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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18화 (18/175)

헌터명가 막내아들은 다재다능 18화

18. 갈고닦다(3)

속이 울렁거렸다. 메스꺼워 속을 게워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지금 긴장의 끈을 놓는다면 모든 것이 허상으로 돌아가고 말 테니까.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아까부터 끊임없이 울려 대는 알림음.

해금률이 풀리려고 할 때, 나타나는 알림이었다.

“헉, 허억.”

“벌써 지쳤느냐?”

이쪽에서는 전력을 다하고 있었음에도, 큰아버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럴 리가요.”

나는 계속해서 전격을 뿌려 가며 쇄도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조차 예상하기 힘든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는 전격은 단 한 번도 큰아버지를 맞춘 적이 없었다.

“왜 이렇게 안 맞아!”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간신이 참고 발차기를 날렸다.

어떤 자세에서든지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 수준까지 이르자, 배운 적 없는 발차기도 꽤 그럴듯한 모양새를 품고 있었다.

묵직한 감촉이 발에 감돌았다.

“아직 멀었구나.”

큰아버지의 왼손을 확인한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발은 분명 큰아버지의 왼손과 맞닿아 있었다. 그런데 왜…….

“…….”

“무식한 놈.”

발에 두른 전격이 접촉면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었다.

“염동력은 네놈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머리를 망치로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그렇다. 큰아버지 역시 천가의 사람!

그것도 무려 흑운(黑雲)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염동력을 사용해도 나보다 배는 잘 사용할 거라는 소리다.

“이런 것도 가능한 것이었습니까?”

큰아버지는 나의 전격을 자신의 염동력으로 튕겨 내고 있었다.

“천가에 불가능은 없다.”

가문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었다.

염동력.

듣기엔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능력이었지만 어떻게 사용하기에 따라 활용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나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젠 어떻게 공격해야겠느냐?”

큰아버지는 묻고 있었다.

모든 전격 공격을 튕겨 내는 상대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싸울 것이냐를 묻는 것이다.

“…….”

잠시 고민하던 나는 대답 대신 손을 움직였다.

다시 한번 전격을 날렸다.

손끝에 따라 매섭게 쏘아져 나갔다. 그러나 좀 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었다. 전격을 날린 뒤 염력을 풀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안간힘을 다해 끝까지 염동력을 유지했다.

쭉 뻗어 나갈 수 있게!

큰아버지의 염동력에 밀려나지 않고 꿰뚫을 수 있도록!

본래 이런 공방전에서는 방어하는 쪽이 더 불리한 법이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던 전격이 스승님의 앞에 우뚝 멈춰 섰다.

파지지직-!

한 줄기의 전격이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나아가려는 힘과 막으려는 힘.

두 힘이 무섭게 맞붙고 있었다.

“크윽!”

나는 모든 염동력을 끊임없이 한 곳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전격은 여전히 파직 거리며 제자리에서 출렁일 뿐이었다.

자존심이 상했다.

아무리 큰아버지가 뛰어나다 한들 남의 것을 빼앗아 영향을 줄 정도의 염동력을 펼치기 위해서는 최소 두 배 이상의 힘이 필요할 터였다.

그런데 눈앞, 스승님은 여전히 편안한 얼굴이었다.

안간힘을 쓰는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흘흘, 용을 쓰는구나.”

천태백은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충분히 튕겨 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와 힘겨루기를 이어 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디, 뚫을 수 있다면 뚫어 봐라’라고 이야기하는 것만 같았다.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안간힘을 써대며 힘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거대한 벽에 가로막힌 듯 나아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정면 승부는 답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전격의 빠른 특성을 이용해 궤도를 억지로 틀어 공격할 생각이었다.

콰과광!

“젠장!”

역시나 번개처럼 빠른, 아니 번개는 궤도를 억지로 바꿔 공격할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녀석이 아니었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에 정교하게 힘을 분배해야 한다는 소린데 아직 나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었다.

“포기하겠느냐?”

놀리듯 묻는 큰아버지의 모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방어하는 쪽이 너무 유리한 거 아닙니까?”

반대의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괜히 심술을 부렸다.

“여전히 무식하구나. 네가 막아 보겠느냐?”

“됐습니다.”

나는 큰아버지가 엉뚱한 생각을 하기 전에 빠르게 몰아쳤다.

주먹과 발차기를 쉼 없이 퍼부었지만, 몸에 두른 전격은 모두 튕겨 나고, 공격은 모두 간단히 막히고 있었다.

“젠장!”

거리를 조금 벌린 나는 생각했다.

‘될까……?’

바닥에 손을 짚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읊조렸다.

“빙(氷).”

[능력치가 부족하여 한 개체에 두 가지 속성을 부여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렇지.”

설마 했는데 역시나였다.

“항복하는 것이냐?”

바닥에 손을 짚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본 큰아버지가 물었다.

“공격하는 겁니다.”

나는 재빨리 뇌(雷) 속성을 풀었다. 그러고는 빙(氷) 속성을 부여했다.

“뭐 하는……?”

쩌저적-!

땅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대련장의 공기에 큰아버지의 눈이 커졌다.

“신기하십니까?”

“이게 무슨……!”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온 힘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얼음은 빠르게 세력을 넓혀나갔다.

이윽고, 모든 대련장의 바닥이 얼었다.

스승님이 서 계신 바닥만이 바른 원을 그리며 원상태를 유지 중이었다.

“흘흘, 놀랍긴 하다만 아직 부족하구나. 제자야.”

“아직입니다.”

이제, 속성을 풀면 얼음은 어떻게 될까?

정답은…….

