잠깐만 금방 놀아줄게.”

우마를 한번 쓰다듬고는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일단은 능력의 확인이 먼저였다.

나는 자세히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서브 스킬]

등록 – 활성화한 펫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0/1)

해제 – 등록한 펫을 해제합니다.

사물화- 활성화한 펫을 원상태로 돌려보냅니다.

융합 – 사물과 사물을 융합합니다.

스킬은 대충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스킬이 있었다.

“융합?”

어딘가 꺼림칙한 스킬이었다.

“뭐, 차차 알아보도록 하고.”

지금 할 일은 따로 있었다.

재촉하듯 깜빡이는 알림창.

[우마를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등록 완료 (1/1)]

[더 이상 등록할 수 없습니다.]

역시나 해금률이 낮아서 그런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동상은 하나뿐이었다.

[속성을 부여해 주십시오.]

[부여 가능 속성 – 뇌(雷), 빙(氷), 흑운(黑雲)]

가장 고민하던 순간이 다가왔다.

영감이 만든 것이 아닌 오직 내 손으로 창조한 나만의 소환수.

애착이 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여,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알림창이 뜨고 있었으므로…….

[한 번 부여한 속성은 변경할 수 없습니다.]

고민은 한참이나 이어졌다.

버려진 우마 길드의 동상]에 부여했던 속성은 뇌.

분명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속성도 탐이 나는 것은 사실이었다.

움직임에 제약을 주는 빙 속성 역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기척을 감추는 흑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마?”

녀석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어린아이처럼 잔뜩 기대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뭘 고를까 생각하던 나는 결국 녀석에게 묻기로 했다.

“넌 어떤 속성을 갖고 싶어?”

“우마!”

녀석은 어깨 위에 앉아 앞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마! 마!!”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란 쥐가 생각나는…….

“크큭. 알겠어, 알겠어.”

나는 망설임 없이 속성 뇌(雷)를 선택했다.

그러자…….

파직-!

파지직지직-!

“우마!!”

번개를 머금은 뿔 달린 얼룩소가 탄생했다.

그리고…….

엄청난 굉음이 내방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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