‘유지된다.’이다.

천주환과의 대련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었다.

하지만 유지는 되지만.

‘빠르게 녹지.’

잠시뿐이었다.

얼음은 금방 녹아 물이 되고, 물은 금방 증발해 버리고 만다.

내가 노린 것은 이것이었다.

“스승님.”

“…….”

심상찮음을 느낀 스승님은 자세를 풀었다.

“바다에 떨어진 번개도 막으실 수 있으십니까?”

“그게 무슨……!?”

콰과과광-!!

상상을 초월한 전격이 고막이 터질듯한 굉음을 내며 대련장을 가득 채웠다.

* * *

“…….”

스승님은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여기저기 찢긴 옷가지가 잔뜩 그을려 있었다.

“네놈……!”

큰아버지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 순간, 왜소했던 몸이 커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인이라도 된 듯 엄청난 위압감을 풍겨내고 있었다.

놀란 나는 재빨리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

그러나 예상했던 공격은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크하하하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음소리는 한참이나 지속되었다.

“그런 기술은 대체 언제 익힌 것이냐?”

웃음이 뚝 끊기고, 진지한 물음이 들려왔다.

“얼마 안 됐습니다.”

“그래그래. 스킬은 갑자기 생겨나기도 하는 법이지. 전격을 방출하는 기술은 꼭 네 형을 닮았구나.”

큰아버지는 나를 신기한 물건을 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다 보여 준 것이냐?”

숨겨 둔 기술이 더 없냐 묻는 것이었다.

‘어쩌지……?’

아직 속성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천태백 즉, 스승님의 기술이었다.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제 와 숨길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심을 굳힌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오호?”

천태백은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당장이라도 보여달라는 듯한 태도였다.

“놀라지 마십시오.”

“대체 무슨 능력이길래 이리 호들갑인 게냐?”

나는 활력을 개방시켰다.

그리고 속성을 부여했다.

“흑운(黑雲).”

“뭐?”

몸에 감싼 흑운의 기운이 나의 존재감을 완벽히 지우고 있었다.

눈앞에 있음에도 기운을 느끼지 못할 만큼 긴밀한 몸이 만들어졌다.

큰아버지는 지금껏 봐 왔던 모습 중에 가장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놀라도 저렇게 입을 떡 벌린 적은 없었는데…….’

왠지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스승님의 뺨에 생긴 작은 생채기와 저 표정은…… 정말이지 사진을 찍어서라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정도였다.

“…….”

한참이나 침묵은 지속됐다.

“……훔친 것이냐?”

“훔쳤다기보다는…….”

복사했다는 표현이 옳지 않을까? 그러나 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농담을 할 만한 배짱은 없었다.

스승님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러나 자신의 기술을 훔친 것이 못마땅한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놀랍구나.”

순수한 감탄이 이어졌다.

“뇌 속성은 너희 형에게, 빙 속성은 이번 대련에서 뺏은 것이겠구나…….”

“예.”

나는 가감 없이 솔직히 말씀드렸다.

“보기만 해도 뺏을 수 있는 것이냐?”

“그건 아닙니다.”

“그러면?”

입을 열까 하다가 멈칫했다.

이런 것까지 다 이야기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잠시 생각 끝에 결국 나는 모든 것을 털어놓기로 했다.

천태백은 가문 내에서 유일하게 믿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건?”

스승님은 간식을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죽…….”

막상 말하려니 얼굴이 빨개졌다.

“뭐라고 하는 게냐?”

“제가 죽도…… 록.”

“빨리 말하거라 답답해 죽겠다, 제자야.”

“제가 죽도록 맞아야 합니다.”

“…….”

붉어진 얼굴이 터질 듯이 더욱 달아올랐다.

한참이나 멍하니 나를 쳐다보던 큰아버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대련장이 떠나갈듯한 웃음이었다.

“…….”

“크크크. 그래, 능력도 주인을 닮는다더니, 스킬이 딱 맞춤옷이구나.”

천태백은 여전히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그런데 지훈이에게도 죽도록 맞은 적이 있더냐?”

‘죽도록 맞은 것이 아니라 죽었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을 말하려면 과거의 일뿐만 아니라 천우진의 능력까지 밝혀야 했으니까.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남의 능력까지 떠벌리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사뭇 진지해진 내 모습에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겠지.”

스승님은 죽도록 맞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다행히 이 부분은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다.

“…….”

“진짜 제자가 생긴 것 같아 기쁘구나.”

돌연 진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큰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뺏긴 것을 싫어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내 기술을 전수해 주마.”

뜻밖의 쾌재였다.

“죽을 각오로 따라오거라.”

스승님의 진지한 태도에 나 역시 열정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넵.”

“오늘 보니 내 판단이 틀렸더구나.”

“그럼…… 3개월 안에 1급 녀석들 정도는 잡을 수 있는 겁니까?”

피식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롱 섞인 웃음이었다.

‘역시 거기까진 무린가?’

1군의 상위권 생도들은 여러 파벌에서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즉, 어엿한 천가의 대표 일원으로 자리 잡는다는 소리다.

평생을 노력해 얻는 자리이니만큼 만만치 않은 실력자임은 틀림없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주제넘은 말을…….”

“천지 놈들까지 잡아 보자꾸나.”

“네?”

“절반은 상대할 수 있게 끌어올려 주마.”

오소소 소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천지(天地)가 어디인가?

가주 후보 1위에 빛나는 천진오가 만든,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만 모인 팀이다.

그중에 절반을 잡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니…… 솔직히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러나 스승님의 표정을 바라보자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이 확 와닿았다.

스승님은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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